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78)
신들의 구독자 278화
278화. 완벽한 복수를 하는 방법
다음 날 아침.
중앙의 귀족들과 십이성 가문들 사이에 유스타 드렌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뭐? 유스타가 죽었다고?”
“드렌 후작이 죽어?”
“드렌 후작이 죽었다는 소식이 정말이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스크랴빈 후작 가문이었다.
“자세히 알아봐라. 제아무리 십이성 내에서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들 엄연한 십이성이다. 십이성이 아닌 다른 놈에게 당한다는 건 십이성의 수치니까. 밤사이 드렌 후작을 처리했을 정도면 마도 제국 쪽일 가능성이 높겠군.”
당연한 말이지만 소식을 접한 귀족 가문들은 드렌 후작의 죽음에 마도 제국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렌 후작가가 십이성 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여러모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마도 제국 놈들과 손을 잡았다 뒤통수를 맞은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야.”
만약 그렇다면 이건 심각한 사항이었다.
신성 제국의 후작이 마도 제국의 마수에 죽었다? 이건 단순히 후작가의 안위를 넘어 신성 제국의 위신이 달린 문제였다.
이른 아침부터 드렌 후작가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는 데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의 귀족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속속들이 얻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드렌 후작이 에단 휘커스 같은 애송이한테 죽었다고?”
“그저 심증일 뿐입니다만, 드렌 후작이 그날 오후에 마침 휘커스 영지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방문한 날에 암살을 당한 거다?”
“스크랴빈 후작님! 급히 보고드립니다!”
회랑 사이로 급하게 들어온 부하가 다급히 보고했다.
“휘커스 가문에서 후작가에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명목은 밤사이에 있었던 공작에 대해서입니다.”
부하가 한번 숨을 고르고는 이어 말했다.
“드렌 후작가와 계약한 암살 집단과 후작가의 병력이 휘커스 가문을 공격, 주요 인사를 암살하려 들었으나 실패했다 합니다. 휘커스 가문은 역으로 암살자들을 제압해 물증을 확보한 모양입니다.”
“하, 그래서? 휘커스의 피해는?”
“전혀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드렌 쪽 병력이라면 나이트워커와 초승달 쪽 암살자였을 텐데? 휘커스 같은 가문에서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제대로 된 정보인 건가?”
“그, 휘커스 가문은 이제 평범한 지방 귀족 가문이 아니온지라.”
스크랴빈 후작이 인상을 썼다.
“듣도 보도 못한 휘커스가 지방 귀족 가문이 아니다?”
“예,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뤘습니다.
“급성장을 이뤘다고 해서 지방 귀족이 중앙 귀족이 되는 건 아닐 텐데? 지금 그 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알고 있을 테지?”
스크랴빈 후작의 말에 보고하던 부하가 다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자세히 보고 올리겠습니다. 휘커스 가문은 급성장을 이룬 것뿐만이 아니라 빠른 안정화를 이루었고, 지금에 이르러선 주변 지역의 패권을 완전히 장악해 중앙을 넘보는 귀족 가문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에단 휘커스라는 걸출한 자가 있었고, 그자와의 연으로 에반젤린 황녀님과 교황 성하께서 영지를 지원해 주고 계시는 중입니다.”
“허.”
스크랴빈 후작이 놀란 표정으로 부하를 보았다.
“그게 정말이란 말이냐?”
스크랴빈 후작은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휘커스 가문이 뭐길래 황녀와 교황의 비호를 받고 있단 말인가?
“그게…… 황녀님 쪽은 병을 고치는 데 에단 휘커스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병이 다 나으셨다고.”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녀님의 병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하지 않았나? 황녀님이 다 나으셨다는 건 황궁의 후계자 판도가 달라진다는 거 아닌가! 그런 중요한 걸 왜 지금 보고하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정확한 정보인지 확실하게 확인하려다 보니…….”
부하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정보가 느린 게 아니었다.
에단의 행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거침없을 뿐이다.
하나를 확인하면 또 하나가 터진다. 그걸 확인하려 들면 또 새로운 게 나온다. 십이성 가문의 정보력은 확실했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선 엄연히 절차라는 게 있었다.
정보 확보의 신속함을 위해 분명 그 절차를 간결하게 했건만, 에단의 행보가 워낙 거침이 없다 보니 이렇게 정보 격차가 나 버리게 된 것이다.
“도대체 그 에단 휘커스라는 자는 뭐 하는 자인가? 분명 이베카 아카데미의 수석 교사라고 들었다. 그 하이드 가문의 클라우디와 비견될 정도로 재능이 출중하다고 했었지 않나. 거기다 오버트도 에단 휘커스에 대해서 이야기했었고.”
오버트 스크랴빈은 얼마 전 신입 교사 연수회에 가서 에단을 보았다.
말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에단의 실력은 오버트의 머리를 세게 쳤다.
때문에 오버트는 가문으로 돌아오자마자 후작을 찾아와 에단 휘커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우리 쪽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만약 데려올 수 없다면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고도 했었다.
스크랴빈 후작은 오버트의 말에 과장이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적당히 받아 주기만 했을 뿐 바로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황녀님이나 교황 성하와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이젠 황녀님과 교황 성하의 비호에 더해 십이성인 드렌 후작과 분쟁이 생기고, 그 공격을 피해 없이 막기까지 해? 심지어 먼저 공격한 드렌 후작은 죽고?”
스크랴빈 후작의 혼란스러워하는 만큼 보고하는 부하 또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는 스크랴빈 후작가의 정보 집단인 들초의 수장으로, 지금껏 수많은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파악해 왔다.
십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들초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을 접해 왔으나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송구합니다, 후작님.”
“아니지, 아니야. 자네가 송구할 게 아니지, 이건. 당장 듣는 나조차도 믿기지가 않는 일인데 말이야.”
이야기의 전말을 들어 보니 이건 부하의 실수가 아니었다.
이마를 짚은 스크랴빈 후작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군.”
상황을 곱씹던 후작은 허탈한 헛웃음을 흘렸다.
간밤에 두 가문이 서로 비수를 겨눴고 십이성인 드렌 후작이 무너졌다.
안중에도 없던 휘커스 가문의 비수가 십이성 가문의 비수보다 훨씬 더 날카롭다는 소리였다.
“고작 지방 귀족한테 십이성의 기둥 하나가 무너진 게로군.”
“거기다 하나 더 있습니다, 후작님.”
“하나가 더 있다고?”
“예, 예리카 폰 하이드가 살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에단 휘커스의 호위로 있다고 합니다.”
“뭐?”
순간 스크랴빈 후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머릿속으로 헤카테와 관련된 여러 기억과 정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설마,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없습니다만,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그 헤카테의 손녀인 예리카 폰 하이드의 생존과 드렌 후작의 사망이 연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크랴빈 후작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만약 그런 사정이 얽혀 있는 거라면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 * *
드렌 후작가에는 후계자가 여럿 있었다.
그 수가 무려 아들 셋에 딸 둘로, 이들은 후작의 명령에 따라 어렸을 적부터 후계자 자리를 두고 대립해 왔다.
“복수를 해야 한다! 이 일은 딱 봐도 에단 휘커스, 그놈이 한 짓이다!”
“증거가 있어?”
“증거? 지금 증거라고 말했어? 이 새끼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무리 우리가 서로 마주 앉을 사이가 아니라고 한들 아버지에 대한 복수는 한마음으로 해야 한다!”
“하고 싶으면 실컷 해. 애초에 공격은 아버지가 먼저 했어. 그냥 진 거라고!”
오랜 후계자 싸움 탓에 이들은 형제라기보다는 라이벌로 지내 왔다.
때문에 후작이 죽었음에도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형의 말이 맞아. 이건 감정적으로 볼 사항이 아니야. 아버지는 그냥 돌아가신 게 아니야. 에단 휘커스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신 거지.”
“아버지의 직속 호위인 드래곤 나이츠들도 죽었어요.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두 다 알죠? 게다가 다들 보고를 받았으면 알 거 아니에요? 에단 휘커스는 대규모로 쳐들어온 게 아니라 고작 호위 한 명 데리고 온 게 전부라고 했어요.”
그 말은즉슨 단 두 명이서 후작가의 경계를 전부 다 뚫었다는 소리였다.
“우리 중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부하들 중에서라도?”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거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지.”
가만히 듣고 있던 셋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터진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독기 문제. 아버지도 손을 못 대고 있던 상황이었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우리 문제가 됐다고.”
지금 후작령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지하 광산.
그걸 발견했을 땐 후작령이 세워진 이 영지가 축복받은 영지라고 다들 칭송했었다.
깊은 지하 속 광산이라니.
심지어 그냥 광산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고가의 광석들이 굉장히 많이 매장된 광산이었다.
제국에 소속된 드워프들을 불러 확인해 본 결과로는 아다만티움과 금강석이 매장되어 있다고 했다.
단단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광석이 묻혀 있다고 하니 후작가는 바로 채굴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드워프들이 말하길 광산 깊은 곳에서 강력한 독기가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심지어 광산 내에서 유령을 봤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갑자기 흰 뭔가가 몸을 잠식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움직이게 된다고.
후작은 이를 두고 작업 비용을 더 뜯어내려는 드워프들의 수작이라며 일갈하고 철저히 무시했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드워프가 다른 드워프를 때려죽이고 인간 작업자들을 학살해 버린 것이다.
그 드워프는 광산에서 나와 제정신을 차리자마자 추궁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가 바로 근래에 있었던 일이다.
후작이 골머리를 앓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던 참에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어 버렸으니, 그 숙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광산 안에서 독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들었어. 뿐만 아니라 이제는 광산 바깥에서도 유령을 본 이가 있다고 하던데?”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머리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내가.”
“왜 그걸 오빠가?”
“왜 그걸 형이 하는데?”
“그럼 누가 하겠다는 거냐!”
“내가 할게.”
“아니, 내가.”
“아버지께선 적합한 자를 후계자로 앉히겠다 하셨지, 나이순으로 앉힌다고 하신 적이 없어.”
그렇게 시끄러워진 가운데.
“손님이 오셨습니다. 일단 빨리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후계자 선정이 안 된 터라 총관은 누굴 대표로 세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에단 휘커스…… 님께서 저희 쪽 나이트워커들을 포박하여 찾아오셨습니다.”
“나이트워커들을 포박해 왔다고? 이미 보냈잖아!
“항의 서한과 함께 보낸 게 일차 병력이었던 듯합니다.”
사색이 된 총관이 심호흡했다.
“대병력을 이끌고 오신 터라, 빨리 대응하셔야 할 듯합니다. 감히 조언을 드리겠습니다만, 지금은 이리 싸우실 때가 아닙니다.”
* * *
다섯 형제가 각각 병력을 이끌고 후작령 입구로 향했다.
총관의 말처럼 상대는 엄청난 병력을 이끌고 왔다.
물론 수준이 높아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그 중심에 에단 휘커스가 있으니 그 존재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 뒤엔 포박이 된 나이트 워커들이 있었으니. 당장 어제 휘커스 백작령을 찾아갈 때와 완전히 상황이 대비 된 상태였다.
에단이 각기 병력을 이끌고 나온 휘커스의 다섯 형제들을 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드렌의 핏줄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번 일에 대하여 당장 사과하라!”
으드득-!
다섯 형제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를 갈았다.
아니, 그중 한 명은 이를 가는 척만 하고 있었다.
에단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