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48)
신들의 구독자 248화
248화. 수중 도시
에단은 황궁에서 나와 곧바로 교황청으로 향했다.
“프레데릭 교황 성하께서는 현재 부재중이십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최고 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이 교황청은 당연한 말이지만 수도 내에 있었다.
에단은 황제의 소개장을 들고 교황청을 찾았으나 교황은 부재중이었다.
추기경이 에단에게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교황 성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교황 성하를 꼭 만나 봐야 합니다.”
“음.”
잠시 고민하던 추기경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 휘커스 님께서는 황제 폐하의 교지를 들고 오셨고 홀리라이트 교단에 큰 기부까지 하셨습니다. 그 명성과 명예 대주교직까지 함께 판단하여, 교황 성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
기부.
그리고 황제의 교지.
이 세 가지가 확실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명성을 많이 쌓은 보람이 있군.’
이베카 아카데미에서 단기간에 명성을 쌓은 보람이 있었다.
“현재 성하께서는 수중 도시의 변고를 해결하시기 위해 사우전드 화이트 호수로 가셨습니다.”
‘사우전드 화이트로 갔다고?’
대륙에는 거대한 호수가 몇 개 있다. 그중 하나인 사우전드 화이트 호수는 바다와 이어지는 거대한 호수로, 호수 너머 바다엔 어인들이 사는 수중 도시가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은데.’
이 수중 도시는 현재 그 규모가 굉장히 작다.
하지만 본래는 굉장히 컸었다고, 물 밖으로 나온 어인들이 종종 그때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일단 그쪽으로 가 봐야겠군.”
* * *
교황이 향한 도시는 수중 도시라 불리는 워터피아였다.
이 워터피아는 거대한 호수인 사우전드 화이트 호수와 이어진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도시였다.
‘규모가 웬만한 대도시보다 더 커.’
어인들이 살고 있는 바닷속 도시 워터피아는 한때 길이 열려 육지에 개방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어인들의 공주가 인간한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지.’
분노한 워터피아의 왕이 그 즉시 인간과의 전쟁을 벌이려고도 했었다.
다행히 황제와의 이야기를 통해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워터피아는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외부인을 받지 않게 되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놓은 곳인데, 무슨 변고가 생긴 거지?’
추기경은 그저 교황이 변고를 막기 위해 워터피아로 갔다고만 할 뿐이었다.
알려 줄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라고.
‘음.’
바닷속 워터피아에 들어가려면 본래 다양한 아티팩트가 필요했다.
‘일단 다 준비해 오긴 했는데.’
에단은 메판을 하면서 워터피아에 여러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워터피아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지만 그때의 에단은 새벽회의 1위계 신자로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아 도시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서 길잡이를 대동했었지.’
물론 마지막 방문에 이르러서는 에단 또한 보는 눈이 생겨 조류를 읽는 방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바다의 흐름.
‘길이 계속 변화하거든. 그 변화하는 흐름을 느껴야 돼.’
처음 워터피아로 갈 때 동행했던 길잡이 어인이 홀로 길을 찾아가려면 무조건 조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물론 당시 에단은 뭔 소린가 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아니고 자시고!”
호수로 가는 길.
그 입구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까지 하는 걸 보니 뭔가 트러블이 생긴 모양이었다.
에단은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며 귀를 기울였다.
“아니, 지금 못 들어간다니까요!”
“지금 우리도 못 들어가는데 인간인 당신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니, 우린 당신들 어인들을 도와주러 왔는데, 이런 취급을 해도 되는 거요!?”
“토벌대라고, 우리는!”
“길잡이가 없으면 바다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뭔 토벌대라고! 인간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
입구 쪽엔 각기 특색이 뚜렷한 이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쪽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갖춰 입은 기사 무리였고 다른 한쪽은 갈퀴가 달린 어인들이었다.
어인들은 잔뜩 화가 났는지 머리에 달린 지느러미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저건 정말 화가 날 때 격하게 움직인다고 들었는데.’
슬쩍 보니 어인 무리가 굉장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저기 저 몬스터들이 무서워서 그런가? 아니면 해적들이 무서워서? 그건 우리가 해결해 주겠다니까?”
“개소리! 너희들이 우리 땅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기나 하나? 대충 그럴듯한 말로 우리를 속이려 하는 걸 모를 것 같나?”
“허! 이러니까 어인 놈들은! 후회할 거다! 너희들의 땅에 생긴 일을 도와주려고 했거늘, 그걸 내쳐!?”
“관둬! 우리도 너희들의 안내 따위 필요 없다!”
“우리가 알아서 찾아가면 그만이니까.”
“여긴 우리 호수다. 한번 마음대로 들어와 봐라!”
‘소문이 꽤 퍼졌나 본데. 기사가 아니라 용병인 모양이군. 아마도 거기 가서 한몫 챙기려는 사냥꾼들이겠지.’
어인들과의 교류가 끊긴 이후로 어인들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공예품들이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워터피아에 가서 약탈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싸우던 기사들은 그대로 고개를 돌리더니 품에서 아티팩트를 꺼내 호수에 던졌다. 그러자 돛단배가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이어서 아티팩트를 던지자 십여 명은 탈 수 있을 법한 돛단배가 세 대 정도 올라왔고, 용병들이 그대로 배에 올라탔다.
에단은 어인들이 용병들을 말릴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어인들은 그런 그들이 한심한지 딱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자, 가자고!”
바람의 아티팩트를 통해 출발한 배는 빠른 속도로 호수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안 말리네?’
에단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잠시 지켜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나아가던 배가 흔들렸다.
크르르르릉-.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부글부글.
넘실거리던 호수에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배가 마구잡이로 흔들리자 타고 있던 용병들이 머리를 내밀고 호수 안쪽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부글거리던 수면 아래에서 머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콰득-!
용병 하나가 그대로 괴수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이어.
쿠르르르릉-!
호수의 물이 들끓더니 이내 거대한 머리가 그대로 돛단배를 삼켰다.
콰드드드득-!
돛단배 위의 용병들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어…… 어!?”
“이런 씨…… 바알! 당장 돌려! 아티팩트 반대로!”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괴수 여럿이 나타나더니 나머지 돛단배도 그대로 삼켜 버렸다.
콰드드득-!
그대로 돛단배를 삼켜 버린 괴수들이 스르륵 수면 아래로 다시 들어갔다.
이윽고 호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고요함을 되찾았다.
그 광경에 어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멍청한 놈들, 우리가 괜히 지금 안 들어가고 있는 줄 알아?”
“우리도 목숨을 걸고 간신히 빠져나온 거라고.”
어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 망할 놈들의 꼴이야 보기 좋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금세 그들에게 무거운 현실이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살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다른 부대는 다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저런 몬스터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워터피아는 저놈들보다 더 크고 강한 놈들에게 포위당했을 겁니다.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족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릅니다. 물속에서의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니까요.”
어인들은 얼굴에 새파란 비늘이 있는 어인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게다가 인간 놈들은 이미 큰 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그래, 인간들은 큰 죄를 저지르고 우리에게 빚을 졌어. 인간들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건 그 때문이다. 인간들은 그 빚을 갚아야 하니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테지. 굳이 다른 종족을 찾아가서 빚을 만들 순 없어.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지도 알 수 없고.”
“…….”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이미 교황이 간 거 아닌가?’
듣자 하니 도움을 청하러 나온 어인들은 각각 부대를 이루어 육지로 나온 듯했다.
‘그럼 다른 부대가 교황을 데리고 간 것일 수도 있겠어. 서로 연락이 안 될 테니 모를 수도 있고.’
에단이 슬쩍 그들에게 다가갔다.
“혹시 호수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낚시를 하러 온 참인데, 어인분들이 있으시니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에단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자 어인들이 순간 놀라며 에단을 경계했다. 워낙 조용히 다가가니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아마 낚시는 안 될 거요. 돌아가시오. 호수에 몬스터가 잔뜩 있소.”
어인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호수로 던지자 아까 그것들보단 작은 몬스터 하나가 튀어나와 그것을 콱 물고는 사라졌다.
“일반적인 몬스터들이 아니오. 아주 위험한 놈들이지.”
“그래 보이는군요.”
에단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식량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어인들이 했던 것처럼 수면 위에 잔뜩 뿌렸다.
“……?”
어인들이 의아하게 에단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음식을 뿌리자 몬스터들이 스멀스멀 튀어나왔다.
콰드드드득-!
호수 위로 기다란 괴수가 튀어 올랐다. 놈은 순간 에단을 보더니 수면 위의 식량이 아닌 에단을 노렸다.
“인간!”
어인 하나가 급하게 에단을 보았다.
“……어?”
에단은 이미 검을 들고 있었다.
파직-.
번개가 튀는 천뢰검을 든 에단이 그대로 아가리를 쩍 벌리는 괴수를 향해 검을 겨눴다.
에단 검술 1식
서리천뢰
아주 가볍게.
에단이 검을 휘둘렀다.
콰득-!
하지만 괴수가 그보다 빠르게 에단을 삼켜 버렸다.
어인들이 당황하며 에단을 삼킨 괴수를 보고는 곧장 푸른 비늘 어인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 인간을 구해야 하냐고 묻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푸른 비늘 어인은 눈을 크게 뜬 채 경악하고 있었다.
“하이드로스케일 님……?”
“이미 죽었다.”
“예?”
“이미 죽었다고.”
스릉-.
에단을 삼킨 괴수의 머리가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다. 뒤이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그 기다란 몸통이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괴수가 말이야.”
가볍게 땅에 착지한 에단이 검을 한 차례 털었다.
괴수의 몸이 호수에 가라앉자 다른 괴수들이 그 사체를 먹기 시작했다. 에단은 그놈들을 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에단 검술 2식
만뢰서리격
쐐애애애애액-!
에단의 검에서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끼이이이이익-!”
“께에에에에에엑!”
비명과 함께 두 동강이 난 괴수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천천히 검을 늘어뜨린 에단이 어인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움찔!
에단의 시선에 순간 놀란 어인이 딸꾹질을 했다.
“제가 사실은 워터피아에 가려고 합니다.”
에단은 그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