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8)
신들의 구독자 198화
198화. 신입 교사 연수원 (1)
“여기가 바로 램스데일령입니다!”
검성의 영지이자 시론 램스데일의 고향 램스데일령.
이곳은 다른 영지와는 입구부터가 달랐다.
웅장함, 그리고 그 어떤 공격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요새 같아.”
렘스데일령에 처음 온 하르 드메카는 놀란 눈으로 그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이 램스데일령은 요새 도시라 불릴 정도로 전쟁에 특화되어 발전한 도시였다.
검성이 워낙 젊었을 무렵부터 싸움에 미쳐 살았으니, 영지 또한 그에 맞춰 발전한 셈이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가며 영지의 보강을 거듭해 왔으니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
시론 램스데일의 안내 덕분에 일행은 연수회 일정보다 빠르게 램스데일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선생님들”
시론은 어느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 램스데일령은 사실상 모르는 곳 하나 없는 자기 집이나 다름없었으니, 다른 교사들에게 자신이 아는 좋은 곳을 안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보였다.
이전까진 에단이 일행의 주도권을 쥔 주역이라 생각했지만 이 램스데일령에 도착한 이상 주도권을 쥐는 것은 자신이라는 생각이 엿보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시론은 우선 램스데일령을 빠르게 한번 훑어볼 수 있게끔 코스를 짰다.
“와!”
“영주성이 엄청 커요!”
거대한 영주성과 활발한 시장, 아름다운 영지 내의 주거지, 그리고 램스데일령의 자랑인 5단 분수까지.
렘스데일령에 처음 온 신입 교사들은 시론의 안내에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하르는 평소와 달리 표정 변화가 극적이었다. 살짝이지만 얼굴에 열감이 느껴질 정도로 붉은 기가 올라왔다.
시론은 그 모습에 무척이나 만족했다.
이제 대망의 하이라이트를 보일 차례였다.
“여기가 저희 램스데일령에서 가장 맛 좋은 티 하우스입니다. 저도 매일 같이 찾았던 곳이죠.”
램스데일령의 티 하우스.
시론은 티 하우스의 주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금세 차를 주문하고 돌아왔다.
“사람이 굉장히 많군, 시론 선생.”
“근방 영지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맛이 좋거든요, 학부장님.”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을 보니 꽤 기대가 되는데.”
아리스와 나디아 또한 여러 티 하우스를 다녀 봤는지 시론의 자신감에 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에단은 차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대신 호루스의 눈을 사용해서 이곳저곳을 자연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차를 가지고 오는 접객원에게 고정되었다.
“주문하신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접객원의 말에 에단이 이어 말했다.
“어제는 급히 어딜 갔던 거요? 내가 좋은 정보를 주려고 했는데. 무조건 이베카에 걸라고. 빚도 낼 수 있는 만큼 내서.”
에단이 마치 아는 사이인 듯 접객원에게 말을 걸자 다른 선생들이 접객원을 쳐다보았다.
“아시는…… 분이십니까, 에단 선생님?”
분명 처음 오는 곳일 텐데? 시론이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
“어제 봤죠.”
그 말에 접객원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처음부터 다 알고 계셨군요.”
그러고는 클라우디와 두 학부장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제야 다른 선생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구드 아카데미와 트러블이 생겼던 어제.
에단은 두 사람이 진짜 도박꾼이 아닐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그 두 사람이 사라져 있었으니.
“그리고 사죄드리겠습니다, 도련님.”
“네?”
시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접객원의 얼굴이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버니?”
“예, 도련님. 접니다.”
“어제의 그 도박꾼도 버니였어?”
“제 부하였습니다.”
“와, 그럼 그때부터 연수회가 시작된 거야?”
“예, 아시다시피 검성께서…….”
“알아, 알아. 괜찮아, 사죄할 필요 없어. 할아버지의 성격이야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시론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걸 못 알아보다니, 참.”
“알아보는 게 신기한 겁니다.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도련님.”
“아, 소개가 늦었네요. 이쪽은 버니, 저희 할아버지 직속 부대의 대원입니다.”
“버니라고 합니다.”
버니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인솔자이신 두 학부장님과 클라우디 선생님께서는 알고 계실 테지만, 신입 교사분들은 모르실 테니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네?”
“이미 시작됐다고요?”
“…….”
마법학부의 세 교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신입 교사 연수회의 모든 평가는 아카데미 단위로 채점됩니다. 식당에서 싸움을 중재하시고 대련을 통해 구드 아카데미의 교사분과 대련한 모든 행동이 점수로 기록되었습니다.”
그 말에 클라우디 하이드가 팔짱을 꼈다.
출발할 때 말했던 것처럼 웬만한 건 에단이 잘 처리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이번 연수회에서 많은 걸 배우고 평가를 받고 싶은데.”
“이후의 시험도…… 마찬가지인가요?”
하르가 묻자 버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입교 시험만 비밀리에 치러졌습니다. 따로 이야기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검성께서 직접 내리신 지시였기에 비밀을 지켜야 했습니다.”
버니가 그렇게 말하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일단 마시면서들 듣자고요.”
시론은 몹시 속이 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온전히 자신의 실력 부족이었다. 오히려 할아버지의 수족들을 간파해 낸 에단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불같이 화가 났을 텐데 이제는 아니었다.
에단 덕분에 부족한 점은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부족하다고 해서 평생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걸 인정하고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
생각을 정리한 시론은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교사들에게 차를 권했다. 씁쓸한 마음은 뒤로 넘겨 두고 일단은 이곳 티 하우스의 차를 자랑하고 싶었다.
시론의 제안에 따라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씩 마신 교사들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와…….”
“이거 향이…….”
“맛있어요…….”
시론이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가 느껴질 정도로 그 맛이 훌륭했다. 에단 또한 감탄하며 차를 홀짝였다.
‘오.’
티 마스터를 휘커스 영지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순간 에단과 클라우디의 눈이 마주쳤다. 클라우디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건 결국 입맛이 비슷하다는 뜻.
꽤 오랜 기간 차를 즐겨 온 클라우디이기에, 좋은 차를 알아보는 안목만큼은 자신의 수준이 훨씬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마실 만큼 마셔 봤거든.’
차는 마나의 흐름을 촉진시켜 빠른 마나 회복을 돕는다. 그래서 에단은 차를 포션처럼 마셔 왔다.
“어떠십니까.”
“훌륭합니다, 시론 선생님. 이런 곳에 데려와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핫.”
에단의 칭찬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 시론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른 교사들도 시론을 칭찬했다.
“너무 좋아하는군, 시론 선생. 마치 직접 만든 것처럼.”
“아, 제가 만든 건 아닙니다만…….”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래도 뭐, 안목은 아주 괜찮군.”
“가, 감사합니다.”
앞말은 그저 머쓱하기에 한 말일 뿐, 사실 뒤쪽이 본론이지만 에단이 그것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차를 한잔씩 마시고 난 이후, 버니가 다시 설명을 이었다.
“이번 연수회는 5일간 총 세 가지 과정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아카데미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서 진행되는 연수이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교육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말은 그렇지만 믿을 에단이 아니었다. 저들은 이미 처음부터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검성은 줄 세우기를 좋아하니까.’
“우선 처음엔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법에 관련된 수업입니다. 다양한 강사분들을 초빙해 왔으니 여러 수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론 수업을 바탕으로 한 실기 시험입니다. 직접 강의를 하고 평가를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아카데미 경쟁 시험입니다.”
버니의 말에 한 교사가 물었다.
“아카데미 경쟁 시험이요?”
“예, 세 번째는 사실상 여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카데미 간에 모의 전투를 치르는 겁니다. 모의 전투는 각각 대련과 몬스터 토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검성답군.’
버니의 말을 들은 클라우디 하이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검성께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군요.”
“예, 맞습니다. 검성께서 이번 신입 교사분들이 모두 다 마스터 혹은 마스터 후보가 되었으면 하시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셨습니다. 후배들을 양성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니까요.”
물론 후배 양성의 이유는 자신과 한번 제대로 싸워 줄 인재가 나타나길 원해서긴 했지만 말이다.
‘강자들 중에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당장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교장도 그러니 말이다.
“클라우디 군, 이번 연수에 참여하길 바라는 눈빛인데?”
기사학부 학부장의 말에 클라우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는 있어 보입니다. 제가 연수회에 참여했을 땐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는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럼 이번 연수회의 성적 같은 건 어떤 방식으로 매겨지나요?”
나디아의 질문에 버니는 걱정 말라는 듯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이신 교사분을 초빙했습니다. 그분께서 전반적으로 이번 연수회의 성적을 채점하실 겁니다. 물론 수업도 하십니다.”
“네!?”
“마, 마스터요?”
“네.”
설마하니 마스터를 초빙해 왔을 줄이야. 현재 마스터 자격을 가진 교사는 그 숫자가 꽤 적었고, 아카데미가 아닌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국가가 아닌 아카데미에 소속된 마스터 교사가 한 명 있긴 했다.
“혹시 프레이야 아카데미에 계신 마스터 교사님이신가요?”
“아닙니다. 신성 제국 황궁에서 교사로 일하고 계신 르기아 님을 초빙해 왔습니다.”
르기아 말체르.
그 이름을 듣자마자 모두 표정이 굳어 버렸다.
“최, 최초의 마스터가…… 여, 여기 오셨다니.”
이리스가 크게 당황했다. 르기아는 신성 제국의 당대 황제를 가르친 교사이자 그 슬하의 황자와 황녀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했다.
신성 제국의 수많은 고위직들을 가르친 스승이 신입 교사 연수회에 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와! 꿈만 같아요! 언젠가는 꼭 르기아 님을 만나 뵙고 싶었는데!”
나디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옆에 앉은 하르 또한 긴장해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르기아는 교사 혹은 교사를 꿈꾸는 이들 모두가 선망하고 동경하는 롤 모델이었다.
“흠.”
클라우디도 꽤나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오로지 에단만 표정 변화가 없었다.
버니는 그런 에단의 표정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 르기아를 초빙했는데 표정 변화가 전혀 없다니.
마스터 교사 중에서도 제일 위에 있는 르기아 말체르도 에단에겐 그리 놀라운 존재가 아니란 말인가?
버니가 속으로 놀라는 가운데, 정작 에단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젠장.’
설마하니 르기아가 올 줄은 몰랐다.
‘그 사람이 초빙됐을 줄이야. 초빙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일 텐데.’
르기아는 에단의 스승이었다.
“어떻게 그 르기아 님을 초빙하실 수 있던 겁니까?”
사실 시론도 크게 놀랄 지경이었다. 검성의 인맥이 넓고 대단하다고 한들 르기아 말체르에게 닿을 정도는 아닐 텐데.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버니가 에단을 보았다.
“에단 휘커스 님을 말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