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9)
신들의 구독자 199화
199화. 신입 교사 연수원 (2)
“저를 말입니까?”
“예.”
르기아가 에단을 만나기 위해 연수회에 참석했다는 말에 모든 교사들의 시선이 에단에게 꽂혔다.
“설마, 아는 사이십니까?”
“아니요,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물론 에단이 된 이후로 만난 적이 없는 것뿐. 메판에서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었다.
황궁에 들어가 플레이할 때 항상 르기아와 만났고, 그로부터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
황궁 내에 르기아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 불렸지.’
그는 황궁에 있는 책 중 거의 절반 이상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절반도 그에 대한 저평가였지. 직접 만나 보니 알 수 있었어. 절반은 무슨, 전부 다 외우고 있었다고.’
그뿐만 아니었다. 당장 에단이 기억하기에 그가 직접 저술한 책의 수가 수백 권을 훌쩍 넘었으니, 공저한 책까지 따지자면 족히 천 권 이상은 될 터였다.
황궁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사람이기도 했다.
‘마스터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야.’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었다. 에단은 그런 르기아에게 교육을 받고 그의 방식을 많이 흡수했다.
지금 에단의 교육 방식은 르기아의 교육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거야 다 메판에서의 일이고, 지금은 딱히 연결 고리가 없을 텐데.’
어째서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인가?
‘엄청 바쁠 텐데. 이런 신입 교사 연수회에 참여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에단이 살짝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왜 저를 보고 싶어 하시는 겁니까?”
르기아는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교장처럼 컨트롤이 가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게다가 종종 에단이 예상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인물이라 여러모로 긴장을 해야 했다.
에단도 쉽사리 대할 수가 없었기에, 만약 그가 정말 자신을 만나러 온 거라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에단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게 아주 궁금하셔서 꼭 만나보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신성 제국의 황궁까지 이야기가 들어갔나 보군. 확실히…… 르기아라면 그 수업 방식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지.’
그가 추구해 온 교육 방식을 에단이 자기 식으로 다듬어 세상에 선보였으니, 그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르기아가 관심을 가질 만했다.
하지만 이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르기아 님뿐만 아니라 여러 교사분들이 오셔서 강의를 진행하실 겁니다. 비단 아카데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 오시니, 정말 많은 걸 배워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시론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검성이야. 일단 시작하면 확실히 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 분명 달성할 수 있는 업적도 많을 터.
에단은 거기에 더해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에서 큰 업적 하나를 달성할 생각이었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쉽지가 않거든.’
“이번 연수회는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진행될 겁니다.”
버니는 이번 연수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에단 일행을 영주성으로 안내했다.
“프레이야 아카데미 교사분들과 코빙턴 아카데미 분들은 이미 도착하셔서 휴식 중이십니다. 구드 아카데미의 교사분들도 연수가 시작되기 전까진 도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본격적인 연수는 내일부터 시작되니, 오늘은 편히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버니가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시론도 양해를 구하곤 버니를 따라 움직였다.
“가주님께 따로 인사를 좀 드리고 오겠습니다.”
“다녀오게.”
남은 교사들은 각자 배정된 방에서 짐을 풀었다.
‘설마 여기서 르기아를 만날 줄은 몰랐는데. 어중간하게 했다가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그렇다면 오히려 전력을 다해 실력을 보이는 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터.
“몸 좀 풀어 볼까.”
다른 아카데미의 교사들도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수회를 준비하고 있을 터. 그렇다면 가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몇 명 정도는 아는 사람들이 있겠지.’
* * *
구드 아카데미의 후발대, 두브라브카는 세상 침울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드 아카데미는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뉘어 램스데일령으로 이동했고, 선발대는 후발대가 겪었던 일을 조금 더 먼저 겪고 램스데일령에 도착한 상태였다.
“압도적이었습니다, 선생님들. 정말 손도 못 써 보고 졌습니다. 게다가 그 대련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하,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데요? 사실 말만 대련이지, 두브라브카 선생님은 엄청 흥분해 계셨다면서요? 어디 하나 부러뜨릴 기세였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상대를 교육할 수가 있는 건가요?”
팔짱을 낀 녹색 머리칼의 선생이 인상을 썼다.
“가트 선생님,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도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셔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두브라브카가 인상을 썼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경험인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게 어떻게 되냐고요.”
“나도 모릅니다!”
두브라브카는 버럭 화를 냈다.
“아니, 두브라브카 선생님이 당해 놓고 그렇게 화를 내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 옆에 있던 다른 선생이 두브라브카에게 말했다.
“대련 중에 교육을 받았다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란 겁니까! 그게 어떻게 되냐고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선생님들은 지금 내 실력이 바닥이라서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두브라브카가 항변했다.
“내가 약한 게 아닙니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러고는 다시 소리쳤다.
“그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 미친 수준인 거라고요!”
* * *
램스데일 영주성에는 무려 스무 개의 수련장이 있었다.
에단은 그중 제일 큰 수련장이라는 1수련장으로 향했다. 가장 큰 수련장이라 하니 자연스레 다들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다른 수련장으로 갔나?”
물론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 수련장 중앙을 한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큰 키, 단단해 보이는 몸, 목을 살짝 덮는 긴 머리칼에 깊은 눈.
고급스러운 의복에 비해 수수한 디자인의 검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쐐액-!
사내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검술은 일전에 본 두브라브카의 검술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 보였다.
아름답게 검을 휘두르고 회수하며 또 다시 휘두른다.
그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검술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후우.”
한 차례 검술을 펼친 사내가 검을 내렸다.
에단이 그가 누군지 금세 알아챈 것처럼, 그 또한 에단을 보고는 금세 정체를 알아차렸다.
“혹시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십니까?”
카이 펠릭스, 그가 에단에게 먼저 다가왔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카이 펠릭스 선생님.”
반가워하는 카이 펠릭스를 앞에 두고 에단이 난데없이 인상을 썼다.
“그런데 왜 검을 그렇게 휘두르십니까?”
방금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눴을 뿐인데, 무척이나 갑작스럽고 무례한 말이었다.
“……예?”
카이는 당황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본래 수련을 몰래 보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다짜고짜 지적을 한다니.
아무리 교사들이 직업병이 있다고 하지만 여기는 같은 신입 교사들이 다 같이 교육을 받으러 모인 연수원이 아닌가.
“화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굳이 작은 액자에 맞춰서 소박한 그림이나 그리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
카이 펠릭스가 굳은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의도적으로 그러는 거 같은데.”
에단의 말에 카이 펠릭스의 감정이 심하게 요동쳤다. 물론 그는 그 심란함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에단 선생님?”
“딱히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울 뿐입니다.”
에단이 씩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관심을 끊어 버리자 오히려 카이 펠릭스가 관심을 드러내며 말을 붙였다.
“갑자기 뜬구름 잡는 말씀을 하시다니. 이건 예의에 어긋난 행동입니다, 에단 선생님. 이런 분이실 줄 몰랐는데.”
“정말 뜬구름 잡는 말이라고 느껴지신다면야, 하시던 대로 열심히 수련하십시오. 저도 몸을 풀러 온 거라서.”
에단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입을 열지 않았다.
몸을 풀겠다며 에단이 멀찍이 떨어졌고, 카이 펠릭스는 에단을 흘끔흘끔 쳐다봤지만 더 이상 말을 걸진 않았다.
‘성공이군.’
에단은 카이 펠릭스의 검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카이 펠릭스가 왜 유명해지지 못했는가.’
단순히 형인 로하이 펠릭스가 승계 서열에 따라 가문의 모든 걸 차지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검을 보니 확실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검은 무척이나 절제되어 있었다.
‘아니, 절제는 좋게 말한 거고 사실은 그냥 대충 휘두르고 있어.’
그러면서 대충 휘두르는 것을 숨기는 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었다.
‘이 수련장을 가득 메울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작은 액자에 맞게 작은 그림을 그리려고 모든 노력을 쏟는 거지.’
물론 그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려고 하는 거라면 그 노력을 두고 칭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작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었다.
‘지독하게 당했나 보군.’
그의 눈빛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무력해. 전반적으로.’
에단은 그 부분을 정확히 간파해 냈다.
‘잠재력은 차고 넘쳐. 저 정도 인재를 이베카로 데리고 간다면.’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큰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내가 당긴다고 해서 올 사람이 아니니까. 저쪽에서 먼저 문을 두드리도록 만들어야지.’
미끼는 던졌으니, 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 * *
“여러 아카데미의 신입 교사들이여,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
빰- 빠바밤-.
성대한 입교식이 펼쳐졌다.
거대한 단상에 선 검성. 그 양옆의 악단이 저마다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쿵-! 쿵-!
그 앞에 이번 램스데일 신입 교사 연수원에 입교한 신입 교사들이 서 있었다.
첫 번째 줄은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교사들이 섰다.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신입 교사는 세 명이었다.
그 옆은 이베카 아카데미였다. 이쪽은 에단을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이베카 아카데미의 옆으로 구드 아카데미와 코빙턴 아카데미가 섰다.
각 아카데미에서 뽑은 신입 교사들은 다섯 명 내외였다. 가장 적은 수는 프레이야 아카데미로, 올해 뽑은 신입 교사가 겨우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교사 채용에 굉장한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이 세 명은 그 어려운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채용 시험을 뚫고 교사가 된 엘리트들이었다.
가장 앞에 선 카이 펠릭스와 엘리트 교사들의 모습에 다른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기가 죽어 움츠러들고 말았다.
지극히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물론 그건 이베카 아카데미를 제외한 일이었다.
이베카에는 에단이 있었으니, 교사들 모두 규격 외의 상대엔 내성이 있었다.
“오.”
그래도 카이 펠릭스의 모습엔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론은 카이 펠릭스를 보며 확실히 이겨 주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신입 교사 연수회는 아카데미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협약을 맺어 이루어지는 행사라네. 그러니 배울 수 있다면 자존심 같은 건 다 내려 두고 많은 것을 배우고 가게나. 그게 이 행사의 취지니까.”
마나가 담긴 검성의 목소리는 굉장히 강렬했다.
“하지만 그냥 배워서는 재미가 없겠지. 그래서 확실한 보상을 준비했다네.”
검성이 보상이라는 말을 꺼내자 다들 눈빛이 확 달라졌다.
“이번 연수회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낸 아카데미의 교사들에겐.”
꿀꺽,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젊었을 무렵 썼던 무기, 그리고 내 마나 연공법을 직접 가르쳐 주겠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