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7)
신들의 구독자 227화
227화. 마법 협회
“엄청나군요! 슈들렌 마르크 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이 정도 실력이면 곧 이름이 널리 퍼지시겠군요.”
기사단장의 배려로 훈타 영지 근처의 도적 토벌에 나선 슈들렌은 큰 업적을 세우게 되었다.
선봉으로 나서서 도적단 세 곳을 격파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토벌 과정에서 두목 셋을 생포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토벌대는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선봉에 선 슈들렌의 기세에 눌린 도적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훈타 영지 근방의 도적단을 싹 다 토벌한 슈들렌은 기사단장이 왜 자신을 여기에 보낸 건지 깨달았다.
‘실전은 완전히 달라.’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약자도 얼마든지 강자를 죽일 수 있다.
상대적인 강함은 결코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대련에서는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 뭐가 됐든 죽을 일은 없지. 하지만 실전에서는 승리하면 살고, 패배하면 죽는 거야.’
만약 이런 걸 모르는 상황에서 에단의 호위를 계속해 왔다면 언제고 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됐으리라.
‘도적들은 이미 그걸 잘 알고 있었어. 자칫 잘못했으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기사답게 싸우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들렌은 기사이기 이전에 에단의 호위였다.
‘살고 죽는 문제에 있어서 예의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걸 항상 생각해야 해.’
한 단계 크게 성장한 슈들렌은 깨달음을 곱씹으며 휘커스 영지로 복귀했다.
“슈들렌, 잘 다녀왔나? 에단 도련님과 나단 도련님이 돌아오셨어. 얼른 인사하러 가 보게. ”
“아, 예!”
도련님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슈들렌이 다급하게 뛰었다. 한시라도 빨리 에단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자신을 보이고 싶었다.
* * *
나단은 프레이야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교사들의 교육을 받아 왔다.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수업은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나단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나단은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단은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교사의 수업이든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나단은 그 생각을 버렸다.
“나단, 그걸 술식이라고 그리고 있는 거냐?”
“미, 미안…….”
“미안?”
“죄송합니다!”
“선 하나에 모든 게 뒤바뀔 수도 있다. 집중해. 그리고 빠르게!”
에단의 교육 방식은 예리하고 냉철했다. 특히 문제를 교정하는 실력이 엄청났는데, 나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문제점을 꼬집어 냈다.
그러다 보니 나단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잘못된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지원 하나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상위권에 도달했다는 나단의 자신감이 산산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나단의 눈빛은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었다.
막 프레이야 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무렵 나단의 온몸을 휘감고 있던 독기가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다시! 술식에 집중해. 같은 마법이어도 술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건 그 술식이 술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이 가도 대단한 마법사는 될 수 없어.”
“예!”
나단은 이미 에단이 자신의 형이라는 걸 잊었다.
눈앞에 있는 건 이베카 아카데미의 수석 교사다.
검술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능통한 프로페셔널.
학생의 자세로 철저히 그의 가르침에 따르면 된다.
사적인 감정을 내려놓자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실수를 거듭할수록 술식이 정교해져 갔다.
어느새 나단은 에단의 가르침을 차근차근 이해해 가고 있었다.
“아……!”
술식 하나를 이해하니 에단의 설명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충 술식을 써 왔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을 이해하고 사용한 게 아니다.
그저 만들어져 있는 마법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뿐이다.
그걸 깨닫자 볼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해력으로 최상위권이 되고자 했다니.
다른 걸 탓할 때가 아니었다. 이건 온전히 자신의 문제였다.
그런 나단의 모습을 보며 에단이 미소 지었다.
‘훌륭하군.’
겨우 몇 시간 가르쳤을 뿐이다. 나단은 그사이에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을 깼다. 에단이 한 거라곤 그저 올바른 가르침을 준 것뿐이었다.
‘제아무리 올바른 교육을 한다고 해도 벽을 깨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재능이 있으니 가능한 거다.’
이러니 큰 어려움 없이 프레이야의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르침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단에게는 배고픔이 있었다.
스스로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니 뭘 배우든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소화시켜 버렸다.
‘가진 게 없으니 오히려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거야.’
가르치는 대로 쑥쑥 받아들이니, 에단은 계속해서 나단에게 이것저것 가르쳤다.
‘나단이 크면 휘커스 영지를 알아서 지켜 줄 테니까.’
그 잠재력을 일찍 폭발시켜 두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똑똑-.
그러던 중 밖에서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슈들렌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오랜만에 본 슈들렌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부진 몸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에단 도련님, 나단 도련님. 슈들렌 마르크입니다.”
“허억…… 허억…… 슈들렌? 슈들렌이라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나단이 슈들렌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슈들렌은 저렇게 근육이 빵빵한 기사가 아니었다. 기억하기로는 다른 기사들에 비해 빈약하고 어려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슈들렌은 그야말로 베테랑 기사의 모습이었다. 터질 듯한 근육과 강렬한 눈빛, 그리고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까지.
“예, 슈들렌 마르크입니다, 나단 도련님.”
“와…… 슈들렌, 사람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는 거였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에단 도련님의 호위로 지냈습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슈들렌이 멋쩍은 듯 웃었다.
나단이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해도 그 정도면…… 너무 많은 걸 배웠잖아, 슈들렌.”
“칭찬 감사합니다!”
슈들렌은 눈치껏 뒤로 물러서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봐도 괜찮다, 슈들렌.”
에단의 말에 나단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슈들렌은 고개를 숙여 허락을 구하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슈들렌은 나단을 가르치는 에단의 모습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미 이베카에서 에단의 수업 방식을 접한 바 있으니 크게 놀랄 게 없었다.
오히려 슈들렌이 유심히 본 건 에단의 건강 상태였다.
이베카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은 에단의 모습을 보니 몹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건강해진 만큼 수업 강도는 한층 더 혹독해져 있었다.
“오우…….”
에단의 수업은 슈들렌마저 놀랄 정도로 엄격했다. 적당히 넘어갈 법한 사소한 실수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술식은 그냥 그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이해해야 한다. 너, 지금 이걸 이해해서 쓰는 거 맞아?”
“다시 해 보겠습니다.”
이베카에서 지내며 에단의 수업을 직접 봐 온 슈들렌이다. 그때도 굉장히 예리하고 엄격한 교육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전보다 훨씬 더 엄격해 보였다.
왜 그럴까 생각하던 슈들렌은 금세 그 이유를 깨달았다.
문제는 나단 휘커스의 뛰어난 이해도였다.
부족한 점이 있을지언정 가르치는 대로 금세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니.
만약 나단이 에단의 교육을 따라가지 못했다면 이미 한참 전에 교육이 끝났을 것이다.
에단의 곁에서 지내다 보니 잊고 있었다. 나단 휘커스 역시 프레이야 아카데미에 입학한 전도유망한 천재라는 것을.
슈들렌은 감탄하면서 나단을 보았다. 분명 굉장히 지쳤을 텐데도 계속해서 술식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진작 잊은 것처럼 보였다.
근래 들어 깨달음을 얻고 꽤 자신감이 생긴 슈들렌이었으나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 이런 자신감을 가질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수업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슈들렌은 뒤에서 수업을 지켜보는 것뿐인데도 자기가 훈련을 받는 것처럼 등에 땀이 흥건해져 있었다.
“허억…… 허억…….”
에단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단을 토닥여 주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과한 의욕은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건 여기서 끝이다, 나단.”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오늘 가르친 걸 나단 스스로가 소화시키는 데만 해도 반년은 필요할 터.
본래라면 하루 만에 이 정도로 많은 걸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단의 습득력이 워낙 좋다 보니 조금 과하게 가르치고 말았다.
‘과하긴 했지만 다 소화 못 시킬 정도는 아니니까.’
“아카데미 교류전이 기대되네. 내가 이 정도로 가르쳐 줬는데 대표로 나오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거야. 알지?”
에단이 말했다.
“교류전은 우리 휘커스가 뛰어노는 걸로 하자, 나단.”
“……형.”
나단 휘커스가 씨익 웃었다.
“꼭 그럴 수 있게 할게.”
* * *
“황궁으로 갈 생각이다.”
“예? 황궁이요? 설마! 상을 받으러 가시는 겁니까!”
“상은 아니고, 교육을 좀 받으러 간다. 물론 너도 함께 간다. 나약한 내가 어떻게 혼자 다니겠나, 슈들렌.”
슈들렌이 에단을 보았다. 에단은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져 있었다. 물론 병이 완전히 나은 것 같진 않았다. 특유의 병약한 인상이 아직도 남아 있었으니.
정말 건강한 사람과 비교하자면 에단은 아직 먼 거리를 돌아다녀선 안 될 상태였다.
“긴장되는군요.”
“걱정하지 마라. 바로 황궁으로 가려는 건 아니야. 예리카를 데려와야 하고, 또 펠릭스 가문에도 들렀다 갈 생각이거든.”
에단이 그렇게 말하며 슈들렌을 보았다.
“그래도 준비를 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슈들렌, 꽤 강해졌구나.”
에단의 말에 슈들렌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한 걸 알아봐 주자 신이 났는지, 슈들렌은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본래는 휘커스 영지로 오기 전에 펠릭스 가문의 영지부터 들러 볼 생각이었다.
대마법사 한센에게 황금패를 받고 카이 펠릭스와 로하이 펠릭스까지 구해 냈으니. 에단은 펠릭스 가문의 중요한 손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융숭한 대접은 물론이고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또한 프로체슈트와 펠릭스 가문이 가까운 관계니, 세 가문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했다.
‘프로체슈트에만 분점을 둘 이유는 없거든.’
펠릭스 영지는 거대한 땅이다.
그런 거대한 땅에 분점이 들어가면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끌어모을 수 있을 터.
물론 목적은 이 두 가지 이유만이 아니었다.
‘사도가 헛짓거리를 하기 전에 성유물을 가지고 와야지.’
놈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성유물이라면 더 악착같이 덤벼들 터.
성유물이 놈들의 손에 들어가면 문 마더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거나 문 마더 부활의 톱니바퀴로 쓰일 수도 있다.
‘그걸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으니까 말이야.’
“일단 예리카를 데리고 올 테니 대기하도록.”
에단은 풍운을 사용해 곧장 마법 협회로 이동했다.
협회의 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가 에단을 보더니 환한 표정으로 바로 문을 열었다.
“마법 협회의 명예 협회장이신 에단 님을 뵙습니다!”
“……?”
에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문지기를 쳐다보았다. 명예 협회장이라니? 하지만 문지기는 빠르게 뒤로 물러서더니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챠르륵-.
순식간에 마법사들이 나타나더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예리카 협회장님께서 명예 협회장님이 오시거든 극진히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오시지요!”
“생각보다…… 더 확실하게 장악했나 보군.”
에단은 새삼 예리카의 능력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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