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57)
신들의 구독자 257화
257화. 선수 치기
‘빠르군.’
방으로 돌아온 에단은 확신했다. 저건 진짜 교황이 아니었다.
‘이 새끼.’
대회의 당시에 보냈던 그 묘한 눈빛. 설마 눈치챘나 했더니 정말 눈치챈 듯 보였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에단이 교황과 교류를 맺은 걸 본 건 틀림없었다.
‘막을 쳐 놨으니 대화 내용을 들었을 리는 없어.’
그저 함께 있는 것만 봤을 테지.
교황이 완벽 의태에 대해 이야기한 건 못 들었을 것이다.
“재밌게 돌아가는구만.”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접근해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놈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 내가 의심스럽거든.’
정말 에단이 눈치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교황으로 의태하여 에단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어중간한 태도를 취했다.
5사도 입장에서는 확신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알아챘다고 해도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는 걸 알아.”
그럼에도 5사도는 에단에게서 관심을 끊고 움직일 수 없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까.’
에단은 새벽회 내에서 진행한 임무 중 실패한 임무들에 몇 번이나 연관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일지 모르나 관심을 끄진 못할 것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닌 법.
‘5사도도 그걸 생각하고 있겠지.’
혹여나 에단 휘커스가 뭔가를 알고 있는 거라면.
‘원래라면 깔끔하게 죽여 버리면 돼.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에단의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큰 명성을 얻어, 이제는 새 시대의 인재라 불릴 정도로 그 성과가 대단했다.
‘회유할 수만 있다면 새벽회의 막강한 전력이 될 테니까.’
하지만 에단을 회유하는 데 쓸 시간이 없다고도 생각할 거다.
에단은 그가 고민하는 그사이를 노려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나는 그 틈을 타 움직이면 돼.”
* * *
“전하.”
에단은 워터피아의 왕과 독대했다.
‘적어도 이 접견실에서 보는 워터피아의 왕이 가짜일 리는 없겠지.’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워터피아의 왕으로 의태한 5사도가 접근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에단은 공식적인 자리인 접견실에서 워터피아의 왕과 만났다.
‘먼저 확보해 둬야 할 건 두 개.’
워터피아의 성유물.
그리고 타르타로스의 성유물이었다.
‘5사도는 이번 일로 두 개의 성유물을 얻으려고 한다.’
어인들과 드워프들의 영혼이야 아직까진 에단의 추측에 불과하니.
이 성유물들이야말로 5사도가 이 사태를 통해 노리는 가장 큰 목적이라 봐야 했다.
‘그럼 우선 그 성유물들을 확보한다.’
그리고 동시에 사라진 시그마 로드해머를 확보할 생각이었다. 이 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보아하니 5사도가 시그마 로드해머로 의태해 워터피아에 들어온 건 얼마 되지 않았어.’
때문에 워터피아의 성유물은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 있었다.
“에단 휘커스, 중요한 무언가라도 발견했는가?”
워터피아의 왕이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워터피아를 돕기 위함이기도 합니다만. 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물건이 이곳에 있다 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병?”
워터피아의 왕이 에단에게 되물었다.
에단은 흉흉한 바다 괴수들과 소용돌이를 뚫고 워터피아까지 온 인간이다.
그를 안내한 하이드로스케일에게 자세히 들어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에 덧붙여 순혈 인간이 아닐 거라 했던 것도 꽤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병이라니?
“사실 제가…….”
에단은 자신의 병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절멸증!”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워터피아의 왕도 절멸증에 대해선 알고 있었으니까.
“그 몹쓸 불치병을 앓고 있음에도 우리 워터피아를 도우러 왔단 말인가.”
“돕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흠, 하지만 우리 워터피아에 그런 물건은 없을 텐데.”
“신성력이 가득한 물건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런 물건이 있습니까?”
“신성력이 가득하다고?”
잠시 생각하던 워터피아의 왕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성력이 가득한 건 아니지만 신성한 물건이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다 낡은 목걸이일세. 꽤 오랜 세월 보관해 두었지만 별다른 능력이 없는 물건이지.”
“혹시 제가 그 물건을 볼 수 있을지요?”
“안 될 건 없지.”
워터피아의 왕이 손짓하자 어인 호위 기사 하나가 나와 교황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곳 앞으로 둘을 안내했다.
“눈을 가려야 하네. 이곳은 오로지 나와 내 혈통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거든.”
왕의 말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호위 기사가 에단의 눈을 가렸다.
쿠국-.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단은 호위 기사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움직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호위 기사가 스르륵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골동품으로 가득 찬 방의 전경이 드러났다.
“한번 확인해 보게나. 저게 자네가 원하는 그 물건이 맞는지.”
수많은 골동품 속에서 에단은 목걸이를 발견해 냈다. 목걸이는 강렬한 무언가를 뿜어내고 있었다.
‘역시.’
신성력과 헷갈릴 수도 있을 테지만 이미 한번 성유물을 접해 본 에단은 그 강력한 힘의 정체를 확실히 간파해 냈다.
‘신의 힘이다.’
목걸이는 성유물이었다. 어떤 신이 남겨 놓은 힘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강렬하고 강대했다.
“신성한 물건인 건 확실하네. 다만 그 힘이 전혀 느껴지질 않으니, 그 안에 힘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겠군.”
왕이 말했다.
“확인해 보니 어떤가? 이 물건이 자네가 찾던 물건인가? 자네의 그 악독한 병, 절멸증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을 가졌는가?”
“으음…… 보는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찾던 물건은 확실합니다만, 소문은 그저 소문이었던 것 같군요. 제게도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에단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목걸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게, 딱 보기에도 왕가의 보물이라는 느낌이군요. 신성한 물건이라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대에게 줄 수 있네, 에단 휘커스.”
“아니요, 괜찮습니다.
‘쓸데없이 빚을 달아 둘 필요가 없지.’
거기다 워터피아의 왕은 이 성유물 안에 담긴 신의 힘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일이 더 수월해진다.
‘다른 이유를 덕지덕지 붙일 필요가 없다는 거거든.’
에단은 가볍게 손을 움직여 성유물에 담긴 신의 힘을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성유물 안에서 휘몰아치던 강력한 신의 힘이 에단의 손을 타고 흡수되기 시작했다.
꿀렁.
“뤼카.”
에단이 조용히 뤼카를 소환했다.
“음?”
“한번 정령으로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러도록 하게.”
워터피아의 왕은 에단을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마 왕은 에단이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저러는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당장 흡수를 해도 전부 소화를 못해. 어차피 다 흘리게 되어 있어. 그렇다면 뤼카를 이용해서 최대한 담아 본다. 몸이 회복되면 그 힘을 차차 제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에단은 성유물에서 흡수한 신의 힘 중 절반을 뤼카에게 전달했다.
샤아아아악-.
몸 안에서 문포스의 힘이 휘몰아치더니 흡수되는 신의 힘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문포스의 힘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을 곧장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느낌이 달라.’
에단은 눈을 아예 감아 버렸다. 신의 힘을 흡수하는 데 보다 확실하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워터피아의 왕의 눈빛은 더욱 아련하게 변했다.
“안타깝군.”
뭐라도 느껴 보려는 듯한 에단의 모습에 워터피아의 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젊은 나이에 절멸증이라는 악독한 병에 걸리다니.
“이리 오게. 우리가 방해해서는 안 돼.”
워터피아의 왕이 호위 기사를 불렀다.
“예.”
에단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눈빛.
하지만 정작 에단은 이전에 성유물을 흡수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뭔가가 깨지려고 하는 느낌이다.’
빠각-. 빠가각-.
금이 간 무언가가 깨지는 그 순간.
“꺙!”
뤼카의 짧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성유물에 담겨 있던 모든 힘을 흡수하게 되었다.
에단은 몸 안에서 넘쳐흐르는 냉기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확실히 한 단계 더 성장했어. 하지만 한계를 깨지 못한 건 아쉽군.’
에단이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네! 이리 오게, 에단 휘커스! 우리 워터피아의 손님에게 선물 하나 주지 않고 있었군. 자네는 알고 있나? 이 워터피아의 특산물 중에 건강에 상당히 좋은 음식이 있다는 것을. 각종 해산물을 잔뜩 넣은 미역 포션이라고 하는 걸세. 미역으로 만든 건데, 상당히 깊은 맛이 있어.”
‘미역 포션?’
에단이 워터피아 왕이 건넨 포션을 받았다.
“쭉 마시게나. 그리고 포기하지 말게. 제아무리 악독한 병이라도 고칠 수 있을 테니까.”
꿀꺽꿀꺽.
그 맛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미역국이잖아.’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워터피아의 왕에게 꽤 호감을 산 듯했다.
‘본의 아니게 좋게 흘러갔군.’
이걸로 성유물 하나는 완벽하게 에단이 흡수했다.
이제 남은 건 타르타로스의 성유물뿐이었다.
* * *
“흠, 그걸 찾으신다고?”
워터피아의 왕은 시그마 로드해머와 독대하고 있었다.
“그렇소. 궁금해서 말이지, 한번 볼 수 있을까 싶은데. 우리 타르타로스에도 대대로 왕에게만 전해져 오는 보물 창고가 있거든. 그 창고에 워터피아와 관련된 물건이 있어서 말이야. 혹시 여기에도 비슷한 게 있는지 궁금해졌거든.”
“신기한 일이군. 안 그래도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찾았었는데 말이네.”
워터피아 왕의 말에 시그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 물건을 찾던 자가 있다고?”
“일단 따라오게나. 어찌 됐든 위대한 망치께서도 우리와 같은 신세가 되었고, 서로 도와야 하는 처지니 말이네.”
타르타로스의 위대한 망치, 시그마 로드해머는 인상을 썼다.
워터피아 왕의 말은 그냥 넘어갈 만한 게 아니었다.
* * *
워터피아의 비밀 창고.
“여기 있네. 위대한 망치께서 찾는 물건이 맞을 거야. 앞서 찾아온 그도 자기가 찾던 물건이 맞다고 했으니까.
워터피아의 왕은 시그마 로드해머를 목걸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얼마 전에 에단을 데리고 갔던 바로 그곳이었다.
시그마 로드해머는 목걸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을 가져다 댐과 동시에 씨익 미소 지었다. 뒤에 있던 워터피아의 왕은 보지 못했으나 상당히 섬뜩한 미소였다.
“어떤가.”
“흠! 자세히 보니 우리 타르타로스에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군. 아마도 서로 교환한 게 아니라 워터피아에서 선물을 받은 모양이야.”
시그마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어느새 호쾌한 웃음과 함께, 시그마는 저벅저벅 비밀 공간 바깥으로 향했다.
“그런데 말이네. 이 목걸이를 먼저 본 자가 누구지?”
워터피아의 왕이 대답했다.
“에단 휘커스 군이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