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0)
신들의 구독자 180화
180화. 고대 정령 의식
초록을 되찾은 숲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프로체슈트의 모든 영지민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와, 여기가 원래 이런 곳이었어요?”
“예쁘다. 그 삭막한 숲이 이렇게 아름다워지다니…….”
“정말 여기가 회색 숲이 맞는 거에요?”
영지민들이 저마다 숲을 돌아보는 와중에 한 소년이 숲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다,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이게 뭐예요?”
소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환하게 빛나는 빛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빛이 곧바로 그 소리에 반응했다.
빛은 마치 탐색이라도 하듯이 소년의 주변을 한 바퀴 빙 돌더니 다시 나무로 돌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 뒤를 쫓아 돌아가고,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놀란 눈으로 빛이 사라진 나무를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령…… 저건 정령이다…….”
노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령이요?”
“정령이라니, 여긴 정령이 없잖아요?”
“저 정령 처음 봐요!”
초록을 되찾은 숲. 그리고 돌아온 정령들.
영지민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프로체슈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그리고 그 변화는 몹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말이다.
“영주님께서 오셨다!”
“영주님! 수, 숲이 돌아왔습니다.”
“정령들도 돌아왔습니다, 영주님!”
영지민들이 탑의 마법사들과 함께 온 미카엘 영주를 반겼다.
“와…….”
“진짜, 진짜 돌아왔군요.”
“이 숲이 이렇게나 싱그러워질 수가 있다니.”
미카엘이 데리고 온 마법사들이 감격하며 숲을 돌아보았다. 이들은 정령의 숲에 생명력이 되돌아 왔다는 말을 믿지 못한 이들이었다.
당연했다. 죽었던 땅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니.
심지어 마법사 중엔 아예 이 땅의 옛 모습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이 땅은 본래부터 죽어 있던 땅이었다.
이야기로나 들었던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숲.
정작 그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다 보니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다른 이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건만.
직접 보니 달랐다.
그들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울컥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숲의 모습에 감동하기는 마탑주도 마찬가지였다.
미카엘은 마법사들과 영지민들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영지민들은 들으라! 우리 프로체슈트는 오랜 기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에 기댄 채 몰락해 가는 영지라는 비아냥을 들었었지.”
그 때문에 수많은 영지민들이 고향을 떠나갔다.
시장은 활기를 잃었고 행상인들도 발길을 돌려 더 이상 이 땅을 찾지 않았다.
“이제 그 굴욕의 시간은 끝났다! 보다시피 우리 프로체슈트는…… 다시 생명력을 되찾았다. 저 숲이 보이나? 정령들이 보이나?”
숲은 과거의 생기를 되찾았다. 다시금 녹음을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돌아온 정령들의 빛이 그 푸르름을 더 빛나게 밝히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 모습이 한층 더 대단했다.
“프로체슈트에 부흥이 찾아왔다!”
미카엘의 선언에 영지민들과 마법사들이 크게 환호했다.
노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이 다들 기뻐하니 부모들도 따라서 함께 기뻐했다.
“오늘 부로 일주일간 축제를 열 것이다. 우리 프로체슈트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영주님 만세!”
“영주님 만만세!”
영지민들의 환호에 미카엘이 옆에 선 사람을 가리켰다.
“이번 일은 나 혼자서 한 일이 아니다. 이분께서 전적으로 도움을 주셨지. 이분이 아니었다면 우리 프로체슈트는 생기를 되찾지 못했을 거다.”
미카엘이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분이 바로 우리의 프로체슈트를 되살려 주신 영웅이시다!”
옆에 서 있던 에단이 영지민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명성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에단이 손을 한번 흔들 때마다 명성이 올랐다.
“와아아아-!”
또한 영지민들의 환호에도 명성이 올랐다.
“에단 님 만세!”
“죽기 전에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흐으윽.”
나이 많은 영지민들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숲이 살아나고 정령들이 돌아왔다.
이제 프로체슈트는 다시금 발전할 수 있다.
죽은 땅, 죽은 도시라 멸시당하는 것도 이제는 끝이다.
이 모든 것이 에단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니, 영지민들의 환호에 명성이 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이 환호는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군.’
에단은 이어 트로르를 소환했다. 퀘스트의 확실한 방점을 찍기 위해서였다.
쿠구구궁-!
트로르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이 든 영지민들이 감격에 젖었다.
한때 프로체슈트가 최고라 불렸던 무렵, 그 시기를 이끈 상징이 바로 정령왕 트로르였기 때문이었다.
“정령왕님이시다……!”
“저, 정령왕님이요!?”
“이야기로만 들었던 건데…….”
어린아이들은 이야기로나 들었던 정령왕을 직접 보자, 입을 크게 벌리곤 놀라 굳어 버렸다.
“여러분, 이제 고생은 끝났습니다.”
에단이 말했다.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프로체슈트가 다시 부흥하는 역사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지금껏 그 끝을 모르고 내려왔으니, 이제는 다시 위로 올라갈 차례였다.
“그 첫걸음을 함께하시죠.”
* * *
“처음엔 꽤 힘들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트로르와의 계약도 있고 제자인 로안나와의 인연도 있으니, 저는 이 프로체슈트를 형제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흑, 정말 감사드립니다, 에단 님.”
미카엘이 감동한 듯 울먹이며 말했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영지를 위해 도움을 줄 줄은 몰랐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돕겠습니다.”
물론 에단은 프로체슈트와의 협업을 통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한 일이었다.
‘트로르도 있고 영지의 생명력도 되돌아왔으니,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건 시간문제거든.’
사실상 이곳은 발전할 일만 남았다는 뜻이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황금은 당연히 주워야지.’
게다가 에단을 향한 프로체슈트 영지민들의 신뢰도 끝을 모르고 치솟는 상태다.
‘거부감은 없을 거야. 아니, 거부감은커녕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겠지.’
그러면 휘커스 영지와 프로체슈트 영지 간에 꽤나 좋은 시너지가 날 것이다.
에단은 본격적으로 미카엘 마탑주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야 감사한 일입니다. 위축된 프로체슈트 시장에 큰 활력소가 될 겁니다.”
“마탑주님, 저는 지금까지 프로체슈트에 생겼던 일을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
영지가 힘을 잃고 난 이후로 마탑주는 꽤 많은 곤란을 겪어 왔다.
고생의 나날이었다.
한때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영지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프로체슈트가 잘 나갈 때는 곁에서 좋은 말만 하며 평생을 함께 갈 것처럼 말하던 이들이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동맹 관계라고 생각했건만. 정작 그들은 프로체슈트가 궁지에 몰리자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꿨다.
으득.
미카엘은 그 생각이 났는지 이를 갈았다.
“이제는 아셨을 테지요. 가장 힘들 때 떠나지 않았던 이들이 누구인지. 잘나갈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지난 일로 확실히 보게 되셨을 겁니다.”
“그렇군요. 맞습니다. 예, 잘 알게 됐습니다. 누굴 가까이에 두고 누굴 멀리해야 할지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확실히 그랬다.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이들이야말로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할 이들인 것이다.
“이제 프로체슈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날파리들이 계속해서 꼬일 테죠. 손으로 휘휘 저어 쫓아낼 수 있는 날파리들이야 괜찮겠습니다만, 돈이 되는 사업엔 맹수들이 이를 드러내고 덤벼들겠죠.”
“…….”
미카엘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지금까지 겪었던 굴욕이 제 가슴 속에 박혀 있습니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단 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웃음에 에단 또한 화답하듯 씩 미소를 지었다. 에단이 손을 내밀자 미카엘이 그 손을 잡았다.
똑똑-.
“의식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 * *
“이게 뭐지?”
펠릭스 공작가의 고문 마법사이자 남부의 대마법사인 한센은 오랜만에 방문한 프로체슈트를 돌아보며 전과 다른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어째서지? 이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앞서 프로체슈트에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뭔가 찝찝함이 남아 직접 프로체슈트에 방문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예상한 건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숲이 되살아났어. 생명력이 느껴진다.”
대마법사인 그에게 강렬한 생명력이 다가왔다.
분명 잿빛으로 죽어 가던 숲이 본래의 생기를 되찾고 내뿜는 기운들이었다.
“이건 또 뭐야? 정령? 정령이 왜 있지? 설마…….”
한센은 당황했다.
설마하니 진짜 숲을 되살렸단 말인가.
“미카엘 마탑주가 직접 했을 리가 없어. 실력은 우수하지만 일개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렇게 되살릴 수가 없는 땅이란 말이다.”
자신도 이 숲만큼은 감당할 수 없었다. 프로체슈트의 몰락은 일종의 자연재해나 다름없었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함부로 건드렸다가 역풍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니.
인간의 힘만으로 이곳을 살리는 건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숲이 되살아났다니.
“도대체 누가. 누가 이런 일을 했단 말이냐. 이 꼴을 만든 장본인인 정령왕이 직접 와도 고칠 수 없을 텐데!”
한센은 다급하게 미카엘을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엘을 발견했다.
“미카엘 마탑주!”
미카엘이 돌아보더니 한센을 보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한센은 프로체슈트가 어려울 때 간접적으로라도 적잖은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한센 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아! 마노 가루 건 때문에 직접 오신 겁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이게 뭔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는 건가?”
흥분한 한센을 보니 오히려 미카엘은 차분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네.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어, 어떻게 된 건가? 가져간 마노 가루로 여길 되살린 건가? 그렇다면 누가…….”
그제야 한센은 미카엘의 옆에 있던 사내를 발견했다.
꽤나 젊은 사내였다. 곱상한 외모지만 눈빛이 대단했다.
“여기 계신 이분이 저희 프로체슈트의 구원자십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단이 살짝 목례를 하며 인사했다.
“구원자? 그 젊은이가 이 프로체슈트를 되살렸단 말인가!”
“한센 님,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시지요.”
“간다고? 어딜 간단 말인가?”
“고대 정령 의식을 치르러 갑니다.”
“고, 고대 정령 의식?”
한껏 인상을 쓴 한센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미 사장된 의식이 아닌가? 불가능한 의식일 텐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도 성공한 적 없다고 들었네. 정말 고대 정령이 있는지조차 의문이건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군.”
한센의 말에 에단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럼 이 프로체슈트를 되살리는 건 가능한 일이었습니까, 대마법사님?”
그 말에 한센은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