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18)
신들의 구독자 218화
218화. 작전 개시
“끄으으윽. 졌다, 졌어. 야,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강해진 거야?”
휘커스 영지.
에단의 전속 호위이자 휘커스 영지의 기사인 슈들렌 마르크의 앞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기사단장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휘커스 영지의 최강자는 기사단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를 슈들렌이 이어 가게 되었다.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들 역시 전부 다 슈들렌에게 진 이들이었다.
“옛날의 슈들렌이 아니야…….”
“무서워졌다고.”
“도대체 에단 도련님과 어딜 다녔길래 실력이 저렇게 늘어난 거지?”
예전의 슈들렌은 굉장히 성실하지만 그에 따른 실력은 갖추지 못한 이미지였다.
때문에 몇몇 기사들은 그런 슈들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사단의 전통을 운운하며 심한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폭언들은 고스란히 슈들렌의 재산이 되었고, 슈들렌은 그 전통을 이베카 아카데미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나…… 슈들렌에게 사과해야겠다.”
“난 이미 했다.”
“젠장, 나만 안 한 거야?”
기사단의 판도가 바뀌어 버렸다.
물론 기사단에 있어 강한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경력도 중요하고 그 외에도 중요한 건 상당히 많았다.
그럼에도 기사들이 슈들렌을 신경 쓰는 건 그가 에단의 전속 호위였기 때문이었다.
“에단 도련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물론 슈들렌은 다른 기사들의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사단 내의 사정이야 그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슈들렌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어진 시간 동안 단련을 이어 갔다.
특히 에단이 남겨 두고 간 훈련용 특수 골렘 덕분에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특수 골렘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영지 내에서 가장 강한 기사가 되어 버렸다.
“너, 아직 여력이 남아 있지?”
기사단장은 슈들렌이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싸웠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예,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구만. 그럼 아직까지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렷다?”
슈들렌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싶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에단 도련님은 그 야망의 끝을 알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제대로 보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력에 만족하고 안주해선 안 될 터.
자신을 선택하고 줄곧 믿어 준 사람이다. 에단 휘커스가 자신을 내치기 전까진 그를 위해 모든 걸 던질 생각이었다.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도와주지. 네가 이렇게 강해질 줄이야. 자그마한 꼬맹이가 많이 컸어.”
기사단장은 훌쩍 성장한 슈들렌을 대견하다는 듯 보았다.
“나단 도련님이 섭섭해하시겠는데? 도련님이 이번에 돌아오시면 네게 나단 도련님의 호위를 맡기려 했었으니까 말이야.”
슈들렌은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 당시의 슈들렌과 지금의 슈들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열정만 가득했던 신출내기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제법 연륜과 강함이 돋보였다.
정말 짧은 기간이었건만 이렇게까지 크게 성장할 줄이야.
“이래서 아이들은 금방 금방 큰다는 건가.”
“누가 들으면 제가 단장님 아들인 줄 알겠습니다. 진짜 단장님 아들이 들으면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정령 인형이란 거나 사 달라고 떼나 쓰지. 요즘 인형은 뭐가 이렇게 비싼지 원.”
“그래도 돈은 충분하시지 않습니까? 봉급이 엄청 올랐으니까요.”
“다 에단 도련님 덕분 아니겠냐. 나는 아내가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지 몰랐어. 역시 돈은 잘 벌고 볼 일이야. 하하핫.”
기사단장은 그렇게 말하며 슈들렌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휘커스가 계속 영지를 늘려 나가고 있는 건 알지? 이번엔 훈타 영지와도 합쳐졌어. 그런데 말이야. 그쪽에 도적놈들이 굉장히 많더라고.”
“아, 그 근방에 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놈들이 몬스터를 어떻게 길들였는지, 몬스터들을 끌고 내려와서 그쪽 영역을 계속 침범하고 있어.”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군요.”
“그래, 영주님께 말씀드려서 널 중심으로 병력을 꾸려 주도록 하마. 가서 확실히 하고 와라.”
기사단장이 그렇게 말하며 슈들렌의 등을 팍 쳤다.
“자랑스럽다, 슈들렌. 무슨 일이 있어도 에단 도련님은 꼭 지켜 드려라.”
“제가 죽어도 지켜 드릴 겁니다.”
* * *
마탑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사, 살려 주게. 제발, 제발 살려 주게!”
“내가 당신을 왜 살려 둬야 할까? 이유 열 가지만 대 봐. 1초에 한 가지씩 10초면 충분하지? 1, 2, 3…….”
예리카는 숫자를 다 세기도 전에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녀는 대마법사 헤카테가 마법 협회에 남겨 둔 모든 마법을 수습했다.
본래 갖고 있던 지식과 협회에 남아 있던 지식들을 합쳤으니, 예리카는 비로소 헤카테의 모든 것을 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예리카는 아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신경 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예리카는 동시에 마탑의 마법사들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 왔다.
“예리카 님이야말로 정통적인 마법 협회의 후계자시다!”
“예리카 님을 따라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굉장히 어렵다.
사실 예리카는 인간관계를 쌓는 데 굉장히 미숙했다. 오랜 도망자 생활 속에서 다른 이와 변변한 관계 하나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에단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지를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다.
특히 마탑의 마법사들을 어떻게 회유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다.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어야 했다.
에단이 어떻게 하는지 누차 봐 왔으니 협회를 접수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제, 제발!”
“내 계약주인 분이 그러시더라. 나쁜 놈들은 하나 같이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잘못을 빈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예리카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게 빌었을까? 너는 그 사죄를 얼마나 받아 줬을까?”
그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할아버지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생각하고 있자면 헛웃음만 나오는 이야기였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 잘못을 빈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예리카가 에단에게서 영향을 받은 게 또 하나 있었다.
일을 시작했다면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절대로 어중간하게 끝내선 안 된다.
“오늘부로 협회는 새로운 길을 걸을 겁니다.”
“와아아아아!”
“예리카 님 만세!”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마법 협회가 권한을 가진 건 어디까지나 외부의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리카에겐 이전의 협회장이 가지고 있던 권한을 가져와 다시 인정받는 일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에단 님의 도움을 받을 차례야.”
에단의 명령대로 협회를 접수했으니 다음은 에단의 차례였다.
* * *
“정말 가능하겠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두운 방 안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각자 다비드 상단 내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바깥에선 하나같이 대상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이들을 모은 건 에트닝이었다. 대상인들 앞에는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조건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조건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커.”
“맞네, 만약 이 일이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상단 내에서 가지고 있던 입지는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하지만 이렇게 모이신 걸 보니 다들 그 리스크를 지겠다는 생각이시겠죠. 여기 왔다는 것만으로도 리스크 아닙니까?”
에트닝이 미소 지었다. 이들 중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미 손익 계산을 다 끝낸 상태로 나온 것이다.
적어도 에트닝이 아는 대상인 중에 도전과 도박을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리스크가 크니 가능성이 있니 묻는 건 에트닝을 상대로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통하면 좋고 통하지 않더라도 나쁠 것 하나 없는 사소한 저울질이라 볼 수 있었다.
“역시 대상인님들이라 그런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손익이 확실하시군요.”
제 이득밖에 모르는 놈!
상인이 아닌 다른 이가 듣는다면 상당히 모욕적이라 여길 만한 말이다.
하지만 상인들에겐 비할 바 없는 극찬이었다.
상인이 1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건 오로지 돈이다.
신의, 믿음, 신뢰. 분명 상인에게 중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발판일 뿐.
에트닝의 칭찬에 대상인들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에트닝, 자세한 계획을 들어 보고 싶은데 말이야.”
이번 회합에 이렇게 많은 상인들이 참석한 순간부터 이미 대세는 기운 거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이미 에트닝이 이길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작전의 이름은 번개입니다. 속도전으로 순식간에 끝낼 생각입니다.”
* * *
오전부터 시작된 둘째 날 수업은 이제 딱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에단은 오늘 들은 모든 수업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제 시험만 잘 본다면 사실상 이베카 아카데미가 이번 연수회의 승리자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아쉬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질투라도 했을 텐데. 정작 에단은 수준 자체가 달랐다.
에단이 이 신입 교사 연수회에서 수업을 듣는 입장이 아니라 교육하는 입장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젠 에단을 보는 눈빛들이 첫째날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계획대로 됐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니 눈빛까지 바뀌었다.
이들은 이제 각자의 아카데미로 돌아가 에단에 대한 소문을 사방으로 퍼트려 줄 것이다.
‘마스터가 되려면 단순히 능력만 우수해서는 안 돼.’
상황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 대한 어필을 확실하게 하고 그 이야기들을 퍼트릴 수 있어야 해. 이래서 명성이 필수인 거지.’
점점 더 성녀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성녀는 확실히 절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론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르기아의 말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르기아에게 절멸증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르기아가 직접 성녀를 찾아가서 고친 줄 알았거든.’
그러나 르기아는 자신이 직접 성녀를 찾았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녀가 직접 르기아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왜지? 왜 직접 찾아온 거지?’
그렇다면 왜 에단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것인가?
에단이 절멸증에 걸린 걸 몰라서?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내가 절멸증이라는 걸 소문을 내면 된다.’
하지만 만약 그게 이유가 아니라면?
오히려 약점만 크게 드러내는 꼴이다.
현재 에단은 짊어진 게 많아진 상태라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었다.
‘모르겠군.’
에단은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성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이야.’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 에단 님.”
문을 열자마자 램스데일 분가원이 보였다. 마침 노크를 하려던 모습이었다.
“오후의 마지막 수업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강사이신 르기아 말체르 님의 개인 사정으로 마지막 수업이 잠정 보류됐다는 걸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잠정 보류요?”
에단이 의아해하며 묻자 램스데일 분가원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들 기대하고 계셨을 텐데. 저희도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터라…….”
“아, 예. 괜찮습니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변동 사항이 있을 시엔 곧바로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르기아의 개인 사정?’
분명 점심 이후에 만났을 땐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수업 준비에 한창이었을 텐데.
쿵쿵쿵-!
쿵쿵쿵-!
“이상하네…… 분명 안에 계실 텐데.”
쿵쿵쿵-!
“카이 펠릭스 님! 안에 계십니까?”
뭔가 이상했다.
‘설마.’
에단이 급히 카이 펠릭스의 방 앞으로 달렸다. 그러고는 곧장 검을 뽑아 방문을 두 조각으로 갈랐다.
“에, 에단 님?”
“없습니다.”
안에 카이가 없었다.
‘이 새끼들이 벌써?’
설마하니 이렇게 과감하게 움직일 줄이야.
에단이 문을 부수자 당황한 램스데일의 분가원들이 눈치를 보았다.
“다른 곳에 계신가 봅니다……?”
에단은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혹시……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
“너희들, 뭔가 알고 있나?”
“아니요, 전달받은 건 아무것도…….”
* * *
식당에 도착한 에단은 벽과 바닥을 살폈다.
에단은 달의 추종자 놈들이 움직이는 즉시 반응하기 위해 이전에 경비 조장이 흔적을 남긴 위치를 기억해 뒀었다.
‘역시 지워졌다. 경비 조장 말고도 내부의 첩자가 하나 더 있었어.’
에단과는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첩자다.
만약 에단이 봤으면 절대로 놓쳤을 리가 없을 테니까.
‘경비 조장 이외엔 외부에서 온 조력자가 없어. 그럼 램스데일의 분가 쪽일 수도 있다.’
에단은 달의 추종자의 흔적을 확인했다.
-속행.
에단이 한껏 인상을 썼다. 그리곤 방금 들었던 르기아의 개인사정을 떠올렸다.
‘일부러 눈을 돌려 놨군.’
르기아와 검성이 뻔히 지켜보는 이 시간대엔 절대로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늘.
‘그만큼 다급했다는 건가?’
달의 추종자 놈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한 일에 대해선 큰 리스크를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을 벌였다는 건, 분명 뭔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거야.’
그렇다는 건 틈이 있다는 소리였다.
‘카이 펠릭스에게 투자한 배당금이 이제 막 들어왔다고.’
“이놈들이 어딜 날름 가로채려고.”
에단이 곧장 뛰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