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29)
신들의 구독자 329화
329화. 최후의 발악
“잡았다-!”
3사도는 확신했다.
에단 휘커스는 이미 그로기 상태라고.
두드리고 또 두드린 결과 자신의 공격이 에단 휘커스의 저 강대한 방어를 꿰뚫은 것이다!
쐐애애액-!
그런데 빠르게 쇄도하던 심연의 영혼이 돌연 속도를 잃었다.
에단의 검은 속도를 잃은 심연의 영혼을 간단하게 파괴했다.
빠각-!
“어?”
3사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은 마법을 해제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순간 가속은 스스로 해제하고 활성화하는 구조의 마법이 아니었다.
놀란 3사도가 다시금 에단에게 심연의 영혼을 퍼부었다.
그리고 정확히 20초 후 다시 던졌다. 방금 전과 같이 순간 가속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에단에게 도달하기 직전 또 다시 마법이 사라졌다.
본래 속도로 돌아간 심연의 영혼은 에단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3사도가 크게 당황했다.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던 에단이 웃었다.
정말 재밌다는 듯이.
하지만 조롱의 미소는 아니었다.
“됐다.”
뭔가를 성취했을 때 저절로 배어나는 미소.
강대한 난관에 도망치지 않고 도전해 승리를 쟁취했음을 확신하는 미소였다.
피투성이가 된 몰골과 상당히 대비되는 표정이었다.
3사도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말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담겨 있단 말인가?
“내 마법을…… 파훼라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웃는 거야?”
목소리가 떨렸다.
“1사도도 2사도도 풀지 못한 이 마법을 감히 네가 풀었다고?”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고는 더 짙게 웃었다.
“훔쳤어.”
에단이 검을 쥐었다.
샤아아악-.
이윽고 3사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단의 검이 가속했다.
이전에도 인지하기 어려웠던 검의 속도인데, 이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빨라졌다.
“그건…… 내 마법이잖아!”
에단 검술 제4식.
신뢰만년서리
순간 가속이 가미된 에단의 검술이 펼쳐졌다.
서-걱!
하얀 서리 위에 또 다시 하얀 서리가 서렸다.
투둑-. 툭.
3사도는 그 자리에서 울컥 피를 토해 냈다.
피를 토해 내는 3사도에겐 더 이상 회복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순간 가속에 신뢰만년서리가 합쳐졌다.
3사도의 마법은 완전히 파훼됐고 에단의 공격엔 위력이 더해졌다.
신뢰만년서리에 베인 3사도의 몸이 비틀거렸다.
초인력을 발동하는 것보다 에단의 공격이 더 빨랐다.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된다고? 내 마법을…… 내 마법을 빼앗아서…….”
크르르륵-.
3사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초인력은 남아 있었다. 더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저 압도적인 속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에단의 속도에 순간 가속이 더해지자 초인력이 미처 발동하지 않은 것이다.
“끄으으으으으으윽!”
3사도가 신음했다. 에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3사도가 천천히 무너졌다.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에단은 서 있었고 3사도는 무릎을 꿇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상징적인 구도에 분노한 3사도는 자신의 무릎을 미친 듯이 후려쳤다.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너, 내 것을…… 내 힘을…… 내 마법을……!”
파훼당한 것만이 아니었다.
에단은 파훼를 넘어 자신의 마법을 그대로 훔쳐 냈다.
인피니티 스피드.
이름하야 무한 가속이라 불리는 고대의 마법이었다.
3사도는 이 고대 마법을 심연의 영혼에 걸어 두었다. 워낙 강력한 마법이라 3사도도 완벽하게 컨트롤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없었다. 본래의 위력에서 절반만 발휘하더라도 그 위력이 엄청났으니까.
“흉내 낸 게 아니야. 똑같은 거였어…… 너, 진짜 내 마법을 훔쳤어.”
지금 3사도를 뒤흔드는 감정은 굴욕과 분노였다.
생전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이 두 가지 감정에 3사도는 화가 났다.
3사도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 있는 에단을 보았다.
피투성이가 됐음에도 그는 서 있었다.
격이 다르다.
그는 선택을 받은 것이다.
문 마더의 선택을.
순간 3사도는 가져선 안 될 감정을 가지고 말았다.
그건 경외심이었다.
“어쩔 수 없나.”
죽음 앞에선 그 누구도 초연할 수 없었으나 3사도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무뎠다.
너무나 많은 이들을 죽여 왔기에 더욱더 그랬다.
“애초에 내가 왔으면 안 됐네.”
그렇게 말하는 3사도의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래도 나한테 맡겼으니까. 죽어도 마무리는 해야겠지. 안 그래, 에단 휘커스?”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것처럼 3사도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강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문 마더께서 만드신 새로운 세상에서 보자, 빌어먹을 에단 휘커스.”
3사도가 눈을 감았다.
“되돌아갑니다, 어머니. 갑니다.”
새벽회의 최상위 사도 중 하나인 3사도 산드라 레이첼 우드가 사망했다.
그리고 그 죽음과 동시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녀가 남기고 간 66개의 심연의 영혼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근. 두근.
3사도가 남기고 간 심연의 영혼들이 마치 맥이 뛰는 심장처럼 꿈틀거렸다.
“끝까지 쉽게 가질 않네.”
에단이 인상을 썼다.
이게 터지면 기껏 살아남은 에단이 죽는 건 물론이거니와 이베카 전체가 날아갈 것이다.
육만 육천의 영혼이 일시에 해방되어 터져 나가는 거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폭발만으로 끝나지 않아. 해방된 영혼들이 그대로 악령이 되어 주변을 초토화시킬 텐데…….”
에단은 심연의 영혼 안에 남아 있는 혼들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심연의 영혼은 사실상 원념 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3사도, 그리고 달의 추종자들에 의해 죽어 간 이들의 강력한 원념이 담긴 물건.
저게 터지면 뒤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베카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이고 론드 후작령도 악령이 떠도는 폐허가 될 것이다.
자칫하다간 대륙에 유례없는 대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 버리는 것인가.
에단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막아야 돼.”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3사도와 격렬한 싸움을 벌인 터라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폭발을 막을 그럴싸한 수단도, 계획도 없다.
“아니, 딱 하나 있다.”
정말 마지막 방도였다.
“신세계.”
에단은 신세계를 열었다.
‘절대 안 돼. 절대 여기서 끝낼 순 없어.’
에단의 눈에 그동안 구독한 수많은 신들이 보였다.
하지만 에단의 눈은 지금 당장 필요한 신을 찾았다.
검색해서 찾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구독한 신들 중에서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을 가진 신을 찾아내 빠르게 협상을 할 것인가.
‘나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지?’
심연의 영혼이 터질 때까지 넉넉잡아 10분.
그 안에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가진 신을 찾아야 했다.
“…….”
구독 목록의 가장 위로 새 영상을 업로드한 신이 뜬다. 이름 옆에 빨간 불이 뜨는 것이다.
“허준…… 구미호…….”
-알고리즘이 당신의 상황을 파악합니다.
-목록을 재정렬합니다.
챠르르르륵-!
에단의 구독 목록이 정렬되더니 이내 가장 위에 구미호의 이름이 떴다.
영혼과 관련된 신, 구미호.
당장 비형랑의 힘을 얻게 된 것도 구미호를 구독하고 합방 영상을 봤기 때문이었다.
“!”
에단은 [N] 표시가 되어 있는 구미호의 채널을 열어 새로 업로드된 합방 영상을 보았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합방 영상이야.”
에단이 홀린 듯이 구미호의 영상을 눌렀다. 구미호는 바로 직전 함께 콜라보까지 했던 신이었다.
그 때문에 마지막 영상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에단이 잘 사용하고 있는 귀력의 주인공인 비형랑과의 합방 영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올라온 영상은 비형랑과의 합방 영상이 아니었다.
-영혼의 인도자 바리데기 공주님과의 합방! [feat. 도선생]
“바리데기…… 공주?”
언젠가 읽었던 설화가 떠올랐다.
바리공주.
“설마.”
에단은 다급하게 영상을 눌렀다. 만약 영상에 등장하는 신이 자신이 아는 그 바리공주고 그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
* * *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꼭 해내겠다는 마음을 가졌지. 보라고.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그분의 마인드를!”
구미호가 상당히 뿌듯한 표정으로 새롭게 올린 합방 영상을 보았다.
영혼의 인도자 바리데기 공주와 함께한 합방 영상이었다.
바리데기 공주는 영혼과 관련된 신들 중에서도 최고의 신이었다. 영혼의 신. 영혼의 인도자.
혼을 가진 이들이라면 생의 마지막 날에 반드시 바리데기 공주를 만나게 된다.
“그런 분을 내가 모셨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대단한 일이야.”
“미호, 한 번 더 엄청난 추진력이 생길 거야.”
“하지만 좀 불안한데. 한 번 더 봐 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야.”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님은 바쁘시니까. 언젠가는 보시겠지.”
“어? 조회수 올라갔다!”
그 조회수 1을 올려 준 구독자, 에단은 바리데기 공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딸랑. 딸랑.
한 손에는 방울을, 다른 한 손에는 거대한 언월도를 든 바리데기 공주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여 제 능력의 일부를 이 영상에 남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가련한 영혼들이여. 혼들이여. 걱정 마시고 이 소리를 따라 제 뒤를 따라오면 됩니다.
바리데기 공주의 능력은 굉장히 심플했다.
비형랑의 능력이 모든 혼들을 지배하는 능력이라면 바리데기 공주의 능력은 혼들을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는 능력이었다.
요컨대 혼을 성불시키는 능력으로, 영혼의 인도자라는 별명이 딱 어울렸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에단은 빠르게 바리데기 공주의 영상을 시청했다.
시간이 굉장히 다급했기 때문에 스킵 버튼을 활용하여 빠르게 영상을 넘겼다.
다행히도 호루스의 눈과 와룡시가 있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내용은 알 수 있었다.
-사령제 [영혼의 인도]를 배웠습니다!
-스킬 추가 : 영혼의 인도 [S]
-방울을 받았습니다.
에단은 바리데기 공주의 능력을 얻자마자 곧장 신세계를 껐다.
째깍-.
두근-!
심연의 영혼은 아까 전보다 훨씬 더 커져 있는 상태였다.
“후우우우.”
에단이 호흡을 고르고 방울을 들었다.
딸랑-.
영혼을 인도하는 바리데기 공주의 특수한 방울이었다.
방울 소리가 들리자 요동치던 심연의 영혼들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에단은 귀력을 통해 그들의 반응을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효과가 있다.’
“영혼의 인도.”
에단은 방울을 계속 딸랑이며 춤을 췄다.
바리데기는 영혼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위로하고 그 마음을 치료해 줘야 정상적으로 혼을 이끌고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근본적인 원인.”
에단은 이들의 원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3사도를 가리켰다.
“내가 처리했소, 혼들이여. 그러니 안심하시오. 안심하고 떠나시오.”
에단의 말에 혼들의 진동이 느껴졌다.
66개의 심연의 영혼이 떨리며 천천히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콰득-. 콰드드득-.
에단의 인도에도 심연의 영혼들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그럴 때마다 강대한 파동과 음기가 솟구치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더욱 거세게.’
에단은 바리데기 공주의 영상에서 본 대로 움직였다.
공주가 말하길 그저 겉으로만 위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깊게 이해하고 위로해 줄 것. 하지만 그걸로는 10분 만에 처리할 수가 없어.’
때문에 에단은 바리데기 공주가 말한 공감과 위로에서 공감을 제하고 비형랑의 힘인 지배를 끼워 넣었다.
‘내게는 이쪽이 훨씬 더 깊숙하게 공감할 수 있는 쪽이거든.’
“혼들이여.”
샤아아아악-.
귀력이 피어올랐다.
66개의 심연의 영혼이 뿜어 대는 엄청난 음기에 에단의 몸속 음기도 꿈틀거렸다.
그리고 곧 강대한 귀력이 에단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당신들을 그렇게 만든 3사도는 내가 죽였소. 하지만 3사도에게 목숨을 잃은 이들만 있는 건 아니겠지. 그대들의 원한은 3사도뿐만 아니라 달의 추종자들 전체를 향한 원한일 거야. 그렇지?”
에단이 강하게 땅을 밟았다. 그러자 그 주위로 영혼의 인도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딸랑-.
에단이 한 번 더 방울을 울렸다.
“내가 싹 다 죽여 주지. 당신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을 단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전부 다. 놈들이 하려는 계획은 전부 다 망치고 내 손으로 그 죗값을 치르게 하겠어.”
에단이 힘주어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력이 서렸으니 혼들에게는 그 목소리가 아주 잘 들렸을 것이다.
딸랑-.
에단은 말과 함께 방울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날 믿고 가시오.”
순간 강력한 귀력이 피어올랐다.
이 귀력이 바리데기 공주의 영혼의 인도와 맞물려 심연의 영혼에 묶인 영혼들을 정중하게, 하지만 조금은 강하게 성불시키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악-.
폭발 직전이었던 심연의 영혼들이 잠잠해지더니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부탁해.
그들이 하나가 되어 목소리를 냈다.
“그 부탁, 확실히 접수했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