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09)
신들의 구독자 309화
309화. 굴러 들어온 돌
매번 꾸는 꿈이었다.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검으로 바다를 베고 저 그레이 마운틴마저 베는 전설적인 검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어린 오즈가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하지만 그 말에 아카데미의 모두가 비웃었다.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명문 가문 출신이었기에 오즈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와하하하핫-!
-몰락해서 둘밖에 없는 레이저스 가문이잖아. 그 가문 놈이 무슨 대륙 제일의 검사?
-그런 재능이 있으면 제 가문이나 지키지.
-웃기는 놈이라니까, 진짜.
모두가 오즈의 꿈을 비웃었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사마저 웃었다.
몰락한 레이저스 가문의 말로였다.
레이저스에는 이제 딱 두 명만이 남았으니, 가진 바 권력도, 금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비웃음을 듣고도 그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오즈야, 아카데미는 재미있느냐?
오즈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거짓말을 했다.
-응, 재밌어.
-오늘은 무슨 수업을 들었니?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음, 나는.
이야기하던 오즈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했다.
공공연히 비웃음을 당했기에 할아버지마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고개를 저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대륙 제일의 검사. 검으로 바다를 베고 산도 벨 거야. 드래곤도 두 동강 내는 엄청난 검사가 되고 싶어.
두 눈을 꾹 감고 이야기했다.
혹시 할아버지도 아카데미의 동급생들처럼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내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오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뜨니 할아버지가 오즈를 인자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거 참 멋있는 꿈이구나!
할아버지가 말했다.
-바다를 가르고 산을 가르는 우리 오즈의 모습, 정말 보고 싶구나. 기대하마, 오즈.
할아버지는 비웃지 않았다.
그날부터 오즈는 꿈을 꾸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비웃던 꿈이었으나 할아버지가 믿어 주었으니, 오즈에게 있어서 그 꿈은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았다.
매일 같이 노력했다.
손이 찢어져도.
피가 나도.
꾹 참고 검을 휘둘렀다.
스스로 꾸고 있는 거대한 꿈만큼 오즈의 재능은 탁월했다.
탁월한 재능에 확고한 목표가 있었으니 오즈는 순식간에 성장했다.
아카데미에서 1등을 쭉 유지하니 헛소리라며 오즈를 무시하던 이들도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
오즈는 그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다음 아카데미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오즈와 달리 할아버지는 점차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레이저스 가문이 몰락할 때 생긴 여파를 수습하며 얻은 상처들.
거기에 다른 가족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정신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육체가 약해져 가는 건 당연했다.
어린 오즈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빨리 자신이 꿈을 이룬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할아버지에게 약속한 것처럼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되어 할아버지를 다시 웃게 해 드리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 했다.
몰락한 명문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오즈가 택할 수 있는 최고의 아카데미였던 이베카에 입학했다.
본래 이베카 또한 몰락한 귀족인 오즈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즈는 재능을 인정받아 특별히 입학할 수 있었다.
오즈는 이베카에 들어오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 과목 1등.
1학년 수석에 이어 다음 학년에도 수석을 쭉 유지했다.
모두가 오즈를 칭찬했다. 여태까지 특별 입학생 중에 1등을 휩쓴 학생은 없었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지만 오즈는 초조했다. 지금 수준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되는 길은 아직도 멀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으나 그 꿈은 저 멀리, 아주 멀리에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더 빠르게, 더 빨리.
그러나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할아버지에게도 찾아오고 말았다.
-오즈야, 기대하마. 나중에 할아비가 있는 곳에 네가 온다면.
꼭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할아버지는 영면에 들었다.
“윽!”
오즈는 잠에서 깼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몸까지 살짝 떨려 왔다.
“…….”
오즈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메이슨이 했던 말, 그리고 에단이 했던 말.
“이젠 의미가 없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오즈가 동기로 삼고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칭찬과 기대였고.
유일하게 할아버지만 자신의 말을 믿어 주었기에 이렇게 노력할 수 있었다.
“의미가 없는데, 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의미가 없으면 그만두면 된다.
이러고 있을 필요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교장이 꼭 남아 달라고 만류했던 것도 의미가 없다 생각했으면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똑똑해서 문제였다. 스스로의 감정을 잘 알고 있기에 그 괴리감에 더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멈춰 주길 바라고 있는 거야, 나는.”
오즈가 발을 강하게 구르며 일어섰다.
“빌어먹을.”
* * *
똑똑똑-.
“오즈 레이저스.”
오즈가 방문한 곳은 에단의 사무실이었다.
설마 오즈가 먼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건만. 에단은 오즈의 복잡한 표정을 보며 씩 웃었다.
‘여러모로 똑똑하군.’
그를 보자마자 어떤 이유로 자신을 찾았는지 금세 알아챘다.
“무슨 일인가?”
하지만 에단은 짐짓 모른 척하며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른다고 했었죠, 에단 선생님.”
오즈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제겐 누구보다도 소중한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제 꿈을 유일하게 믿어 주셨던 분입니다. 제가 그분께 약속한 게 하나 있습니다.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된다는 꿈이지요. 정확히는 바다를 가르고 산을 가르는 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즈가 말했다.
“저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죠? 하지만 저를 도와주실 수 없으실 겁니다.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되더라도 보여 드릴 할아버지께서 이제 안 계시니까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낸 오즈가 곧장 밖으로 나가려 들었다.
“오즈.”
에단의 목소리가 다시금 오즈를 붙잡았다.
“할아버지께 약속을 했다고 했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네 머릿속과 마음엔 남아 있다. 그렇지?”
그의 말에 오즈는 저도 모르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에단과 눈을 마주쳤다.
“널 도울 수 있다. 물론 대륙 제일의 검사가 된다는 꿈은 이뤄 줄 수 없겠지. 아마 그건 내가 될 테니까.”
“…….”
“대신 바다를 가르고 산을 가르는 검사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내가 그렇게 가르쳐 줄 수 있다.”
에단이 확신을 담아 말하자 오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런 말은 사실 큰 의미가 없지.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오즈 레이저스, 방금 네 입으로 그랬지? 할아버지께서 너를 믿어 주셨다고. 그렇다는 건 할아버지께선 너를 바다를, 산을 가를 수 있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보셨다는 건데 말이야. 설마 할아버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진 않을 테지, 오즈.”
“그럴 리가…… 제가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럼 보란 듯이 이뤄 내야지. 그리고 제대로 보셨다고 증명해야지.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에단이 손을 내밀었다.
“앉아라.”
그 말에 오즈는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 * *
“그거 좋은 생각이군. 클라우디 선생이 주도한 건가?”
“아니오, 제가 아닙니다. 에단 선생이 이번 아카데미 교류제를 대비해서 먼저 제안했습니다. 저와 듀티 선생은 받아들였고, 곧바로 진행하려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것 참, 신입 교사다운 점이 하나도 없어.”
“맞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에 있던 틀을 다 깨 주는 그런 긍정적인 장점이 많은 듯합니다.”
“클라우디 선생이 칭찬을 하다니. 지금까지 우리 이베카에서 클라우디 선생의 칭찬을 받은 교사가 없었을 텐데. 처음 아닌가?”
“처음은 아닙니다.”
“근데 알고 있나, 클라우디 선생? 클라우디 선생도 처음 들어왔을 땐 신입 교사답지 않았다고.”
교장이 히죽 웃었다.
“아무튼 좋네. 내 허락할 테니 대강당을 이용해서 합동 수련을 진행하도록! 이번 일은 에단 선생이 주도하는 일이지만 여러모로 클라우디 선생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 잘 부탁하네. 이번 아카데미 교류제, 다시 우리가 가지고 와야지. 안 그런가?”
“예, 교장 선생님.”
이베카 대강당.
이 대강당은 백여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에단과 클라우디, 그리고 듀티의 애제자들을 훈련시키기엔 충분한 곳이었다.
게다가 훈련에 앞서 이곳저곳에 아티팩트가 설치해 두어 벽이나 바닥, 천장이 박살이 나거나 무너지는 것도 확실히 방지해 두었다.
대강당에 학생들이 들어왔다.
“……맥스?”
먼저 도착한 에단의 제자들과 맥스 주로드를 필두로 한 클라우디 선생의 제자들. 그리고 듀티 선생의 마법과 제자들이 대강당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스승인 세 교사가 동시에 들어왔다.
명목상 이 합동 훈련을 제안한 것은 에단이었기 때문에 에단이 중앙에 섰다.
“이번 2학기의 끝에 아카데미 교류제가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이번 교류제엔 여러모로 많은 게 달려 있지. 지금 이 시간부로 여러분은 라이벌이 아니라 이베카를 대표하는 동료가 될 거야. 함께 훈련하고 함께 강해진다. 내년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도 좋아. 하지만 오늘 이 시간부터 아카데미 교류제가 끝날 때까진 함께 간다.”
에단이 말했다.
에단이 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힘주어 말했다.
“교류제 우승을 위한 합동 훈련을 진행한다. 여기 계시는 클라우디 선생님과 듀티 선생님께서 함께하실 거고 나 또한 여러분 모두를 가르칠 예정이다.”
순간 모든 학생들의 표정이 싹 변했다.
다들 각자의 스승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워 왔다.
하지만 내심 다른 선생님에게도 배워 봤으면 하는 욕망도 있었다. 교사들마다 각자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방식이 자신에게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다양한 선생에게서 다양한 걸 배우는 건 학생들에게 있어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디도 그렇고 에단도 그렇고, 사실상 두 교사의 수업을 듣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이 합동 훈련은 학생들에게 있어 단비와도 같았다.
“하루에 한 선생님씩 차례대로 너희들을 봐줄 거야. 각 선생님들의 방식으로 가르칠 테니, 이번 훈련은 너희들에게 있어 크게 성장할 기회가 될 거다.”
에단이 그렇게 말하곤 슬쩍 물러났다. 그러자 클라우디와 듀티가 앞으로 나섰다.
“이번 합동 훈련은 실수를 하는 자리다. 실수하도록. 뻔히 보이도록. 부족한 점을 내보여 고칠 수 있도록 해라.”
이어 듀티가 말했다.
“앞서 말씀해 주신 두 선생님의 말씀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걸 고쳐 주기 위해 우리 셋이 함께하는 거니까요.”
세 교사의 합동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