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60)
신들의 구독자 260화
260화. 진실
드워프에게 둘러싸인 멀쩡한 시그마 로드해머.
그리고 에단의 옆에서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는 시그마 로드해머.
타르타로스의 위대한 망치가 두 명이라니.
드워프들은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균열에서 나온 에단의 옆에 어째서 시그마가 한 명 더 있단 말인가.
“어째서 위대한 망치께서 두 분이…….”
에단이 놀란 드워프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 미소의 끝에는 멀쩡한 시그마 로드해머, 5사도가 있었다.
“이 균열 말이야. 굉장히 잘 만들었어. 다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구멍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누가 이 안으로 들어가 보겠다는 생각이나 했겠냐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니 뭘 숨겨 두기엔 정말 제격이지.”
에단이 멀쩡한 시그마를 보며 말했다. 그 옆에는 왕을 항상 보좌하는 드워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경악한 얼굴로 에단을 보고 있었다.
반면에 시그마 로드해머는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했다.
하지만 그 눈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악의가 흘러나왔다.
5사도는 에단을 한 차례 보고 그 옆에서 신음하는 시그마를 보며 턱을 들었다. 명백히 아래로 내려다보는 모습이었다.
물이 엎질러졌다.
설마하니 진짜 시그마 로드해머를 찾을 줄이야.
5사도는 박수를 쳤다.
“어떻게 알았나?”
“처음부터.”
에단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냥 죽여 둘 걸 그랬어. 일을 이렇게 성가시게 만들다니.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위, 위대한 망치님?”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에단이 드워프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들이 지금 보좌하고 있는 건 가짜요! 진짜 시그마 님은 지금 제 옆에 계십니다!”
“……!”
“가, 가짜라고?”
“진짜 시그마 님이……?”
드워프들이 당황했다. 이 시그마가 가짜라니?
드워프들은 타르타로스부터 이 멀쩡해 보이는 시그마 로드해머와 함께했다.
타르타로스의 균열을 타고 워터피아로 넘어와서도 계속 함께였다.
위대한 망치는 타르타로스의 왕.
위대한 망치에겐 완벽한 호위가 필요했고, 호위 드워프들은 그 역할에 충실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단 한번도 시그마로부터 눈을 뗀 적이 없었다. 만약 바꿔치기를 한 거라면 분명 눈치를 챘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
그러니 섣불리 에단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신음하던 진짜 시그마가 에단의 부축을 받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 내가…… 이 내가 당해 버렸다! 젠장……! 나는 위대한 망치라 불릴 자격이 없다! 굴욕적이군. 너무나도 굴욕적이야. 나를 제쳐 놓고 내 행세를 해? 이 빌어먹을!”
진짜 시그마가 오열하듯 말을 내뱉었다.
“이리트, 베비락! 내 망치를 가져와다오! 그 가짜 놈의 머리를 내가 다시 박살 내 버릴 테니!”
“……!”
“……!”
이름을 불린 두 드워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을 뗀 적은 없었으나 분명 위화감은 감지하고 있었다.
시그마의 본래 말투는 저렇게 걸걸하고 직설적이었다.
그는 역대 위대한 망치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망치답지 않은, 동시에 한없이 드워프다운 자였다.
“생각해 보면…… 워터피아에 와서 맥주 한잔 드시지 않았어.”
“매일 맥주를 드시던 분이었는데.”
“욕도 안 들었고.”
“매일 같이 듣던 욕이었는데.”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느끼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가짜 시그마를 모시고 있었다고 인지하자 그 위화감이 확 와닿았다.
드워프들이 가짜 시그마에게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설마…….”
“가짜 시그마 님이라고?”
“의심하지 말라. 너희들은 나와 같이 워터피아에 오지 않았나.”
“…….”
그 말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들은 허리춤의 망치를 쥐었다.
드워프들이 거리를 크게 벌리자 에단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5사도는 후, 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게 됐군.”
그러고는 다가오는 에단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너무 공교롭단 말이지. 분명 네놈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었을 텐데. 거기다 이번 일에 대해선 아는 놈들도 없었을 거고. 다른 놈이 하려던 일을 내가 맡아서 완벽하게 진행했으니까.”
5사도가 의아하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거야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그런 5사도를 향해 에단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주었다.
“네가 사도라는 걸.”
한없이 낮춘 목소리로 진실을 말했다. 그러자 지금껏 침착한 태도를 고수하던 5사도가 웃기 시작했다.
일전 워터피아의 비밀 창고에서 보였던 그 웃음이었다.
“다 관두자고. 본래 내 플랜대로라면 타르타로스고 워터피아고 이미 다 박살이 났어야 해. 상위 사도가 적당히 하라고 해서 조심히 움직였건만. 별것도 아닌 날파리들 때문에 성가신 일이 됐군.”
5사도가 다시금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일련의 무리가 다가왔다.
워터피아의 균열을 막고 있던 교황과 워터피아의 왕이었다. 또한 그 뒤로 수많은 어인 기사단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가!”
다가온 워터피아의 왕이 큰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왔다. 균열이라도 나왔나 했더니 균열 대신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명의 시그마.
한쪽 시그마는 다쳐 있었고 달리 멀쩡한 쪽은 드워프 전사들이 경계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째서 위대한 망치가 두 명이란 말인가?”
워터피아의 왕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던 교황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두 명의 시그마 로드해머.
그리고 다친 시그마 옆에 있는 에단 휘커스.
순간 에단과 교황의 눈이 마주쳤다. 교황은 다 이해했다는 듯이 에단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에단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생명 전환을 한 보람이 있으시겠지.’
아마 잘한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교황은 빠르게 워터피아의 왕에게 손짓했다. 왕이 가까이 다가오자 교황은 이 일에 대한 전말을 빠르게 이야기했다.
상대가 완벽 의태로 숨어 있어 부득이하게 왕에게도 이 사실을 숨겼다는 것. 그리고 완벽 의태를 한 놈이 이 균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하자 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그렇다면 위대한 망치가 진짜가 아니었단 말인가? 누군가가 위대한 망치로 의태하여 워터피아에 균열을 만들고…… 나아가 타르타로스까지 한꺼번에 망치려고 했던 것인가?”
완벽한 농락이었다. 설마하니 그런 사특한 짓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워터피아의 백성들을 핍박할 줄이야.
“이 빌어먹을! 감히, 감히 이 워터피아에서!”
왕이 분노하자 그에 맞춰 뒤에 도열해 있던 워터피아의 최강 기사단인 피아 기사단이 앞으로 나섰다.
몸에 착 달라붙는 특수 갑옷과 긴 삼지창.
그 앞에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이는 화려한 삼지창을 가지고 있었다.
“명을 내려 주십시오, 전하.”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던 기사단장 또한 분노한 상태였다.
“명을 내려 주신 대로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또한 가짜 시그마를 경계하던 드워프 전사들도 확실하게 5사도를 적대하기 시작했다.
체크메이트.
사실상 몰려 버린 상황에 시그마의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던 5사도가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그런 그가 다시 허리를 폈을 땐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5사도는 길게 기른 장발을 천천히 위로 쓸어 넘기며 길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래서 그냥 싹 다 죽이는 게 편하다고 했던 건데.”
날카로운 인상. 그리고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는 폭력적인 마나.
그 마나는 일반적인 마나와 달리 주변을 끈적하게 잠식했다.
샤아아아악-.
거기에 더해 냉기가 흘렀다.
“빌어먹을 상위 사도 놈들은 이게 문제야. 그놈들은 옛 기억에 너무 잠식당해 있어. 그래, 물론 옛날에 강한 놈들이 분명 있었겠지. 상위 사도 놈들이 한창 활동하던 무렵에 한번 크게 당했으니 트라우마가 있을 법하다고. 하지만 그땐 말이야.”
5사도가 주먹을 쥐었다.
“내가 없었잖아.”
혼자 중얼거리는 5사도를 보며 워터피아의 왕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피아 기사단이 곧바로 돌진할 태세를 취했다.
피아 기사단은 워터피아의 최고 전력이다.
거기에 더해 시그마를 호위하던 드워프 전사들 또한 5사도를 향해 망치를 겨눴다.
워터피아의 최고 전력과 타르타로스의 최고 전력의 일부.
워터피아의 왕이 손을 위로 올렸다.
“산 채로 포박하라! 저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저 입으로 직접 듣겠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피아 기사단장이 검을 치켜들었다.
쾅-!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가짜 시그마, 5사도에게 속은 드워프 전사들이었다.
육중한 몸과는 달리 그들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두꺼운 다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힘으로 강하게 땅을 밟고 앞으로 돌진했다.
5사도는 쇄도해 오는 드워프 전사들을 보고는 자세를 잡았다.
‘한번 보자고.’
에단은 굳이 먼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미 에단은 진짜 시그마는 물론이고 이번 사태의 흉수까지 찾아냈다.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지. 하지만.’
에단은 5사도의 진짜 얼굴은 모르나 그 강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싸우는 걸 본 건 딱 한번뿐이라 그 수준을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었으나.
‘사도의 숫자는 다른 걸 반영하지 않아. 온전히 강함으로 결정된다.’
숫자가 낮으면 낮을수록 강하다.
에단이 이전에 상대했던 사도들과 5사도는 그 숫자의 차이만큼 수준 차이가 컸다.
특히 1사도부터 5사도까지는 단계별로 상당한 힘의 격차가 있었다.
‘괜히 상위 3사도가 나뉘어져 있는 게 아냐.’
에단이 사도에 도전하던 때엔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3사도 혼자서 그 밑의 모든 사도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심지어 5사도까지는 아마 그런 수준 차가 계속 벌어질 거라고 했다.
‘같은 사도라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게 아니라고 했었지.’
동시에 날아드는 다섯 개의 망치.
5사도는 자세를 잡고 그 망치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커다란 소리와 함께 드워프 전사 다섯의 망치가 동시에 부서졌다. 망치뿐만이 아니었다. 전사들이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커헉…….”
“……!”
“빌어먹을!”
드워프 전사들이 무너지는 모습에 시그마 로드해머가 혀를 찼다.
순식간에 드워프 전사들이 무력화되는 모습에 워터피아의 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피아 기사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했다.
가볍게 몸을 푼 5사도가 앞으로 나서더니 순간 그 모습이 사라졌다.
뻐억-!
그리고 다시 굉음이 일었다. 완전 무장한 피아 기사단 단원의 갑옷이 그대로 박살 나는 소리였다.
그 일련의 과정은 피아 기사단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였다.
기사단장을 포함해 기사단의 그 누구도 5사도의 속도를 쫓지 못했다.
딱 두 명뿐이었다.
5사도의 속도를 눈으로 쫓을 수 있었던 것은.
그중 한 명인 교황이 워터피아의 왕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전군 물러서라!”
왕의 명령이 떨어졌으나 그보다 5사도가 더 빨리 움직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땅을 밟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그 모습이 사라졌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
그리고 맨몸 격투술은 피아 기사단의 그 누구도 막지 못할 수준이었다.
뻐억-!
“끄아아아악-!”
“이, 이게…….”
“피아 기사단이…….”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지켜보고 있던 어인들이 아연실색하기 시작했다. 워터피아에서 가장 강력한 어인들만을 뽑아 만든 피아 기사단이다.
그런 피아 기사단이 무력하게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공격에 당한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기사단원 한 명이 쓰러졌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공포가 스멀스멀 퍼지더니 절망도 옆에 올라탔다.
적은 단 한 명뿐이다.
그럼에도 그 한 명을 막지 못해 계속해서 밀리기 시작했다.
뻐억-!
쓰러지는 피아 기사단원들. 그 끝엔 워터피아의 왕이 존재했다.
“저, 전하께 간다!”
“막아라! 무조건!”
하지만 늦었다. 애초에 5사도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피아 기사단이다.
워터피아의 왕을 노리고 달려드는 5사도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순식간에 왕의 근거리까지 도달한 5사도가 미소 지었다.
“머리부터 따고 시작하자고.”
그때 왕의 옆에 있던 교황이 움직였다.
프레데릭 교황이 접근한 5사도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려는 그 순간.
까앙-!
교황의 지팡이보다 먼저 튀어나온 검 하나가 5사도의 주먹을 가로막았다.
“처음 있는 일이야. 적이 내 주먹을 검 하나로 막은 건.”
5사도의 주먹을 막은 건 에단의 검이었다.
5사도의 말에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처음 겪을 일들이 많을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