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49)
신들의 구독자 249화
249화. 바닷길
“에단…… 휘커스 님이시군요.”
본래 인간에게 적개심이 강한 하이드로스케일이었으나 방금 그 광경을 본 이상 에단에게 함부로 굴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 부근까지 퍼진 에단의 명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사실 저희는 워터피아에서 왔습니다.”
하이드로스케일은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워터피아는 아수라장입니다. 본래 워터피아에는 몬스터들을 물리는 아티팩트와 마법이 있었습니다만 그것들이 죄다 부서졌습니다. 거기에 워터피아 내에 기묘한 균열이 생기더니 몬스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하이드로스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일로 저희 워터피아의 수호신께서…… 크게 다치셨습니다. 때문에 왕께서 지원을 요청하라고 저희를 육지로 파견하셨습니다.”
하이드로스케일은 워터피아에 생긴 변고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교황이 직접 간 거군. 근데 교황이 직접 갈 정도의 일인가?’
이야기만 들어선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뭔가 더 있나 본데.’
교황이 직접 나섰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균열이 생기고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는 게 전부일 리가 없다.
‘수호신이 다친 이유, 그리고 균열이 생긴 이유.’
그토록 육지 인간을 싫어했던 워터피아의 왕이 육지로 어인들을 보낸 이유가 분명 있을 터.
‘더러운 일엔 항상 끼는 놈들이 있으니까.’
뭔가 문제가 생기면 십중팔구는 달의 추종자 놈들이 엮여 있다.
“방금 괴수 놈들을 처리하시는 건 봤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는 놈들은 잔챙이들입니다. 저 안쪽에는 정말…….”
수면 아래의 참상을 전하는 어인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필사적으로 갈퀴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무사히 육지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길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다.”
에단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 * *
꾸루룩-.
에단과 어인들이 호수를 가로질렀다.
수중 호흡 아티팩트와 수중 운동 능력을 보조해 주는 아티팩트를 착용한 에단은 어인들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갈랐다.
‘가격이 사악했지만, 남는 게 돈이니까.’
이런 고급 아티팩트는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에단에게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아티팩트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 걸 확인한 에단은 앞장서서 헤엄쳐 가는 어인들을 쳐다봤다.
아름답게 수영하는 어인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어인들은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어인 하나가 이게 맞느냐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하이드로스케일을 쳐다봤다.
이대로 워터피아로 돌아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충분한 지원군을 이끌고 돌아가는 거라면 모를까. 당장 동행하는 게 인간 한 명뿐이었으니.
저 남자가 제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고 한들 물속에선 제대로 싸울 수 없을 터.
육지에서의 싸움과 물속에서의 싸움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하이드로스케일 님,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에단 휘커스 님이 강한 건 알겠습니다만 그건 육지에서의 강함 아닙니까? 워터피아에 있는 놈들은 싸울 엄두조차 나지 않는 놈들입니다. 저는 그런 건 처음 봐서…….
어인 하나가 그때의 공포가 떠올랐는지 말하다 말고 몸서리를 쳤다.
-지금이라도 다시 육지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와야 합니다. 마법사나 사제들도 있으면 좋겠고요.
거듭되는 청에 하이드로스케일은 인상을 썼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하이드로스케일도 어인들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강한 육지의 인간이라도 물속에선 그 힘이 무용지물이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 봐 온 인간 중 물속에서 자기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건 손과 발에 무거운 족쇄를 하나씩 달고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음을 굳힌 하이드로스케일이 에단에게 다가갔다.
그의 기세에 밀려 물속으로 들어왔지만 그리 멀리 오진 않았으니, 다시 육지로 돌아가 제대로 된 지원군을 꾸려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득할 셈이었다.
부글부글.
그러나 그가 에단에게 접근함과 동시에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어인들은 물보라와 특유의 오라를 통해 저 밑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는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챘다.
창날처럼 뾰족한 코, 아가리로 화살 같은 위력의 물줄기를 뿜어 대는 몬스터.
-자이언트 블루 마린……!
난데없는 자이언트 블루 마린의 기습.
게다가 자이언트 블루 마린은 홀로 다니지 않는다.
-50마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죄다 눈이 돌아갔습니다! 평범한 자이언트 블루 마린이 아닙니다!
다들 눈이 새빨갰다.
-도대체 왜 저렇게 된 건지……!
-독기가 스며든 놈들입니다!
균열에서는 몬스터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갈라진 균열에선 새카만 독기가 퍼져 나왔는데, 그 독기는 어인들을 쇠약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근 해역의 모든 몬스터들을 난폭하게 만들었다.
샤아악-!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게 에단과 어인 일행을 그대로 꿰뚫으려는 듯한 모양새였다.
-에단 휘커스 님!
하이드로스케일이 에단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어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최대한 산개한다면 저 돌진 공격을 피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하이드로스케일이 에단을 안으려 들었다. 에단의 움직임으로는 저 공격을 피할 수 없을 테니 도와줄 생각이었다.
-어, 어어……!
하지만 에단이 그보다 빨리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모습이 육지에서 하던 대로 검을 뽑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거, 검을 안 꺼내시는데요!
그런데 정작 에단이 꺼낸 건 검이 아니었다.
-……채찍?
에단이 꺼내 든 건 채찍이었다.
에단은 마수 채찍을 든 채로 자이언트 블루 마린 무리와 충돌했다.
짜악-! 짜악-!
에단은 빠르게 채찍을 휘둘렀다. 물속이라 에단 검술의 묘를 살려 움직이긴 힘들었다. 채찍질 역시 위력이 반감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채찍질에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이 잔뜩 흥분해 다시 에단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에단이 먼저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기다려.”
그러자 다시 돌진하려던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수십 마리의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이 에단의 손짓과 채찍질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옳지.”
-뭐, 뭐지, 이게?
-자이언트 블루 마린들이…….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어인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에단을 구하겠다고 뛰어들려던 하이드로스케일도 멈춰 선 상태였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하이드로스케일이 조심스레 묻자 에단이 채찍을 한차례 휘둘러 보였다.
“길들였습니다.”
-……예? 몬스터들을 길들이셨다고요?
에단이 대답 대신 자이언트 블루 마린의 등에 올라탔다.
“그런 재주가 좀 있습니다.”
-…….
채찍질만으로 독기에 물든 자이언트 블루 마린 무리를 길들인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인데…….
하이드로스케일의 머릿속에 불현듯 옛날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바다의 영웅은 바닷속 모든 이들을 발아래에 두었고, 바다의 괴수들은 모두 그 영웅을 따랐다고.
어째선지 책 속의 그 영웅과 에단이 겹쳐 보였다.
* * *
에단이 몬스터들을 길들이는 모습을 본 이후로, 어인들은 더 이상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꺼낼 엄두를 내질 못했다.
에단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싹 다 길들였고, 종국에는 아예 몬스터 군단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캬르르르르르륵!”
물론 에단이 모든 괴수들을 테이밍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전의 자이언트 오거처럼 거대하고 멍청한 놈들은 길들일 수가 없었다.
“자, 특식이다. 가서 뜯어 먹어라!”
몬스터 군단이 완성된 뒤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어인들이나 에단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몬스터 군단이 앞을 막는 것들을 죄다 처리해 버렸으니.
어인들은 정말로 길잡이 역할만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이드로스케일은 문득 에단이 무슨 목적으로 워터피아에 가려는 건지 궁금해졌다.
-에단 휘커스 님, 혹시 무슨 목적으로 저희 워터피아를 찾으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워터피아에 변고가 생겼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루트를 통해 퍼진 상태였다.
하지만 에단이 단순히 워터피아의 변고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건 아닌 듯 보였다.
“제가 찾는 분이 워터피아에 계십니다.”
-어떤 분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홀리라이트 교단의 교황이십니다.”
-교…… 황이요?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교황 성하께서 먼저 워터피아로 향하셨습니다. 워터피아의 문제는 잘 처리될 겁니다.”
하이드로스케일 또한 홀리라이트 교단의 교황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인간 중에서 한없이 높은 자, 황제만큼이나 고귀한 자가 바로 교황이었다. 그런 교황이 워터피아에 왔다니.
반가운 소식에 어인들의 표정이 크게 밝아졌다.
에단의 말이 사실이라면 워터피아의 문제는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에단은 신이 나서 속도가 더욱 빨라진 어인 길잡이들의 뒤를 따랐다.
‘흠.’
바다와 연결된 바닷길을 가다 보니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조금씩 감각들이 돌아오는 느낌이야.’
물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길.
이 바닷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워터피아가 있다.
에단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그 흐름을 더욱 더 자세히 느끼려 들었다.
그런 에단의 행동을 하이드로스케일이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인간이 물의 흐름을 느낀다니, 분명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인간은 대체로 물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그들은 바닷길을 찾지 못해 항상 어인 길잡이를 필요로 했다.
바닷길은 물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
물은 계속해서 흐른다. 때문에 한순간도 그 흐름이 고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길을 읽지 못하면 바닷속의 다양한 현상에 의해 순식간에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에단의 저 행동은 분명 물의 흐름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제가 좀 앞장서 보고 싶군요.”
-네? 하지만 길을 찾으려면…….
“감을 좀 잡아서요.”
하이드로스케일은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물에 들어올 때처럼 자연스럽게 에단에게 선두를 내주게 되었다.
그 모습에 어인들이 하이드로스케일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크게 불안감을 느끼진 않았다.
일단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인간이 바닷길을 찾는 건 힘들 거라 생각했다.
에단이 호기롭게 앞장서 보겠다고 했으니, 길을 찾지 못하면 다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앞장서면 되리라.
그러나.
-…….
-…….
어인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어인들의 선두에 있던 하이드로스케일 또한 당황했다.
-어, 어떻게.
에단은 완벽하게 물의 흐름을 읽고 바닷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바닷길을 찾으면서 움직이니 꽤 재밌군요.”
뭐 그리 놀라운 일이냐는 듯,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