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76)
신들의 구독자 176화
176화. 융합
화타는 에단이 만든 탕약을 이리저리 살폈다.
우선 냄새를 맡았고 살짝 맛을 본 후엔 휘휘 흔들면서 탕약의 상태를 확인했다.
“왜 그러시는지요?”
“엄청나군. 이건 엄청난 걸세. 이런 대단한 걸 그 짧은 틈에 만들었다고? 도대체 그걸 어디서 배운 건가?”
화타의 눈이 반짝였다.
“나한테 가르침을 받을 게 아니야.”
그러고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배워야겠네. 그 탕약 만드는 기술, 도대체 뭔가!”
처음엔 그저 과한 칭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화타는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허준 님께 배운 탕약술입니다.”
“허준, 분명 그 이름은 알고 있네. 허준이 이 정도로 실력이 좋은 신이었다니, 정말 몰랐네.”
화타 또한 신세계의 수많은 신들과 비슷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다른 신들을 확인하지 않는 것.
그러니 허준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화타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재료를 꺼냈다.
“여기 이 재료들을 줄 테니, 한 번 더 보여 줄 수 있나?”
화타가 아예 자리를 잡고 에단을 관찰했다.
에단은 그런 화타에게 진 허류 탕약술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동의보감을 공중에 띄워 놓고 두 손을 사용해서 탕약 하나를 만들어 냈다.
‘역시 화타야. 이런 재료를 그냥 내줄 줄은.’
화타가 내준 약초는 낙열초라는 물건이었다.
열을 내려 주는 효과를 가진 약초로, 이걸로 탕약을 만들면 화염 내성을 최대치인 10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었다.
요컨대 모든 화염 공격에 무적이 되는 탕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S등급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찰랑.
에단은 진 허류 탕약술을 극성으로 펼쳐 탕약을 만들어 냈다.
저명한 의술의 신 앞에서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에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수십 차례 이상 아카데미의 강단에 섰던 몸이다. 이런 부담쯤이야 심호흡 한 번이면 사라진다.
-낙열초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낙열초 탕약 [S]
완성된 낙열초 탕약의 등급은 당연히 S급이었다.
‘감각이 조금 달랐어.’
에단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에 아주 조금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느껴 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더 좋은 탕약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딱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가면…….’
“맙소사.”
완성된 S등급 탕약을 건네받는 화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자네는 이 힘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건가?”
“네, 허준 님의 모든 걸 완벽하게 배운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그 본질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허준 님과 똑같은 결과물을 내진 못하겠지만 부족하지 않게는 낼 수 있습니다.”
허준은 지금도 한계를 깨고 더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허준의 모든 걸 배웠다고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허준에게서 침술과 탕약술을 배웠노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있었다.
에단의 확신 섞인 말을 들은 화타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참…… 내가 부끄러워지는군. 나는 내 실력에 한 치의 부족한 점도 없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자네의 그 탕약술을 보니 알겠군. 내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어.”
창백한 얼굴로 자조하는 화타의 얼굴에 점차 혈색이 돌았다.
씨익-.
화타는 껄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들끓는군 그래. 신세계에 들어온 보람이 있어.”
화타가 허준을 인정하자 에단은 어째선지 묘한 기쁨을 느꼈다.
‘허준이 어디 가서 꿇릴 신은 아니니까.’
“남은 합방 시간 동안 내 힘을 전수해 주겠네. 허준의 힘과 내 힘을 함께 사용하고 싶다고 했었지?”
“네. 저는 허준 님의 기술도, 화타 님의 기술도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그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두 기술을 하나로 융합해서 사용한다면 그 수준을 훨씬 높일 수 있겠지요.”
화타는 에단에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두 눈으로 직접 에단의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면 성공도, 실패도 오롯하게 본인의 몫이다.
“해 보도록 하지.”
* * *
“명상을 오래 하는군. 나는 이 정도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선생님은 트로르 님의 상처를 완치시키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완치라.”
트로르는 사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지긋지긋한 고통도 사라졌고 낙인의 균열도 사라진 상태였다.
게다가 몸을 휘감고 있던 불쾌한 기운들도 완전히 사라졌으니, 본래 자신의 힘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몸 내부는 아직까지 회복이 덜 됐지만 이건 시간문제일 뿐.
워낙 좋은 약을 먹어서 그런지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게 실시간으로 체감될 지경이었다.
“사실 난 지금 이 정도로도 만족하는데 말이야.”
그때.
에단이 번뜩 눈을 떴다.
“트로르, 준비가 끝났다.”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건가?”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 났어.”
에단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트로르는 자신도 모르게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낙인에 잡아먹혀 평생 힘을 회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때의 절망감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단의 말을 따른다면 정말 이 낙인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정말…… 완전히 나을 수 있는 건가?”
“어중간하게 남겨 둘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야. 걱정 말고 날 믿도록.”
그 말에 트로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
에단의 말에 다시 트로르가 손을 내밀었다.
-진맥을 사용합니다.
-체질을 분석했습니다.
-체질 : 소음인
“음.”
정령왕 트로르는 소음인이었다. 물론 인간은 아니니까 소음 정령 정도로 보면 됐다.
에단은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는 몇 가지 재료를 꺼냈다.
“좋은 냄새가 나는군.”
아까 에단이 포션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그가 꺼내는 재료들은 하나같이 냄새가 굉장히 좋았다.
좋은 재료라는 걸 냄새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트로르는 땅의 정령왕이기에 약초의 냄새와 기운들을 유독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다른데요.”
로안나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다르다고?”
“네, 확실히 달라요. 아까 포션을 만드실 때와는 뭔가 달라요.”
트로르가 보기엔 똑같아 보였지만 로안나에게는 분명 다른 점이 보였다.
특히 저 흐릿한 마나의 흐름이 달랐다.
“명상으로 뭔가를 깨달은 건가?”
휙-.
에단은 한없이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화타와의 합방에서 얻었던 걸 전부 다 잃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어려워. 허준과 화타는 비슷한 치료 방법을 사용하지만 결코 쉽게 융합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에단은 두 신의 능력에서 버릴 부분은 버리고 합칠 부분은 합쳤다.
‘탕약을 만드는 것.’
다른 건 제쳐 두고 오롯이 탕약술에 집중했다. 탕약은 분명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낙열초 탕약을 만들 때. 그때 뭔가 느낌이 달랐어.’
허준, 이제마, 화타.
이 세 의신의 기술을 한데 모아서.
‘탕약을 만든다!’
띠링-!
-썬드레이크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썬드레이크 탕약 [S+]
지금껏 도달해 보지 못했던 경지였다.
‘됐다.’
S급을 뛰어 넘은 S+등급.
에단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후, 하고 호흡을 내뱉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S+]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7’만큼 얻었습니다!
업적까지 달성한 에단은 곧장 만들어진 썬드레이크 탕약을 한 차례 휘저어 트로르에게 건넸다.
“이건…… 엄청나군! 아까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포션이야!”
트로르는 바로 탕약을 들이켰다.
“집중해. 이제 완전하게 그 낙인을 없앨 거니까.”
심호흡을 한 에단이 곧바로 트로르의 옆구리에 침을 꽂았다.
퓩퓩퓩-!
“응?”
트로르가 의아한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보았다.
아까 침을 맞았기에 그 느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침은 뭔가 달랐다.
도대체 그 짧은 명상 동안 에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기운이 억눌러질 거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돼.”
에단은 사상 의학이 가미된 진 허류 침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트로르가 가지고 있던 강력한 땅의 기운이 순간적으로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쿠구국-.
그에 따라 몸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추방의 낙인이 다시 그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윽.”
트로르가 살짝 인상을 썼다.
부글부글-.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옆구리에 다시금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단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검지와 중지를 펼쳐 검은 기운을 마치 사로잡듯 손을 대며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화타개복치료술을 사용합니다.
샤아아악-!
순간 트로르의 옆구리에서 강력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
트로르가 크게 놀라 에단을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에단이 뭔가 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에단 역시 처음 사용한 화타개복치료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마치 개복해서 보는 것처럼 트로르의 옆구리 안쪽이 훤히 보였다.
물론 진짜 몸 안의 모든 것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기운들은 두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트로르의 기운은 짙은 황토색이다.’
눈에 보이는 기운의 대부분이 트로르의 기운이었다. 우선적으로 침술과 탕약을 통해 트로르의 기운을 북돋아 줬기 때문이었다.
스윽-.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에단이 놓은 침의 영향으로 억제된 황토색 기운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호루스의 눈이 활성화됩니다.
에단은 눈에 힘을 주었다.
트로르의 황토색 기운 사이에 꿈틀거리고 있을 다른 기운을 찾기 위함이었다.
‘찾았다!’
쑥-.
트로르의 기운 사이로 에단이 손을 집어넣었다.
“커헉!”
트로르가 순간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에단은 멈추지 않았다. 기운을 헤집으며 안으로 도망치려 드는 기운을 손으로 잡아챘다.
콱-!
순간 에단의 손에 붙잡힌 검은 기운이 손을 타고 올라오려 들었다.
“어딜.”
에단은 검은 기운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치료 확인 : 추방의 낙인
-제거할 수 있습니다.
잡아 뜯듯 자신의 쪽으로 당겨 그대로 검은 기운을 찢어발겼다.
-[추방의 낙인]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화타개복치료술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후욱…… 후욱…….”
에단이 추방의 낙인을 완전하게 치료하고 물러서자 거친 숨을 몰아쉬던 트로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떤가?”
트로르는 옆구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샤아아아악-!
순간적으로 트로르의 기운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트로르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완치됐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완치였다.
자신의 몸속에 있었던 추방의 낙인이 아예 사라졌다.
미소 짓던 트로르의 눈이 곧 새빨개졌다.
“고맙네.”
트로르가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표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압도적인 결과입니다!
-완벽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명성이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퀘스트 헌터]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7’만큼 얻었습니다!
-완벽한 결과에 따라 퀘스트 보상이 강화되었습니다.
-영웅급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영웅급 보상?’
에단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