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18)
신들의 구독자 318화
318화.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나단 휘커스 군, 자네가 지금까지 한 말을 종합해 보자면…… 이베카 아카데미가 유례없을 정도의 전력으로 교류제에 참여할 거라는 이야기인가?”
“예, 진위 여부는 확인시켜 드릴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죠? 저는 에단 휘커스 선생님의 동생입니다.”
나단이 만난 이는 거대한 덩치에 비해 굉장히 작은 외눈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드락슬러 쿠두스.
마도 제국의 십이성 중 하나인 쿠두스 가문 출신이지만, 스스로 그곳을 박차고 나와 정식으로 신성 제국에 입국해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마스터 교사였다.
프레이야 아카데미가 이베카를 넘은 것은 물론, 1위 자리를 공고하게 다진 데에는 이 드락슬러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마스터라는 이름은 르기아와 마찬가지로 대단한 것이니까.
아무에게나 마스터란 이름이 붙는 게 아니다.
때문에 마스터인 드락슬러는 수많은 아카데미가 노리는 엄청난 인재였다.
르기아는 이미 황궁에 터를 잡아 영입할 수 없었지만 드락슬러는 자유 신분이었으니까.
그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바로 프레이야 아카데미였다.
드락슬러 영입을 기점으로 프레이야는 크게 도약했다.
비로소 당당하게 명문 중의 명문이라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뻐할 일이군. 상당히. 그리고 여러모로.”
“단순히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형의 도약은 가족인 제겐 큰 기쁨이지만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학생이자 아카데미 교류제에서 활약을 해야 할 저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니까요.”
나단 휘커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드락슬러는 그런 나단을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걸 굳이 내게 말해 주는 이유가 있을 테지, 나단 휘커스 군?”
“예, 물론입니다. 프레이야는 제가 졸업할 때까지 최고의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나단이 말했다.
“휘커스 가문이 십이성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제 목표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최고의 배경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한 채로 졸업하고 싶습니다. 그걸 위해서는 프레이야 아카데미가 강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나단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했다.
물론 이번 방학에 다 나았던 형을 보고는 이기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그저 프레이야 아카데미라는 단체에 소속된 상황에서 에단이 소속된 이베카를 이기고 싶을 뿐이었다.
형은 무척이나 대단한 사람이고 존경스러운 사람이지만, 이베카엔 형 말고도 다른 교사들이 있으니 말이다.
“제 실력으론 형을 못 이길 것 같거든요. 하지만 아카데미끼리 싸우면 그나마 승산이 있으니까요. 한 번은 이겨 둬야 나중에 이걸 가지고 형을 놀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드락슬러가 유쾌하게 웃으며 나단을 보았다.
프레이야 내에서 나단은 훌륭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카데미 내에서 다섯 별 중 하나라 불리고 있었고 같은 학년 내엔 라이벌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부족한 건 딱 배경뿐이었는데 이젠 그 배경도 해결되었다.
하지만 드락슬러는 다른 것보다 나단이 보이는 저 패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형인 에단이 갑작스레 대단해졌으니, 어떻게 보면 그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단에게선 그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에단 휘커스라는 이름에 겁먹지 않고 맞서려는 모습을 보이니, 드락슬러 입장에선 상당히 흐뭇했다.
“아버지께서 상당히 기뻐하시겠어, 나단 군. 두 형제가 이리도 훌륭한 마음가짐을 지녔으니.”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나단 군의 말대로 내 한번 힘을 써 보지. 나단 군은 우리 프레이야의 자랑스러운 학생으로 교류제 준비에 한층 더 힘써 주게.”
“예, 선생님!”
이걸로 한 걸음 나아갔다.
나단은 교류제 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자신과 함께 프레이야의 다섯 별이라 불리는 학생들.
그들을 찾아 갈 시간이었다.
* * *
“에단 선생님은 안에 계십니까? 저는 제롤트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일전에 맡기셨던 물건들을 만들어 왔다고 안에 전해 주십시오.”
에단은 미래의 골드핸드가 될 대장장이에게 장비를 부탁했었다.
그때 부탁을 받았던 제롤트가 의뢰대로 장비를 만들어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는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여 자신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자신감에 한껏 차 있었고 무엇보다 여유가 넘쳐 보였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경비가 안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단이 나왔다.
“에단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롤트!”
에단이 반갑게 제롤트를 맞이했다.
본래 제롤트에게 의뢰한 이 검과 갑옷은 학과 교류전 때 써야 했었다. 하지만 제롤트는 기간에 맞추지 못했다.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능은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롤트가 천으로 감싼 검을 보여 주었다.
순간 에단의 눈이 빛났다.
‘이거.’
본래라면 지금은 각성할 시기가 아니다.
에단 또한 시간을 들여 그를 각성시키고 난 후에 영지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보여 준 이 검은 그가 각성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천을 풀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골드핸드가 직접 만든 검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래서 오래 걸린 거구만.’
“오래 걸린 이유가 있었군요.”
에단이 검을 받아 슬쩍 들어 보았다.
검을 들자 웅, 하고 검이 울었다.
“주인을 알아보나 봅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검이었다. 처음에 시간을 맞추려고 했지만 에단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그 말.
그래서 과감하게 부딪쳤다. 평소에는 실패할지도 모른다며 쓰지 않았던 기법을 사용하고 조금 더 힘을 들였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보기도 했다.
또한 아직 이르다며 쓰지 않았던 마법도 사용했다.
실패해도 좋다고 마음먹어서 그런 것일까. 실패할 거라 걱정했던 것들은 모조리 성공했고, 그것들이 모두 다 제롤트의 경험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기한이 훌쩍 지나간 뒤였다.
그러는 동안 제롤트의 실력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장장이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장비의 품질만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했다.
자신은 납품 기한조차 맞추지 못하는 대장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검을 가지고 온 건 에단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였다.
실패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검을 에단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제가 원하던 그런 검입니다.”
에단의 그 말에 제롤트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칭찬을 들어 왔으나 지금만큼 기뻤던 적은 없다.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단 선생님.”
제롤트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롤트, 제가 당신을 믿은 게 아닙니다. 당신이 당신을 믿은 겁니다.”
에단은 고개를 부드럽게 젓고는 제롤트에게 다가갔다.
“에단 선생님…….”
“그래서 말인데, 제가 휘커스 가문 사람이라는 건 알고 계시겠지요?”
“아, 예! 알고 있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대장간에서 휘커스 가문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 휘커스가 너무 급작스럽게 크는 바람에 인재가 너무나도 모자랍니다. 땅은 크고 방문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장인들이 없습니다. 휘커스 백작령을 대표해야 할 장인들이 없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제롤트와 눈을 맞췄다.
“특히 대장장이들이 필요합니다.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영지에 몇 분 계십니다만 인간 대장장이는 없지요.”
“…….”
“제롤트 님, 저희 영지에는 당신 같은 분이 꼭 필요합니다.”
“제, 제가 말입니까?”
휘커스 가문은 옛날의 더 이상 한미한 지방 가문이 아니다.
무려 십이성의 일원이다. 대륙을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가문 중 하나.
전통은 없지만 그 잠재력이나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저희 휘커스를 대표하는 대장장이가 되어 주십시오.”
에단의 스카우트 제의에 제롤트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됐군.’
제롤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한 실력입니다만, 에단 선생님께서 해 주신 제안인데 제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미래의 골드핸드. 아니, 이젠 골드핸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한 대장장이 제롤트가 휘커스 백작령에 합류하게 되었다.
* * *
에단은 현재 휘커스의 깃발이 선 모든 영지를 빠르게 살폈다.
‘새벽회가 나를 노리고 있는 걸 알게 됐으니,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게 됐어.’
영지보다는 자신을 직접 노리겠지만 예상치 못한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 안에서 직접 겪어 봤으니 알아.’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장미 십자회가 궤멸 수준에 이른 건 아까운 일이지만.’
어차피 장미십자회도 새벽회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는 곳이다.
‘그래도 중요한 정보는 얻었으니.’
“잠깐만.”
곱씹던 에단이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지금 새벽회의 본거지인 새벽 사원엔 1, 2사도가 없다는 건데.”
아마 그곳엔 회주만 남아 있을 것이다.
‘회주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으니까 그런 건 차치해 두고서라도. 당장 새벽 사원을 지키고 있는 사도는 4사도뿐이다.’
5사도는 에단이 이미 처리했다.
그 아래의 사도들 중에서는 에단의 상대가 될 만한 놈도 없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퍼스트 오더들이야 꽤 많겠지.’
하지만 전부 다 대처가 가능하다.
“3사도를 처리하고 그 사실이 마도 제국에 있는 1, 2사도에게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절대 자리를 비울 수가 없겠지.”
그럼 이번엔 에단이 복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허를 찌를 수 있게 되지.’
새벽회의 본거지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다.
새벽회의 신도 중에서도 사도급이 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그 위치를 아는 사도들은 절대 회를 배신하지 않는다.
‘배신하면 그 즉시 능력을 잃게 되니까. 절대 배신할 수 없겠지.’
사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꽤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자리를 잡았던 에단은 새벽회의 본거지인 새벽 사원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었다.
“맞고만 있을 순 없지.”
그렇다고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앞에 닥친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하는 게 우선.
에단은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의 지식을 뒤져 보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확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3사도는 절대 혼자 올 리가 없고, 아마도 그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대를 이 이베카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바꿔도 의미가 없다.
‘유인을 해야 할 텐데. 유인이 안 먹힐 거야. 오히려 내가 유인당하겠지.’
이베카를 부수고 에단의 이름을 거론하며 여론을 형성하겠지. 그런 건 달의 추종자들이 아주 잘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이베카에 투자한 게 많다.’
그렇다면 이들을 대피시킬 게 아니라 방어 쪽으로 가는 게 좋을 듯했다.
“습격이 아니라 방어를 한다면. 이베카는 확실한 이점을 가진 곳이니까.”
이 이베카의 가장 핵심적인 방어책, 마나 제약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잘 활용하면 오히려 승기를 잡을 수 있어.”
이제 에단에게 주어진 숙제는 두 가지였다.
아카데미 교류제 대비.
“그리고 3사도 대비.”
어려운 숙제들이지만 해내야 했다.
해내는 수밖에 없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재밌는 법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