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1)
신들의 구독자 341화
341화. 사막에 대하여
길잡이 래시베드.
그는 사막에서 태어나 쭉 사막을 요람 삼아 살아왔다.
그에게는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사막 어디에 있든 방향을 잃지 않고 냄새를 쫓아 원하는 곳으로 가는 능력이었다.
사막에서 태어난 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능력이었지만 래시베드의 능력은 더욱더 특별했다.
“아마 소문을 듣고 저를 찾아오셨겠지만 다른 길잡이들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막에서 길을 찾는 데는 아주 예민하고 뛰어난 감각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그 감각을 타고났기 때문에 한 번 가 본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래시베드는 한 번 간 곳이라면 잊지 않았다.
그리고 사막 어디에 있든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인간 풍운이라고 불 수 있겠어.’
물론 홍길동의 능력과 달리 텔레포트는 아니었지만 일단 한 번 가 본 곳이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했다.
“노바드 용병단이라고 했나?”
“아, 예. 맞습니다, 백작님.”
노바드 용병단.
들어 본 적 없는 용병단이었지만 이들 역시 여타 용병단처럼 여러 이야기를 가진 용병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단장은 옆에 있는 한터 노바드로, 그는 용병 생활만 30년을 넘게 한 베테랑 용병이었다.
“사막을 찾는 용병단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왜 굳이 사막왕의 보물을 노리나? 한탕이라도 해 볼 생각인가? 그러다가 실패하면 목숨을 잃고 말 텐데. 수지가 안 맞지 않나?”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유가 있습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는가.
노바드 용병단은 본래 백여 명 정도 규모의 용병단이었는데 현재는 사정이 있어 절반인 오십여 명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다들 실력은 있어 보여.’
각자 가만히 있어도 피어오르는 마나와 오라.
특유의 걸음걸이와 휴식하는 와중에도 드러나는 여러 태도로 말미암아 볼 때 5년 이상 용병으로 활동한 이들로 보였다.
‘용병들이 거친 거야 당연한 거지만.’
가이스터 오아시스에서 보였던 그 거친 모습은 지금 한터 노바드 용병단장이 보이는 모습과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내 명성에 눌려 굽신거리는 게 아니야. 본래 성격이 이쪽인 거지.’
“꼭 사막왕의 보물을 얻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예.”
한터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화의 방패라는 물건이 필요합니다.”
분명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그게 사막왕의 보물이었어?’
만약 그렇다면 지금 에단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장도 성장이지만 일단 방어 기술이 더 필요하니까.’
에단은 3사도와 싸우면서 처음으로 방어 기술의 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피해를 70퍼센트 경감시켜 주는 정령왕의 수호석이나 일정 확률로 회피시켜 주는 완전 회피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
피해를 70퍼센트 경감시켜 줘도 상대가 3사도 정도의 강자면 여지없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처음 얻었을 땐 꽤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직접 싸우면서 사용해 보니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방어 기술은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 주거나 무효화시켜 주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피해를 무효화시켜 주는 계열의 방어가 제일이었다.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다면.’
정화의 방패는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왜 정화의 방패가 필요하지?”
에단의 물음에 한터가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용병단 초창기부터 함께한 동료 하나가 병에 걸렸다.
간단한 병인 줄 알았으나 그 어떤 곳에서도 치료할 수 없었고, 결국 불치병 판정을 받았다.
그러던 도중 한 치료사를 만나게 되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정화의 방패를 가지고 오면 동료를 치료해 주겠다는 치료사가 있었습니다.”
“그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목숨을 걸고 있는 거군?”
“백작님께서 보시기에…… 바보 같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중 그놈한테 목숨 빚지지 않은 놈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놈에게는 우리가 전부입니다. 저나 다른 용병들 몇몇은 가족이 있습니다. 결혼한 놈들도 있고 자식을 본 놈도 있죠. 하지만 그놈은 우리가 전부입니다. 그런 놈을 어떻게 그냥 놔두겠습니까?”
“치료해 주겠다고 한 사람은 누구지?”
에단의 물음에 그가 잠시 고민하다 이내 털어놓았다.
“그, 사실은 마도 제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했는데……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혹시 불치병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갔는데, 치료의 대가로 정화의 방패를 요구했습니다. 저희야 사막왕의 보물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게 있는지 몰랐는데…….”
한터가 순순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으음.’
에단은 머릿속으로 몇몇 인물들을 떠올려 보았다. 마도 제국 출신의 치료사. 신성 제국으로 넘어왔는데 모종의 이유로 정화의 방패를 필요로 한다.
“혹시 어떻게 생겼나?”
“어…… 얼굴을 싹 가리고 있어 제대로 못 봤습니다. 다만 모자가 특이했습니다. 챙이 길고 까마귀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에단이 살짝 미소 지었다.
‘엔트로사.’
에단의 머릿속 정보와 일치하는 인물이었다.
마도 제국의 흑마법사 엔트로사.
‘아마도 연구 때문에 신성 제국에 넘어와 있는 거겠지.’
엔트로사가 연구하는 분야는 에단도 잘 아는 분야였다.
‘인간과 흡사한 골렘.’
그는 흑마법사이면서 동시에 골렘 소환사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흑마법을 가미한 골렘 소환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으니, 완벽한 골렘 연구를 거듭하는 골렘 소환사라고 볼 수 있었다.
‘내 특수 골렘 아이디어의 시초가 된 놈이지.’
여러모로 다재다능한 마법사로, 조금 정신 나간 구석이 있지만 아군으로 영입한다면 상당히 쓸모가 많을 터였다.
‘마도 제국 출신이긴 하지만 능력도, 성격도 나쁘지 않아.’
영입한다면 휘커스 영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인재였다.
‘특히 상업적인 부분에 큰 도움이 될 테지. 특수 골렘의 성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거야.’
에단은 특수 골렘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수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 중요한 건 바로 인맥이었다.
‘다른 방향으로도 인맥을 쌓을 수 있겠지.’
결정을 내렸다. 엔트로사를 휘커스 영지에 영입하기로.
“그런데 에단 백작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그 신전을 찾으려고 하시는지…….”
“정확히는 그 신전이 내가 찾는 신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지.”
“그렇군요…… 이런 말씀을 드리긴 조금 그렇습니다만, 그곳에 정말 사막왕의 보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있기야 있지.”
에단이 말했다.
그 말에 질문을 던지려던 한터였으나 래시베드가 휘파람을 불며 수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말을 멈추고 말았다.
“잠시 정지! 정지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야?”
“쉿.”
래시베드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곧바로 땅에 귀를 가져다 댔다.
눈을 감고 소리에 완전히 집중하려는 듯 작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쪽이 지름길이긴 한데. 음, 안 되겠다.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되는 숫자야.”
래시베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에단에게 다가왔다.
“백작님, 사막에는 위험한 놈들이 많습니다만 가장 조심해야 할 놈이 셋 정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래 지옥 파수꾼입니다. 함께 주의해야 할 사막 상어와 같이 아주 위험한 놈인데, 그놈이 이 앞에 있습니다.”
“몬스터가 있어서 멈췄다는 거야? 지금 우리가 몇 명인 줄 알고. 상관없어. 우리가 처리하면 돼.”
“한 마리였으면 말도 안 꺼냈습니다.”
한터의 말에 래시베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저 앞에 수십, 어쩌면 백 마리도 넘는 놈들이 있는 상태입니다.”
“근데 왜 놈들이 모여 있는 거지? 애초에 놈들은 영역 침범 같은 걸 잘 안 하지 않아?”
사막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한터가 물었다.
“이건 무리 사냥이라는 겁니다. 모래 지옥 파수꾼들이 하나둘씩 모여 수십의 인간을 단숨에 삼킬 만한 크기의 거대한 모래 지옥을 만드는 겁니다.”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한터도 그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른 길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군.”
“어딜 봐도 다를 게 없는 사막인데. 어떻게 길을 알아보는 거지?”
노바드 용병단은 래시베드의 능력에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길잡이들이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추천을 받았을 때도 긴가민가했었다.
그러나 직접 본 래시베드는 길을 엄청나게 잘 찾았다.
만약 래시배드가 아니었으면 지금 저 모래 지옥 파수꾼들의 합류 사냥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대로 모래 지옥 파수꾼들에게 사냥당했을 터.
“그럼 우회해서 가야겠군. 다른 길은 얼마나 걸리나?”
“다른 길로 우회하게 되면 하루는 더 걸립니다.”
“하루?”
“예, 보수를 더 주셔야 합니다.”
“……그래, 알겠다.”
위험을 무릅쓰고 빨리 가는 것보단 조금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고 확실하게 가는 게 낫다.
그때 에단이 앞으로 나섰다.
“그럼 이 지름길로 가면 하루가 단축되는 거군?”
“아, 안 됩니다! 한 마리가 아닙니다! 지금 그쪽엔 모래 지옥 파수꾼 수십 마리가……!”
래시베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단이 앞으로 달렸다.
쿠구구구궁-!
순간 사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아……!”
그 엄청난 광경에 노바드 용병단이 술렁거렸다. 사막 한가운데인데 모래가 바다의 파도처럼 출렁이기 때문이었다.
꿀꺽-.
만약 저 모래에 빨려 들어간다면.
“이건…… 안 되겠는데……?”
용병단장 한터가 소리쳤다.
“배, 백작님!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리 급하지 않……?”
“어……?”
앞으로 달려나가는 에단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던 한터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모래 지옥 위에 선 에단은 그 안에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땅인 양 그 위를 가볍게 걷기까지 했다.
콰구구구구궁-!
그러나 그것도 잠시.
래시베드가 경고했던 수십 마리의 모래 지옥 파수꾼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에단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에단 검술 제2식
문포스
샤아아아아아아악-!
에단이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주변으로 엄청난 한기가 퍼져 나갔다. 그 여파에 용병들은 한밤중의 사막과도 같은 추위를 느꼈다.
래시베드 또한 추위에 크게 몸을 떨었다.
추위 때문에 떤 건지 에단의 검술 때문에 떤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쿠웅-.
에단의 공격 한 번에 모래 지옥 파수꾼 몇 마리가 그대로 썰려 나갔다.
에단은 연이어 검을 휘둘렀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모래 지옥 파수꾼들이 모래 아래로 도망치려 했으나 에단의 검이 그보다 더 빨랐다.
쑤욱-.
에단은 모래 속으로 숨으려는 모래 지옥 파수꾼을 하나하나 서리검으로 찔러 모래 위로 끄집어냈다.
그 결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수십 마리의 모래 지옥 파수꾼들이 에단의 손에 사망했다.
에단이 가볍게 서리검을 털어 검을 거두고는 래시베드에게 말했다.
“길을 뚫었다, 길잡이.”
그 말에 래시베드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에단에게 뛰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