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3)
신들의 구독자 223화
223화. 결과 발표
“일정 변경이라니.”
“너무 아쉬운데.”
검성은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변경하여 셋째 날 시험을 끝으로 이번 연수회를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다.
연수회가 끝이 난다고 하니 교사들은 하나같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르기아의 수업 이후로 교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수회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세 번째 날은 1, 2일차의 수업을 토대로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각자 신청하셨던 수업을 토대로 시험을 보실 겁니다! 시험 주제는 각 강사님들마다 다른 주제로 출제될 겁니다. 자, 그럼 시험의 날을 시작하겠습니다!”
분가 소가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뭐야, 이거……?”
“이거 진짜야?”
시험을 앞두고 하나둘 모인 교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수업을 듣는 구조다 보니 어떤 교사가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수업을 토대로 서로 정보를 나누다 보니 어떤 교사가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정보를 모으다 보니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에단 휘커스 선생님…… 모든 수업을 다 들었다고?”
“말도 안 돼! 아니, 상식적으로 그 많은 수업을 어떻게 다 들은 거지? 시험도 다 봐야 되잖아!”
충격을 받은 건 이베카 아카데미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에단 선생님! 이번 연수회 수업 전부 신청하셨던 거예요?”
이리스의 말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르는 입까지 벌리고 있었다.
분명 차분하고 무감정한 인상의 하르였건만. 에단의 옆에 있으니 리액션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왠지 이상했어요. 에단 선생님은 정령 수업에도 계셨으니까요.”
나디아는 디아커의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었다. 같은 이베카의 교사들 중엔 하르도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에단이 모든 수업을 다 신청해서 들었을 줄은 몰랐다.
“그러면 에단 선생님은 수업 전부 다 시험을 보셔야 하는 거네요?”
“예.”
에단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 유칼리스의 수업을 시작으로 둘째 날 들었던 다섯 개의 수업을 합하면 총 여섯 개의 시험을 봐야 했다.
“기왕 연수회에 왔으니, 성적과는 상관없이 다 들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더 많은 걸 가르쳐 줄 수 있을 테니까요.”
“…….”
이베카의 교사들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가짐이란 말인가.
“물론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여섯 개의 시험 정도야.”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 정도 격차는 보여 줘야 이베카가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겠습니까?”
* * *
“아르테미스를 구독했다고……?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가?”
아테나는 우연히 아르테미스의 채널에서 에단의 구독 후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말도 안 돼. 나는 지금까지 그 구독자한테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고. 그런데 왜 아르테미스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당장 아레스 님한테 이야기를…….”
당장 아레스를 찾아가려던 아테나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이러면 내가 그 구독자한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물론 집착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의 자존심이란 건 굉장히 고고한 것이라,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되는 일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아레스가 자연스럽게 알아채게끔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레스 님.”
“무슨 일이지?”
착-!
아레스는 박수를 쳤다. 아니 정확히는 합장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구천팔백이십삼.”
“구천팔백이십삼이요?”
“내가 합장을 한 숫자다. 하나 더 늘었군. 구천팔백이십 사.”
“네?”
“하루에 만 번씩 합장을 하고 있다. 천지신명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하루에 만 번씩 합장을 하면 원하는 게 이루어진다고 하더군. 처음 만 번을 하는 데 5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3시간이면 끝난다.”
아레스는 말을 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합장을 했다.
“무슨 소원을 비시는데요?”
“당연하잖나.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에게 선택을 받는 거지. 난 아직 그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봐라, 내 채널을.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영상도 더 올렸고 말이지.”
씩 웃으며 말하는 아레스의 모습에 아테나는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그, 사실은.”
하지만 꼭 알려 줘야 할 것 같았다.
“아르테미스를 구독했더라고요.”
“누가?”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요.”
“…….”
순간 아레스의 몸이 삐걱거리며 멈췄다.
그러더니 엄청난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부족했군. 하루 만 번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하루 2만 번으로 간다. 하루 2만 번 합장으로 내 소원을 이룬다!”
쾅-! 쾅-! 쾅-!
박수를 칠 때마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눈으로는 더 이상 쫓지 못할 속도였다.
“근데…… 아테나, 그 구독자에게 관심이 없는 척 굴더니, 어떻게 알았지? 나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인데.”
“……알림 설정 같은 거 안 해 놨어요! 그럼 안녕히!”
* * *
유칼리스는 다른 강사들에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에단 휘커스가 이번 연수회의 모든 수업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들었을 땐 농담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강사들이 한 명씩 나서서 에단 휘커스가 자기 수업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었는지를 이야기하자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놀란 건 유칼리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강사들도 서로 농담을 하고 있다 생각한 건지, 에단 휘커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쯤엔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시험은 강사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실기를 보는 시험도 있었고 필기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 난이도도 낮은 편이 아니었다.
강사들은 사전 회의를 통해 시험 출제 난이도에 대해서 합의해 둔 상태였다.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 교사들은 절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게끔 출제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시험인 유칼리스의 시험은 실기 시험이었다.
그가 수업에서 가르친 건 다양한 무기를 평균치만큼 다루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 시험에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에단이 앞으로 나섰다.
에단이 준비해 둔 무기들 중 가장 왼쪽부터 드는데, 수업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어……?”
유칼리스가 순간 입을 살짝 벌릴 정도로 에단에게서 느껴지는 오라가 엄청났다.
유칼리스는 빠르게 양피지를 펼쳐 에단 휘커스를 채점하기 시작했다.
* * *
에단은 유칼리스의 시험에 이어서 아네스트의 시험을 보았다. 아네스트의 시험은 필기시험이었다.
시험에 들어온 교사들이 에단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이제는 연수회에 참석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에단이 모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을.
사각-.
배운 건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에 반해 문제는 어렵다. 수업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시험은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단은 이런 쪽에서 상당한 베테랑이었다.
‘안 될 거 같았으면 시작도 안 했지.’
시험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충분해.’
에단은 아네스트의 시험 이후로 차례차례 다른 시험들을 봤다. 마치 던전을 공략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든 시험을 보고, 드디어 마지막 시험인 르기아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르기아치고는 좀 온순하게 냈는데?’
시험 문제를 받아 든 에단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으으음.”
“흠…….”
시험장이 고민스런 신음으로 가득 찼다. 단 한 명도 펜을 들고 답을 적어 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확실히 시험 문제는 수업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하지만 수업 한번 들은 것만으로는 금세 답을 적어 갈 수가 없었다.
그때 시험장 내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단이었다.
계산을 끝낸 에단은 거침없이 답을 적어 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계속해서 들려오는 펜 소리에 교사들이 움찔거렸다.
이 문제는 고민 없이 답을 적어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답을 적어 간다는 건 이미 계산을 끝냈다는 소리였다.
“흠.”
교사들을 지켜보고 있던 르기아가 흐뭇하게 웃었다.
내가 그렇게 어렵게 낸 건 아니지 암, 하고 말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 * *
시험 종료.
교사들은 혀를 내두르며 어려운 시험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시험이 제일 어려웠어.”
“진짜 마지막에 가서는 대충 떠오르는 대로 쓴 것 같아. 이거 르기아 님이 직접 채점하실 텐데. 하…….”
“뭐, 어쩔 수 없지. 나도 대충 썼다고.”
“근데…… 맞지? 다들 고민하고 있을 때 혼자 쭉 적어 간 사람.”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야.”
도대체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자신들과 같은 신입 교사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경력직인 거 같은데…… 속인 건가?”
“경력직 같은 외모는 아니던데.”
“천재지, 뭐.”
“어쩌겠어. 천재는 먼저 보내 주는 게 상책이라고.”
충분한 휴식 시간 후.
인솔 교사가 사용하던 회랑에 모든 교사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클라우디와 학부장들, 이베카의 신입 교사들이 인사를 나눴다.
“다들 표정들이 좋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리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모였군. 우선 이번 연수회에 참여한 신입 교사들. 다들 고생했다.”
검성이 램스데일 분가 일원들과 함께 회랑 중앙에 섰다.
사흘. 본래 예정된 날짜보다는 짧았지만 그럼에도 임팩트가 있었다.
“연수회는 본래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자리지. 지난 사흘간 배운 게 많았길 바란다.”
검성의 말에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할 성적 발표는 사실상 여흥이라고 보면 되네. 자네들은 이미 대단한 강사님들의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않았나. 그러니 순위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검성이 말했다.
“그럼 여흥을 즐겨 보자고. 이번 연수회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1위 아카데미와 교사만 발표하도록 하겠네.”
교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에단이 속한 이베카 아카데미가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을 거라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반면에 모든 시험을 다 본 에단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프레이야 아카데미가 이겼을 거라 생각하는 교사도 있었다.
으득-.
그와 같은 생각을 하던 프레이야의 인솔 교사 오버트는 이를 악문 채 검성의 입에 집중했다.
“자, 그럼 발표하겠네.”
램스데일 분가 일원들이 거대한 양피지를 촥 펼쳤다.
양피지엔 힘 있고 강인한 검성의 필체로 적은 연수회 1위의 이름이 있었다.
통합 성적 1위 : 이베카 아카데미
통합 성적 1위 교사 : 에단 휘커스
“이상일세.”
결과 발표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축하드려요, 에단 선생님!”
에단에겐 축하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을 달성했다는 수많은 알림창이 눈앞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