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
신들의 구독자 22화
22화. 시련 (2)
“대원들은 들으라!”
누군가의 위엄 넘치는 목소리.
행렬이 모두 그 목소리의 주인을 주목했다.
“이제부터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레이카르트는 현재 화룡왕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연설을 하고 있는 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공주인가.’
레이카르트는 제 2의 수도로 불릴 만큼 거대한 도시였다.
당연히 사람들도 많이 살았고, 귀족들의 별장이나 저택도 많았다.
그런 도시가 갑작스럽게 화룡왕에게 점령당한 상태.
그는 도시를 불태우고, 사람들을 잡아먹기까지 했다.
당연히 왕국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탈환대에 지원한 이중엔 그곳에 가족이 있거나 친구가 있는 이들이 많겠지. 당장 본 대장도 그렇다. 내 동생이 지금 그곳에 있다.”
본래라면 탈환대의 대장을 맡는 건 왕국의 로얄기사단장이 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로얄기사단장은 부대장이 되었고 대장은 공주가 맡았다.
철혈의 공주, 레아 마르티네스.
‘일곱 대재앙 중의 하나.’
에단이 들어온 시련은 일곱 대재앙 중 하나라고 불리는 화룡왕 지크문드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화룡왕이 무차별적으로 살육과 파괴를 저지르고 대도시인 레이카르트를 그대로 박살 내 버린 사건이었다.
‘사태를 정리한 건 탈환대장이라고 들었는데. 그 탈환대장이 공주일 줄이야.’
이러한 대재앙은 대륙의 힘을 약화시켰다.
거의 멸망에 이를 정도였으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문헌도 정보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대재앙이 벌어졌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달의 추종자 퀘스트를 하면 알 수 있는 정보들이지.’
그것도 자세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단편적으로 나온다.
‘레이카르트로 가는 길 자체가 험했다고 했지. 도착했을 땐 이미 3분의 1의 인원이 죽은 상태였고.’
레이카르트는 불타고 있었다고 했다.
‘정확한 결과까진 모르는데.’
메판의 고인물인 에단도 이 대재앙들에 대해서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퀘스트의 목표는 저 레아 공주의 한을 풀어 주는 거 같은데. 한이 뭐지, 도대체?’
이 탈환대의 목표는 레이카르트를 되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이카르트를 탈환하기만 하면 공주의 한이 풀리는 것일까?
“그러니 나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안다. 우리는 반드시 레이카르트를 탈환할 것이며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를 지켜 낼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연설이 끝나자마자 병력이 다시금 재배치되어 전진했다.
앞쪽은 강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뒤쪽은 비교적 약자들이 배치가 되었다.
에단은 당연하게도 뒤쪽이었다.
저벅저벅-.
다들 긴장한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쿠과가가각-!
그때 앞쪽에서 굉음이 일었다.
“흑색 전갈이다!”
“다들 대형 갖춰! 전방에 흑색 전갈!”
앞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흑색 전갈이면 그 대형 몬스터를 말하는 거지?”
“화룡왕의 부하인 것 같아.”
“일단 무작정 오긴 했는데.”
뒤쪽에 배치된 약한 사람들 중엔 제대로 싸워 본 적 없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탈환대에 참가할 정도라면 기본적인 실력은 있겠지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많았기에 앞에서 싸우는 소리만 들려도 몸이 크게 긴장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긴장을 하게 되면 제대로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한다.
“자네. 괜찮나?”
아까 탈환대에 왜 왔는지 물었던 30대 남자, 무린이 에단에게 물었다.
에단이 멍하게 계속 생각에 빠져 있어 다른 사람들처럼 무척이나 긴장한 게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전 괜찮습니다.”
물론 에단은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앞에서 분명 흑색 전갈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앞에서만 나타나지 않을 터.
“지금 이럴 때가 아닐세. 집중을 해야지! 정말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어. 자네가 젊으니 이야기하는 건데. 흑색 전갈 같은 놈이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우리의 실력으로는 절대 잡을 수가 없는 몬스터거든.”
콰앙-!
“쐐기 돌진!”
앞쪽에서는 이미 흑색 전갈과의 싸움이 시작된 듯했다.
“흑색 전갈은 무려 레벨이 50이 훌쩍 넘는 몬스터야. 거기에 대형 몬스터라 같은 레벨이라도 그 위력 자체가 달라. 저 꼬리에 찔리면 그대로 꼬챙이가 돼서 죽어.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도망치게. 살아 있어야 복수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무린이 힘 주어 말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앞에 배치된 분들은 전부 다 강한 사람들뿐이니까. 특히 철혈의 공주님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그가 말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굉음이 일었다.
쿠구구국-.
지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콰가강-!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깨졌다.
“어어!?”
“어어……!”
뒤쪽의 사람들이 당황했다.
땅속에서 나타난 건 매끈한 몸체를 지닌 흑색의 전갈이었다.
4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 그리고 사납고 날카로워 보이는 꼬리.
갑작스러운 대형 몬스터의 출현에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몬스터 오라.
피어와는 조금 다르지만 강대한 몬스터에게는 특유의 오라가 있다.
“도망쳐라!”
“이쪽으로 도망쳐라! 절대 맞서 싸우지 마라!”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뒤쪽의 통제를 맞고 있는 로얄 나이츠의 부관이자 4인자였다.
뒤쪽의 병력도 앞쪽 못지않게 중요했기에 기사단의 4인자가 직접 통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상대한다! 도망쳐라!”
그 말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흥분했는지 흑색 전갈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중한 몸을 가졌지만, 그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쾅-! 쾅-! 쾅-!
전갈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으로 돌진해 왔다.
“젠장할!”
로얄 나이츠의 부관이 혀를 찼다.
저런 대형 몬스터와 조우하면 몸이 굳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형 몬스터가 뿜어내는 오라 때문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재차 크게 소리쳤다.
“어서 움직여라! 레이카르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순 없지 않겠나!”
하지만 흑색 전갈은 생각보다 더 빨랐다.
“자네. 도망치라고. 지금 뭐 하나! 도망치자고!”
무린이 에단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에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 사내가 끌고 가려 했으나 타이밍이 늦어 버렸다.
“젠장, 이러다 나까지 죽겠군. 미안하네!”
그는 어쩔 수 없이 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네의 복수까지 내가…….”
그때 에단이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망치라고 한 방향이 아니라 흑색 전갈에게.
“……!”
“무, 무슨 짓을!”
앞서 뛰어 나가던 로얄 나이츠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하니 아예 정신을 놔 버릴 줄이야.
분명 저건 개죽음이 될 텐데.
“다들 뒤로 도망쳐라!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라!”
흑색 전갈에게 달려드는 에단을 무시하고 로얄 나이츠의 기사가 다른 이들에게 한 번 더 소리쳤다.
그사이 에단은 흑색 전갈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흑색 전갈의 꼬리가 빛나고 그대로 쏘아지듯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아마 저 젊은 병사는 꼬리에 그대로 꿰뚫려 죽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
콰앙-!
그러나 들리는 소리는 사람의 육체가 꿰뚫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뭐, 뭐야?”
“저, 전갈이!”
에단의 검이 그대로 회색 전갈의 꼬리와 충돌했다.
그대로 밀릴 거라 생각했지만 밀린 건 오히려 흑색 전갈이었다.
“퀴익!”
전갈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도망치십시오!”
에단의 목소리에 움직이지 못하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도망치는 이들을 뒤로하고 에단이 흑색 전갈을 다시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전갈아.”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는 에단.
그는 전갈의 공격을 가볍게 왼쪽으로 피해 냈다.
“……!”
“……!”
달려오던 로얄 나이츠가 그 자리에서 멈출 정도로 에단의 몸놀림은 재빨랐다.
다른 사람들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전갈이 심통이 난 듯 다시금 꼬리를 휘둘렀다.
“난 널 잘 알거든.”
에단이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 * *
흑색 전갈.
에단은 흑색 전갈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몰이사냥을 하며 경험치를 끊임없이 쌓을 때 잡았던 것이 바로 사막의 흑색 전갈이었기 때문이었다.
약점이 명확해 사냥하기가 쉬운데 경험치까지 많이 준다.
사막의 다른 몬스터들이 성가셨지만 흑색 전갈만 모아서 사냥한다면 그야말로 그곳에서 폭발적인 레벨 업이 가능했다.
그랬기에 에단은 흑색 전갈이라면 눈 감고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몸. 병약한 몸이 아니야.’
시련 속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에단의 몸은 꽤 건강했다.
‘물론 내 기술은 그대로고.’
[LV 55]거기에 기술까지 그대로였다.
허류침술, 휘커스 검술, 헤라클레스의 호흡 등 에단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약점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에단이 흑색 전갈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몬스터들의 재앙이 발동해서 흑색 전갈의 수많은 약점들이 보였다.
흑색 전갈이 약이 오른 듯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꼬리를 휘둘렀다.
아까는 내리찍으며 일점을 노렸다면 이번엔 넓은 범위를 쓸어내리는 공격이었다.
쏴악-!
에단은 그 자리에서 살짝 점프함과 동시에 그 타이밍에 맞춰 꼬리에 올라탔다.
“아이러니한 일이지. 네가 주로 사용하는 그 꼬리에 네 가장 큰 약점이 있으니 말이야.’
에단은 꼬리 끝 쪽을 주목했다.
거기에 새빨간 점이 정확하게 한 곳에 박혀 있었다.
‘꼬리 전체가 약점이야. 그런데도 저 한 점에 빨간 점이 진하게 박혀 있다는 건 저기가 급소 중에서도 급소라는 말이겠지.’
그렇다면 얼마든지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오래 끌어 봤자 좋을 거 없어. 지금 내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들과 함께 레이카르트로 가야 한다.
아무리 저들이 약하다고 한들 거대한 도시를 탈환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할 터.
부웅-! 부웅-!
전갈이 꼬리를 흔들며 에단을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에단은 몸을 숙여 꽉 잡은 채 꼬리를 놓지 않았다.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던 전갈이 아예 포기를 한 듯 앞에 있는 인간들에게 맹렬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지금!’
에단은 몸을 일으켜 검을 역수로 쥐고는 그대로 꼬리 끝 부분을 찔렀다.
휘커스 검술 1식에 허류침술을 섞어 아주 정확하게 일점을 찔렀다.
푸욱-!
“퀴이이이이익!”
돌진하던 전갈이 발광하기 시작하더니 꼬리 끝 부분부터 타들어 가며 이내 순식간에 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에단이 안전하게 착지했다.
“후우.”
흑색 전갈이 죽자마자 주변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흑색 전갈을 죽였다!”
주변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지만, 에단은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이건 무조건 챙겨야지.’
-흑색 전갈의 살점을 얻었습니다.
-흑색 전갈의 독을 얻었습니다.
-흑색 전갈의 단단한 외피를 얻었습니다.
나중을 대비한 부산물은 꼭 챙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