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4)
신들의 구독자 184화
184화. 명예 주교
“됐다, 완전히 이걸로 자리를 확실히 잡았어.”
에트닝은 에단이 보면 놀랄 정도로 계획을 완벽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상품의 퀄리티가 좋다면 에트닝은 그 누구에게라도 그 상품을 팔 수 있었다.
에단의 계획과 물건의 퀄리티 그리고 에트닝의 수완이 맞물리니 특수 골렘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다비드 상단 내에서도 에트닝이 가지고 오는 엄청난 이득에 그에게 계속해서 지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에트닝에게 시비를 걸던 부상단주 또한 태도를 바꿔 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한 발 걸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어쩜 저리 추잡스러운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이미 늦었어.”
에트닝은 에단과의 대화를 통해 확실히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언제까지고 다비드 상단의 상인으로 남을 생각은 없다.
“더 크게.”
그리고 더 확실하게.
그녀는 이 일을 기점으로 다비드 상단을 완전히 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그녀는 특수 골렘 판매로 실적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상단의 다른 간부들과 은밀한 회동을 가졌다.
다비드 상단은 결코 자그마한 상단이 아니다.
상단주 홀로 이 거대한 상단을 이끌어 나갈 수는 없기에, 상단의 업무를 나눠 맡는 이들이 있었다.
‘상단의 중심이 되는 상인들.’
우선 대상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회유해야 했다. 그들을 포섭한다면 다비드 상단을 갈가리 찢어 놓을 수 있다.
그 후엔 떨어져 나온 다비드 상단을 삼키고 이름을 그대로 계승, 마지막으로 새로운 귀족 후원자를 찾으면 계획은 끝이다.
‘후원자 문제는 너무 쉽게 끝났어.’
계속해서 특수 골렘을 잘 팔고 있으니 그쪽과의 관계는 꽤 괜찮았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상단주의 숨통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해 보자고.”
이제 준비는 됐다.
어떤 결말을 맞든 오늘 밤 새로운 다비드 상단이 하나 더 생겨날 것이다.
* * *
에단 덕분에 마탑에서 일하게 된 예리카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고 있었다.
“망할 새끼들.”
할아버지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그저 강했을 뿐이다.
하지만 놈들의 청탁을 받아 주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십이성, 이 빌어먹을 놈들!”
대륙의 권력을 꽉 잡고 있는 열두 가문이 문제였다.
할아버지의 죽음에 모든 십이성 가문이 호응한 건 아니었으나, 그 모든 음모를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너희들에게도 죄가 있어.”
그렇다면 그 죄를 묻고 복수를 하는 게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리고 첫걸음은 당연히 이 마탑을 접수하는 것이었다.
“가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라 하시더니…… 이런 거였군요, 에단 님.”
그녀는 이 마탑에 온 이후로 할아버지와 얽힌 이야기들을 굉장히 많이 알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마법 중 그 공식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숨은 뜻을 알 수 없었던 것들도 다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이야.”
에단은 여기에 이런 게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예리카를 이곳으로 보낸 것일 터.
“복수는 누군가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니까.”
에단은 그저 그 복수를 도울 뿐.
“이래서 제가 에단 님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예리카가 미소 지었다.
무척이나 섬뜩한 미소였다.
그녀는 에단이 오기 전까지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 첫 타깃은 모든 걸 내줬음에도 할아버지를 외면한 이 마탑이었다.
“관련자를 싹 다.”
죽일 것이다.
* * *
“벌써 가시는 거예요? 오늘부터 축제인데, 축제라도 즐기고 가셔야죠! 축제의 주인공이 선생님이신데요!”
“해야 할 일이 있다, 로안나. 방학은 꽤 남았지만 눈 한번 깜빡이면 순식간에 끝나. 그러니 이번 일을 곱씹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도록.”
“네,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로안나는 에단과 함께했던 이 짧은 기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프로체슈트의 영지민으로서도 감사드려요, 선생님.”
그녀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프로체슈트는 완전히 변할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프로체슈트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일은 두고두고 갚아 나갈게요. 이미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다 나누셨겠지만.”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켜봐 주세요, 선생님.”
“그래, 네게는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테니까.”
프로체슈트 영지의 일원으로서, 로안나는 이제부터 꽤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금세 또 보게 될 테니. 잘 지내고 있도록, 로안나.”
프로체슈트 영지와는 이제 여러모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니, 가까운 시일 내로 또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별은 빠를수록 좋았다.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프로체슈트 영지를 떠난 에단은 곧장 중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슬슬 시간이 됐어.’
방학도 이제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곧 방학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열리니, 이제부터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다.
‘신입 교사들을 위해서 아카데미들이 협력해서 하는 행사가 있지.’
이른바 신입 교사 연수라 불리는 행사였다.
이베카 아카데미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여러 아카데미들이 협력하여 개최하는 행사로, 각 아카데미 신입 교사들의 실력 증진과 교류가 목적이었다.
‘물론 이 행사의 의도는 아카데미 간의 격차를 줄이고 신입 교사들의 실력을 증진시켜 여러 좋은 학생들을 배출해 내는 거지. 하지만 실상은 각 아카데미에 얼마나 훌륭한 교사들이 신입으로 들어왔는지 자랑하는 자리야.’
그렇다 보니 신입 교사들에게도 여러모로 자극이 되는 행사였다. 신입 교사의 능력과 행사 중 실적에 따라 은연중에 아카데미 간의 서열이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행사의 이름이 연수니까 말이야. 배울 수 있는 자리라는 거거든.’
신입 교사 연수 행사의 개최지는 항상 달라지는데, 대부분 고위 귀족 가문의 저택 내에서 열린다.
대륙 내에서 내로라하는 아카데미의 교사들을 초빙하는 자리였기에, 귀족 가문에서는 이름난 강자들을 초빙하거나 가문의 식객들을 스승으로 내세우곤 했다.
‘신입 교사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이름난 이들이 많이 오거든.’
제국 황실 기사단장이 오는 경우도 있고 창천의 마검사처럼 대륙 전역에 이름난 이들이 오기도 한다.
‘황실의 교육관이 오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물론 신경 써야 할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 신입 교사 연수는 사실상 연말에 열릴 아카데미 교류제의 예고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전부 신입 교사니 아카데미 교류제에 나오는 일은 없을 테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니까.’
당장 에단이 그랬다.
‘다른 아카데미는 몰라도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신입 교사 중에 아카데미 교류제에 나오는 사람이 있을 거야.’
에단의 계산대로라면 분명 그 교사가 나올 것이다.
그 교사가 나온다면 지체 없이 이쪽으로 포섭해 와야 했다.
‘안 그러면 달의 추종자 쪽으로 넘어가 버리거든.’
이렇게 여러 이벤트들이 몰려 있으니, 신입 교사 연수는 여러모로 굉장히 재밌는 자리였다.
게다가 쌓을 수 있는 업적도 다양했다.
‘이제부턴 계속해서 업적에 신경을 써야 돼.’
새로운 신을 구독하는 데 드는 좋아요 수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또한 영상을 보기 위해서도 좋아요가 충분해야 했다.
‘뭐든 부족한 것보단 과한 게 낫지.’
그 연수가 이제 보름 정도 남았다.
“그럼 남은 시간을 잘 써 봐야겠는데.”
에단은 이번 기회에 뤼카를 제대로 한 번 써 볼 생각이었다.
마나의 주인이라는 거창한 이름답게, 지금까지 에단의 발목을 잡았던 부족했던 마나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정령이었으니.
‘겸사겸사 미리 얻어 놔야 하는 것도 있고 써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에단은 프로체슈트에 오기 전, 홀리라이트 교단에 굉장히 많은 기부를 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성녀가 아주 가끔이지만 교황을 만날 때 주교 이상의 인선들 몇몇과도 만난다고도 들었다.’
당장 성녀를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주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에단이 홀리라이트 교단에 귀의하는 건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러니 교단에 속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주교가 될 방법을 물색해야 했다.
물론 에단은 그 방법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명예 주교직.’
홀리라이트 교단에 속하진 않지만, 다방면으로 홀리라이트 교단의 일을 도우며 인정받는 위치였다.
명예 주교직을 얻고 적극적으로 업적을 쌓는다면 에단의 명성이 더 널리 퍼지게 될 터.
‘성녀의 귀에도 들어갈 수 있겠지.’
에단이 노리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귀에 들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했다.
‘확률은 언제나 높여 둘수록 좋은 거거든.’
그렇다면 그 명예 주교직을 얻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명확한 실적이다.
“12사도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더 퍼지기 전까지, 이걸 빠르게 써먹는다.”
마침 에단에겐 홀리라이트 교단의 눈에 들기에 차고 넘칠 만큼 확실한 실적이 있었다.
* * *
홀리라이트 교단 남부 지구.
“에단 휘커스라는 분께서 기부 의사를 타진해 오셨습니다.”
“흠, 지금까지 얼마나 기부했지?”
“1억 골드가 넘었습니다.”
“1억?”
“그간 기부를 많이 하시기도 했고, 빈센트 주교의 말을 들어 보니 굉장히 신실하시다고 합니다.”
“음, 빈센트 주교는 꽤 믿을 만한 주교였지요?”
“예, 자신의 판단을 중심으로 교단이 추구하는 삶을 사는 이로, 선을 베풀고 진리를 탐구하는 훌륭한 주교입니다.”
교단의 남부를 총괄하는 남부 총괄 대주교 이노신은 자신의 수염을 매만졌다.
“그리고 마침 이베카 아카데미 쪽에 보고가 들어온 게 있습니다. 달의 추종자와 충돌이 있었는데 그 수습을 에단 휘커스 님께서 하셨다고 하더군요.”
“음.”
대주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단 휘커스 님을 만나 봐야겠군요.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대주교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방금 전의 인자했던 얼굴이 거짓말 같을 정도였다.
“달의 추종자 놈들이 보낸 첩자인지도 확인해야겠지요.”
“예, 준비하겠습니다.”
* * *
늦은 밤.
“좋군.”
에단은 달빛이 쏟아지는 고급 여관의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도 잠시.
꺄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에단의 앞에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찰랑-.
순간 착지하는 그의 목에 목걸이 하나가 슬쩍 보였다.
한눈에 봐도 정체를 알 수 있는 특유의 문양.
분명 달의 추종자의 문양이었다.
순간 에단과 눈을 마주친 복면 사내가 옆구리에 낀 여성의 목덜미를 그대로 후려쳤다. 그러자 반항하고 있던 여성이 축 늘어졌다.
복면 사내는 쉿,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훈련이라도 하나 봅니다?”
“…….”
에단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명 위험한 상황임에도 그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오히려 복면인이 긴장하며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에단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홀리라이트 교단에서 오셨지요?”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왔군.’
눈앞의 복면인은 정말 달의 추종자가 아니다.
‘아마 의심스러웠겠지. 무려 1억 골드를 쾌척하며 명예 주교직을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에단이 달의 추종자의 첩자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일 터.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지.’
누구든 한없이 의심하는 자.
홀리라이트 교단의 신성한 망치.
에단은 복면인이 이노신 남부 총괄 대주교임을 확신했다.
“분명 신성력은 잘 감췄을 텐데요.”
“신성력은 잘 감추셨습니다.”
그저 에단이 이노신의 특징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성향을 알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정적인 것은 그 특유의 움직임. 그 움직임을 호루스의 눈이 포착했기에 그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걸 몰랐다면 감쪽같이 속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야.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긴 해.’
“처음 뵙겠습니다, 대주교님.”
에단이 순식간에 정체까지 파악하자 이노신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이노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복면을 벗었다.
“어떻게 알았죠?”
그 물음에 에단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냥 때려 맞혔는데, 정말 대주교님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노신 대주교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