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39)
신들의 구독자 339화
339화. 긴 휴가
휘커스 영지 시장.
맨 처음 에단 공방에서 자리 잡은 건 마탑에서 데려온 경량화 마법사와 속성 부여 마법사들이었다.
그러나 스칼렛은 뒤늦게 자리를 잡았음에도 금세 두 공방을 따라 잡았고 이제는 규모까지 더 커지게 되었다.
경량화 공방과 속성 부여 공방이 총 다섯 개의 공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염색 공방은 염색만으로 일곱 개의 공방을 돌리고 있었다.
게다가 수익률까지 엄청났다.
두 공방은 마법사들이 직접 마법을 사용해야 했지만 염색 공방은 염색 스크롤을 만들어 두면 팔기가 상당히 용이했다.
파는 건 쉬웠으나 쉽게 따라 하기가 어려웠기에 염색 공방은 유일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건 검정색에 푸른빛이 섞인 거고 이것도 검정색에 푸른빛이 섞인 거 같은데, 같은 염색 스크롤인가요?”
“아, 이건 같은 색이 아니에요. 보시면 광택이 섞여 있죠? 음, 기본적으로 색 배합은 빨강, 초록, 파랑색으로 만들고 있는데 농도가 중요하거든요 그 농도로 따지자면…….”
바로 색에 대한 감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든 색을 구분했다.
“너무 가격이 비싼데.”
“다른 곳에도 염색 공방이 여러 곳 생겼던데. 차라리 거기 가는 게 나은 거 아냐?”
“너, 진짜 색에 대해 모르는구나? 다른 데와는 색이 달라. 스칼렛 님이 만드는 염색 스크롤이랑 다른 마법사가 만드는 염색 스크롤이랑 같은 색이라고 판매하는데 색이 아예 다르다니까? 스칼렛 님이 만든 건 아주 고급스럽다고.”
같은 색을 내도 스칼렛이 낸 색은 묘하게 고급스러웠다.
그러니 비슷한 공방이 생겨도 결국 돌고 돌아 스칼렛의 염색 공방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체재가 없으니까. 계속 올 수밖에 없죠.”
“흐으으으으음…… 우리들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야겠어.”
“이제는 진짜 속성도 부여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멋을 더 중시하고…….”
“저희도 경량화에 더해 다른 걸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연구비는 충분하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았다.
“앗, 에단 백작님.”
“백작님께서 오셨다!”
에단이 시장에 오자마자 공방의 마법사들이 바삐 나와 일렬로 섰다.
“오셨습니까! 백작님!”
그 옛날 인정받지 못하던 마탑의 마법사들은 더 이상 없다.
“다들 아주 잘하고들 있군. 아카데미에서도 이야기가 자자해. 우리 학생들 중에 여러분들의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꽤 많거든.”
에단의 말에 마법사들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의 칭찬, 그리고 인정. 이 두 가지가 이들을 바꾼 거야.’
없는 걸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본래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것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 준 것뿐이다.
“건물을 하나 지을 생각이오. 스칼렛, 건물에도 염색을 할 수 있소?”
“당연하죠, 백작님. 제 염색 스크롤은 대상을 가리지 않아요.”
‘영지 내에도 문포스의 신전을 지어야지.’
특히 이 휘커스 영지의 신전을 가장 크게 지을 예정이었다.
‘명색이 문포스의 후예인데. 다른 영지의 신전보다 작아서는 안 되니까.’
에단은 공방의 마법사들을 만난 이후 이번 달의 추종자들의 습격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마법사를 만나러 갔다.
“에단 님, 오셨어요? 아니, 저한테 말씀도 안 하시고 그런 중책을 맡기시다니.”
예리카가 웃으며 에단을 반겼다.
“한계를 또 넘은 것 같던데, 예리카? 체른카스텔에서 온 마법사들이 경악하면서 막 뭐라 이야기하던데, 제대로 말들을 못하더라고. 알아들은 건 딱 두 가지뿐이야.”
예리카가.
괴물처럼.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은 예리카의 실력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대마법사 헤카테의 혈통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휘커스 가문이 새로운 십이성에 오른 이후. 예리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이 헤카테의 손녀이며 헤카테는 모함으로 죽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이었다면 큰 반발이 일어났을 테지만 작금의 휘커스 가문에 무어라 불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각설하고, 그런 헤카테의 손녀니 마법 실력은 확실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본 예리카는 달랐다.
마법 실력이 확실하다 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괴물 그 자체였다.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은 언젠가 들었던 헤카테에 대한 평가를 떠올렸다.
원하는 타이밍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천 가지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괴물 같은 마법사.
그 혈통을 이은 예리카가 딱 그 평가대로였다.
달의 추종자들이 약한 게 아니었다.
그저 예리카가 너무나 강했을 뿐.
그 압도적인 모습에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체른카스텔 영지 내부에선 꽤나 인정받는 실력자들이다. 현재 상황에 안주하는 이들도 아니었다.
마법 요새를 설치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마법을 탐구하고 의견을 나누며 발전해 왔다.
그런 이들이 휘커스 영지에 온 이후로 자신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에단에게 놀라고 이어 그의 호위인 예리카에게도 놀랐다.
이러니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이 복귀하지 않고 계속 휘커스 영지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작 체른카스텔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이 이야기를 듣고는 제발 자신도 휘커스 영지로 가게 해 달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를 요청했음에도 먼저 파견을 온 이들이 돌아가질 않으니.
파견직들의 자의에 의해 순환이 안 되는 재미난 상황이었다.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분들이 과장을 좀 하셨네요. 전 그냥 평소처럼 했는걸요.”
“다친 곳은?”
“저도, 마법 요새도 없죠.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맡기신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상대가 상대니까. 내 적이라고 생각해서 화려하게 했을 텐데.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이 놀랐을 거 아냐.”
“제가 아니라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분들을 걱정하셨군요.”
“나야 네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지. 하지만 체른카스텔의 마법사들은 모르잖아. 아마 네 실력을 보고 엄청 놀랐을 거야. 그리고 그 사람들, 생각보다 수다쟁이더라고.”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이젠 다들 알게 됐겠네.”
이제 남은 두 가문, 스크랴빈과 에키스도 상당히 불편해졌을 것이다.
“안 도와주신다고 하시더니, 결국 이렇게 도움을 주시네요.”
“한동안 호위 역할을 못할 테니까. 이렇게라도 부려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예리카가 에단과 함께 웃었다.
“한동안 괜찮을 거야. 필요하면 슈들렌도 데려다 써. 내 호위로 있는 것보단 네 옆에서 복수를 돕는 편이 더 큰 성장의 발판이 될 테니까.”
“막 굴려도 되나요?”
“목숨은 붙어 있어야 해. 목숨이 달아나면 아무리 나라도 못 고쳐.”
“네, 확실히 전달받았어요.”
에단은 예리카를 보며 미소 지었다.
휘커스 영지 방어의 총책은 예리카에게 맡겨 두면 편안할 듯했다.
‘역할이 좀 많긴 하지만. 그걸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다 제쳐 두고 예리카를 선택한 거니까 말이야.’
잘 키운 호위 하나가 열 호위 부럽지 않았다.
“그나저나 에단 님, 3사도와 싸우셨다고 들었어요. 사도는 굉장히 강한 놈들이잖아요? 숫자가 작을수록 더 강하고. 괜찮으신 거예요?”
예리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얼핏 보기에도 에단의 몸 상태는 전과 달라 보였다.
“안 괜찮아.”
에단이 자신의 볼과 몸을 손으로 가리켰다.
“강하더라고, 3사도. 죽을 뻔했어.”
“그런 말씀 하시는 것치곤 이전보다 마나량은 많아지셨는데요? 아니, 많아졌다기보다는 짙어졌다고 해야 하나? 양은 비슷한데 순도가 달라졌네요.”
“그게 느껴져? 예리카, 헤카테 님의 유산을 완전히 흡수하는 중이구나. 어쩌면 헤카테 님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겠는데.”
에단의 칭찬에 예리카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렴요. 할아버지보다 강해져야 에단 님의 호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래도 마냥 죽을 뻔하신 건 아닌 것 같네요. 몸도 마냥 또 나쁜 것 같진 않으시고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거든. 어차피 아카데미도 쉴 테고, 한동안은 수련해야지.”
“에단 님의 이런 모습을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봐야 할 텐데요. 에단 님처럼 강한 사람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말이에요.”
“아직 이르지.”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재미를 느껴야 할 때야.”
“그럼 이제부턴 좀 바쁘게 움직이시겠군요?”
“그러니까 내 대신 바쁘게 좀 움직여 줘, 예리카.”
“맡겨 두세요. 그리고 십이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려도 놀라진 마시고요.”
예리카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활짝 웃었다.
* * *
수많은 인력들이 이베카 아카데미에 모여 있었다.
“여기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고! 아! 거기는 아예 허물기로 했소!”
달의 추종자들의 습격은 이베카 아카데미의 안전에 경각심을 주었다.
마나 제약의 진.
꽤 오래 전부터 이어진 이 명망 있는 마법은 이베카 아카데미에 발을 들이는 모든 이들의 무장을 해제시켜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강력한 마법진었다.
하지만 이 마법진은 이번 습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질 못했다.
왜곡되고 휘어져 제 기능을 상실했으니, 그에 의해 이베카 아카데미는 달의 추종자들에게 완벽하게 무력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이베카는 대대적인 복구 공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단순히 이전과 같이 복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전한 이베카를 만들어야 했기에 굉장히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에단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겁니다.”
교장을 구해 데리고 온 것도 에단 휘커스였고 3사도라는 달의 추종자들의 리더를 죽인 것도 에단 휘커스였다.
달의 추종자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위 귀족 가문일수록 에단의 성과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단 선생이 이베카에 있으니 안심하고 우리 아이를 보낼 수 있겠군!”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저희가 돕겠습니다.”
“우리 가르시아는 이베카 아카데미의 복구에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다 드리겠소!”
첸 가르시아의 학부모인 가르시아 백작을 필두로 수많은 귀족들이 앞다퉈 돈과 인력들을 이베카에 기부했다.
가르시아 백작은 에단이 얼마나 훌륭한 교사인지 아주 잘 알았다.
에단을 만나고 난 이후 첸은 정말 180도 변화했다.
철없던 첸은 더 이상 없었다. 예전과 달리 확연하게 어른스러워진 첸을 본 이후로 가르시아 백작은 에단을 무한히 신뢰하게 되었다.
“우리도 함께하겠소.”
“우리도!”
학부모들이 앞다퉈 지원하고 나서니 교장은 복구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 기회에 이베카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야겠어.”
여러모로 이베카가 지어진 지 꽤 되었지만 설립 이래로 큰 공사는 거의 없었다.
교장은 이번 기회에 아예 새로운 이베카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교류제를 준비하려면 기간을 최대한 짧게 잡는 게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날림으로 공사를 했다가는 이번 습격 같은 일이 또 생겼을 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교류제가 전부는 아니니까…….”
학생들의 안전이 제일 우선이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말이야.”
달의 추종자들의 습격은 무사히 잘 막아 냈다. 피해 학생도 없고 마무리 또한 잘됐다.
하지만 안전해야 할 아카데미가 공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학부모들에게는 큰 걱정임에는 틀림없었다.
때문에 학부모들 중 절반 정도가 학생들을 전학시킨다고 해도 그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전을 위해 아이를 전학시키겠다는 학부모에게 무어라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
더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아니면 다음번엔 달라지겠다고?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여차하면 이번 교류제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건만.
“이탈이 하나도 없을 줄이야.”
이 모든 것이 에단 휘커스 덕분이었다.
“에단 선생이 정말 큰 역할을 했어. 에단 선생이 없었더라면 이번 습격 사건으로 이베카 아카데미가 망했어도 크게 망했을 거야. 학생들이 다 이탈했겠지. 휴가를 조금 달라고 하던데, 얼마든지 줘야지. 복구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카데미에 못 오게 해야겠어! 그 몸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물론 에단이 없었으면 습격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장의 머릿속에는 에단 덕분에 상황이 더 좋아졌다는 생각만 있었다.
“흠흠흠, 교장실이 있는 이 건물도 새롭게 지을 때가 됐긴 했지!”
교장은 생각과 동시에 건축가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 교장실이 있지 않소? 그 교장실에 그 비밀스런 장소를 만들 수 있는지…….”
한편 교직원실.
교장과의 이야기를 마친 학부모들은 곧장 교직원실로 찾아가 문의를 넣었다.
“그런데 혹시 에단 선생님께서는…….”
“에단 선생님이 보이시질 않는데. 혹시 사무실에 계실까요?”
“아! 제가 아까 사무실로 갔는데, 사무실에도 안 계셨습니다.”
학부모들은 이베카 아카데미를 구해 낸 영웅 에단 휘커스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에단이 보이질 않았다.
몇몇 다른 교사들은 보였지만 에단만 찾을 수가 없었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에단 선생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에단 선생님은 지금 많이 다치신 터라 요양 중이십니다.”
“아!”
많이 다쳤다는 말에 그제야 이들은 떠올렸다.
에단이 습격해 온 달의 추종자들 중 가장 강한 실력자와 싸웠다는 것을.
“그러면 지금 영지에서 요양을 하고 계시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때문에 교장 선생님께서 에단 선생님께 긴 휴가를 내주셨습니다. 아카데미의 복구가 끝날 때까진 아카데미로 오지 않으실 겁니다.”
교직원 또한 굉장히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부디 빨리 쾌유하시길 빕니다.”
이후 휘커스 영지로 수많은 선물들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모두 다 몸에 좋다고 소문난 영약들로,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에단에게 성의를 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장본인은 현재 휘커스 영지에 없었다.
대륙의 북쪽.
휘이이잉-.
세찬 모래바람이 부는 그곳을 에단이 홀로 걷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