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28)
신들의 구독자 328화
328화. 쇼 타임
“괴물 같은 작자! 우리의 대계를 어떻게 막았는지 이제야 알겠어! 절멸증을 품고 신의 힘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벌써 사이클을 다섯 번이나 돌렸다고! 66개의 심연의 영혼이 적어도 한 번씩은 공격했다고! 근데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3사도는 한 차례 더 피를 토해 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곧장 몸을 움직이긴 어려운 상처였다.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때문에 3사도는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했다.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그 공격, 초인력이 없었더라면 절대 막지 못할 공격이었다.
사르테르의 비밀 서고로 막았던 기술과 똑같았는데 위력은 더욱더 상승한 상태였다.
“그으으.”
다른 사도들이 죽고 수많은 계획이 어그러진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에단 휘커스란 남자가 절멸증을 버틸 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 앞에서 3사도는 유례없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응?”
3사도가 회복을 마치고는 에단을 보았다.
아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상대의 분위기.
분명 방금 전과 다를 것 없이 서 있는데 느껴지는 오라가 전혀 달랐다.
간신히 공격을 버티고 회복했건만. 지금의 에단은 방금 전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뭐지? 뭔데? 도대체 뭐냐고!”
어느새 아문 목에서 손을 뗀 3사도가 한껏 인상을 썼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공격은 단 한 번도 먹히지 않았다. 수많은 공격 패턴을 사용했고 초인력까지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감춰 두었던 비장의 수까지 썼는데도 에단은 멀쩡했다.
반면에 에단의 공격은 자신에게 적중했다.
두 번의 치명적인 공격. 초인력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에단은 이전보다 더욱더 강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득 3사도는 두려움을 느꼈다.
두려움이라니, 강자를 앞에 둔 약자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언제나 자신은 강자였다.
단 한 번도 약자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그 스트레스는 곧 분노로 치환되었다.
침착함은 사라졌지만 에단을 향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빌어먹을. 선택받지도 못한 인간이…….”
3사도가 문득 말을 멈췄다.
“선택받았기 때문인가? 정말 네가 선택을 받은 거라고? 그럼 난 너의 시련인 건가?”
다른 이의 시련이 되겠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니다.
분노한 3사도가 자신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그런 3사도를 보며 에단은 두 검을 편하게 아래로 늘어트렸다.
“제대로 할게. 제대로 한다고. 밑천까지 탈탈 털겠다고! 빌어먹을 에단 휘커스! 네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꼭 봐야겠어. 선택을 받은 게 누군지 한 번 제대로 가려 보자고.”
다 드러내야 한다.
가진 바 모든 걸 꺼내지 않으면 저 에단 휘커스를 이길 수가 없다.
3사도의 손목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샤아아아아악-.
피어오른 연기와 더불어 3사도의 몸속에서 휘몰아치던 마나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쿵-! 쿵-!
심상치 않은 마나의 양이었다.
주변의 공기는 물론이고 지면에도 영향을 줄 만큼 거센 흐름.
흘러나오는 마나만으로도 주변의 땅이 푹푹 꺼질 지경이었다.
순간 에단의 눈이 빛났다.
희생성령의 진.
초인력 중의 하나로 이 희생성령의 진은 수명을 대가로 신체 능력을 잠깐이나마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명을 바치는 만큼 순간적으로 육체의 한계를 뚫는다.
밑천을 다 드러내겠다는 3사도의 말에 딱 어울리는 초인력이었다.
‘S급 초인력은 죄다 가지고 있어. 도대체 몇 개가 더 남아 있는 거지? 얼마나 더 많은 변수를 예상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은 에단에게 있어선 오히려 좋은 요소였다.
난이도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집중력은 한없이 올라간다.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3사도는 미지수다. 그러니 계산하고 예측하는 것보단 본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계산하고 예측하는 것은 호루스의 눈과 와룡시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자신은 본능적으로 행동해야 했다.
‘내 경험, 내 시간.’
자신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시켜야 했다.
“이제야 공평해졌군.”
에단이 3사도를 보며 웃었다.
강력한 초인력인 건 틀림없지만 자신도 그에 준하는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쪽도 수명을 대가로 발버둥치고 있으니 저쪽도 수명을 걸어야 공평한 셈.
‘남은 방어 기술은 딱 하나.’
이제 문포스의 갑옷만이 남았다.
이 문포스의 갑옷이 에단을 지켜 주는 최후의 방어 수단이었다.
‘하나가 더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온전히 운에 맡기는 꼴이야.’
지금까지 에단은 3사도의 공격을 열 번 이상 받았다. 이론적으로 한 번은 회피했어야 했다.
하지만 3사도의 공격은 에단의 방어 체계를 확실하게 무너트렸다.
그러니 완전 회피는 없다고 생각하야 했다.
샤아아아악-.
전신으로 하얀 연기를 뿜어 대던 3사도가 순간적인 고양감에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 이건 항상 기분이 좋다니까.”
빠득-. 꽈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 혹은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3사도가 충혈된 눈으로 에단을 응시했다.
“에단 휘커스, 오늘 너를 죽이면 우리 회의 계획이 더 이상 실패할 일은 없을 거야. 너 정도의 강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콱-!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에단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혔다.
쐐액-!
그 위치에 심연의 영혼이 정확히 꽂혔다.
‘본체의 속도, 흰색 덩어리의 속도.’
그리고 파괴력.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늦었으면 직격했을 터.
그러나 에단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한 번 뒤로 물러나면 계속 밀려날 뿐이니까.
쐐액-!
쳐 내고.
콰앙-!
비껴 치고.
본능에 몸을 맡긴 에단의 움직임은 이전과 달리 거칠었다.
더 이상 깔끔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위태롭고 아슬아슬했다.
그 순간 3사도의 공격 중에서 유일하게 에단에게 먹혔던 순간 가속이 날아들었다.
쐐액-!
“하! 이것 봐라?”
순간 가속의 영향을 받은 심연의 영혼이 정확하게 에단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으로 3사도의 순간 가속을 피한 것이다.
“보고 피한 게 아니네? 설마 예측한 거야? 내가 그쪽을 공격할 거라고? 하!”
3사도가 경악하며 말했다.
“네 목숨을 가지고 도박한 거야?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3사도는 에단의 방어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에단이 한계에 이른 상태에서 순간 가속의 영향을 받은 영혼을 그대로 피해 냈다. 그 모습을 보니 도저히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 게 뭐냐.”
에단이 미소 지었다.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제야 족쇄가 풀린 듯 마음이 자유로웠다.
“피했는데.”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덕분에 순간 가속 공격을 피했고 역습을 가할 시간이 생겼다.
콱-.
에단이 강하게 땅을 밟아 3사도에게 접근했다.
‘3사도의 순간 가속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야. 마법 요새처럼 수많은 마법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마법이다.’
저런 강력한 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마법 요새는 그 거대한 힘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마나를 들이부어야 한다. 그게 바로 대가였다.
‘순간 가속 마법에도 대가가 따를 테지. 그 대가를 파훼한다.’
샤아아아아아악-.
에단 검술 제3식
만뢰서리격
파지지지지지직-!
수백 갈래의 번개가 쏟아져 나왔다.
에단은 거기에 더해 강하게 땅을 밟고 회전했다.
에단 검술 3식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압박한다. 굳이 맞힐 필요는 없어.’
이 공격으로 3사도의 심리를 흔들어 다급함을 느끼게 만들 생각이었다.
에단이 계산하기에 다음 순간 가속을 사용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35초였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초인력으로 육체를 대폭 강화한 상태.
더 빨리 순간 가속을 사용할 수 있다.
분명 짧은 시간 내에 다시 순간 가속을 사용할 것이다.
쐐애애애애액-!
에단의 예상대로였다.
35초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가속한 영혼이 날아왔다. 보이지 않았지만 날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단은 아까처럼 공격을 피해 냈다.
3사도는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한 거냐며 경악했지만 이건 심히 감각적인 행동이었다.
쐐액-!
에단의 한쪽 볼에 길게 생채기가 났다.
완벽하게 피해 내려 했지만 결국 공격을 허용하고 만 것.
문포스의 갑옷 효과가 얼굴까지 미치진 않았으나,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아주 살짝 스친 터라 피해를 입었다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생존 확률이 하락합니다!
그러나 생존 확률은 착실하게 하락했다.
생존 확률이 하락하자마자 절멸증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릿속이 흐려졌다.
“그따위 도박으론 한계가 있을걸? 내 수명을 바친 공격이야. 계속해서 쉽게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3사도의 공격이 더욱더 거세졌다. 그 말대로 더 이상 쉽게 피하기가 힘들어졌다.
콰득-!
그래서 피하지 않았다. 피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그 자리에서 모든 공격을 쳐 냈다.
‘봐야 한다.’
감각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음 단계는 보는 것이었다.
순간 가속의 영향을 받는 심연의 영혼은 일순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가속한다.
저건 초인력 같은 게 아니었다.
마나와 술식으로 구성된 마법이다.
‘온전히 마나로 이룩해서 만드는 거다. 마법진을 그려서 시전하는 거야.’
마법 같지 않아 보여도 분명한 마법이다. 그렇다면 파훼할 수도 있다.
3사도가 가진 힘의 중심, 기술의 요체.
이 순간 가속을 파훼하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콰가가가각-!
3사도도 그 속셈을 알기에 계속해서 에단을 압박했다.
순간 가속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파훼할 수 없도록.
‘꿰뚫어야 한다.’
어느 예술가가 말했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에단의 눈이 가속하는 영혼들의 궤적들을 쫓기 시작했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가속하며 에단의 숨통을 노리는 심연의 영혼.
그리고 그것들을 조작하는 3사도의 저 폭발적인 움직임.
에단은 그 모든 것을 날카롭게 관찰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에단은 모든 예측을 멈추고 오로지 상대의 움직임을 보기만 했다.
콰앙-!
하지만 결국 3사도의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포스의 갑옷이 당신을 보호합니다.
-프로텍터가 깨졌습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각 [24:00]
“끄윽.”
정말 위험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포스의 갑옷이 막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즉사했을 수준.
에단은 이 순간 죽음을 각오했다.
그 각오 끝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볼 수 있다는 자신감.
‘훔친다.’
저 순간 가속을 해체한다.
그러기 위해 눈으로 보고 이해한다.
-죽음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생존 확률이 크게 하락합니다.
절멸증이 꿈틀거렸다.
에단의 생존 확률이 하락하면 절멸증은 마치 자신의 세상이 된 듯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에 극심한 고통이 일었다.
하지만 에단은 차분히 호흡했다.
길고 긴 호흡이었다. 집중, 다이브.
에단은 오로지 3사도의 순간 가속에만 집중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죽는다.
3사도가 그 의중을 안다면 도박이라고 외치겠지만 에단은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도전이다.’
생존에 대한 도전이고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잡았다.”
죽음의 끝에서.
한계의 끝에서 에단은 3사도의 마법을 훔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