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40)
신들의 구독자 240화
240화. 완치될 준비는
로얄 그윈의 소장 반데라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3황녀 에반젤린.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황녀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또래의 여느 소녀들처럼 뛰어놀았을 나이인데.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마당인데 눈빛만큼은 흔들림 하나 없었으니.
지독한 병으로 죽어 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로얄 그윈에서 가장 치료 실력이 좋다고 들었어요, 반데라스. 저를 치료해 주세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에서 굳은 신뢰가 느껴졌다.
-전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에요.
어린 황녀의 말에 반데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젤린의 병은 그 역시도 난생처음 접하는 병이었다. 하지만 반데라스는 각고의 노력 끝에 병의 정체를 알아냈다.
극냉쇠락증.
심장에서 생성된 냉기가 온몸에 퍼져,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끔찍한 병.
병의 정체가 극냉쇠락증이라는 걸 알게 된 반데라스는 그에 대한 정보들과 치료 사례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 병과 관련된 정보들은 하나같이 비관적이었다.
극냉쇠락증에 걸린 이들은 누구 하나 성인식까지 버티질 못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병에 걸린 이는 모두 다 죽는다. 어느 정보를 찾아봐도 희망적인 의견이 보이질 않았다.
이러한 정보는 그를 절망케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도 젊고 패기가 있었다.
충만한 자신감. 다른 이들은 못했지만 자신은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다름 아닌 에반젤린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환자가 자신을 믿고 있다. 반데라스의 치료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다.
그 믿음에 꼭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감과 달리 이 병은 쉽사리 고칠 수가 없었고, 계속된 실패는 점차 반데라스의 자신감을 깎아 먹었다.
마음에 금이 가며 절망이 스며들었고, 확고한 자신감은 점차 두려움으로 변해 갔다.
그럼에도 반데라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결국 에반젤린 황녀의 목숨을 지켜 냈다.
물론 극냉쇠락증을 정복한 건 아니었다.
딱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치료해 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에반젤린 황녀는 남은 생 동안 마나를 일정량 이상 쌓지 못한다. 평생을 몸이 시리는 통증과 한기에 시달려야 한다. 거친 몸놀림은 꿈도 꾸지 못할 터.
일반인보다 못한 체력, 더불어 조금이라도 격하게 움직이면 생명력 자체가 줄어 버리는 큰 후유증이 남은 것이다.
하지만 살 수 있는 게 어디냐며 모두가 반데라스를 축하해 주었다. 로얄 그윈의 소장에 오른 것도 그 공적 덕이었다.
그 후로는 모두가 반데라스를 신뢰했다. 불치병마저 정복해 버렸으니 그야말로 하늘에 다다른 실력이라며 그를 칭송했다. 그 명성 덕에 유능한 치료사들이 로얄 그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3황녀의 목숨을 이어붙였다는 성과에 만족해 버리고 만 것은.
‘나는 만족하고 있었던 건가? 고작 이 결과에?’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에서 에반젤린 황녀를 구해 냈다.
후유증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에반젤린 황녀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치료한 것인가? 완치했다고 볼 수 있나?
에반젤린 황녀는 살아 있었으나 사실상 산송장에 가깝다 봐도 무방했다. 수명을 조금 더 연장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남은 시간 동안 최악의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
‘젠장, 젠장!’
그래서 화가 났던 것이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두려움에 더 이상 시도하기를 포기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이 위대한 황실의 치료소 로얄 그윈의 소장이다.
그런 자신이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그 누구도 치료하지 못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실패와 두려움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는 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테니까.
반데라스는 에단을 보았다.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했다.
평소라면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는 그 즉시 그를 로얄 그윈에서 내쫓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럴 수가 없었다.
에단에게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라면 정말 완전히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오라였다.
에단이 보이는 저 자신감은 한때 반데라스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부딪치고 순응하는 법을 배우며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이상을 꿈꾸고 실현시키는 것.’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저 외면한 것뿐이었다. 그런 이상이야 어릴 적의 치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에단이 그 이상의 실현을 보여 주려 하고 있다.
‘언제부터 벽에 가로막혀 있었던 거지…….’
반데라스가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와 동시에 에단의 움직임을 계속 눈으로 쫓았다.
약초실에서 나온 에단은 에반젤린을 치료대에 눕히고 그 뒤에서 약초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설마 저거…….”
“침향초인 거 같은데.”
“그 옆에 있는 건 천사의 날개 아니야? 보니까 다른 것들도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뿐인데?”
“누가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치료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부소장인 렌더링도 에단이 꺼내 온 약초들을 보고 당황했다. 저 약초들은 하나같이 취급하기가 까다로운 것들이었다.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확실한 효과를 보장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잘못 다루면 완전히 효과를 잃어버리니. 그 특성 탓에 취급처를 구하기도 어렵고 매입가도 어마어마했다.
“흠…….”
에단의 침술 실력이야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침술 실력과 약초를 다루는 실력은 별개였다.
오죽하면 로얄 그윈엔 약초만 전문으로 다루는 치료사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약초의 약효와 독을 분리하는 것, 조금이라도 마나를 주입하면 금세 시들어 버리는 약초들을 손질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업무였다.
그런 약초 전문 치료사들이 보기에도 에단이 가져온 약초들은 상당히 손질하기가 까다로운 것들이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치료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혹시나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단 생각에 렌더링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에단이 움직였다.
“!”
“……맙소사.”
치료사들이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단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약초를 다루기 시작했다.
* * *
-광휘 약초술이 활성화됩니다!
-약초가 가진 모든 힘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습니다!
에단은 광휘 약초술을 사용해 다루기 까다로운 약초들을 능수능란하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어떻게 약초를 손질해야 하는지를 스킬이 앞장서서 보여 주고 있었다. 에단은 그 스킬의 안내에 따라 손을 움직였다.
처음엔 그대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에단은 광휘 약초술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이드 역할을 해 주는 거야.’
그렇다면 그 가이드를 단순히 따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능력의 포인트를 이해하고 녹여 내야 했다.
‘그래야 광휘 약초술을 제대로 쓰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
에단은 아스클레피오스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내 병을 고치기 위해서 배운 것들인데 말이야.’
자신의 병은 고치지 못하고 다른 이들만 고쳐 주고 있으니. 당장 처한 상황이 꽤나 아이러니했지만 오히려 이 기술들이 에단의 생존 확률을 크게 올려 주고 있었다.
‘아이러니의 아이러니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참으로 재밌었다.
‘이 약초들은 모두 S등급의 재료들이야.’
에단은 이어 손질을 마친 두 개의 약초를 쥐었다.
‘진 허류 탕약술.’
에단이 마스터한 이 진 허류 탕약술은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약초를 배합한다!’
S등급의 재료 두 개를 합하여.
-진 허류 탕약술, 허류 배합을 시작합니다.
-침향초와 천사의 날개를 배합합니다.
에단이 두 가지 재료를 쥐자 그 손이 작게 떨렸다.
-배합 완료!
-배합 결과 : 진 침향초(SS)
에단은 결과물을 보며 미소 지었다.
S등급의 재료만 해도 구하기가 몹시 어렵다.
그런데 SS등급의 재료가 나왔다.
‘S급 두 개를 합친다고 해서 무조건 SS등급이 나오진 않을 거야.’
에단은 한번 더 손질한 다른 약초들을 배합했다.
-배합 완료!
-배합 결과 : 빛나는 루나트 뿌리(S+)
‘하지만 더 좋은 등급이 나온다는 건 확실하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다. 에단은 배합한 약초들로 탕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반젤린 황녀의 심장에는 온몸으로 퍼지는 냉기의 근원이 있다.’
그 냉기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기존에 깃든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태양의 기운이 필요했다.
‘과할 정도로 강렬한 태양의 힘.’
모든 걸 다 녹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기운이라면 몸 내부가 크게 망가질 수가 있어.’
그러니 그 강력한 열기를 막을 수 있는 탕약도 필요했다.
냉기를 녹여 버릴 태양의 탕약.
태양의 열기로부터 몸을 지켜 줄 보호 탕약.
그리고 일순간 텅 비게 될 체내에 새로운 마나 로드를 열어 줄 마나를 만들 탕약.
이렇게 총 세 가지가 필요했다.
‘전부 다 S급을 훌쩍 넘어야 한다.’
“후.”
에단이 심호흡했다.
화륵-.
우선은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크에 탕약 제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브륄레를 사용했다.
‘이제는 이 방법도 사용할 수 있어.’
거기에 더해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못했던 새로운 마법을 섞었다.
소환된 뤼카가 곧장 에단에게 마나를 주입했다.
뤼카의 순수한 마나가 에단의 몸에 깃드는 것과 동시에 그 손에서 마법이 펼쳐졌다.
브륄레와 함께 에단의 포션 제조에 핵심이 되었던 마법.
‘아제르.’
모든 불꽃 마법의 핵심이 되는 마법이었다.
‘브륄레도 그렇지만 아제르도 사실은 기본적인 마법이야. 정확히는 마법의 일부라고 봐야겠지.’
기본적인 마법이기에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에단은 이런 기초 마법을 활용하는 데 능통했다.
샤아아악-.
들고 있던 플라스크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제르를 이용하면 플라스크의 온도를 순간적으로 빠르게 높일 수 있어. 거기에 브륄레로 아주 세세한 온도로 조절한다.’
에단은 자유자재로 온도를 조절해 가며 탕약 제조 속도를 높였다.
거기에 더해 남는 손으로는 손질한 재료를 배합하고 마나를 주입했다.
그와 동시에 에단은 기원했다.
단순히 에반젤린의 병만이 아니라 대륙에 있는 그 어떤 병도 고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탕약을 만들 수 있기를.
‘환자가 그 어떤 병에 걸려 있어도 치료할 수 있는 그런 탕약.’
찰랑-.
플라스크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탕약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에단은 그 빛을 보고는 플라스크를 한층 더 강하게 흔들었다.
‘드디어.’
플라스크에서 퍼져 나오는 황금색의 빛.
-진 침향초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진 침향초 탕약 [SS등급]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SS] 업적 달성에 따라 좋아요를 획득했습니다.
-좋아요를 ‘7’만큼 얻었습니다!
“우선 하나.”
무려 SS등급의 탕약이었다. 에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서 다른 탕약을 만들었다.
‘아직 멀었어.’
오랜만에 사용하는 아제르다 보니 처음엔 그 컨트롤이 어색했다. 하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예전의 숙련도가 다시금 재현되었다.
에단의 아제르는 굉장히 심플했다. 그러나 그 심플함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모든 치료사들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에단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나 더.’
에단은 연이어 탕약을 더 만들어 냈다.
-반짝이는 루나트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반짝이는 루나트 탕약 [SS등급]
또 SS등급이었다.
에단은 천장을 보고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연속해서 SS등급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탕약을 만드는 데 정신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S등급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에단은 작은 손놀림에도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에단은 반짝이는 루나트 탕약을 만들기가 무섭게 또 다시 탕약 하나를 더 만들어 냈다.
3연속 SS등급의 탕약이었다.
지칠 만도 했지만 에단은 곧바로 탕약을 가지고 에반젤린 앞에 섰다.
에반젤린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
하지만 굳이 긴장한 티를 내진 않았다.
그런 에반젤린 황녀를 보며 에단이 말했다.
“황녀님.”
“……네.”
“완치될 준비는 되셨습니까?”
에반젤린 황녀는 고개를 끄덕이곤 에단이 건넨 첫 번째 탕약을 마셨다.
“끄으으으!”
첫 번째 탕약을 먹은 에반젤린 황녀는 지금껏 느껴 보지 못했던 강렬한 열기를 느꼈다.
그녀는 몸 속 냉기가 워낙 강한 탓에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덥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열기가 한쪽에 모이면 그대로 뭉쳐서 몸 내부를 완전히 불태워 버릴 거야.’
쑥-. 쑥-.
에단은 열다섯 개의 침을 동시에 놓았다.
양손의 사관혈.
명치, 배꼽 아래 단전.
허리에 둘.
양 허벅지.
양 종아리.
그리고 양 발.
마무리로 머리에 세 개를 꽂았다.
온몸에 침이 꽂힌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 보였으나, 정작 에반젤린 황녀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닭에게 아홉 개의 침을 꽂고도 멀쩡했던 침술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에단은 다음으로 화타개복치료술을 사용했다.
샤아아아악-!
아스클레피오스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몸 내부에는 극냉쇠락증의 냉기를 감당하기 위한 태양의 기운이 숨겨져 있었다.
에단은 우선 그 태양의 기운을 따로 빼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였군.’
태양의 기운의 정체는 아티팩트였다. 몸속에 아티팩트를 넣어둠으로 극냉쇠락증의 냉기를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냉기가 강렬한 탓에 이미 아티팩트의 기운은 꽤나 쇠한 상태였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제 기능을 못하고 없어졌을 것이다.
극냉쇠락증의 냉기를 막고 있던 아티팩트를 제거하자, 순식간에 냉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탕약과 침술 덕분에 온몸에 열기가 돌고 있었기에 몸에 무리는 가지 않았다.
‘극냉쇠락증의 근원. 심장 부근에 있는 그 근원을 처리해야 한다.’
에단은 화타 개복치료술을 사용해 심장 부근을 열었다. 그곳에는 꿈틀거리는 새파란 덩어리가 있었다.
흘러나오는 냉기의 위력은 주변의 모든 것을 차갑게 만들다 못해 꽁꽁 얼려 버릴 정도였다.
‘역시 쉽지 않군.’
지켜보고 있던 치료사들의 눈에는 에단의 화타개복치료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에단이 뭔가 치료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시시각각 에반젤린의 상태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끅.”
에반젤린은 신음을 꾹 참고 있었다.
“황녀님.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에단은 이어서 황녀에게 두 번째 탕약을 먹였다.
두 번째 탕약의 효과는 몸의 보호였다.
‘본격적으로 극냉쇠락증의 냉기를 풀어 둘 거니까.’
그러려면 몸이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꿀꺽꿀꺽.
에단은 그와 동시에 혈에 찔러 두었던 침을 회수하여 다시 놓았다.
‘SS급 탕약이라 그런지 열기가 대단해.’
이 열기로 냉기를 녹여야 했다.
침을 이용하여 온몸에 퍼졌던 열기를 천천히 위쪽으로 몰았다. 뭉치면 그 즉시 열기가 몸을 파괴해 버릴 테니 그 컨트롤이 아주 중요했다.
에단은 신중하게 침을 꽂고 빼기를 반복했다.
“후우우우.”
2번째 탕약 덕분에 에반젤린은 이런 과정에서 몸 내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화르르르륵-!
샤아아악-.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극냉쇠락증의 냉기와 에단이 만든 SS급 탕약 침향초 탕약의 열기가 맞부딪쳤다.
쿠르르릉-!
에반젤린의 몸속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탕약을 통해 몸 내부가 보호되고 있었음에도 고통이 심한지 에반젤린이 이를 악물었다.
지켜보고 있던 치료사들의 표정에서 심각성이 보였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이 치료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에반젤린 황녀는 죽게 될 것이고 여기에 있는 모두가 황제의 분노를 사 죽게 될 건 분명했다.
치료사들의 동공이 떨리며 쫘악, 등 뒤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을 꺼내면 우르르 가서 에단을 말릴 것 같은 기세들이었다.
치료사들이 불안한 얼굴로 에단을 보았다.
“…….”
반면 에단은 의연하게 치료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반데라스 소장은 그런 에단의 모습에 애써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그런 의연한 태도와는 달리 에단은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해.’
극냉쇠락증은 괜히 불치병이 아니었다.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에단에게까지 그 영향이 올 정도로 강렬한 냉기였다. 순간 에단의 머릿속에 두통이 일었다.
-생존 확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젠장. 절멸증을 부추기기까지 하는군.’
에단이 혀를 찼다.
SS급 탕약의 열기가 확실히 강력했지만 오랜 세월 황녀의 몸속에서 그 힘을 길러 온 압도적인 냉기는 쉽사리 해결이 되지 않았다.
‘황녀의 몸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해.’
에단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지체되면 완치가 되어도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가 있다.
‘그래선 안 돼.’
확실하게 임팩트를 보여 주어야 했다.
푹-.
침을 뺀 에단이 다시금 침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냉기가 그의 몸으로 침투해 왔다.
‘젠장!’
에단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몸으로 들어온 냉기를 컨트롤하려 했다.
그때.
‘어?’
뭔가 이상했다. 본래라면 침투한 냉기가 그대로 에단의 내부를 얼려 버려야 했을 텐데 그대로 멈춰 있었다.
에단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설마…… 문포스의 힘?’
문포스의 힘은 냉기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시리게 차가운 달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된다.’
문포스의 힘이 극냉쇠락증의 근원, 극냉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