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83)
신들의 구독자 283화
283화. 구미호
에단은 바로 구미호의 채널을 열었다.
-구독에 필요한 좋아요 개수는 ‘20’개입니다.
‘구미호가 메이저 신은 아니니까.’
생각보다 구독에 드는 비용이 저렴했다.
동아시아의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신화가 전해지는 신이라 그렇게 책정된 모양이었다.
“알고리즘이 알맞게 추천해 줬겠지.”
에단은 곧바로 구미호를 구독했다.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신령 구미호를 구독하셨습니다!
구미호를 구독한 에단은 곧바로 그녀의 채널을 살폈다.
“오호라.”
채널을 살펴본 에단은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상들이 싹 다 쇼츠네?”
신세계에는 저마다 다양한 성향의 신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신세계의 순위 싸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인정받길 원하는 신도 여럿 있었다.
당장 하데스도 자신의 귀여운 케로베로스를 자랑하기 위해 신세계를 하고 있었으니.
“구미호는 쇼츠 전문으로 채널을 운영하나 보군.”
최상위권의 신들은 본래 쇼츠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에단이 쇼츠를 영상 미리 보기처럼 만들어 높은 조회수를 만들어 내는 걸 본 뒤에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최상위의 신들은 여전히 쇼츠를 안 쓰는 거 같긴 한데.’
최상위 중에서도 최상위.
‘승리에 가장 가까운 신들.’
제우스, 오딘, 부처, 옥황상제.
‘게시판에선 이 네 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와. 대세를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공고히 걸어간다고.’
저 네 신이 줄 수 있는 힘은 아주 강력하다.
그 때문에 신세계의 모든 구독자들은 저 네 신을 두고 가장 필수적으로 구독해야 할 신들이라 말하곤 했다.
‘구독자도, 좋아요 수도 어마어마하지.’
개개의 영상이 가진 조회수도 엄청났으며 영상의 개수 또한 꽤 많았다.
‘영상을 보지 않아도 어떤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짐작이 갈 정도니까.’
유명한 신들이 모여 있는 이 세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올라 있는 이들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구독할 필요까진 없지. 나한테 필요한 능력들이 아니야.’
사실 저들의 채널을 볼 때마다 조금 욕심이 날 때가 있었다.
현재 신세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건 단연코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지.’
저들 역시 언젠가 자신의 영향을 받을 터. 그때가 되면 저 쌓여 있는 수많은 메시지 중 저들이 보낸 메시지가 나올 때가 올 것이다.
‘내가 저들을 찾을 게 아니야. 저들이 나를 찾게 만들어야지.’
우위에 서서 필요할 때 능력을 쓱쓱 뽑아 쓰는 게 제일 좋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을 마친 에단은 구미호의 채널을 이리저리 살폈다.
“일단 좋아요는 많으니까.”
그간 좋아요가 꽤 많이 모였기 때문에, 에단은 가장 메인에 있는 쇼츠를 부담 없이 눌렀다.
-구독자, 안녕?
그러자 구미호가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우를 의인화시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얇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머리엔 두 개의 귀가 달려 있었고 뒤로는 풍성한 아홉 개의 꼬리가 보였다.
“오.”
하지만 외모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그녀의 복장이었다.
“한복을 입고 있네.”
풍성한 치마에 화사한 색깔이 굉장히 아름다운 한복이었다.
역시나 알고리즘은 정확했다.
-나는 보다시피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의 여우 신령이야.
쇼츠 영상의 시간을 의식한 걸까. 그녀는 빠르게 자신을 설명하며 아홉 개의 꼬리를 튕겼다.
-다들 잘 모를 수도 있으니 확실히 이야기할게. 잡귀, 잡신 따위는 감히 나와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영을 가진 존재는 내 힘 앞에선 모두 어린아이가 되거든.
‘구미호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대단한지는 나도 잘 모르고 있으니까.’
이름값은 훌륭하나 그 능력까지는 에단도 잘 몰랐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합방을 요청하면 돼. 좋아요가 꽤 나가지만 그만큼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거든. 물론 쇼츠를 계속 이어 봐도 돼! 부담 없이 말이야.
역시 짧은 쇼츠로는 뭔가를 가르쳐 주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그만큼 좋아요를 아낄 수 있으니.
구미호와의 합방에 필요한 좋아요는 구독에 필요한 좋아요에서 딱 5개를 뺀 15개였다.
“굿즈도 있군.”
굿즈는 여우 꼬리였다. 허리춤에 다는 것으로 여우 신령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합방 제안을 해 볼까.”
에단은 다른 신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댓글을 남겨 두었다.
직전에 구독했던 신인 포세이돈처럼 메이저한 신들도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니, 구미호도 당연히 자신을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역시나 댓글을 남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왔다.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님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 합방이 하고 싶으면 좋아요를 주면 돼! 그럼 바로 할 수 있어!
“오호라.”
꽤나 재밌는 답장이었다. 설마하니 자신을 모를 줄이야.
“쇼츠를 사용하니까 당연히 나를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쇼츠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올리고 있던 건가?”
에단은 이어 댓글을 남겼다.
-올리신 쇼츠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저는 쇼츠 영상과 구독 후기를 전문으로 남기는 구독자인데, 구미호 님의 구독자 수와 조회수 수를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 같은 댓글이긴 한데. 일단 기다려 보자고.”
* * *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이라. 도대체 누군데 이리 자신감이 넘치는 거야? 신세계의 구독자들이 다 같은 구독자 아니야?”
여우 신령 구미호.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가 남긴 댓글을 보았다.
“이름도 상당히 자극적이야.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한다니. 일단 나를 구독해 줬으니 내가 제대로 된 신이라 생각한다는 걸 텐데. 참 재밌어.”
구미호는 이 신세계를 단순한 취미로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긴 영상보다는 짧은 쇼츠만을 자주 올렸다. 구미호 입장에선 그 편이 훨씬 더 재밌고 효율이 좋았다.
긴 영상을 조금 올리는 것보다 짧은 걸 수십 개 올려 반응을 보는 게 좋았다.
“노력도 덜 들고.”
하지만 거듭 품을 들이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쇼츠는 기본적으로 낮은 좋아요로 볼 수 있는 영상이다.
“한계도 있고. 한계는 또 깨는 게 맛이잖아?”
구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단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쇼츠를 주로 올리는 신인 만큼 움직이는 것도 빨랐다.
“어?”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에 대해서 조사한 그녀는 그가 어떤 구독자인지 금세 알게 되었다.“장난 아닌데?”
아주 유명한 구독자였다.
별 볼 일 없었던 동양의 신 하나를 메이저에 준하는 위치까지 끌어올린 구독자.
“흠…… 대단해 보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합방 무료는 좀.”
“미호.”
그때 그녀에게 초록색의 거대한 불덩어리가 다가왔다.
“도 선생? 무슨 일이야? 합방 영상은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쇼츠로는 합방 내용을 푸는 데 한계가 있을 거 같아서.”
화르륵-.
거대한 불덩어리가 금세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찰랑거리는 초록빛 머리칼과 황금색 눈동자. 허리춤에는 방망이를 차고 등에는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감투가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구미호의 다섯 배는 되어 보이는 큰 덩치는 한국 설화 속 도깨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걸 물어보러 온 거였는데. 음, 아직 준비가 안 됐군. 그럼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하지.”
“도 선생, 잠시만. 물어볼 게 있어.”
구미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에 대해서 물었다. 도깨비 또한 신세계에 채널이 있는 신으로, 구미호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라고 알아?”
그 이름을 꺼내자 도깨비의 표정이 대뜸 변했다.
“왜? 갑자기 왜 그 이름을 묻지?”
“그게, 댓글이 달렸거든. 그 구독자한테.”
“댓글이 달렸다고!? 그 구독자한테!?”
도깨비가 다급하게 구미호 앞으로 다가왔다.
“왜 이래, 도 선생?”
“미호, 자네야말로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나 본데. 그 구독자는 엄청난 구독자다! 그 구독자가 손을 댄 채널은 전부 다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심지어 취미로 키우던 머리 세 개 달린 개 영상만 올리던 그 하데스도 떡상을 했다!”
도깨비가 잔뜩 흥분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 냈다.
“그런 구독자가 댓글을 달았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허, 미호! 이건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그가 뭐라고 댓글을 달았지?”
“이렇게 달았는데.”
평소엔 한없이 침착한 도깨비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머리칼 끝부분이 계속해서 화르륵 타오르는 걸 보니 놀란 마음에 크게 동요한 것 같았다.
“미쳤나, 미호? 자네 미쳤나?”
“아, 아니, 왜? 몰라서 모른다고 한 건데. 그리고 합방하려면 좋아요 20개 정도는 당연한 거잖아.”
“그건 평범한 구독자에 한한 이야기다!”
“아니, 대단한 건 알겠는데. 얼마나 대단하길래 도 선생이 이런 반응을 보여?”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 줘야겠군. 자, 보라고. 미호, 자네도 척준경 알지?”
도깨비가 척준경의 채널을 열어 구독자 수를 보여 주었다.
“구독자와 좋아요 수. 그리고 순위까지 올라갔다. 신세계의 최상위 신들은 그 순위를 오래토록 지속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 하나 때문에 그 순위가 바뀐 거다.”
도깨비는 이어 포세이돈의 채널도 보여 주었다.
“이게 그 구독자가 가장 최근에 구독한 신이다. 얼마나 대단한 구독자인지는 이것만 봐도 알 거야. 척준경이야 본래 최상위권 신이니 날개를 달아 준 걸로 큰 효과를 봤겠지. 하지만 봐라. 보라고, 미호!”
도깨비가 보여 준 수치는 미호를 크게 동요케 했다.
“와…… 이거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건데? 그 구독자 한 명이 구독한 걸로 이렇게 변할 수 있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 구독자?”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지, 미호.”
도깨비가 말했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미호, 자네에게 왔어.”
* * *
-제가 몰라봤습니다! 정말 몰랐어요! 그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님이시라니. 제가 진짜 몰랐습니다. 당장 합방하시죠. 자세한 이야기는 합방으로 해요!
새로운 댓글에 에단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댓글에서 그 다급함이 보였다.
“알아봤나 보네.”
에단이 웃으며 곧바로 받은 합방권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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