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81)
신들의 구독자 281화
281화. 또 봅시다
후작령 지하 광산 앞에 병력이 모여 있었다.
본래 드렌 후작이 소집해 두었던 이들로, 후작의 사망에도 우선 맡은 일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었다.
“우리 스카스가드는 이번 일로 십이성 가문의 전속 용병단이 되는 거다!”
“크으으, 15년을 떠돌이로 살았는데, 드디어 정착하는 거요?”
“지원금도 엄청나게 나오겠죠, 단장?”
“근데 후작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이거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거 맞아요?”
“계약서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 후작가의 이름으로 된 계약서니, 아마 후계자로 선정된 분이 제대로 대우를 해 주시겠지.”
대륙을 떠도는 용병단은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스카스가드는 S급에 가까운 A급 용병단이었다.
그 숫자만 해도 정예 200명.
경력은 가장 적은 이가 5년이었고 20년 이상의 용병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을 이끄는 스카스가드 단장은 퇴마봉이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이름난 스카스가드 용병단을 이끌 수 있게 되었다.
퇴마봉이 가진 신성한 힘으로 어둠 속성 몬스터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 일도 퇴마봉의 덕을 톡톡히 봤다. 퇴마봉을 이용한 악령 퇴치에 고용된 것이다.
“주교님, 잘 부탁드립니다. 주교님이 잘 해 주시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까요. 안에 있는 놈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 착수금을 주는 걸 보면 분명 대단한 놈일 거요.”
단장의 말에 홀리라이트 교단의 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대주교급은 올 줄 알았는데, 경력이 얼마나 되시나?”
“……이제 한 번의 시험만 남았습니다. 걱정 마시길. 신께 받은 능력은 확실하니까요.”
주교가 용병단장을 째려보았다. 한없이 아래로 보는 말투에 안정이 깨질 뻔했으나 같은 편이니 당장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건 돈이니 성과니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악령 구제와 드워프들의 구출, 영지민들의 구출을 최우선으로 삼아 주십시오.”
“알겠소. 이 몸만 믿으시오.”
스카스가드 용병단과 홀리라이트 주교가 광산 안으로 진입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원래는 경계선이 그어진 것처럼 일정 지역 밖으로는 악령이 따라오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 범위가 넓어져서…….”
“계속해서 범위를 넓히는 거군. 그렇다는 건 확실한 숙주가 있다는 거고. 그 숙주만 처리하면 되겠어.”
“저, 저는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제 동료들의 시체라도 수습할 수 있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 두라고. 확실하게 할 테니까.”
길 안내를 하던 인부가 황급히 돌아가고, 용병단과 주교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인부가 말했던 경계를 지난 스카스가드 용병단장과 주교가 동시에 인상을 썼다.
용병들 역시 갑작스러운 한기에 몸을 덜덜 떨었다.
“확실히 무언가가 있긴 있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신성한 빛이여.”
주교가 지팡이를 치켜들자 샛노란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빛이 내뿜는 온기에 덜덜 떨고 있던 용병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휙-!
주교가 만들어 낸 성스러운 빛이 별안간 훅 꺼졌다.
“머리 숙여!”
용병단장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주교는 그 말을 미처 다 듣지 못했다.
서-걱!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베인 주교가 앞으로 털썩 고꾸라졌다.
“젠장!”
용병단장이 욕지거리와 함께 퇴마봉을 치켜들었다.
퇴마봉이 빛을 내뿜기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타개책이 될 수는 없었다.
용병단이 긴장하는 가운데, 별안간 쓰러진 주교가 꿈틀거리더니 벌떡 일어서선 새카만 오라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 땅은…… 상당히…… 많은 힘이…… 깃들어 있군…… 내가 다 삼켜 주마…… 삼켜서…… 나의 세상을 만든다…….”
악령에 들려 버린 주교의 눈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독기…… 독기에 감염됐어!”
샤아아아악-!
“좋은 걸 가지고 있군…….”
감연된 주교가 손을 뻗자 독기가 창과 같은 형태가 되어 용병단장을 향해 뻗어 나갔다.
파츠츠츠측-!
용병단장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독기의 창을 퇴마봉으로 힘껏 쳐 냈다.
샤아악-!
퇴마봉의 신성한 힘이 독기를 밀어 냈으나 완벽히 없애진 못했다.
“뭣!?”
당황한 용병단장이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용병단은 사방에 퍼진 독기에 하나둘 감염되어 가고 있었다.
용병단장은 퇴마봉의 힘으로 독기에 어떻게든 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저항할 수단 없이 독기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퇴, 퇴마봉이……!”
그가 퇴마봉을 더욱더 거세게 휘둘렀다. 그러나 퇴마봉은 독기를 완벽하게 밀어 내지 못했다.
“!”
용병단장이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끝부분에 붉은 기가 도는 게, 어느새 퇴마봉도 독기에 감염되고 만 것이다.
“어, 어째서…… 어째서 퇴마봉이 통하지 않는 거야!”
압도적인 독기 앞에서 퇴마봉은 무용지물이었다.
“제물이…… 되어라.”
“끄아아아아악-!”
독기가 퇴마봉을 넘어 용병단장까지 그대로 집어삼켰다.
샤아아아악-.
스카스가드 용병단과 주교를 집어삼킨 독기의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 * *
후작가 영주성에 마련된 에단의 방.
함께하기로 한 헤라 드렌은 에단에게 자세한 계획을 물었다.
에단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까?
헤라 드렌이 에단과 함께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상황은 상당히 꼬여 있다. 풀겠다 하면 어떻게든 풀리겠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모로 손실이 생길 터.
그리고 그 손실은 에단과 드렌 후작가를 가리지 않고 이 일에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미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단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지가 심히 궁금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거침없는 언행.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자면 에단의 목적은 단순히 큰 배상을 받고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닌 듯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헤라의 물음에 에단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다 처리할 생각입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다 처리한다니. 대놓고 뭉뚱그린 대답에 자세히 얘기해 달라 따지고 싶었으나 헤라는 꾹 참았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걸 에단은 모두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거야 이제부터 당신이 생각해야 할 문제죠.”
“네?”
“헤라, 저는 드렌 후작님을 죽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모든 시선이 제게 쏠린 상태입니다. 이런 마당에 거칠게 움직이면 아무리 제 뒷배경이 넉넉해도 문제가 생기겠지요. 그러니 처리하는 건 제가 아니라 헤라, 당신입니다.”
“하지만 저는…….”
에단의 말에 헤라가 당황했다.
“걱정 마십시오. 지원은 충분히 해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헤라 드렌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상황에서 충분한 지원이란 목줄과 다를 바가 없다.
만약 지원을 받았음에도 맡은 바를 해내지 못한다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다.
“외부 문제로 흔들리는 후작가를 내부에서 정리한다. 그림이 아주 깔끔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에단이 말한 그림은 나쁘지 않았다.
“제가 지원을 받으면 형제들을 다 처리하고 가주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예.”
에단이 즉답했다.
“……거짓말을 하시네요.”
헤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에단이 지원하면 당장 형제 중 누구라도 가주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저 말의 숨은 뼈는 헤라가 아닌 다른 형제여도 얼마든지 가주 자리에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에단은 그저 미소만 보였다.
“그럼 바로 진행할게요. 무엇이든 지원해 준다는 건 에단 휘커스 백작님께 직접 부탁할 수도 있다는 거겠죠?”
과감한 헤라의 말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제가 지금 쓸 만한 정보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예전에 저희 영지 외곽에 지하 광산이 발견됐어요.”
그녀는 지하 광산에 대해 설명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 악령을 퇴치할 자들을 구해 뒀어요. 주교와 함께 들어갔다고 했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하네요. 심지어 독기가 광산 밖으로 나와 주변 영지까지 퍼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고요.”
헤라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제가 나서서 차라리 에단 백작님께 주자고 말할게요. 문제 있는 땅을 주고, 문제가 커지면 다시 빼앗자고 설득할 거예요. 그럼 일도 처리하고 땅도 돌려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형제 중 누구도 이 제안엔 절대로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당장이야 뭉개고 있지만 더 이상 방치했다간 후작가의 큰 문제가 될 테니까요.”
헤라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목표가 너무나도 흐릿해 뭘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머릿속이 너무나도 선명해졌다.
“그렇게 땅을 넘기면 이 일은 일단락될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내부 싸움이겠죠. 형제가 전부 다 가주 자리를 노릴 거예요.”
“셋째를 포섭하십시오.”
“……네?”
“그나마 총명해 보입니다. 셋째를 포섭하십시오. 그러면 한층 더 쉽게 가주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겁니다.”
“글쎄요…… 가문 내에서 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아요. 셋째 언니가 제 말을 들어줄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제 이름을 대십시오. 그리고.”
에단이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 둔 아공간 주머니였다.
“선금을 받았다고 하시면 됩니다.”
헤라가 조심스레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엔 금화가 가득했다.
“……얼만가요?”
“50억 골드입니다.”
“……!”
부유하게 살아 온 그녀였지만 50억 골드를 단번에 툭, 하고 던진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이 50억 골드에도 넘어오지 않는다면요? 정보만 넘긴 꼴이 되면 어떻게 하죠?”
에단이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꼬리를 자른다는 뜻이었다.
꿀꺽.
이제 물러설 자리는 없다. 헤라 드렌은 50억 골드를 챙겼다.
“다녀오겠습니다.”
* * *
“공자님, 큰일입니다!”
“큰일?”
“후작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사람을 보냈던 그 광산 건 있지 않습니까! 지금 그곳에 보낸 이들이 싹 다 연락이 안됩니다. 또한 독기가 광산 바깥으로 퍼져 나와 영지에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부하가 빠르게 현 상황에 대해서 보고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파리스 드렌이 인상을 쓰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젠장. 도대체 왜 이런 일이 한꺼번에…….”
당장 에단 휘커스의 제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오라버니, 저예요.”
“헤라?”
문이 열리고, 헤라 드렌이 안으로 들어오며 꾸벅 인사를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상의하고 싶어서요. 회의에선 빠진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돌아가는 게 이상해서.”
“……복잡한 상황이야. 너와 상의한다고 해서 끝날 게 아니다. 거기다 광산의 독기 문제까지 한꺼번에 터져 버렸다. 일단 나가거라. 지금은 생각할 게 너무 많으니.”
“그 생각을 조금 도와 드리고 싶어서요.”
“네까짓 게 무슨…….”
파리스가 피식 웃으며 빨리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 땅을 주는 게 어떨까요?”
“……뭐?”
“광산이 있는 그 땅이요. 에단 휘커스에게 그 근방의 땅을 주는 거예요.”
헤라의 말에 파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 이야기해 봐라, 헤라.”
“문제가 있는 땅이니까요. 우리는 해결할 수 있지만 저쪽은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그 땅을 일단 주고, 해결하지 못하면 그걸 이유 삼아 빼앗으면 돼요.”
“……!”
파리스가 헤라를 보았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당장 다 불러!”
파리스 드렌의 호출에 형제들이 빠르게 모였다.
형제들 또한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지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입니까? 좋은 방법이라도 떠오른 겁니까?”
“방법이 생겼다. 방금 보고를 받았거든.”
파리스가 헤라를 슬쩍 보았다.
“이렇게 하면 된다.”
파리스는 헤라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동생들에게 읊어 주었다. 그럴 듯한 말에 다른 형제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걸 생각하다니, 형님답지 않군요.”
“닥치도록. 일단 골치 아픈 일부터 빠르게 정리하는 게 낫다.”
파리스는 그리 말하며 속으로 웃었다. 굳이 헤라의 의견임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헤라는 역시 어수룩하다. 이런 걸 자신에게 굳이 말해 줄 줄이야.
“내가 처리하고 오지.”
* * *
“제안을 받아들이지. 배상하겠소. 이번 일은 여러모로 오해가 많았으나 서로 나쁜 감정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래서 제가 받을 땅은 어딥니까?”
파리스 드렌이 지도의 한쪽을 가리켰다.
“이쪽의 외곽 지역이네. 하지만 지금 이쪽 지역은 문제가 있어. 지하 광산에서 독기 같은 게 뿜어져 나오나 본데, 별거 아닌 일이지. 얼마든지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음, 알겠습니다.”
에단이 별말 없이 넘어가자 파리스가 살짝 인상을 썼다. 마치 겁박을 주려는 듯한 모양새였다.
“우리 가문이야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쪽은 힘들 수도 있네. 배상 개념으로 땅은 넘겨주겠으나 만약 그 땅에 문제가 생겨 주변에 피해가 간다면 다시 땅을 돌려줘야 할 걸세. 관리 소홀로 우리 가문에 피해가 온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니까.”
“당연하지요. 주변에 피해 가는 일 없이 잘 관리하겠습니다. 이걸로 모든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깔끔하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에단은 웃으며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파리스 드렌이 그 손을 꽉 잡았다.
“감사는 무슨, 이쪽이 더 감사하지.”
이걸로 에단을 돌려보낼 수 있다.
지금 당장 복수는 힘들다. 내부 상황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파리스 드렌은 내부으 문제를 바로잡고 가주 자리에 오를 생각이었다.
에단 휘커스에게 복수하는 건 그 다음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피가 많이 튀겠지만, 본래 새로운 시대를 위해선 많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법.
“또 봅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