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70)
신들의 구독자 170화
170화. 프로체슈트 부흥
에단의 방문에 로안나가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겨 주었다.
“네, 선생님!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다음 학기엔 선생님 수업의 조교로 들어가야 하잖아요. 이미 제가 선생님께 한번 실수한 경험이 있으니, 열심히 해야 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로안나는 다음 학기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론 공부에 이어 실전 공부도 놓지 않았고 약초학, 정령학 등 여러 분야에 손을 대며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에단의 수업에서 확실하게 조교를 하기 위함이었다.
로안나가 본 에단은 엄청난 사람이었다.
한 학기 만에 신입 교사들뿐만 아니라 기존 교사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클라우디 하이드까지 꺾었다.
그뿐만 아니라 검술과에 이어 마법과의 선생까지 꺾었으니, 2학기의 에단은 더욱더 빛날 게 분명했다.
그런 에단의 조교로 활동하는 데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확실한 실력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로안나는 에단의 브륄레를 잊지 않고 있었다.
에단이 가르쳐 준 브륄레는 정말 엄청났다.
아직도 그녀는 브륄레를 연구하고 있었고 더 깊게 파고들 때마다 에단이 개량한 브륄레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고 있었다.
그런 브륄레를 그냥 알려 줬다는 건 에단에게 훨씬 더 강력한 뭔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더 어렵고 더 배우기 힘든 그런 것들은 로안나를 항상 가슴 뛰게 만들었다.
처음 마법을 배운 이래로 로안나에게는 어려운 게 없었다.
마탑의 마법사들과 아버지인 프로체슈트 탑주에게서 배운 마법들은 처음엔 로안나의 흥미를 끌었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쉬워졌다.
그녀의 재능은 날로 커지고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마탑의 마법사들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땐 꽤 기대를 했다.
그녀가 기대한 대로 아카데미의 선생님들은 꽤 흥미로운 수업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1년도 채 되지 않아 로안나는 선생님들의 수업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이미 다 아는 것들이었으니까.
전혀 흥미롭지 않은 것들뿐이다.
그러나 에단의 브륄레는 달랐다. 만족하지 못했던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초롱초롱하군.’
에단은 그런 로안나의 눈빛을 읽었다.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눈빛.
‘로안나는 상당히 지식욕이 많아. 가진 재능이 엄청나니까, 뭘 배워도 금방 배워 버리거든.’
지식을 향한 갈증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를 계속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뭐든 너무 쉽게 배워 버리니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브륄레를 맛보고 꽤나 만족했을 거야. 당연하지. 그건 원래 로안나가 연구하고 만들어 낸 거니까.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
그러니 지금쯤 또 다른 새로운 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단은 그걸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원래 이 프로체슈트를 되살리는 퀘스트 때 로안나를 써먹긴 힘들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황이고, 로안나도 그리 협조적인 성격이 아니니까.’
그러나 에단은 아카데미부터 로안나와 관계를 쌓아 왔다.
로안나는 자신의 말이라면 웬만한 건 다 믿고 따라 줄 터.
“로안나, 나는 이 프로체슈트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왔다.”
“네?”
“그리고 거기엔 네 도움이 필요하다.”
에단의 말에 곤혹스런 표정을 지은 로안나가 이내 입을 열었다.
“으음, 사실 저도 노력을 안 해 본 건 아닌데요.”
로안나 또한 이 프로체슈트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실제로 여러 가지 마법을 시험해 보며 정령들을 다시 끌어모으려고 했다. 하지만 전부 다 실패했다.
“방법이 있으신 건가요? 그렇다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울게요! 저는 에단 선생님 수업의 예비 조교니까요!”
로안나가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됐다.’
로안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 퀘스트는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 * *
“여기다.”
“……네?”
에단이 로안나를 이끌고 온 건 프로체슈트 영지 앞쪽의 숲이었다.
이곳은 과거 프로체슈트 정령사의 탑이 있던 곳으로, 정령들이 떠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숲이 우거진 상태였지만 생명력이 없는 터라 생기 없는 회색 숲에 가까웠다.
“여기는 왜 오신 건가요?”
“여기에 정령왕이 있으니까.”
정령왕은 어디 멀리 도망간 게 아니다.
‘계속해서 여기에 있었지.’
물론 인간계에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차원에 가서 요양을 하고 있다.
‘처음엔 나도 분명 멀리 떠났을 거라고 생각해서 동서남북 땅끝까지 가거나 했었는데.’
정말 크나큰 헛수고였었다.
에단의 말에 로안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령왕께서 여기에 계신다니. 아버지께선 이미 먼 곳으로 떠나셨다고 하셨는데…….”
“하지만 분명 여기에 있다. 어디 멀리 떠난 게 아냐.”
“선생님은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로안나가 눈을 빛냈다.
추궁하는 말투가 아니라 존경스럽다는 말투와 눈빛이었다.
에단은 그런 로안나를 보며 짤막하게 말했다.
“수업의 참고 자료를 찾다 보니 알게 됐다. 오늘도 사실 참고 자료를 찾기 위해서 온 거다. 정령학 수업을 위해서 말이야.”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세요! 이렇게나 학생들의 교육에 진심이시라니.”
로안나가 감탄하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심화 학습이다, 로안나.”
에단이 씩 웃으며 로안나를 보았다.
에단이 동굴 입구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동굴 입구 앞에서 멈추곤 그대로 검을 꺼내 들었다.
툭툭-.
발로 땅의 이곳저곳을 확인하더니 그대로 검을 꽂아 넣었다.
샤아아아악-!
서리검이 발하는 냉기가 주변으로 쫙 퍼졌다.
쿠궁-.
쿠구구구구국-!
그와 동시에 동굴 입구가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새로운 문 하나가 만들어졌다.
“도대체 이건…… 뭔가요!?”
놀란 로안나가 에단에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문에 펼쳐진 마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문 안쪽에 정령왕이 숨어 있는 곳이 있다.
‘문제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함정을 돌파해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그 함정들이 그냥 함정이 아니라 마법적인 힘이 담긴 함정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추방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추방을 당하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그럼 사실상 퀘스트는 끝이야. 아예 메판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이상 절대 다시 시작할 수가 없어.’
“이래서 심화 학습이라고 하신 거군요.”
“꽤 어려울 거야. 하지만 걱정 말도록. 심화 학습이라는 건 네 공부를 내가 돕는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로안나는 그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가 있다.
‘입구의 마법이 가장 쉬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지.’
물론 가장 쉽다는 저 문에 펼쳐진 마법도 객관적인 수준으로 따지자면 5서클 이상은 되어야 풀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마나가 너무 바닥이라 마법진 해체가 불가능 해.’
그러니 해체 역할을 로안나가 맡는다. 그리고 진행은 에단이 주도적으로 잡을 생각이었다.
에단이 손짓하자 로안나가 문 앞에 섰다.
그녀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빠르게 마법을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단은 그녀에게 해석을 맡길 생각이 없었다.
“로안나.”
집중하던 로안나가 의아한 눈으로 에단을 보았다.
“집중을 깨서 미안하지만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
“네?”
분명 심화 학습이라고 했다.
거기다 정령왕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수많은 마법들을 헤치고 가야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해체와 해석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소리일 텐데.
“해석은 내가 한다.”
“해석을…… 선생님이 하신다고요?”
“그래, 해체를 부탁하마.”
“하, 하지만.”
로안나가 말했다.
“선생님은 검술과 선생님이시잖아요.”
물론 에단에게 대단한 마법적 소양이 있다는 건 로안나가 제일 잘 안다. 마법적 능력이 없었으면 어떻게 브륄레 같은 대단한 마법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해석과 해체는 다른 문제였다.
이 문에 걸려 있는 마법은 총 여섯 개. 심지어 서로 뒤엉켜 있어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저한테 맡겨 주세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적어도 열흘 내론 풀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난이도가 어렵지만 그게 더욱 그녀를 불타오르게 했다.
에단은 의욕적인 그녀에게 인자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고는 곧장 마법이 걸린 문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품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슥슥슥-.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에단이 거침없이 글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양피지를 꽉 채운 에단이 또 양피지 하나를 더 꺼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에단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세 장의 양피지를 다 적어 낸 에단이 그대로 로안나에게 건넸다.
“이걸 토대로 해체하면 된다, 로안나.”
“……네?”
순간 당황스런 표정을 지은 로안나가 건네받은 양피지를 살폈다.
“세상에.”
그리고 경악했다. 경악하다 못해 양피지를 든 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이거…… 저 문에 걸린 마법을 해석하신 거잖아요!”
로안나의 목소리 또한 떨리고 있었다. 적어도 열흘.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면 사흘 더.
분명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만한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마법을 해석해서 해체할 수 있는 해석본을 내어 놓다니. 심지어 저 문에 걸린 마법은 무려 여섯 개 아닌가.
“각각 여섯 개 마법이 그냥 있어도 해석본을 쓰려면 시간이 더 걸리는데…….
로안나가 조금 더 과격한 학생이었다면 여기서 욕을 했을 수도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신 건가요……?”
에단이 당황한 로안나의 어깨를 툭 쳤다.
“선생님이 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다, 로안나. 이제 네 차례다.”
로안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는 눈동자가 완전히 물음표가 된 것처럼 보였다.
“이게 기본이라니…….”
이게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면 자신도 나중에 꼭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곁에서 봐줄 테니, 해석본대로 문에 걸려 있는 마법을 해제하면 돼.”
해석본이 있어도 해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나를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니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체가 불가능했다.
“해 볼게요.”
로안나가 손을 뻗어 마나를 움직였다.
철컥-!
마치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역시.’
로안나의 실력은 이베카 아카데미의 학생들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었다.
‘비교할 학생이 없지. 선생들과 비교해도 로안나 쪽이 재능과 성장 가능성이 더 뛰어나.’
에단이 흐뭇하게 로안나를 보았다.
그런 로안나가 완전히 이쪽으로 왔으니 아카데미 교류제에서 이베카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샤아아악-!
쿠구구구국-.
설치되어 있던 모든 마법이 해제됨과 동시에 천천히 문이 열렸다.
“…….”
진짜로 마법이 다 해제되고 문이 열리자 로안나가 놀란 눈으로 에단을 보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
로안나가 따로 해석할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양피지에 적힌 그대로 했을 뿐이다.
“훌륭하구나, 로안나. 넌 내가 본 학생 중에 가장 우수한 학생이다.”
훌륭한 건 자신이 아니다.
“가, 같이 가요, 선생님!”
로안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했던 말을 떠올렸고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