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8)
신들의 구독자 188화
188화. 너희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아크 데이소토스는 에단이 아는 초인력 중에서도 유독 까다로운 초인력을 가진 사도였다.
초인력 극상 최면.
그 이름처럼 상대방을 최면 상태로 만드는 초인력이었다.
환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다시 진실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초인력으로, 한번 걸리게 되면 빠져나오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힘이었다.
때문에 에단은 아크 데이소토스를 몇 번이고 죽이려 했음에도 그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아니라 다른 놈한테 맡겼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에단은 저 초인력을 상대로 완전한 우위에 있다.
‘루나 스피릿은 마주선 것만으로도 내 생존 확률을 하락시켰어.’
하지만 지금은 생존 확률이 하락했다는 알람이 뜨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도 특유의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단은 그때와 달리 확실하게 스텝 업을 한 상태였다.
‘확실하게 강해졌다.’
사도와의 조우 정도로는 생존 확률이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에단이 틈을 노리자 아크가 그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언령을 통한 극상 최면이었다. 지금껏 수없이 사용해 온 극상 최면이었기에, 아크는 목소리만으로도 에단을 최면에 빠트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검을 꺼내선 뭐 하려고? 설마 그걸로 날 베려고 한 거냐?”
에단이 그대로 멈추자 아크가 천천히 다가왔다.
꺼내 든 쌍검도 고급스럽고,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녹주옥까지 가지고 있다니.
재밌는 장난감이 제 발로 들어왔다.
“네놈들은 뒤로 꺼져 있도록. 보아하니 놈한테 홀려서 다들 여길 나가려고 했나 본데. 문 마더께서 너희들을 심판하실 거야. 꽤 재밌겠지?”
그 말에 새로운 문포스의 신도들이 몸을 벌벌 떨었다.
그동안 아크에게 수없이 당해 왔기에,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각인된 공포가 스멀스멀 떠올랐다.
“꺼져!”
아크가 위협적으로 소리치자 문포스의 신도들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이윽고 제자리에 멈춘 에단과 아크가 마주보게 되었다.
아크가 씨익 웃었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 온 놈인지, 그 머릿속을 헤집어서 전부 다 끄집어내 주마.”
아크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동시에 에단의 검이 휘둘러졌다.
서-걱!
“응?”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극상 최면에 걸렸으니 당연히 움직이지 못할 거라 생각해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에단은 그 짧은 빈틈을 노려 검을 휘두른 것이다.
에단의 검은 정확히 그의 손목을 날려 버렸다.
툭-.
베여 버린 그의 손이 땅에 떨어졌다.
“너,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아크가 놀란 눈으로 에단을 쳐다보았다.
“알고 싶나? 한번 고통스럽게 울어 봐. 그럼 바로 알려 줄 테니까. 아, 그런데 안 되지? 넌 고통을 모를 테니까.”
순간 아크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한쪽 손이 잘려 떨어져 나갔음에도 약간 놀랄 뿐 이렇다 할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이게 에단이 기억하는 아크의 특이한 점 중 하나였다.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런 놀이터를 만들어서 비교육 신도들을 학대하는 거야. 남의 반응을 통해 알려는 거지. 자기가 모르는 고통이란 게 어떤 건지.’
그래서 다른 인간을 괴롭힌다.
강한 힘과 높은 지위를 가진 자신이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하니, 놈은 그 차이에 기묘한 열등감을 느꼈다.
고통을 모르니 타인의 고통을 통해 어떻게든 자신에게 없는 감정에 이입해 보려 한다.
동시에 그 비명 소리를 즐기는 역겨운 악취미까지 가지고 있으니.
‘역겨운 열등감이지.’
쿵-!
아크가 발을 굴렀다. 그러자 발아래에서 난데없이 거대한 메이스가 튀어나왔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몰라도 내 능력이 통하지 않나 보구나. 좋다.”
순간 그의 몸에서 강렬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문 마더를 섬기는 달의 추종자들 특유의 탁한 신성력이었다.
“때려 죽여주마.”
부웅-!
그가 전력을 다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뤼카.”
“뺘.”
어느새 에단의 어깨 위에 나타난 뤼카가 에단에게 마나를 전해 주었다.
아까는 그저 시험 삼아 가볍게 몇 번 휘둘러 봤을 뿐, 진심으로 검술을 펼치지 않았다.
마나가 전해진 것을 확인한 에단은 즉각 자세를 잡았다.
에단 검술 1식
서리천뢰
순간 에단의 두 검이 교차되어 메이스를 갈랐다.
빠각-!
“이게, 무슨…….”
메이스는 사도에게만 내려지는 새벽회의 신물로,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루나아다만튬 광석으로 만든 것이었다.
지금껏 수없이 거칠게 휘둘렀지만 이렇게 금이 간 적은 없었다.
상대의 무기가 뭐든 압도적으로 승리해 왔으니까.
지금껏 무기의 차이로 상대에게 져 본 적은 없었다.
아크는 자신이 피를 토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거기다 두 발까지 서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
“너, 너 대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에단이 천뢰검을 집어넣고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역발산.
“후우욱.”
불멸 영웅의 호흡으로 한번 더 근력을 강화했다.
에단 검술 2식
문포스
그리고 뤼카의 마나를 더했다.
순간 아크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고통은 느끼지 못해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격은 위험하다. 하지만 서리에 발이 묶여 피하질 못하니 무조건 막아야 했다.
“영식-문 소울 크래시.”
아크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살리고자 리스크가 큰 기술들을 배웠다.
사용하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대신 강력한 힘을 얻는 기술들.
평범한 사람에겐 위험 부담이 큰 기술들이었으나 아크는 이렇다 할 위험 없이 고위력의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한 기술들의 정수를 한데 모아 만든 것이 아크의 영식이었다.
아크는 그중에서도 쇼크로 죽을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 대신 위력을 극대화하는 기술, 문 소울 크래시를 시전했다.
이 기술을 쓰면 고통을 못 느끼는 몸이라 해도 타격이 있어, 기술을 쓴 이후엔 30초가량은 회복에 전념해야만 했다.
그래도 위력은 대단했다. 상위의 사도에게도 이 일격만큼은 인정을 받았으니까.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동굴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윽!”
뒤로 물러나 겁에 질린 채 모여 있던 비교육 신도들에게도 여파가 미칠 만큼 에단과 아크의 공방은 엄청났다.
“무, 무너진다!”
쿠구국-!
천장이 무너지고 벽에 금이 갔다.
“젠장…… 젠장……!”
아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조바심 어린 눈으로 에단을 보았다.
콰각-.
콰가가가각-!
에단의 검이 그대로 아크의 메이스를 부서 버렸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내 메이스가…….”
메이스가 박살 나는 것과 동시에 아크의 투쟁심이 무너졌다.
지금껏 겪어 보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이 그를 휘감았다.
그는 항상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어떤 행동을 하든 항상 확고한 목적과 명쾌한 계획이 있었기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많은 일들을 행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뭘 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저 눈앞의 괴물 같은 자를 상대로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에단이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공포로 멈췄던 아크의 사고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안 돼!’
사고를 마친 순간, 아크는 허리를 뒤로 콱 꺾었다.
부웅-!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아크가 살아온 세월 중 그 어떤 때보다 가장 빨리 움직인 순간일 것이다.
생에 대한 갈망이 그의 한계를 뚫어 주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맛볼 여유는 없었다.
당장 눈앞에 죽음이 직접 도사리고 있었다.
콱-!
그는 강하게 몸을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낸 탓에 마나와 신성력이 크게 소모됐지만 덕분에 두 발을 붙잡은 서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거리를 벌린 그는 곧바로 초인력을 사용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멈춰라!”
초인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음에도 에단의 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멈추라고! 멈추란 말이다!”
공포에 질린 아크가 비명을 내지르며 박살 난 메이스로 에단의 검을 막아 냈다.
물론 완벽하게 막아 내진 못했다. 한쪽 팔이 그대로 부러지고 충격에 내상을 입어 피까지 토했다.
팔을 희생해 당장 목숨은 건질 수 있었으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조금도 보이질 않았다.
당장 아크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와 에단은 상성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의 주력 기술은 초인력을 통한 극상 최면이다.
하지만 당장 에단이 그 극상 최면에 완벽히 저항하고 있으니, 아크는 지금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내던지고 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승리를 확신한 에단은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을 치는 아크를 쳐다보며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초인력에 의지하는 사도라고 하지만 명색이 달의 추종자라는 거대한 집단 내에서 가장 강한 열두 명 중 하나다.
그런 아크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에단이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 위해 아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안쪽이 시끄러워지자 에단의 지시에 따라 한데 모여 있던 달의 추종자들이 달려온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아크 님……?”
“아크 님! 어째서 사도님과 싸우고 계시는……?”
“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아크는 차마 신도들의 의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녹주옥을 가진 사도가 방문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곧장 돌아왔기에, 신도들에게 저놈이 사도를 사칭하는 놈이 가짜라고 말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달의 추종자들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도 간의 싸움이라니?
심지어 11사도인 아크가 완벽하게 밀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정을 설명할 여유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데에 신경 썼다가는 그 즉시 목이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아크 님이 저렇게까지 밀리시다니.”
“도대체 몇 번째 사도님이시길래?”
“아니, 왜 두 분이서 싸우시는 거지?”
당황한 달의 추종자들이 아크와 에단의 싸움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크는 무어라 말할 여유도 없이 필사적으로 에단의 검에 집중하고 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그저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압도적인 힘에 의한 공포.
지금껏 힘으로 수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그는 공포가 이리도 숨 막히는 감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도망쳐라.
본능이 속삭였다.
저 괴물 같은 자와 더 이상 싸워선 안 된다. 혼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깨달았다.
“루나 스피릿이 네놈에게 죽었구나……!”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녹주옥을 훔친 게 아니다. 저 손으로 루나 스피릿을 죽이고 빼앗은 것이다!
아크는 그 즉시 모든 힘을 쏟아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콰가가강-!
그는 모든 걸 내던지고 도망쳤다.
* * *
“끄으으으, 젠장, 젠장-! 도대체 저놈은 뭐냔 말이다!”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무력도, 자신했던 초인력도 통하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특성을 살려 체득한 기술들. 그 모든 기술이 어느 것 하나 통하지 않았다.
이런 끔찍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숨을 쥐어짜며 무작정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솜털이 삐죽 서는 느낌과 함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따라올 수 있단 말인가.
아크가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흡사 미끄러지는 것처럼 땅을 달리는 에단이 보였다.
“미친…… 어떻게 저런 신기가 가능하단 말이냐.”
당황한 아크가 빠르게 방향을 돌렸다. 이대로 달려 봐야 그대로 붙잡힐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젠장…….”
절벽이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절벽.
더 이상 도망칠 길이 보이지 않자 체념한 아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적어도 네놈에겐 죽지 않을 거다. 차라리 내 손으로 직접 목숨을 끊겠다!”
결의에 찬 말과 함께 아크가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절벽에 도착한 에단은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 * *
“반드시 알려야 한다, 반드시. 회의 앞날에 큰 방해가 될 놈이야.”
찰박-. 찰박-.
절벽 아래.
그곳에 흐르고 있던 물에서 빠져 나온 11사도는 넝마짝이 된 채로 걷고 있었다.
다른 사도들과 회주에게 반드시 놈에 대해 알려야 했다. 또한 12사도인 루나 스피릿이 죽었다는 사실 또한 알려야 했다.
“아마 내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겠지. 멍청한 놈.”
분명 놈은 자신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으리라.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당연히 그리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크는 명색이 회의 11사도였다.
샤아아악-.
그의 심장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생명력.
사도에게만 내려지는 문 마더의 힘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면 그 즉시 활성화되는 강력한 치유의 힘이었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서…….”
찰박-. 찰박-.
그때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아크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럼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찰박-.
분명 지금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였다.
아크는 천천히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찰박. 찰박.
저 멀리에 검은 인영이 보였다. 그 검은 인영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아크의 표정에 공포가 깃들었다. 상처가 대부분 치유되었음에도 온몸이 마구 떨려 왔다.
검은 인영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샤악-.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 서리검이 그 날카로운 검신을 자랑했다. 이어서 에단이 웃는 낯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말이야. 너희들이 얼마나 바퀴벌레 같은 놈들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고 버텨서 결국엔 살아 나가지.”
아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직접 내 손으로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너희들이 죽었을 거라 믿지 않는다.”
“문 마더시여…… 정의로운 어머니시여…….”
“실컷 빌어 보거라. 그 기도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 네놈……!”
“왜냐면 나도 내 신께 빌었거든. 네 기도가 닿지 않았으면 한다고.”
에단이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아크는 절망에 찬 눈빛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저항할 의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아크를 보며 에단이 비릿하게 웃었다.
“힘을 안 내려 주셨나 보네.”
아크는 무어라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 계속해서 문 마더의 이름을 되뇔 뿐이었다.
“그럼 내 기도가 확실히 닿았나 보군.”
에단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