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91)
신들의 구독자 291화
291화. 실마리
주택가 지하엔 작은 소도시가 있었다.
벽에는 야광석이 박혀 있었고 야광석이 없는 곳에는 횃불이 꽂혀 있었다.
“……?”
“누구지? 처음 보는 자인데.”
“회주님이 마법으로 여셨어. 노티카드 회주님의 손님인가?”
“그런데 회주님은 안 보이시는데?”
장미십자회의 문양이 새겨진 로브를 입은 자들이 에단을 보며 중얼거렸다.
‘보안이 철저하군. 인원이 소수라 그런지, 누가 문을 열었는지도 알 수 있나 본데.’
에단이 호루스의 눈으로 지하 소도시 이곳저곳을 살폈다.
‘수준 높은 마법들.’
심지어 에단도 본 적 없는 마법들도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아티팩트들이 심어져 있어, 여차하면 곧장 외부인을 요격할 수 있게끔 대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안에선 굳이 싸우지 않는 게 낫겠어.’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한 에단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노티카드 님께서는 지금 다른 곳에 계십니다. 새벽회의 추적이 따라붙어서요.”
“……누구시오?”
에단이 새벽회를 언급하자 이들의 표정이 더욱더 굳었다.
에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 몸속의 병을 이곳에서 치료하고 의식을 완성시킬 수 있다 하여 노티카드 님을 따라왔습니다.”
에단의 대답에 노티카드보다는 조금 더 젊어 보이는 신자가 다가왔다.
“새벽회에서 온 건 아닌 듯한데…….”
난데없이 나타난 에단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면이 많았다.
다들 긴장한 가운데 에단이 자연스럽게 젊은 신자에게 다가갔다.
신자는 순간 경계하며 흑마법을 사용하려 했으나 그보다 에단의 말이 더 빨랐다.
“의심스러우시다면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제 몸에 무엇이 있는지.”
“……?”
“혹시 직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를 이곳까지 인도하신 노티카드 님께선 회주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회주요.”
“그럼 잘 아시겠군요. 한번 보십시오.”
부회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에단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와 동시에 장미십자회의 신자들이 모두 지팡이를 쥐었다.
에단이 허튼짓을 하면 그 즉시 흑마법을 펼칠 속셈이었다.
부회주가 천천히 에단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순간 부회주의 몸속으로 엄청난 음기가 파고들었다.
“허…… 허억…….”
부회주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자 신도들이 곧바로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에 모인 새카만 에너지가 쏘아지려는 그 순간, 부회주가 다급하게 손을 들었다.
“머, 멈추도록!”
“부회주님!”
“괜찮으십니까!”
“네놈, 부회주님께 무슨 짓을……!”
“새벽회에서 온 놈이냐!”
“회주님께선…… 어떻게 되신 거냐!”
“아니야, 아니다!”
부회주가 버럭 소리쳤다.
“이분의 몸속에 의식이 있다! 그것도 개량되지 않은 의식의 원본이!”
“……예?”
“워, 원본이요?”
당황한 신도들이 지팡이를 내리고 에단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곧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저, 정말이군요! 정말입니다! 이건 개량된 게 아니라…… 원본 그 자체입니다.”
“엄청난 음기…… 아니, 이게 그대로 있는데 어떻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절멸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장미십자회엔 더 이상 신입 신도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전원이 장미십자회의 목표에 따라 절멸증, 의식을 최대한 개량해 신을 강림시키고자 힘써 온 이들.
그랬기에 안다.
이자는 기적이다. 기적 그 자체다.
“사, 살아 있다니…….”
“살아 있을 수가 있다니.”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무려 의식의 원본이다. 강림 의식의 원본은 사실상 십자회 내부에서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의식 자체가 완벽하면 뭐 하는가.
그 의식을 버틸 수 있는 그릇이 없는 것을.
때문에 여러 번 의식을 거쳐야 하지만 그만큼 부담을 덜 줘 성공 확률을 올리는 쪽으로 개량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의식의 원본을 에단이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멀쩡히 살아 있는 걸 넘어서.
“서, 설마. 잠시만, 당신, 혹시 에단 휘커스입니까?”
“맞네. 저 사람, 에단 휘커스야. 그 에단 휘커스라고.”
에단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맞습니다.”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알아본 둘은 허,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들이 알기로 에단 휘커스는 검성과 마스터 르기아의 인정을 받은 명교사였다.
“그럼 그 의식의 원본을 품고서…… 그 단기간 동안…… 그렇게 강해진 건가?”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신도들이 입을 쩍 벌렸다.
‘일단 이걸로 의심은 풀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소?”
에단의 몸속에 있는 의식의 원본.
그리고 노티카드의 이름을 말하는 에단의 모습에 부회주는 약간의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야?”
“위, 위에 회주님께서……!”
신도 하나가 다급하게 사람 하나를 둘러업은 채로 내려왔다.
그건 노티카드의 시체였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에단에게 꽂혔다.
“에, 에단 님…… 분명 회주님께서 당신을 여기로 보냈다고…….”
‘나를 확실하게 신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 형성에 있어 가장 확실한 건 의심을 사고 그것을 확실히 풀어 주는 것이다.
들키면 들키는 대로, 들키지 않으면 들키지 않은 대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건만. 설마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몰랐다.
‘의심을 풀어 주는 쪽이 훨씬 더 잘 먹히니까.’
에단은 그 자리에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회주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부회주의 굳은 표정에 에단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새벽회의 추격이 있었습니다. 제가 달의 추종자 놈들과 트러블이 생긴 게 있어서…… 허, 설마하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놈들이 먼저 저를 죽이려 들더군요. 의식의 결과인 저를 살려 둘 수 없다면서 말입니다. 그 와중에 노티카드 님이 목숨을 걸고 저를 이곳까지 인도하셨습니다.”
“!”
명백하게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으나 그런 것 치곤 에단은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내부 사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까지.
때문에 의심은 풀어졌고, 풀어진 의심은 그대로 신뢰로 변화했다.
‘확실히 새벽회와 크게 반목하고 있어. 이걸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장미십자회를 끌어안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장미십자회가 절멸증을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졌다면 분명 나를 찾아왔겠지. 하지만 이들은 절멸증에 관해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상태야.’
심지어 장미십자회는 에단이 절멸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장미십자회는 이미 쇠락했다.’
이들에겐 절멸증을 완치시킬 방법이 없다. 보아하니 새벽회가 갖고 있을 거라 예상되는 절멸증의 원본 마법서를 빼앗아 올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그렇다면 새벽회의 동향을 확인하고 놈들을 막는 데 써먹는 게 베스트다.’
이들은 에단에게 큰 빚이 있다.
‘그냥 여기서 다 처리한다고 해도 장미십자회가 할 말은 없지.’
이들이 저질러 온 악행들이야 일단 뒤로 제쳐 두더라도 당장 에단 자신에게 건 절멸증이 있다.
“새벽회 놈들이 계속해서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절멸증을 치료하고 완벽한 신의 그릇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 말입니다.”
에단의 이야기는 장미십자회 내부의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모를 내용들이었다. 부회주는 에단이 회주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은 게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 알고 계시는군요.”
정중한 말투로 부회주가 고개를 숙였다.
“회주께서 말씀하시길, 내 몸에 신이 깃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오오…….”
“오오오오……!”
에단의 말에 모든 신도들이 넙죽 엎드렸다.
거기에 더해 곳곳에 숨어 있던 신도들도 전부 다 나왔다.
‘얼마 안 되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수가 엄청났다.
‘새벽회에 계속 쫓기며 살아서 그런지 숨는 기술이 엄청나군.’
저들은 에단의 감각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더 쓸 만하겠는데.’
“신이시여…….”
“다들 일어나시지요. 한 가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그 부탁을 위해서입니다. 노티카드 님께서 문을 열어 주시며 이곳으로 향하라 하셨으니까요.”
거짓에 진실을 섞으니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신이시여, 저희에게 부탁이라는 걸 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그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저흰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맹목적인 믿음. 이래서 사이비는 다루기가 쉽지.’
“우선 절멸증의 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가져와 주십시오.”
* * *
샤아아악-.
어두운 방 안.
에단은 부회주를 통해 장미십자회와 관련된 모든 설명을 들었다.
“저희 장미십자회는 영원한 회주님이신 썬드레이크 님을 기리고자 회주 자리는 항상 공석으로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회주라 불리는 노티카드 님은 실질적으로 최고 간부 중 한 분이시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 밑으로는 장미사도들이 있습니다.”
새벽회와 분리된 종교였기에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그 장미사도들 밑으로 퍼스트 오더와 세컨드 오더급의 인사가 있고…….”
장미십자회 또한 새벽회와 비슷한 구조로 운영이 되는 모양이지만 수준은 새벽회에 비할 게 못되었다.
‘참 재밌단 말이지. 하는 짓들은 마도 제국에 딱 어울릴 짓들인데, 정작 마도 제국에서는 기를 못 펴고 신성 제국으로 넘어와 활동하고 있으니까.’
신성 제국이 만만해서가 아니다. 이 국가가 종교에 상당히 유하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마도 제국의 귀족들, 그리고 황제는 절대 종교에 관용을 보이지 않는다.
‘대륙이 멸망할 운명이라면 자기 손으로 멸망시키고 싶어 하니까.’
마도 제국에선 제정신이 박힌 놈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상류층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플레이는 재밌긴 했었지.’
그곳의 룰은 딱 하나. 오직 강함만이 존중과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번 의식은 장미사도들과 함께할 겁니다. 우선 확인부터 해 보겠습니다.”
샤아아악-.
에단이 마법진 위로 올라가자 곧장 반응이 나타났다.
“아…….”
부회주는 에단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음기의 오라를 보았다.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음기.
썬드레이크가 목숨을 불태워 만든 전설적인 흑마법 그 자체였다.
장미사도들이 신음했다. 그저 확인해 보는 것뿐인데도 심력과 마나가 상당히 소모되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그대로 기절해 버릴 것만 같은 상황. 부회주는 눈치 좋게 이를 파악하고 빠르게 의식을 진행했다.
중요한 건 저 절멸증의 힘을 빼는 것이었다.
절멸증의 개량본처럼 그 위력을 낮추는 것.
하지만 워낙 강대한 힘이었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개량 시작.”
“예.”
부회주와 장미사도들이 절멸증을 치료하는 가운데.
에단은 의식의 아래에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에단의 눈앞으로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내 기억들이군.’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순간들이었다.
갑작스레 에단 휘커스가 되어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 왔던 나날들.
‘그리고 신세계.’
에단은 신들의 전장인 신세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큰 힘을 가진 구독자였다.
‘그것도 결국은 내 생존을 위해서였지.’
결국 단기적인 생존과 가까운 미래만을 바라보며 해 온 일들이었으니.
‘생각해 둘 때야.’
만약 절멸증을 치료해 더 이상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곳은 더 이상 에단에게도, 예담에게도 가짜가 아니었다.
‘절멸증 치료뿐만이 아니라 그 다음 스텝. 그리고 그 다음 스텝도 생각을 해야 해.’
에단이 원하는 건 이제 단순한 생존만이 아니었다.
꼬르르륵-.
큰 바다에 잠기듯 에단의 몸이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시야가 어두워졌고, 에단의 생각은 가속했다.
그러던 도중 위에서 빛이 내려왔다.
그 빛이 거대한 손이 되더니 아래로 가라앉던 에단을 감싸고는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에단은 눈을 떴다.
“선명해졌다.”
머릿속에 끼어 있던 안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생존 확률이 상승합니다!
“성공했습니다, 에단 님!”
사방에 널브러진 장미사도들. 오로지 부회주만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에단은 몸 상태를 확인했다.
‘확실히 절멸증을 직접 만들었던 곳이라 그런가, 꽤 괜찮은데.’
온몸을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에서 풀려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각성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에단은 마치 탈피라도 한 것처럼 가벼운 몸 상태에 놀랐다.
-새로운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6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가 찾아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