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5)
신들의 구독자 195화
195화. 램스데일령으로
‘연수회 전에 준비를 해 둬서 다행이군.’
에단은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보았다.
‘검성이 주도하는 신입 교사 연수회야.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자리지.’
검성은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그 성격은 달의 추종자들 같은 이단 세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종잡을 수 없으니 회유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었으니.
‘달의 추종자들에게 있어 검성은 너무나도 큰 변수다.’
검성과 달의 추종자의 충돌은 에단이 기억하는 것만 해도 십여 번이 넘었다.
‘검성의 성향에 안 맞거든. 그런 음습한 놈들은.’
그러다 보니 달의 추종자들 역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검성을 제거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마침 열리는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는 놈들이 검성을 제거하기에 시의적절한 상황이었다.
‘본래는 크게 다친다.’
그 일로 검성은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검성으로 남으나, 두고두고 자신의 한 팔을 잃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졸지에 내가 변수가 됐군. 사도를 둘이나 처리했으니, 이번 연수회에 달의 추종자 놈들이 습격할지 알 수 없어.’
하지만 항상 최악을 가정해야 하는 법.
‘놈들이 온다고 생각한다면, 연수회 전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길 잘한 거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나 강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출발 전.
마지막으로 도착한 에단까지 총 다섯 명의 신입 교사가 단상 앞에 섰다.
검술과 신입 교사는 에단과 시론, 두 명이었고 마법학부 쪽 신입 교사는 총 다섯 명이었다.
하지만 다섯 명 중 두 명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석 불가.
때문에 마법학부 쪽은 세 명의 신입 교사가 이번 연수에 참여했다.
‘나디아, 이리스, 그리고 하르 드메카.’
드메카 가문.
십이성에는 못 미치지만 꽤 유명한 가문으로, 저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드메카의 혈통이 지닌 특징이었다.
‘하르 드메카도 꽤 실력이 있지.’
시간이 지나 백색의 마법사라 불리게 되는 인재다.
‘우리 친목회에 넣어 두면 좋지.’
여러모로 인맥은 만들어 둬서 나쁠 게 없다.
“다들 잘 쉬었나? 표정들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잘 쉰 것 같군.”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온 교장이 신입 교사들의 얼굴을 살폈다.
“신입 교사 연수회는 여러분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행사일세. 다른 아카데미의 신입 교사들과 교류하며 그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배울 수 있고, 또한 연수회의 교육을 통해 교사가 꼭 가져야 할 능력도 배울 수 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교장이 이번 연수회에 참가한 아카데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이번 연수회엔 총 네 개의 아카데미가 참여하네.”
이베카 아카데미, 프레이야 아카데미, 코빙턴 아카데미, 그리고 구드 아카데미였다.
하지만 이베카가 신경 써야 할 건 프레이야 아카데미였다.
이베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프레이야에게 빼앗겨 버렸으니까.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의 총괄은 감사하게도 검성께서 맡아 주셨다. 검성께선 이번 연수회를 굉장히 빡빡하게 운영하실 거야. 아마 굉장히 힘들겠지. 그분은 경쟁을 몹시 좋아하시니, 아카데미 간 경쟁을 할 수 있는 과목이 굉장히 많을 거야.”
교장의 말에 에단이 실소를 흘렸다.
검성의 성격대로 진행된다면 아카데미 간의 교류가 아닌 대전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적당히 보여 주게나. 알겠지?”
교장이 그렇게 말하곤 에단과 눈을 마주쳤다.
에단은 그런 교장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적당히, 하지만 너무 적당히 하진 말라는 거겠지.’
교장이 손짓하자 기사학부의 학부장과 마법학부의 학부장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 뒤를 따라 다른 교사 한 명이 단상 위로 올랐다.
“각 학부의 학부장과 클라우디 하이드 선생이 함께할 걸세. 다들 알지 모르겠지만 클라우디 선생이 신입 교사였을 무렵 우리 이베카가 신입 교사 연수회에서 1등을 했었지.”
교장이 흐뭇한 얼굴로 클라우디를 보았다.
“물론 그 이후엔 단 한번도 1등을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번엔 다르겠지. 올해는 우수한 신입 선생들이 들어왔으니까.”
그러면서 교장은 기대가 담긴 눈으로 다섯 명의 신입 교사들과 한번씩 시선을 마주쳤다.
그 시선에 시론 램스데일이 가장 눈을 불태웠다.
시론에게 있어서 이번 연수회의 장소는 제집과도 같은 곳이었다.
또한 검성인 할아버지의 성향 역시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어드밴티지를 가지고도 이번 연수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건 굴욕이었다.
시론이 에단을 슬쩍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에단이 규격 외의 괴물 같은 자일 뿐이지, 에단이 없으면 이베카의 유망주는 당연히 자신이었다.
순간 이리스와 시론의 눈이 마주쳤다. 똑같이 에단을 보다 눈을 마주쳤으니, 둘은 곧 피차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다른 아카데미에는 에단이 없다. 자신들은 에단이라는 괴물을 겪어 봤기에, 누굴 상대하더라도 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했다.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
시론 램스데일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외침에 만족했는지 교장이 웃었다.
“가서 보여 주고 오게. 그리고 배우고들 오게나. 마음껏!”
* * *
신입 교사 연수회는 기본적으로 아카데미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 간의 실력을 증진시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연수회의 역사가 이어지면서 그 본질 역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으니.
언젠가부터 신입 교사 연수회는 각 아카데미가 뽑은 신입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대결하는 자리가 되었다.
신입 교사들의 수준에 따라 각 아카데미가 가진 현재의 위상이 확실하게 파악이 됐기 때문에, 은근슬쩍 아카데미에서도 경쟁을 부추기며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베카 아카데미는 신입 교사 연수회가 시작된 이래로 거듭해서 준수한 성적을 냈고, 클라우디 하이드가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 정점을 찍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미끄러지기만 했다.
1등은 항상 프레이야 아카데미였다.
뽑는 신입 교사 수준이 항상 높아 연수회 때마다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항상 신입 교사들을 인솔했던 기사학부 부장과 마법학부 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연수회 자체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 학부장이 슬쩍 에단을 보았다.
올해의 이베카엔 에단 휘커스가 있다.
이 괴물 같은 신입 교사가 있는 이상 올해 신입 교사 연수회 1등은 이베카 아카데미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두 학부장이 에단을 쳐다보고 있을 때, 다른 신입 교사들이 하나둘 에단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잘 지냈습니까, 에단 선생님?”
“잘 지냈어요, 에단 선생님?”
“표정이 엄청 좋으신데요! 뭔가 조금 더 다부져지신 거 같아요.”
세 선생들 또한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에 대비해 충실한 방학을 보낸 듯 보였다.
특히 가장 표정이 좋은 건 이리스였다.
‘강해졌네.’
호루스의 눈으로 살피니 이전과는 움직임이 달라져 있었다. 마나의 흐름 또한 굉장히 안정되어 있었다.
반면에 나디아는 척 보기에도 상태가 가장 안 좋아 보였다.
‘집안 사정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을 테니까.’
사실 에단은 나디아가 이번 연수회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참여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십이성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데다가 전대 가주가 현 제국의 재상을 지내고 있는 가문이니까.’
게다가 나디아 본인 역시 그 체른카스텔 가문 내에서도 잠재 가치가 높은 숨겨진 원석이다.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좋겠지.’
“잘 지내셨습니까, 선생님들. 보시다시피 꽤 바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죠. 드디어 우리가 활약할 날이 오지 않았습니까.”
우리. 그 말에 세 선생들이 내심 호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에단은 홀로 대표로 나가도 우승을 점칠 수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에단이 우리라고 말해 주니 마음이 무척이나 든든했다.
그럼에도 다들 약간 긴장한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특히 살짝 거리를 두고 서 있는 하르 드메카는 이 자리가 굉장히 어색한 것처럼 보였다.
에단이 하르를 보자 이리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르 선생님과는 친해져 보려고 몇 번 도전을 했었거든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를 따돌리는 건가 의심할 법한 모습이었으니, 이리스가 한숨을 내쉬며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엄청 밀어내시더라고요. 대답도 잘 안 하시고. 그러다 보니 신입교사 연수회도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함께 가는 거니.”
에단이 하르에게 손짓했다.
“하르 선생님!”
에단의 말에 하르가 살짝 고개만 돌려 이쪽을 보았다. 에단도 굉장히 창백한 편이었지만 하르는 창백한 걸 넘어 투명한 수준이었다.
“……네?”
목소리 또한 힘이 쭉 빠진 듯한 목소리였다.
‘다 죽어 가던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군.’
그녀는 동병상련이 느껴질 정도로 에단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같은 동기 교사인데. 뵙는 건 처음인 듯합니다. 여기 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시죠.”
“아니요, 저는……괜찮아요.”
하르의 대답에 이리스가 보란 듯한 눈으로 에단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에단은 계속해서 하르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드메카 영지를 갔었는데 말입니다. 특산물이라는 과일들이 대단하더군요. 그렇게 싱싱한 과일을 본 건 처음입니다. 몸에도 좋다고 하길래 얼마나 좋을까, 그냥 하는 말 아닐까 했었는데 말이죠. 그 맛이 다른 과일과는 정말 다르더군요.”
에단의 말에도 하르는 조용했다. 그러나 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그녀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 거니까.
“그 노란색 사과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과와 달리 단맛이 굉장하더군요. 재배하면서 그 단맛을 극대화시키려고 여러 포션들을 뿌린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과에 포션을 뿌리고 굳혀 사탕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더군요. 그것도 꽤 괜찮았습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하르가 눈을 껌뻑거리며 에단을 보더니 이내 옅게 미소를 지었다.
“……맛있죠? 그건 설탕 사과라는 거예요.”
“……?”
하르가 저렇게 대답하는 건 처음 봤는지, 이리스와 나디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르 선생님, 입고 계신 로브가 그냥 하얀색이 아니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르가 에단 일행 쪽으로 아주 살짝 다가왔다.
“보아하니 염료를 좀 섞은 거 같은데. 하얀색이 정말 다루기 까다로운 색 아닙니까. 그 색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실 줄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하르 선생님.”
그냥 하얀 로브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하얀색이 아니다. 살짝 아이보리빛이 돌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보리색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아이보리색, 아니, 앤틱한 느낌이 더 크니 앤틱 화이트라고 해야 할까요?”
에단이 색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꺼내자 하르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르 선생님이 눈을 저렇게 크게 뜬다고?”
“말도 안 돼요, 제가 전에 하르 선생님이 크게 넘어진 걸 앞에서 봤을 때도 저렇게 눈이 안 커졌다고요!”
나디아가 입을 벌렸다.
“보는 눈이…… 좋으시네요.”
하르는 어느새 에단의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시론은 어느새 그 옆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시론은 문득 하르와 에단을 보았다. 에단은 이전보다 조금 더 다부져 보였지만 처음 봤을 때에 비해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창백해 보이는 두 사람이 붙어 있으니, 머릿속에 여러 이야기가 절로 그려지는 듯했다.
“……포션이라도 한 병씩 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
시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에단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에단은 호루스의 눈을 사용해서 옆에 선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역시.’
에단은 방금 전 하르가 가까이 다가올 때부터 호루스의 눈으로 그녀의 걸음걸이를 봤었다.
‘냉기가 가득한 기술을 배우면 저렇게 탈이 나기 마련이지.’
호루스의 눈으로 꿰뚫어 본 하르의 몸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딱 경계선에 걸쳐 있다. 저걸 극복해 내면 백색의 대마법사가 되는 거고, 그러지 못하면 내상을 입어 평생 마나를 못 쓰게 되겠지.’
물론 그녀는 저 위기를 이겨 내고 백색의 대마법사가 된다.
‘이번에도 투자를 해 보자고.’
어차피 성공할 일에 한 발 걸쳐 이득을 본다. 드메카 가문 또한 고위 귀족 가문 중 하나니, 연을 만들어 두어 나쁠 건 없다.
“저희 다섯 명은 이베카를 대표해서 연수회에 가는 겁니다. 그러니 연수회 기간 동안은 한 몸이나 다름없죠. 그러니 필요한 게 있다면 부담 가지지 말고 말해 주세요. 서로 최대한 도웁시다.”
분명 같은 신입 교사인데, 에단은 마치 베테랑 교사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상할 법도 했지만 워낙 술술 말하는 데다 1학기 때 보여 주었던 그 임팩트가 컸던 탓에 동료 교사들은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심지어 그를 바라보는 눈빛엔 신뢰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르 또한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일행은 거대한 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자신의 영지에 가는 일이었으므로 시론 램스데일이 가장 빠른 지름길로 일행을 안내했다.
“다들 너무 긴장할 필요 없네. 이번 연수는 전부 신입 교사들끼리 진행하는 거니. 신입 교사들이 미숙한 건 당연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각 학부의 학부장들이 교사들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클라우디에게 눈짓했다.
신입 교사 연수를 가장 최근에 받은 게 클라우디였으니, 지금은 그의 조언이 필요한 때였다.
“앞서 학부장님들의 말씀대로다. 다른 교사들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인 신입 교사란 것만 알아 두면 된다. 다들 똑같이 한 학기를 보냈을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클라우디가 말했다.
“평소 하던 것처럼 하면 되네. 그리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저기 있는 저 선생을 보면 돼.”
그렇게 말하고는 에단을 가리켰다.
“웬만하면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그 말에 에단이 씩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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