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7)
신들의 구독자 197화
197화. 이미 시작됐다
이베카 아카데미의 에단 휘커스.
그리고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카이 펠릭스.
같은 시기에 구드 아카데미에 신입으로 들어간 두브라브카는 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지만, 저 두 사람이 올해 신입 교사 중에선 제일가는 실력자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실력 차이가 나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들이 교육 방식도 그랬지만 그 교육을 이행하는 본신의 실력이 굉장히 궁금했던 것이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두브라브카는 눈앞에 서 있는 에단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에게도 기회는 있다.
여기서 에단을 때려눕히고 신입 교사 연수회에서 구드 아카데미의 이름을 높이 내세우리라.
‘어쩌면 카이 펠릭스도 소문만 무성한 잔챙이일지도 몰라.’
두브라브카가 피식 웃었다.
“겁먹었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다. 자기 아카데미를 모욕한 이를 두고 보고만 있다니. 그 어떤 학생도 그대 같은 이에겐 가르침을 구하지 않을 거다.”
“혀가 길군.”
“이 건방진 자가…… 지방 귀족 출신이라 그런지 아예 말이 안 통하는군. 그래, 좋다. 먼저 덤벼라!”
식당에 있던 이들 대다수가 두 사람의 대련을 보겠다고 밖으로 따라 나왔다.
밖에 있던 이들도 대련을 한다는 소리에 멀찌감치 서서 구경에 나섰다.
그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거리를 두고 서니 자연스럽게 대련장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둘의 대련을 기대했다. 그 속에서도 특히 에단의 이름이 드문드문 언급되었다.
두브라브카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에단 휘커스에 대한 소문은 이곳저곳에 퍼져 있는 상태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단심문국과도 친분이 있다 하더라고. 신입 심문관들을 완전히 베테랑처럼 교육을 시켜 놨다던데?”
“허어,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어려웠을 텐데. 그럼 실력은 진짜라는 거 아닌가.”
“하지만 모르는 법 아니겠어? 교육과 자기 실력은 별개니까 말이야.”
다들 기대하며 둘의 대련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두브라브카는 슬쩍 이베카 쪽의 선생들을 보았다.
통솔자로 보이는 교사들은 이번 대련에 손을 놓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것 또한 신입 교사가 겪어야 할 일이라고 본 걸지도 모른다.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교사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저 무시무시해 보이는 자가 그 클라우디 하이드인가 본데. 확실히 최단기 마스터가 될 정도긴 하네.’
어찌 됐든 저 셋이 대련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승산은 분명 자신에게 있었다.
두브라브카는 이번 대련으로 에단 휘커스의 명성을 모조리 빼앗아 올 생각이었다.
이긴다면 모든 걸 다 얻을 수 있다.
진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겠지만 질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와라!”
검을 뽑아 든 두브라브카가 에단에게 손짓했다.
에단은 검을 뽑지도 않고 검집채로 휘둘렀다.
마치 검에 휘둘리는 것만 같은 모습에 두브라브카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얼마나 우습게 봤길래 저따위 실력으로 나섰단 말인가.
에단이 검집째로 휘두르는 모습에 구경하는 이들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시론을 포함한 교사들은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다.
에단의 실력에 대해 잘 모르는 하르만이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두브라브카가 무작정 덤벼드는 에단에게 자신의 검술을 펼쳤다. 무척이나 부드러운 검술로, 상대는 베이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크게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뻐억-!
“억!?”
그러나 상황은 그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에단이 순식간에 두브라브카에게 파고들더니 방금 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정확하게 두브라브카의 어깨를 노려 검집을 찔러 넣은 것이다.
어깨를 찔린 두브라브카가 신음을 내뱉었다. 엄청난 고통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의아함이 들었다.
“뭐, 뭐야, 무, 무슨 일이…….”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빨리 에단이 접근했다. 두브라브카는 인상을 쓰며 검술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았다. 에단은 두브라브카의 검을 피해 내고 또다시 검집을 휘둘렀다.
“끄으으!”
에단은 두브라브카의 어깨와 허리를 다시금 찔렀다. 그러자 어깨가 들어가고 허리가 아까보다 더 유연하게 돌아갔다.
뭔가 이상했다. 에단의 공격에 자신의 자세가 바뀌고 있었다.
분명 별거 없어 보이는 에단이었건만. 방금 그 두 번의 공격으로 두브라브카는 깨달을 수 있었다.
실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곧이어 에단이 꺼낸 말이었다.
“흐르듯이 부드럽게. 부드러움으로 단단하고 강맹한 공격을 상대하는 검술인데, 너무 뻣뻣해. 마나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고.”
“가르친다고? 나를 여기서……?”
이런 방식의 교육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이 몸으로 직접 겪고 있으니, 두브라브카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에단은 의도적으로 힘을 잔뜩 실어 검집을 휘둘렀다.
두브라브카는 자신의 학생이 아니다. 오히려 연수회에서 경쟁을 해야 할 상대다.
물론 제대로 된 경쟁이 될 것 같진 않지만.
에단은 본머슬 컨트롤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그의 자세를 하나하나 교정해 주었다.
뻐억-! 뻐억-!
두브라브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에단의 검집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그렇게 다섯 번 정도를 찔러 넣으니 두브라브카의 검술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제야 구경꾼들도 이 대련이 평범한 대련이 아님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지금 뭐 하는 건데?”
“뭘 하고 있는 거지?”
“설마, 지금 자세를 교정해 주고 있는 거야?”
이전과 달리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두브라브카의 모습에 구경꾼들이 크게 놀랐다.
확실했다. 에단은 두브라브카의 자세를 교정시켜 주고 있었다.
“저게 가능한 건가?”
“저렇게 찔러서 자세를 교정해 주다니. 어마어마한 실력 차이가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 아니, 실력 차이가 있더라도 저렇게 할 수 있나?”
“같은 교사인데 저렇게까지 자세를 고쳐 줄 수 있다니.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네!”
두브라브카와 동행하던 동료들의 표정이 한없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와…….”
에단의 실력은 절로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그들 역시 같은 교사였다. 검술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잘못된 자세를 교정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저렇게 대련 도중에 자세를 교정해 줄 수 있다니.
듣도 보도 못한 교육 방식이었다.
쓰윽-.
시론이 그 광경에 괜스레 뿌듯해져 콧김을 뿜었다.
“다들 놀랄 줄 알았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포션 만드는 건 여기서 보여 줄 수가 없겠네요.”
이리스가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단은 검술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소양도 훌륭하다.
그걸 보여 줄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아쉬운 건 학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으음…….”
“역시 에단 선생은 우리 기사학부의 자부심이지.”
“큭…….”
지금 이 대련에선 마법을 아예 보일 수가 없으니, 지켜보는 마법학부 학부장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뻐억-!
한 번 더 에단의 검집에 찔린 두브라브카는 그대로 검을 내리고 물러섰다.
“허억…… 허억…….”
찔린 부위가 무척이나 아팠다. 게다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전과 다르게 누그러져 있었다.
웬만한 실력이어야 질투도 하고 증오도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의 대련은 무의미했다. 이 자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미안하오…… 에단 선생의 말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건데…… 괜히 객기를 부렸소.”
그러고는 깊이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알면 됐소. 하지만 전적으로 그쪽 잘못은 아니니 자책하진 마시오.”
에단이 가볍게 검집을 다시 차고는 말했다.
“그 도박꾼들, 진짜 도박꾼들이 아니니까.”
* * *
검성이 임시로 마련한 사무실 안에 세 명의 사내가 모였다.
“에단 휘커스의 실력은 진짜입니다.”
“엄청나더군요. 이번 연수회는 카이 펠릭스의 독무대라고 생각했는데, 에단 휘커스의 실력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반면 구드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감정에 휘둘리는 편입니다.”
외눈 안경을 낀 한 명은 고급스런 탁자에 앉아 양피지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다른 둘은 무릎을 꿇은 채 보고를 하는 중이었는데, 이들은 식당에서 분란을 일으킨 도박꾼들이었다.
“흐음, 그래?”
양피지를 건네받은 외눈 안경의 사내가 보고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가 빠른 속도로 내용을 읽은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중반부부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반복해서 그 내용을 읽었다.
“이게 맞나?”
“예, 저희도 보는 내내 믿기지 않았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외눈 안경 사내가 한껏 인상을 썼다. 양피지엔 에단이 같은 교사인 구드 아카데미의 두브라브카를 교육시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대련 중에 말이다.
“검집으로 찔러 상대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다른 움직임을 취하게 만들었다는 거지?”
“예, 평소에 아카데미에서 보이던 교육 방식 그대로라고 합니다.”
“두브라브카는 에단 휘커스를 아예 때려눕힐 생각이었고?”
“예, 그런 마음가짐이었음에도 철저히 에단의 의도대로 움직였습니다.”
그 말인즉슨 에단 휘커스의 실력이 두브라브카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베카의 교사들과 통솔자들도 에단 휘커스를 믿고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같은 교사를 교육할 정도로 월등한 실력, 거기에 동료 교사들에게 엄청난 신뢰까지 받고 있다니.
“흐으음, 이래선 도련님이 묻히는 상황인데 말이야.”
“저흰 그저 본 그대로 적었을 뿐니다, 총관님.”
외눈 안경 사내는 렘스데일 가문의 총관이었다.
“검성께서 좋아하시겠군.”
그는 렘스데일 가문의 모든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하는 검성의 직속 부하로, 이번 연수회 또한 그의 손을 통해 진행되고 있었다.
본래라면 시론 램스데일이 이번 연수회에서 크게 부각되어야 했지만 그쪽엔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검성의 명령 때문이었다.
“이베카로 쳐들어가셨을 땐 무슨 일이라도 날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별일 없이 돌아오셨지. 왜 그러셨나 했는데, 바로 이 에단 휘커스 때문이군.”
여러모로 가문의 기대를 받는 시론이 밀리는 형상이다 보니 처음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에단 휘커스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실력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시론이 밀리는 게 당연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어.”
“그…… 추가로 보고를 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만.”
“추가 보고? 뭔데.”
“에단 휘커스가 저희 정체를 꿰뚫어 본 것 같습니다.”
“꿰뚫어 본 것 같다? 너희들, 혹시 시론 도련님한테 들킨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닙니다. 시론 도련님은 저희를 몰라보셨습니다.”
보고를 받던 사내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자세히.”
“어디까지나 느낌입니다만, 처음부터 저희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저희를 흔한 도박꾼으로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적으로 감일 뿐이었으나 지금까지 이 감이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에단이 의도적으로 기운을 흘렸을 때 그 짐작은 확신이 되었다.
“저희의 정체를 간파하고 있다는 양 일부러 티를 냈습니다.”
“오호라.”
그 말에 사내가 씩 미소 지었다.
“보고받은 대로 큰 포부를 말할 정도의 실력은 되나 보군.”
이베카 아카데미의 신입 교사 수석으로 확정되면서 1년 안에 마스터가 되겠다고 선언했다고 들었다.
거기에 더해 프레이야에게서 1등 자리를 되찾아 오겠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하지만 올해 프레이야엔 카이 펠릭스가 있다.”
그가 몇 시간 전 올라온 카이 펠릭스에 관한 서류를 슬쩍 보았다.
연수회는 이미 시작되었다. 때문에 프레이야 아카데미 쪽에도 도박꾼으로 위장한 검성의 부하들이 간 상태였다.
보고받은 바로는 카이 펠릭스 또한 도박꾼들의 정체를 간파하고 아주 무난하게 상황을 돌파했다고 했다.
“하지만 적극성이 없었다지. 아마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 같고…… 이번 연수회는 재밌게 진행되겠어.”
총관이 이번 연수회 입교 시험 점수를 써 넣었다.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은 자는 단 두 명이었다.
카이 펠릭스 95점.
그리고 에단 휘커스 100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