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7)
신들의 구독자 317화
317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프레이야 아카데미.
이베카 아카데미와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비로소 1위 자리를 공고하게 다지게 된 이 아카데미는 거대한 숲 한가운데에 위치한 자연 친화적인 아카데미였다.
이 아카데미 부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건물 양식을 사용하여 지은 대강당과 소강당들이었다.
수업을 위해 지어진 이 건물들은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곳이 숲속의 왕궁이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명문가 출신의 훌륭한 교사들과 학생들이 프레이야 아카데미에서 한창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사이.
다급히 움직이는 한 학생이 있었다.
“야, 왜 그래? 왜 그러는데?”
“늦었어, 한참 늦었다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프레이야 아카데미에서 높은 성적으로 인정받는 학생들 중 하나, 나단 휘커스는 완전히 눈이 돌아가 있었다.
“방학 동안 영지에서 잘 쉬다 온 거 아니었어?”
“영지엔 다녀왔지. 하지만 넌 모를 거야, 크락. 그날 이후로 내 세계가 완전히 무너졌어.”
“뭔 개소리야?”
“내가 영지에서 떠날 때랑 지금이랑 너무 달라졌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수준으로!”
나단이 버럭 화를 냈다.
“얘가 방학 동안 미쳤나? 왜 이래, 진짜?”
나단의 친구, 루카디아 체른카스텔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단을 보았다.
루카디아는 십이성 가문인 체른카스텔의 사람으로 재상의 유망한 손자 중 한 명이었다.
실력은 있지만 가문의 후광이 너무나도 부족한 나단은 아카데미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는데, 그나마 사귄 몇 없는 친구 중 하나가 바로 이 루카디아였다.
루카디아가 금발을 휘날리며 미친 듯이 뭔가를 찾는 나단의 어깨를 붙잡았다.
“답답하게 굴지 말고 말을 좀 해 봐. 진정 못 하겠으면 내가 좀 도와주지.”
루카디아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나단의 몸이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루카디아 또한 나단의 마법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진정이 됐어?”
“아니, 진정이 될 리가 있나. 그래도 조금은 차분해졌어. 고맙다, 루카디아. 그런데 고마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또 도졌네.”
하지만 아까보다는 진정이 됐는지, 나단이 풀썩 앉아 입을 열었다.
“이번 방학에 집에 다녀왔거든. 프레이야에서도 시끄러웠잖아. 우리 형에 대해서나 우리 영지에 대해서.”
“그랬지, 너는 강력하게 부정했고. 마지막으로 형을 봤을 땐 정말 학기 중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었잖아.”
“그랬지, 그래서 걱정하면서 갔는데.”
나단이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휘커스 영지에 도착한 직후부터 형을 만날 때까지의 이야기였다.
처음엔 굉장히 관심 어린 얼굴로 듣고 있던 루카디아는 점차 경악하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형을 만나고 소문으로 돌았던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인 걸 확인했다고 이야기할 쯤엔 입과 눈이 세 배는 더 크게 벌어졌다.
“뭐, 뭐, 뭐라고?”
“들은 그대로야. 그리고 여기 오면서 들었는데, 우리 가문, 십이성이 된 거 같아.”
“아니,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뭘 그렇게 덤덤하게 말해!? 새롭게 십이성이 된 가문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십이성 역사 속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나도 남 얘기 같아서 안 믿기거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나단에게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그 고민 중 대부분이 다 가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아픈 형.
그 형을 치료하기 위해 영지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 쓰는 아버지.
나단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야망.
지원해 주지 못하는 가문.
지원이 부족하니 아카데미 내에서 점차 밀리는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여 가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해결됐다.
아주 간단하게.
아픈 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이다.
직전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스트레스를 받을 일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나단에게 있어선 아주 큰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에단을 보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보니 정말 작은 것이었구나, 하고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편지가 왔어. 형한테.”
나단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배려해 줘서 고맙다. 이제 네가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껏 하도록 해. 지금까지 참아 온 만큼.] – 에단“돈을 엄청 보내 줬거든. 이제 고민이 전부 다 사라졌어.”
“축하해, 축하한다, 나단! 그럼 다 해결된 거 아냐!?”
루카디아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나단의 고뇌와 고민을 지켜본 루카디아였다.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폭발시킬 지원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생긴 거야.”
사실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이번 교류제, 형이 이베카에 있어.”
움찔.
영지에서 형에게 받았던 교육을 떠올리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프레이야는 압도적인 격차로 질 거야.”
“……뭐?”
“시간이 부족해. 지금부터라도 프레이야가 전부 한마음이 되어야 돼. 선생님들도 서로 견제하는 걸 멈춰야 해. 형은 분명히 이베카를 하나로 묶을 거야.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을 거고.”
“아니, 근데 너희 형, 그러니까 에단 휘커스 선생님…… 그분은 신입 교사시잖아.”
“고작 그딴 직위가 형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입 교사라는 위치는 형인 에단에게 그리 문제가 될 게 아니다.
에단은 이베카 아카데미를 교류제에서 우승시키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구상해 뒀을 테고, 분명 그 방법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외부의 적에 대비해 내부를 단속하고 힘을 한데 모으는 것.
나단은 알 수 있었다. 형이라면 그렇게 계획할 거고 반드시 해낼 거라고.
“애초에 우리 형이 한 짓을 봐. 그 작던 휘커스 영지가 십이성이 됐다고. 추진력, 판단력. 그 모든 게 어릴 때의 형 그 자체야.”
아프기 전.
아주 어린 나이였음에도 빛나던 그 재능은 나단에게 큰 임팩트를 주었다.
때문에 나단의 목표는 에단처럼 빛나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건 다 제쳐 둬야 돼. 아니면 정말 망신을 당할 거야. 다들 보그 아카데미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내 의견은 달라.”
“카이 선생님께 가야겠어. 그리고 드락슬러 선생님께도.”
프레이야의 유일한 마스터 교사, 드락슬러의 힘이 필요했다.
* * *
애제자들과의 훈련을 마친 에단은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정비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이번 수업에서 부족했던 점을 검토하고 다음 수업에서 조금 더 힘 써야 할 부분을 생각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뭐지, 이건?”
에단은 자신의 사무실 문 앞에 놓인 무언가에 인상을 썼다.
새카만 돌멩이 같은 것이었는데 돌멩이치고는 흐물거렸다.
“새카만 오라.”
푸른색이 살짝 섞여 있다.
“장미십자회 쪽에서 온 건가?”
에단이 손을 가져다 대자 푸른색 오라가 에단의 손을 타고 올라오더니 이내 뭔가를 그려 내기 시작했다.
“이건.”
일종의 메시지였다.
샤아아아악-.
에너지가 거대한 양피지처럼 펼쳐지더니 그 안에 글과 그림을 그려 내기 시작했다.
샤샥-.
에너지가 그려 낸 글과 그림을 본 에단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새벽회.”
에너지가 그리는 건 사건이 벌어진 그날의 일인 듯했다.
10분가량 그리던 에너지가 팍, 하고 스파크를 튕기더니 이내 사라졌다.
에단은 자리에 앉아 얼굴을 쓸어내렸다.
장미십자회는 새벽회에게 습격당했다.
범인은 3사도.
“정확히는 습격 같은 게 아니라 들킨 걸 테지.”
장미십자회는 에단의 명령에 따라 새벽회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3사도가 에단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나아가 그가 에단을 죽이려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3사도가 직접 움직였다는 건 다 까발려졌다는 거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에단이 새벽회가 행하려던 모든 일들을 방해했다는 것이 들켰다는 소리였다.
“사도들을 죽인 것도 나라는 걸 알았고, 장미십자회가 만들려던 그릇이 나라는 것도 알았을 테고.”
에단이 절멸증에 걸린 이들 중 유일하게 신의 그릇으로 살아 남았다는 것도 알아챘을 것이다.
“새벽회는 장미십자회의 방식을 이미 부정하고 있으니까. 날 이용하려 드는 것보단 죽이는 걸 선택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면 3사도가 아니라 1사도가 나서야 했다.
‘적어도 2사도.’
에단을 죽이려고 했다면 더 윗선의 사도가 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분명 다 알아챘어. 그렇다면 나를 죽이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될 법도 한데.’
3사도가 왔다는 건 자신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니지.’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데도 인력을 배분할 수 없다…… 고도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인력을 배분할 수 없다는 건 지금 새벽회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에단의 일을 제쳐 두고서라도 말이다.
에단은 방금 보았던 10분간의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잠깐만. 3사도가 넘어왔다고? 넘어왔다는 건 신성 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건가?”
이들이 있을 만한 다른 곳은 딱 한 군데밖에 없다.
“마도 제국. 그곳에 있다가 온 거라면.”
최상위 3사도가 모두 그곳에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은 이해할 수가 없어. 내 예측 범위 바깥으로 넘어가는 일이다. 그러니 오히려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최상위 사도는 마도 제국에 있다.
그들이 마도 제국에서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최우선적인 목표를 실현하려고 하는 거라면 그와 연관된 건 딱 하나뿐.
‘성녀로군.’
마도 제국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는 성녀.
그리고 마도 제국에서 떠나지 못하는 최상위 사도들.
“3사도를 보낸 게 아니군. 보낼 수밖에 없던 거군.”
에단이 심호흡을 했다.
‘올 게 왔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한데.’
최상위 사도와 언젠가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를 훑어가다 보면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상당히 얄궂었다.
이베카 아카데미는 본래 몰락이 예정된 아카데미였다.
그랬기에 에단이 선택한 곳이기도 했다.
‘몰락의 시초는 현장 학습.’
달의 추종자들의 습격으로 수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목숨을 잃는다.
‘현장 학습이야 내가 막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그 정도로 3사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을 거야.’
이베카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방어에 충실한 땅이다.
거기에 더해 이 땅을 수호하는 론드 후작도 있지만 새벽회의 공격을 막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큰 리스크를 감수할 요량으로 이베카를 박살 내면서 들어올 수도 있어.’
그 대가로 에단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내 목숨에 큰 가치를 매긴다면, 그럴 수도 있다.’
“이베카는 결국 몰락할 아카데미니까.”
에단을 처단하러 오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으니, 그 과정에서 이베카는 어떻게든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완벽히 막아 낸다고 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겠지.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건가…….”
하지만 방도가 없지는 않았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거라면. 난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에단이 씩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