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63)

신들의 구독자 263화

263화. 수면 위의 섬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줄 끊어진 인형처럼 휘청거리던 5사도가 이를 갈았다.

방금 그 기술은 자신이 가사 상태에 돌입하면 곧바로 시전되는 기술이었다.

강신.

문마더의 편린을 강림시켜 몸을 맡김과 동시에 그 힘을 극대화해, 모든 상처를 낫게 하는 일종의 생존 기술이었다.

사실상 여벌의 목숨과 다름없는 기술로, 그 중요도가 커 귀중하게 아껴 둔 기술이었다.

“…….”

5사도가 에단을 노려보았다.

연환파천각을 쓴 이후의 기억이 뚝 끊겨 있었다.

분명 그때 당한 것이다.

순식간에 자신을 얼려 버릴 정도로 강렬한 냉기 공격이라니.

5사도는 지금껏 수많은 전투를 경험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냉기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이 만나 보았다.

하지만 눈앞의 에단 휘커스 같은 놈은 처음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얼릴 만큼 강한 힘을 가진 놈이었을 줄이야.

“젠장, 언젠가 상위 사도 놈들에게 도전하기 위해 아껴 온 한 수였건만.”

5사도가 짐짓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이 힘은 제약이 컸다. 적어도 일천의 목숨, 그 이상의 목숨을 바쳐야만 사용할 수 있는 비기였다.

그런 중요한 비기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 버리게 되었으니.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는 것에 굉장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에단의 실력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게 확인된 마당에 강신까지 해제됐다는 건 사실상 패배를 뜻하는 것이었으니까.

으득-.

“잡신을 믿는 망할 놈이.”

5사도가 빛나는 신성력을 내뿜고 있는 프레데릭 교황을 보았다.

교황은 홀리라이트 교단 특유의 자애로운 신성력을 내뿜고 있었는데, 그 신성력이 5사도에게는 굉장히 거슬렸다.

저 신성력에 강신이 이토록 쉽게 풀릴 줄이야.

“처음 볼 때부터 그랬다. 네놈을 죽이고 싶었지. 좋다, 좋아. 더 이상의 방심은 없다. 다 내려놓자고.”

5사도는 에단을 보았다.

에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방금 그 공격은 자신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공격이었다.

문제는 그런 기술을 썼음에도 에단이 그리 지쳐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몸풀기에 불과했나 생각될 정도다.

고고한 자세와 오라는 앞에 선 상대가 누구든 움츠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샤아악-.

5사도가 자신의 가슴팍을 매만졌다.

분명 모든 상처가 회복됐음에도 몸 안쪽이 서늘했다.

“도대체 이 냉기는 뭐길래 가시지가 않지?”

5사도가 혀를 찼다. 분명 강신으로 완벽히 회복이 되었을 텐데, 정작 몸 내부의 서늘한 냉기는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몸에 힘을 주고 있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가 딱딱 부딪칠 것만 같았다.

“인정하마, 에단 휘커스. 너는 나를 능가한다. 내 위에 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5사도가 씩 웃었다. 이미 실력의 차이는 확연하다. 정면 대결로 에단을 상대해 쓰러트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난 말이다. 혼자 오지 않았거든. 혼자서 다 끝내려고 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군. 본래 계획대로 하는 수밖…….”

순간 5사도의 말문이 막혔다. 미처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에단이 눈앞에 나타난 탓이었다.

“네 잡담을 들어 줄 시간은 없다.”

에단이 검을 휘둘렀다.

샤아아아악-!

문포스의 힘이 강해지면서 에단 검술 또한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냉기를 뿜어 댔다.

방금 사용했던 풀문급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막아도 문제고 피해도 문제인 상당히 까다로운 검술이 된 상태였다.

‘풀문은 연속해서 사용할 수 없어.’

분명 강력한 기술이지만 에단에게도 적잖게 부담이 되는 기술이었다. 특히 마나가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으면 연달아 사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몸 안의 문포스의 힘이 다시 충전이 되어야 한다.’

강력한 위력만큼이나 소비도 커, 사실상 전투마다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에단 검술도 펼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지만.’

“뤼카!”

“꺙!”

에단에게는 마나의 주인 뤼카가 있었다.

소환된 뤼카가 에단에게 새로운 마나를 보충해 주었다.

문포스의 힘까지 보충해 줄 순 없었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펼칠 수 있다.’

에단 검술 제2식

문포스

샤아아악-!

5사도가 두 팔을 그대로 교차하며 막아 냈다. 하지만 그 즉시 5사도의 팔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5사도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 자리에서 강하게 회전했다.

에단은 그 움직임에 맞춰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앞서 불릿 타임을 사용해 5사도가 어떻게 움직일지 눈에 전부 다 보였다.

“말했지? 넌 나보다 위라고. 너와는 더 싸우지 않는다.”

5사도가 방어 자세를 취한 채로 말했다.

“천지개벽 – 금강섬광권.”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 홀로 널 이길 수 없다면 굳이 혼자서 상대할 이유가 없지!”

쿠구구구구구궁-!

엄청난 굉음이었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흔들렸다.

‘육체를 이용한 게 아니다. 뭔가 아티팩트 같은 걸 사용했다.’

“이, 이게 무슨!”

“따, 땅이 흔들립니다……!”

“전하를 지켜라!”

교황 덕분에 정신을 차린 피아 기사단이 왕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땅이 너무나 강하게 흔들리는 탓에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콰각-! 콰가각-!

흔들리는 땅에 이어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균열이 아가리를 쩍 벌렸고 바다와 경계를 만드는 워터피아의 방어막들이 그대로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워터피아에는 지진 같은 것이 없다.

때문에 난생처음 느껴 보는 땅의 흔들림에 어인들이 당황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쩌저적-.

교황이 대부분 대피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어인들의 거주 지역. 땅이 흔들리자 수많은 어인들이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갑작스런 지진에 워터피아의 왕 역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콰각-. 콰가가가각-!

그리고 동시에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샤아아아악-!

결국 방어막이 깨지고 워터피아 내부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진이 더욱 거세졌다.

“에단 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교황의 외침과 동시에 에단이 움직였다. 잘못된 건 바로잡으면 된다.

쐐애애액-!

‘바닥이 흔들린다.’

그렇기에 위력이 높은 기술을 사용하기엔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어인들까지 베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이는 것 정도야 충분해.”

서-걱!

에단의 검이 그대로 5사도의 한쪽 팔을 베어 냈다.

“끄으으으으으-!”

아까보다 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5사도가 비명을 질러 댔다. 기껏 회복한 한쪽 팔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을 줄이야. 하지만 5사도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직 그의 몸 안에는 문 마더의 힘이 남아 있었다.

“흡!”

그가 문 마더의 힘을 사용하자 잘려 나간 팔이 그대로 달라붙었다.

5사도는 팔을 회복함과 동시에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에단은 곧바로 5사도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흔들림이 거세져, 이런 상황에선 제아무리 에단이라도 제대로 된 움직임을 취하기가 어려웠다.

“큭큭큭.”

그런 에단의 모습에 5사도가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앙-!

에단이 강하게 땅을 밟았다.

땅의 정령왕인 트로르와 계약한 에단에게는 땅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어스 퀘이크.

에단은 트로르의 힘으로 지진을 제압하고는 균형을 잡고 5사도를 향해 달렸다.

“무, 무슨!?”

에단이 어스퀘이크를 이용해서 지진을 극복하고 균형을 잡자 5사도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에단은 딱 한 번 땅을 차는 것으로 순식간에 5사도에게 접근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목을 노린 일격이었다.

쐐애애애액-!

서-걱!

그 공격에 5사도는 모든 자존심을 버렸다.

부웅-!

말 그대로 개처럼 네 발로 엎드려 공격을 피해 냈다.

심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렇게 피하지 않았으면 분명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젠장! 어떻게, 이런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는 거야!”

콰가가가가가각-!

굉음과 함께 워터피아가 더욱더 강하게 흔들렸다. 5사도는 그 틈을 타 급히 앞으로 기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했냐고?”

교황의 일갈에 5사도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빌어먹을 땅은 너무 바닷속 깊은 곳에 있어. 그래서 건져 올리는 중이다! 내 부하들이 올 수 있도록.”

콰가가가가강-!

워터피아가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에단이 5사도의 숨통을 끊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완벽 의태!’

완벽 의태는 에단의 눈으로도 쉽사리 밝히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에단이 강하게 눈에 힘을 줘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완벽 의태라는 강력한 권능을 가진 5사도가 작정하고 도망치려 하니 그 모습을 찾기가 상당히 곤란스러웠다.

마침 지진에 놀란 어인들까지 거리로 나와 버렸으니.

완벽 의태는 아수라장 속에서 빛을 발했다.

에단이 거칠게 고개를 돌렸다.

‘찾아야 해. 놓쳤다가는 이곳에 있는 어인들이 모조리 죽을 수도 있어!’

-호루스의 눈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에단의 호루스의 눈이 급성장을 이루었다. 눈이 멀어 버릴 것처럼 고통스러웠으나 그 고통 끝에는 광명이 있었다.

-진실을 보는 눈이 개화됩니다.

진실을 보는 눈.

순간 에단의 눈에 연기를 휘감고 있는 5사도가 보였다. 완벽 의태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에단의 눈을 속일 수가 없었다.

‘고맙다.’

에단은 곧장 5사도에게 돌진했다. 놀란 5사도는 짐짓 태연한 척을 했으나 에단이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는 걸 깨닫자마자 급히 망치며 다른 모습으로 의태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에단에게는 의태가 통하지 않았다.

“윽!”

에단에게 잡힌 5사도가 신음했다. 에단은 망설임 없이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려는 그 순간 또다시 강하게 땅이 흔들렸다. 아까와는 다른 흔들림이었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5사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크-. 크크큭-. 이미 늦었어. 내게 필요한 건 아주 약간의, 네가 날 죽이지 못할 아주 약간의 시간뿐이었거든. 이미 다 올라왔다고!”

샤아아아악-!

워터피아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마치 돌고래처럼 수면 위로 떠오른 워터피아는 굉음과 함께 곧장 수면 위로 떨어졌다.

쿠웅-!

바닷속 도시 워터피아.

이젠 바닷속 도시가 아니라 둥둥 떠다니는 바다 위의 도시가 되었다.

“이제 워터피아는 바닷속 도시가 아니라 섬이 됐지. 그리고 오늘부로 그 섬은 이 바다에서 지워질 거고!”

5사도가 씩 웃었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쿵-!

북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과 함께 멀리서 무언가가 워터피아로 다가오고 있었다.

함선이었다.

백여 명 정도는 넉넉히 태울 수 있을 것 같은 군함이 스무 척도 넘어 보였다.

“…….”

깃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교황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적어도 2천 명은 넘겠군…….”

각 배마다 백 명씩 타고 있다고 가정하면 대략 2천 명 정도의 새벽회 신도들이 이쪽으로 진격하고 있는 셈이었다.

쿵-! 쿵-! 쿵-!

그들이 치는 북소리와 함께 함선의 함포가 일제히 워터피아 쪽으로 움직였다.

“왕이시여! 당장 저항해야 합니다!”

이건 에단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판단한 교황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러나 워터피아의 왕이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우리 워터피아엔 배가 없소.”

그때 에단이 앞으로 나섰다. 5사도는 죽지 않고 기절한 상태였다. 에단은 의도적으로 5사도를 살려 두었다.

“에단 군!”

“괜찮습니다.”

에단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땅을 가로질러 수면 위로 도약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거북선 소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