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6)
신들의 구독자 276화
276화. 개화
먼저 움직인 건 드래곤 나이츠였다. 두 드래곤 나이츠는 과거 기사단장 출신임을 증명하듯 완벽한 합으로 검을 휘둘렀다.
에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그 검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두 드래곤 나이츠의 검술은 각기 다른 검술이었지만 그 움직임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증폭시켰다.
마치 구름처럼 흘러가는 검 위에 비가 스며든다.
쐐애애액-!
묵직하고 거대한,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은 검술이었다.
콱-! 콱-!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만 들어도 위력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속도와 위력, 그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은 공격들이었으나 에단은 가볍게 그 공격들을 흘려 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공격을 뚫고 동시에 한 걸음 나아갔다.
“영원서리.”
샤아아악-.
에단이 공격을 한 번 막을 때마다 서리검에서 짙은 냉기가 퍼져 나갔다.
영원서리가 갑옷처럼 에단을 감싸고 검신까지 감싸니 드래곤 나이츠들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냉기에 노출되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공격을 막을 때마다 물감처럼 퍼져 나간 냉기는 조금씩 주변으로 퍼져 어느새 방 안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파지직-.
천뢰검이 울었다.
순식간에 수십 합을 주고받은 드래곤 나이츠들이 숨을 고르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에단은 그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에단검술 3식
만뢰서리격
파지지직-!
주변으로 퍼진 냉기를 타고 번개가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에단이 두 검을 내리쳤다.
지금까지 방어 일변도였던 에단이 순식간에 공세로 전환하자 드래곤 나이츠들이 다급히 대응했다.
서로 검을 교차하며 에단의 검을 그대로 막아 내려 든 것이다.
“끄으으으윽-!”
하지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역발산.
항우의 거대한 힘과 온몸에 퍼져 나가는 불멸 영웅의 호흡의 힘이 드래곤 나이츠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순간적으로 강화된 에단의 힘을 드래곤 나이츠는 감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끅-!”
그럼에도 그들은 그간 쌓아 온 풍부한 경험과 본능으로 에단의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 내려 들었다.
“젠장.”
육체는 버텼으나 검은 버티지 못했다.
빠각-. 빠가가가각-!
가히 명검이라 할 만한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힘이……!”
검에 금이 가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에단의 두 검을 막아 내는 드래곤 나이츠들의 허리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힘으로는 밀려 본 적이 거의 없었던 이들이다. 그런 두 사람의 검을 에단 혼자서 압박하고 있었다.
샤아아악-.
맞닿은 검을 타고 강한 냉기가 드래곤 나이츠들에게 흘러들어 갔다.
파지지지지지직-!
그리고 뒤이어 방금 전보다 더 강력한 번개가 그들을 관통했다.
“커헉!”
드래곤 나이츠 둘이 동시에 피를 토해 냈다. 어떻게든 충격을 버텨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검은 깨지고 말았다.
빠각-!
그대로 검이 박살 나자 드래곤 나이츠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에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드래곤 나이츠 하나의 명치에 검을 찔러 넣었다.
“끅!”
설마 이곳에서 에단에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드래곤 나이츠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뭘 그렇게 못 믿겠다는 얼굴이야? 헤카테 님에게 악명을 뒤집어씌우고 사냥하듯 몰아넣었던 게 너희들 아니냐? 높은 분 곁에 있으니 너도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았나?”
에단이 그대로 검을 빼냈다.
드래곤 나이츠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무릎을 땅에 처박았다. 그러곤 몸을 떨며 에단을 두려워하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걱정 말라고. 네 높디높은 주인도 곧 뒤따라갈 테니까. 넌 호위니까 미리 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호위를 할 수 있지.”
에단이 이어 옆에서 숨을 헐떡이는 다른 드래곤 나이츠를 보았다. 부러진 검으로 에단을 겨누고 있었지만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실력을…… 말도 안 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드래곤 나이츠의 머릿속엔 에단의 정보가 가득했다.
에단은 몹시 병약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다고 했다.
그런 에단 휘커스가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에단이 악을 쓰는 드래곤 나이츠를 보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처음부터 강했으니까 몰랐겠지.”
삶에 대한 집착.
약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더 강해지기를 원했다.
만약 병약한 몸뚱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단 힘에 덜 집착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여유를 가졌을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에단은 강해지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역설적으로 병약했기에 이만큼 강해질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멸증에게 고맙지는 않았다. 생존 확률이 꽤 올랐고 각성 끝에 강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으득-!
에단의 말에 드래곤 나이츠는 부서진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자신의 가슴팍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검을 세워 마치 기도하듯 힘을 모았다.
샤아아아악-!
“생명력을 태워 보겠다는 거군.”
드래곤 나이츠의 몸에서 새빨간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네 힘은 후작가를 집어삼킬 만큼 강하다.”
이젠 저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십이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 드렌 후작가가 어쩌면 저 에단 휘커스 한 명에게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막아야 했다.
“목숨을 태워서라도 널 막는 수밖에.”
승패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여기서 일분일초라도 에단을 막는 것이었다.
어차피 후작은 세이프 룸 안에 있다. 에단이 오늘 안에 이 역습을 마무리 짓지 못하게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역습은 에단 휘커스에게 상당한 손해로 돌아올 것이다.
드렌 후작이 살아남는다면 에단 휘커스의 입장에서 전면적인 전쟁은 불가능하다.
“네 수준을 알았으니 후작께서 방심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드래곤 나이츠가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새빨간 증기가 뭉쳐 부서진 검의 새로운 검날이 되었다.
“그렇겠지. 후작 정도 되는 사람이 한 번 한 실수를 또 할 리가 있나. 오늘 밤의 이 실수는 후작에게 큰 교훈이 될 테고, 후작도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야. 근데 말이지.”
에단이 두 검을 쥔 손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샤아아아악-.
한층 더 강해진 서리와 번개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기회가 더 없어.”
저벅-. 저벅-.
그때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순간 드래곤 나이츠의 눈이 빛났다. 만약 지금 들어오고 있는 것이 자신의 동료라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 수 있다.
에단 휘커스를 이기진 못하더라도 계획을 저지할 수 있다!
저벅-. 저벅-.
이어진 발소리가 순간 끊겼다.
“조금 늦었어요.”
드래곤 나이츠의 눈에 잠시나마 깃들었던 희망이 그대로 사라졌다.
방 안으로 들어온 건 예리카였다.
어깨에 꽤 큰 상처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천천히 아물어 가고 있었다.
적잖게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으나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한 표정이었다.
“가세할게요, 에단 님.”
에단이 예리카를 보았다. 예리카는 조용하고 냉정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겠네.”
한 명을 처리하고 와서 꽤 지쳐 보였지만 이 일은 예리카에게 맡겨 두는 게 좋을 듯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에단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상황 속에서 드래곤 나이츠는 기회를 엿보았다.
지쳐 보이는 예리카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시간을 끈다면 승산이 생긴다.
그와 별개로 자신은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터. 하지만 오늘 밤의 전쟁에선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계산을 끝낸 드래곤 나이츠가 그대로 강하게 땅을 밟아 예리카에게 돌진했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거리였다.
강하게 땅을 박찬 드래곤 나이츠가 순식간에 예리카의 앞에 들이닥쳐 검을 휘둘렀다.
생명력을 불태워 만든 검날이 예리카의 팔을 향해 날아들었다.
까앙-!
“할아버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게 뭐였는지 알아? 바로 검을 든 놈들과의 싸움이야. 할아버지가 남기신 책을 봤는데, 놈들의 머릿속에는 딱 하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 거리를 좁힐 것. 단숨에 베어 버릴 것.”
예리카가 웃었다.
“방금 내가 처리한 드래곤 나이츠도 똑같이 움직이더라구. 너무 빨라서 조금은 애를 먹었지만.”
예리카의 마법에 드래곤 나이츠의 검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드래곤 나이츠는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검 끝도 떨렸으나 1센티미터도 앞으로 밀 수 없었다.
“한 번 봤으니까, 두 번은 없어.”
금제를 풀고 르기아의 아래에서 완벽한 교육을 받은 예리카는 대마법사 헤카테가 남긴 머릿속의 마법서를 완벽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복수의 한복판에서.
그녀의 마법적 재능이 완벽하게 개화했다.
에단과의 싸움으로 만전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드래곤 나이츠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물론 드렌 후작가가 다른 십이성 가문에 비해서 전력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그건 십이성 내에서의 이야기지, 대륙으로 따지면 그 수준은 최상위급이었다.
그 정점에 있는 드래곤 나이츠를 예리카가 힘으로 누르고 있었으니, 현재 예리카의 실력은 전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리카가 두 손을 모으자 마법진이 그려졌다.
“헬 파이어.”
콰아아아아앙-!
지옥의 업화가 그대로 드래곤 나이츠를 집어 삼켰다.
상대를 처리한 예리카가 깊게 심호흡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성에 있는 모든 병력이 눈을 떴어요. 금방 여기까지 들이닥칠 거예요, 에단 님.”
이번 작전은 속도가 중요했다.
드래곤 나이츠들도 처리했고 후작가에 여러모로 강력한 경고를 준 셈이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하고 가야지.”
“끝까지요? 하지만 저 마법진은 저도 당장 풀 수가 없어요. 일단은 한 방 제대로 먹였고 명분도 확보했으니, 나중에 드렌 후작을 압박하는 걸로…….”
“미적지근하게 할 거면 시작도 안했지.”
복수를 위해 평생을 웅크려 온 예리카가 오히려 말리는 모양새가 꽤나 재밌었다.
“내가 도울게. 그리고 넌 아직 네 재능을 잘 모르나 본데.”
에단이 말했다.
“넌 예전의 네가 아니야, 예리카.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라고.”
“…….”
자신보다 자신을 더 믿어 주는 말에 예리카의 눈빛이 변했다.
“그럼.”
예리카가 세이프 룸 앞에 섰다. 수많은 마법진과 아티팩트가 외부의 침입을 확실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까짓것 해 보죠, 뭐.”
에단의 말대로 예리카는 사실 지금 자기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남겨 준 머릿속 마법서의 마법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감각으로 알겠는데, 정작 그게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후.”
심호흡한 예리카가 눈을 크게 떴다. 세이프 룸에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마법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형태, 문양, 흐름.
엮여 있는 마법.
흐르는 마나.
줄기.
선.
예리카가 손을 들자 세이프 룸의 마법진이 반응했다. 육망성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하더니 가장 앞에 있던 제일 거대한 마법진 하나가 그대로 깨졌다.
그 모습에 에단이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알던 예리카가 됐다.’
대마법사 헤카테의 손녀. 한 번 본 마법은 그 어떤 마법이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의 정점.
꽤 시간이 걸렸지만 완벽한 투자의 성공이었다.
샤아아악-.
마치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마법진들이 예리카의 손에 하나씩 해체되기 시작했다.
‘내 도움은 필요 없겠어.’
무아지경으로 빠져 마법을 해체하는 예리카의 모습은 대마법사 그 자체였다.
딸깍-.
아티팩트에 걸린 마법까지 해체한 예리카가 천천히 에단을 돌아보았다.
“해냈어요.”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예리카가 씩, 하고 웃으며 문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