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3)
신들의 구독자 23화
23화. 공주의 보상
“대단하군.”
“왜 뒤에 배치를 해 뒀지? 저만한 실력이면 앞으로 갈 만도 한데.”
“누군지 아는 사람 있나?”
“처음 보는 사람인데?”
“도대체 누구지? 엄청 젊은 친구라고.”
다들 웅성거리는 가운데.
조용히 처음부터 끝까지 에단의 움직임을 보았던 로얄 나이츠의 부관은 에단이 흑색 전갈과 싸울 때마다 감탄을 내뱉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왜 뒤에 배치해 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흑색 전갈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전부 다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빠른 놈인데 말이야. 흑색 전갈은.”
“맞습니다. 대형 몬스터답지 않게 무척이나 재빠른 놈이죠.”
흑색 전갈은 대형 몬스터 중에서도 재빠른 놈이었다.
큰 덩치를 가졌는데도 빨라서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저렇게 혼자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로얄 나이츠 중에서도 저걸 혼자 잡을 수 있는 이들은 적었다.
적어도 두세 명이 달려들어서 움직임을 제약하고, 공격하는 것을 나눠야만 제압이 가능했다.
게다가 또 하나의 문제.
“저 단단한 외피를 저런 식으로 뚫어 낸다고?”
“힘은 그렇게 강해 보이지가 않습니다만. 엄청난 실력잡니다.”
“정말 엄청나군. 저걸 혼자서 잡을 줄이야. 심지어 완전하게 압도적이었어. 흑색 전갈은 완전히 농락만 당하다가 죽었다고.”
“부관님은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가능은 하겠지. 하지만 내가 저렇게 완벽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솔직히 말하자면 성가시지.”
부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혹시 저 젊은 사내. 누군지 아나?”
“죄송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로얄 나이츠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하나 확실한 건 저 사람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살았다는 겁니다.”
“우리가 했어야 하는 일인데. 빚을 졌군.”
에단에게서 목숨을 구원 받은 사람들이 그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에단이 별거 아니라는 듯 손짓했다.
“같은 목적을 향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 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영웅적인 말에 다들 찡, 하는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이건 내가 먹으려고 했던 건데. 어차피 죽을 상황에 먹지도 못하는 거. 자네가 꼭 먹었으면 좋겠는데.”
-여러 사람들이 감사를 표합니다!
-그들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거기서 죽었을 거야.”
-고급 힐링 포션을 받았습니다.
-고급 버프 포션을 받았습니다.
목숨을 구해 준 사람들이 에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대부분의 보상이 그들이 여차하는 상황에 먹으려고 갖고 있던 포션들이었다.
‘심지어 고급 포션들이야.’
고급 포션은 먹는 그 즉시 효과가 나타나고 효과도 꽤 좋다.
‘어차피 이 고대의 시련 속에서 나가면 전부 다 사라질 것들이야.’
이 시련 속에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건 딱 하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과 스킬들.
하지만 아직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사양하지 않고 포션들을 받아 챙겼다.
“감사드립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에단은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그 뒤에 멍한 표정을 짓던 무린에게 갔다.
“자, 자네. 자네 뭔가! 엄청난 실력이잖나! 이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운이 좋았습니다. 검술을 조금 할 줄 알아서.”
“조금이 아니었어! 대단했다고! 허. 조금 창피해지는군.”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머쓱해하던 무린이 에단의 말에 이제야 웃었다.
다들 긴장이 풀린 듯했다.
그리고 그 사이 전방 쪽에서도 전투가 끝난 듯 소란스러움이 적어졌다.
로얄 나이츠의 4인자, 야르트가 에단에게 가 목례를 했다.
“대단한 실력이었어. 자네 덕분에 뒤쪽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다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에단 휘커스입니다.”
“휘커스, 휘커스라. 처음 듣는 성인데. 아마 이제부터 휘커스라는 이름이 대륙에 퍼질지도 모르겠군.”
야르트가 웃으며 말했다.
“이 건은 내가 확실하게 보고해 두겠네. 공주님께서 아마 상을 내리실 거야.”
상황이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졌다.
빠르게 야영 준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단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휘커스! 어디에 있나! 공주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 * *
임시로 만들어 둔 천막.
로얄 나이츠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니 그곳에 이번 탈환대의 핵심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로얄 나이츠의 기사단장을 포함해서 이름을 날린 용병들과 마법사들.
하나같이 역전의 용사들로 그들의 중심에는 철혈의 공주, 레아가 있었다.
에단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의 눈빛이 에단에게 향했다.
순간 엄청난 프레셔가 에단을 덮쳤다.
“후우.”
에단은 가볍게 호흡했다.
-영웅의 호흡이 활성화가 됩니다!
강자들이 내뿜는 프레셔 또한 몬스터의 피어와 비슷한 것. 영웅의 호흡으로 전부 다 상쇄가 가능했다.
에단은 여유롭게 걸어 공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모여 있던 강자들이 이채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 버티고 걸어와?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공주님. 에단 휘커스라고 합니다.”
레아 마르티네스 공주.
아름다운 외모에 마른 몸이었지만, 그 안에 숨기고 있는 거력은 그녀를 철혈의 공주라 불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흑색 전갈을 홀로 무찔렀다고 들었다. 덕분에 탈환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다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말에 레아가 싱긋 웃었다.
“훌륭한 마음가짐이로군. 에단 휘커스라고 했나. 돌아가는 대로 휘커스라는 이름에 귀족 작위를 내려 주도록 하겠어. 그대는 그럴 만한 업적을 세웠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한 일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제 성과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공주님, 작위를 내려주시는 것보다 다른 청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이곳에서 아이템들은 직접 가져갈 수가 없다.
여기서 남는 건 오로지 스킬과 같은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것뿐.
‘그렇다면.’
“저는 이 탈환전에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레이카르트에 제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을 구하고 도시를 구하기 위해서는 제 부족한 점을 메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서, 거인의 유물을 받고 싶습니다.”
“거인의 유물이라……. 그래, 지금 그대에게 딱 어울리는 유물이겠군. 작위를 마다하고 이 탈환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니. 정말 훌륭하군. 자네야말로 기사 그 자체일세.”
공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눈짓을 하자, 뒤에서 대기하던 기사 한 명이 천막 바깥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석판처럼 생긴 유물이 들려 있었다.
거인의 유물.
이건 일종의 고대 스킬북 같은 것이었다.
‘스킬북이지만 이걸 사용하면 특성을 얻을 수 있어.’
현재 에단에게는 특성이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저주 하나뿐. 그렇기 때문에 좋은 특성들을 쌓아 갈 필요가 있었다.
“받도록. 이건 그대가 한 일에 대한 적합한 보상이다. 이 힘을 가지고 레이카르트를 탈환하는 데 기여하도록. 그리고…….”
레아가 에단을 보았다.
“그대처럼 강한 이는 뒤가 아니라 앞에 있어야 해. 앞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거인의 유물과 함께 에단의 자리가 재조정됐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공주님.”
보상을 받고 물러갈 거라 생각한 에단이 한 번 더 공주를 부르자 공주가 에단을 보았다.
“더 원하는 게 있는가?”
“예.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명령은 거둬주셨으면 합니다.”
“건방진 말이로군.”
“이미 내려진 명령이다.”
로얄 나이츠들이 바로 반발했다.
딱딱한 그들의 표정.
공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한 번 내려졌으면 그건 그렇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주는 그런 부하들을 제지하고는, 에단에게 말을 더 해 보라는 듯 눈짓했다.
“제가 앞쪽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공주님의 말씀을 옳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간다면 뒤에 있는 이들은 한층 더 위험해질 겁니다. 나아가는 길은 계속해서 험해질 테니까요.”
“그대는 뒤에 있는 사람을 계속해서 지키겠다는 건가?”
“예. 앞엔 강한 분들께서 많이 계시니 적어도 저는 뒤에서 약한 분들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래야 레이카르트를 탈환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굳어 있던 레아가 다시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후방 부대도 중요하지. 후방 부대라면 공적을 세울 기회가 부족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자청하기까지. 그대 같은 자가 탈환대에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하군. 훌륭해.”
레아는 아까 유물을 가져왔던 이에게 한 번 더 눈짓했다.
“오.”
“흐으음.”
“으으으으음!”
화를 내던 이들의 표정이 다시 풀어졌다.
몇몇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표정 변화가 다양한 게 꽤 재밌었다.
에단이 씩 웃었다.
-레아 마르티네스가 당신을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레아 공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끌어 낼 수 있을 만큼 끌어내야지.’
NPC들의 성향을 알면 더 나아가 새로운 선택지를 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었다.
‘추가 보상이라.’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온 이가 가지고 온 건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이었다.
보기만 해도 날카롭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예기가 상당했다.
“디날리쿠스. 내가 가지고 온 예비용 검일세.”
날씬한 검신에 고급스러운 손잡이. 무엇보다 티타늄 광석으로 만들어져 무척이나 가벼웠다.
공주가 건넨 디날리쿠스를 손에 쥔 에단은 착 들러붙는 감각에 가벼움에 놀랐다.
‘엄청 가벼운데. 경량화 마법을 쓴거 같이 말이야.’
공주가 가지고 다니는 예비용 검이라 그런지 퀄리티가 상당했다.
“이걸 빌려주겠네. 자네가 쓰고 있는 검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자네의 그 의지처럼 후방을 지켜 주게. 함께 레이카르트를 탈환하기 위해.”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게 참 아쉽구만. 이만한 검이 있으면 이번에 얻은 발톱검을 바로 대체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이 검과 함께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번 시련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꽤 마음에 드는 추가 보상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에단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 * *
바깥으로 나온 에단은 뒤쪽의 야영지로 돌아갔지만, 곧바로 천막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향한 에단은 조용히 유물을 꺼냈다.
거인의 유물.
그가 손을 가져다 대자, 유물이 빛나기 시작했다.
“……!”
에단의 손끝으로 힘이 흘러들어왔다.
띠링-!
-강력한 힘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거인의 힘이 요동칩니다!
-특성 [거인의 힘]을 얻었습니다.
꽈아악-.
에단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 주먹에 평소보다 큰 힘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