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32)
신들의 구독자 232화
232화. 잠재력 각성
까앙-!
대곡도가 부러진 9사도 사미르는 작은 곡도 하나를 꺼내 에단이 휘두르는 녹슨 검에 대항했다.
“어떻게……!”
분명 뽑을 수 없는 검이었다.
성유물을 만든 대장장이가 건 축복은 오랜 시간이 지나 저주로 변모했다.
선택받은 이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검이 이젠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검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저 검에 초인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 검을 뽑은 것인가.
까앙-! 까앙-!
에단의 거듭되는 공격에 9사도, 사미르는 휘청거리며 힘겹게 검을 막아 냈다.
검을 휘두르던 에단이 살짝 인상을 썼다.
‘조심해야겠어. 이거, 자칫 잘못하면 부러진다.’
확실히 이 성유물, 녹슨 검은 이미 검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무기였다.
날은 무뎌졌고 강도도 약해져, 조금만 힘 조절을 잘못하면 그대로 부러질 것 같았다.
자칫 검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검 손잡이만으로 9사도를 처리해야 했다.
“후우우.”
에단이 호흡을 고르며 사미르를 보았다. 척 보기에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몸.
피투성이가 된 사미르는 이미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달의 추종자로 플레이했던 기억들이었다.
‘딱 한 번 하고 그만뒀던 이유가 있었지.’
놈들이 행했던 악행들.
인체 실험을 비롯해 놈들이 문 마더의 부활을 위해 행했던 역겨운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놈들은 불쌍히 여길 가치가 없었다.
9사도의 죽음으로 인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정의니 선이니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면서 플레이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달의 추종자는 좀 심했지.’
그럼에도 달의 추종자 놈들이 태연히 저지르던 일은 구역질이 절로 나오는 일들뿐이었다.
“문 마더께서…… 모든 걸…… 지켜보고 계신다!”
사미르가 피를 토하며 말했다.
“걱정 마라. 너희들이 좋아하는 그 문 마더 곁으로 싹 다 보내 줄 테니까. 이미 11사도와 12사도도 문 마더 곁으로 갔거든.”
그 말에 사미르의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떠졌다.
12사도와 11사도가 연락을 받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이미 죽었을 줄이야.
“역시…… 역시 전부 다…….”
“그래, 내가 했다.”
에단이 그대로 사선으로 녹슨 검을 휘둘렀다.
“전부.”
아홉 개의 목숨, 초인력 – 묘생이 그대로 사라지며 9사도가 앞으로 쓰러졌다.
-악명이 자자한 자를 상대로 승리하셨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 *
9사도를 처리한 에단은 곧장 그 품을 뒤져 녹주옥을 찾아냈다.
“챙길 건 다 챙겨야겠지.”
-녹주옥이 공명합니다!
-녹주옥이 합쳐졌습니다!
-체력 스탯이 5만큼 올랐습니다.
-근력 스탯이 5만큼 올랐습니다.
9사도의 녹주옥까지 합치니 체력 스탯에 이어 근력 스탯까지 5나 상승시켜 주었다.
“확실히 구독한 신의 힘이 컸어.”
아르테미스의 달빛 추적이 없었더라면 고유 공간에 숨은 9사도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초인력. 만약 내게 무기의 달인 초인력이 없었다면.’
결국 성유물인 녹슨 검을 사용하지 못해 그대로 9사도를 놓쳤을 터.
‘그렇게 됐으면 정말 대참사가 났을 거야.’
설마하니 초인력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어떤 초인력이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어.’
에단은 이어서 녹슨 검에 힘을 주고 문포스의 힘을 활성화시켰다.
샤아아악-.
순간 녹슨 검에 새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의 추종자 놈들이 노리던 건 이 성유물에 남아 있는 신력이었어.’
신력은 신이 내린 힘. 이 낡은 유물이 성유물이라 불리는 건 신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신력을 바쳐 문 마더의 부활에 보태려던 거겠지. 세계의 멸망에 사용하려는 거야. 성유물에 깃든 신력이 작더라도 다른 종류의 힘에 비하면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신력은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마나와는 완전히 다른 힘이니까.’
“될지 안 될지는 해 봐야 아는 법이지.”
에단이 문포스의 힘을 한층 더 밀어 넣었다. 그러자 녹슨 검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빠각-! 빠가각-!
그리고 녹슨 검이 박살이 나더니 검신이 있던 부분에 새하얀 에너지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 새하얀 에너지는 천천히 위로 떠오르더니 이내 동그란 모양으로 변했다.
이윽고 그 에너지는 에단이 손을 내밀자 그대로 손을 타고 에단에게 흡수되었다.
-문포스의 힘이 새로운 힘을 융화시킵니다!
-신력을 흡수했습니다!
-생존 확률이 상승합니다!
마치 각성했을 때처럼 에단의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
-생존 확률이 20퍼센트를 돌파했습니다.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5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5>>
[생존 확률 20퍼센트. 당신은 각성과 더불어 생존 확률 20퍼센트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의 신체에 잠들어 있던 잠재력이 개방됩니다.] [잠재력]근력 강화 : 0
치명 저항 : 0
완전 회피 : 0
포인트 : 1
[잠재력 포인트를 모아 잠재력을 개방하십시오!] [잠재력 포인트는 생존 확률이 1퍼센트 상승할 때마다 얻을 수 있습니다.]“그래, 이런 게 있어야지. 절멸증에 걸린 몸으로 어떻게든 버티려면 이런 게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개방 시기가 너무나도 늦었다.
“이러니 난이도가 어려울 수밖에.”
신세계로 보완하지 않았더라면 생존 확률 20퍼센트에 도달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아.”
에단은 우선 잠재력 포인트를 가장 필요한 부분에 투자했다.
“치명 저항은 너무 애매하니까. 완전 회피 쪽이 훨씬 낫겠지.”
세 가지 능력치 중 에단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완전 회피 쪽이었다.
‘얼마나 회피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떤 공격이든 회피할 수 있다면 생존 확률이 상승하게 될 거야.’
-[완전 회피]가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회피의 잠재력이 개방됩니다!
에단의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이내 그 빛이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3퍼센트의 확률로 완전 회피가 발동됩니다.
-모든 공격을 회피합니다!
“3퍼센트?”
따지고 보자면 굉장히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보라. 에단은 이미 20퍼센트의 생존 확률을 가지고 살아 있다.
“3퍼센트면 높은 거지.”
에단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걸로 볼일은 다 봤으니, 에단이 창고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꺙!”
마나의 주인 뤼카가 갑자기 에단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뤼카?”
뤼카는 고대 유물 사이로 파고들더니 이내 뭔가를 입에 물고 나와선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
“뭐야, 그건?”
다 녹슨 목걸이였다.
뤼카는 그대로 그걸 앙, 하고 깨물더니 아삭아삭 씹어 먹었다.
“그거 지지다.”
에단이 뤼카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런데 그 순간 뤼카에게서 강렬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어? 너, 그거 소화시킬 수 있는 거야?”
에단의 말에 뤼카가 꺙, 하고 울더니 놔 달라며 마구 꿈틀거렸다. 에단이 놔주자 뤼카가 다시 고대 유물 사이를 파고들더니 또 유물 하나를 입에 물고 씹어 먹었다.
“……유물 먹는 여우, 아니, 정령은 또 처음인데.”
에단이 뤼카를 자세히 살폈다.
“마나가 올라가고 있네? 설마, 그것들 다 네가 흡수할 수 있는 마나들이야?”
“꺙!”
뤼카가 빙글빙글 돌며 짧게 울었다. 긍정의 표시였다.
뤼카는 마나의 주인. 요컨대 어떤 식으로든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도 흡수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유물이라서 가능한 건가? 뤼카!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
뤼카의 마나가 늘어나면 에단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마나도 늘어난다.
에단의 허락이 떨어지자 뤼카가 본격적으로 고대 유물을 찾아서 먹기 시작했다.
뤼카는 그렇게 다섯 개의 유물을 더 먹고 나서야 퐁, 하고 고개를 들어 다 먹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뤼카.”
“꺙!”
뤼카를 부르자 뤼카가 흡수한 마나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악-.
그리고 그 마나가 그대로 에단에게 전해졌다.
‘오.’
순간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였다.
전부 다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타이밍을 잘 맞추면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 외의 수확인데.”
워낙 고대 유물이 많다 보니 몇 개 정도는 사라져도 티가 나지 않았다.
“설마 유물 목록을 적어 놓진 않았겠지.”
에단은 뤼카가 어지러트린 지하 창고를 대충 정리해 두었다. 오늘 여기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 * *
“다 녹슨 검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차피 이런 보물들은 외관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늦은 밤.
에단은 로하이 펠릭스와 독대하고 있었다. 로하이 펠릭스의 손에는 양피지가 들려 있었다.
“그럼 아까 했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봅시다. 드렌 후작가를 어떤 방식으로 십이성에서 퇴출시키려고 하시는 겁니까?”
만약 에단이 아닌 다른 이가 십이성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면 더 들을 것도 없이 말을 끊었을 것이다.
이미 그 구조가 공고해진 십이성은 절대로 깨지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 안에서 순위가 바뀌는 일은 있을지언정 바깥에서 새로운 가문이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터.
하지만 그 말을 꺼낸 게 다름 아닌 에단이니, 로하이 펠릭스는 묘한 기대가 생겼다.
정말 에단이라면 해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우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명분이죠. 드렌 후작가를 공격할 명분. 이 명분은 이미 확실한 걸로 준비해 뒀습니다. 두 번째는 방패입니다. 휘커스 영지는 지금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으나 그리 강하진 않습니다. 금력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휘커스에겐 방패가 필요합니다. 후작가의 공격을 막아 줄 든든한 방패 말입니다.”
에단이 말했다.
“검성님이 휘커스를 공식적으로 지원해 주실 겁니다. 휘커스 영지에 검술 교실이 세워질 테니까요.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아시다시피 십이성의 이권과 엮인다면 없는 죄도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명백히 십이성을 조롱하는 말이었지만 로하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검성이 휘커스 가문을 지원한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성님의 지원을 받다니. 제가 알기로 검성님은 다른 이의 편을 잘 들려고 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그 때문에 램스데일 가문은 검성의 대에 이르러 고고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십이성이 단체로 움직일 때도 마음대로 움직였으니 딱히 친분이 깊은 십이성 가문도 없었다.
하지만 검성 본인이 워낙 강하다 보니 다른 십이성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검성님의 지원, 거기에 펠릭스 가문이 함께한다면 제가 생각했던 휘커스의 방패가 완성될 겁니다.”
이미 휘커스 영지가 있는 지방 쪽은 거의 다 정리됐다. 그 힘을 합한 상태에서 강력한 방패가 휘커스의 앞을 막아 준다면 얼마든지 드렌 후작가를 칠 수 있었다.
“……그럼 우선 그 명분이라는 걸 들어 보겠습니다. 그 명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에단 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어중간한 명분을 내세웠다가는 역풍이 불 겁니다.”
물론 에단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드렌 후작가를 칠 명분은 확실한 걸로 준비해 두었다.
“대마법사 헤카테, 아시죠? 드렌 후작가를 포함한 십이성의 세 가문이 주도해서 암살자를 고용해서 그를 죽였죠. 그 헤카테의 손녀가 살아 있습니다.”
“……!”
로하이 펠릭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