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69)
신들의 구독자 269화
269화.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드렌 후작은 한껏 인상을 쓴 채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유동 인구가 계속해서 휘커스 영지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여파로…….”
“그만.”
드렌 후작이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후작가가 그 별 볼 일 없는 지방 영지한테 밀리고 있다는 소린가?”
“…….”
“우리 사업이 손해를 입고, 유동 인구가 빠져나가고, 우리를 거쳐 해결해야 할 일이 휘커스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
“…….”
부하는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침묵을 지키는 것뿐.
그러나 분노한 드렌 후작은 거칠게 부하를 몰아붙였다. 옆에 있던 총관이 차마 보다 못해 슬쩍 몸을 돌렸다.
콰앙-!
“말해!”
“예, 그렇습니다.”
뻐억-!
대답과 동시에 드렌 후작이 검집을 던졌다. 보고하던 부하가 그대로 이마에 얻어맞고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주르륵-.
보고하던 이는 단순히 보고만 하는 부하가 아니었다. 후작가의 전반적인 사업들을 총괄하는 이였다.
그랬기에 더더욱 화가 났다.
“빌어먹을! 네게 전권을 준 이유는 이따위 보고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휘커스 영지에게 밀려? 나는 휘커스란 이름을 지금 처음 들어 본다!”
분노한 후작이 죽일 듯 그를 노려보았다.
“다른 십이성 가문을 짓밟아야 할 우리가 한낱 지방 귀족에게 발목을 잡힌다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드렌 후작이 뒤에 서 있던 다른 부하를 불렀다. 총괄 보고는 권한을 부여한 세 명의 부하들의 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기사단장, 지금 놈들이 영지가 얼마나 커졌다고?”
“본래 그쪽 지방의 귀족들은 다 비슷비슷했습니다만, 그중에선 유라한 백작가가 가장 큰 세력이었습니다.”
유라한 백작은 드렌 후작도 잘 알고 있는 여우 같은 사내였다.
“그 유라한 백작가도 휘커스 백작령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휘커스 백작가가 근방 모든 귀족가의 영지를 통일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 땅의 크기가 얼마나 된다고?”
“저희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보다 발전하진 못한 상태입니다만…….”
여기서 기사단장이 살짝 말을 멈췄다. 다음 말을 내뱉으면 드렌 후작의 분노가 한층 더 거세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직접 확인해 본 바로는, 시간문제입니다.”
기사단장은 휘커스 백작령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래 이런 식으로 급격히 가문을 규합하고 영지를 넓힐 때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부작용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새롭게 확장한 영지와 기존 영지 간의 의견 차이가 생긴다거나 합류한 귀족들과 그 휘하의 부하들이 텃세를 부려 빠르게 진행해야 할 일이 막힌다거나.
자연스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출하기 마련이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기세를 잃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휘커스 백작령에선 그런 문제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장점들만 극대화시키며 괴물처럼 성장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 중심엔 단단하게 자리 잡은 사업들이 있었다.
그 사업들로 자금을 확실하게 쌓고, 그 자금력을 기반으로 응당 뒤따라야 할 부작용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세와 크기로만 따진다면 이제 근방에서 저희 말고는 휘커스에 대응할 귀족 가문이 없습니다.”
콰앙-!
드렌 후작이 강하게 발을 굴렀다.
그러고는 거칠게 이마를 쓸어 올렸다.
“빌어먹을. 한낱 지방 귀족이 감히 우리 후작가를 넘봐? 정통성도 없는 비천한 가문 놈들이! 십이성에 속한 가문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내 똑똑히 보여 주어야겠다.”
“저…… 후작님. 그게 다가 아닙니다.”
총관이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기세인 드렌 후작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드렌 후작은 이어지는 총관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서 들은 보고보다 이쪽이 더 충격적이었다.
“뭐……?”
“휘커스 백작령은 황실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홀리라이트 교단의 지부도 생겼는데, 하필 그 지부가 교황 성하께서 직접 내려 주시는 인장을 받은 지부라고 합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지부도 엄연히 급이 나뉘어져 있다.
주교가 관리하는 지부.
대주교가 관리하는 지부.
추기경이 관리하는 지부.
그리고 가장 위에 교황이 직접 관리하는 지부가 있다.
하지만 교황청을 제외하면 교황이 직접 관리하는 지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하필 휘커스 영지에 있는 그 지부가 교황이 관리하는 지부라니.
“어째서, 어째서 휘커스 영지에 그런 지부가 생겼단 말이냐? 그리고 황실의 지원은 또 뭐지? 황실이 엮여 있어? 일개 지방의 귀족 가문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 드렌의 혈통에도 황실의 피가 흐른다. 하지만 황실의 인장을 받은 적은 없다.”
대부분의 고위 귀족 가문엔 황실의 혈통이 있다. 물론 꽤나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그 혈통에 기대어 고위 귀족이 될 수 있었고 전통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이니까.
하지만 드렌 후작가는 황실의 지원 같은 건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개 지방 귀족가의 영지가 황실의 지원을 받는다니?
드렌 후작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근래에 홀리라이트 교단의 지부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미 대주교급 여러 명이 파견을 나갔다고…… 들리는 정보를 더 추합해 본 바로는, 어쩌면 그 지부를 운영하는 게 추기경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된다! 어째서 그런 지방 영지에 교황 성하께서 직접 관리하는 지부가 생긴단 말이냐! 그리고 추기경이라니? 우리 영지에 올린 홀리라이트의 교회를 운영하는 건 대주교가 아니더냐!”
“예, 맞습니다.”
총관 또한 충격적이었다. 황실의 지원, 그리고 교황의 입김이 닿아 있는 영지다.
한낱 지방 영지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총관이 아는 사실을 드렌 후작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한껏 인상을 썼다.
후작이 한숨을 내쉬더니 강하게 땅을 밟았다.
“성대하게 꾸려라. 내 직접 휘커스 영지로 가겠다. 가서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판단을 내리겠다. 그리고…….”
드렌 후작이 말했다.
“휘커스 영지가 벌이는 사업들을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엔 놈들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곳부터 작업을 시작하도록.”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 *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냐고? 정말 몰라서 묻나? 감히 후작가의 허락도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고?”
“저희는 다비드 상단과 가넷 상단과의 협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물품을 받아 판매하고 있을 뿐입니다!”
휘커스 영지 끝자락.
본래 이곳은 꽤나 낙후된 곳이었으나 휘커스 영지의 발전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대뜸 갑옷을 차려입은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갑옷 중심에는 드렌 후작가를 증명하는 문양이 있었다. 세 개의 선. 각각의 의미가 들어 있었으나 지금 상황에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지엄하신 드렌 후작님의 명령을 이행할 뿐이다! 불만이 있으면 정식으로 후작님께 이야기하도록 해라!”
콰앙-!
후작가의 병사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걸 부숴 대기 시작했다.
안에서 일하고 있던 이들이 겁에 떨며 상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여기는 예전부터 저희가 운영하던 곳이었습니다! 여길 내놓으라고 하시는 건 이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한순간에 직업을 잃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저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알 게 뭐야! 그런 비천한 것들까지 신경 써야 하나? 뭐? 여기서 일하는 놈들을 신경 쓰라고? 어이가 없군! 이게 누구 명령인지 알고 반항하는 건가? 후작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이다! 지방 출신의 휘커스 놈들이 건방지게 여기까지 진출했으니 처리하라고 하셨다는 거다!”
덩치 큰 병사가 철퇴를 꺼내 들었다. 척 보아하니 전위 역할을 하는 병사로 보였다.
덜덜덜-.
그 모습에 상점 주인인 테인프로는 몸을 떨었다. 저 철퇴에 맞으면 분명 죽을 것이다. 허리춤에 찬 자그마한 검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저리 꺼져!”
우선 이 자리에서 도망쳐야 했다. 소시민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 도망쳐서 휘커스 영지의 고위 관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꽈아악-.
그러나 혼자서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망치는 그 순간 자신만 바라보고 살았던 이들이 끌려가게 될 수도 있었다.
“저리 안 꺼져?”
“아, 안 됩니다. 여기는 안, 끄아아악!”
“그만하십시오!”
테인프로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웃기는 놈이군. 덜덜 떨고 있으면서 감히 우리 앞을 가로막아? 상점 주인, 못 들었어? 꺼지란 말 못 들었냐고.”
“이, 이자들에게 손을 대려거든 나부터 쓰러뜨리시오!”
테인프로가 검을 꺼내 들었다.
“우리 영주님께서 이번 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거요!”
“걱정 마라. 네놈이 말하는 그 잘난 영주도 우리 후작님께서 처리하실 테니까.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어디까지 넘보려고. 그런데 하나 묻자.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혹시 목숨이 여러 갠가?”
그 말에 테인프로가 침묵했다.
저 병사의 말이 맞다.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그럼에도 테인프로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는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남은 형제는 총 다섯. 장남인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동생 넷을 먹여 살려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고작 열세 살이었고, 네 명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일해야 했다. 어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적었고, 달리 일을 시켜 주는 곳도 없던 터라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떼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어떤 날은 밥조차 굶어야 할 날이 있었다.
자신은 굶었으나 동생들은 굶길 수가 없었기에, 어린 동생들을 위한 음식을 사 가고 있던 날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 빨리 가려던 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본래라면 욕 한 번 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어째선지 그날은 울음이 나왔다. 모든 게 다 힘겨웠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짐승 냄새가 나는 덩치 큰 사냥꾼이었다. 여러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고 머리엔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왜 질질 짜고 있지?
넘어진 테인프로를 보며 그가 말했다.
테인프로는 울먹이며 뭉개진 발음으로 사냥꾼에게 자기 사정을 토로했다.
어린 동생들. 오늘 하루 번 돈으로 산 음식들이 먹지 못하게 됐다는 말. 너무 힘들다는 말.
사냥꾼은 알아듣기 어려운 테인프로의 말을 다 듣고는 품을 뒤졌다. 그러고는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꺼내 테인프로에게 주었다.
-네가 울면 네 동생들은 못 운다. 그러니 울지 마라. 이거면 오늘 저녁을 사 가고도 남을 거야. 맛있는 거 사 줘라.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그 뒷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그 일을 계기로 테인프로는 그 사냥꾼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멋있게 살고 싶었다.
그 온전한 선의에 자신이 구원받았던 것처럼, 자신 역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12년이 지났다.
테인프로는 자신의 은인이었던 그 사냥꾼처럼 힘겨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도와 왔다.
“왜 막냐고……? 그야 멋있게 살고 싶으니까.”
“허허, 허허허허! 그래, 멋있게 한 번 뒈져 봐라. 후회는 말고!”
병사가 씩 웃으며 철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개나 소나 영웅심만 있어선.”
화가 난 병사가 테인프로에게 철퇴를 휘둘렀다.
쐐애애액-!
묵직한 소리와 함께 철퇴가 휘둘러졌다.
그러나 그 철퇴는 테인프로 앞에서 정확히 멈췄다.
“개나 소나 있는 영웅심도 없는 놈인가 본데.”
“끄, 끄으으으윽-!”
철퇴를 한 손으로 잡은 에단이 가볍게 병사의 몸을 밀었다. 병사는 상점 벽을 뚫고 날아가 처박히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역발산의 힘을 담아 밀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 어어어…….”
테인프로가 에단을 보았다. 겉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풍기는 그 느낌은 자신이 아는 그 사람이 맞았다.
“에, 에단 도련님……?”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용감했다.”
그렇게 말하곤 뒤에 서 있던 예리카와 슈들렌에게 손짓했다. 그 손짓에 따라 두 호위가 앞으로 나섰다.
어안이 벙벙해진 테인프로를 보며 에단이 말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돌아와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