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47)
신들의 구독자 347화
347화. 더 좋은 방법
신전의 2층.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에단은 2층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정보들을 모았다.
“응접실이 있던 곳이었나 보군.”
에단은 곧 흔적 하나를 발견했다.
“멸악신.”
악신을 멸한다.
“아까도 그랬지? 1층의 혼들이 악신 어쩌고 말했었어.”
에단은 2층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다른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 발견했던 멸악신이란 문장이 새겨져 있는 방패와 갑옷들, 녹슨 무기들이 꽤 있었다.
“악신에 대항해서 싸우다 죽은 건가?”
에단은 곧장 다음 층으로 올라섰다.
3층, 4층, 5층.
위로 올라가면서 모든 사정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 신전이 최후의 보루였던 거 같군. 여기에 있던 사막 민족은 악신과 싸우다 죽었고.”
7층에 도달한 에단은 아주 미세하게 문포스의 오라를 내뿜는 벽을 발견했다.
샤아악-.
에단은 망설이지 않고 서리검을 들어 벽을 쳤다.
콰득-!
벽이 그대로 무너졌고, 안쪽에 빈 공간이 보였다.
그 빈 공간의 끝엔 문 하나가 있었다.
“찾았다.”
에단이 문을 열자 곧바로 알림창이 떴다.
-문포스의 숨겨진 사당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소폭 오릅니다.
안쪽은 1층과 마찬가지로 꽤나 훼손되어 있었다.
“동상이 갈라져 있네.”
갈라진 동상.
그리고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금이 간 제단.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멀쩡한 건 벽에 박힌 야광석들이었다.
“흠.”
신전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에단은 책을 하나 발견했다.
먼지가 쌓인 책이었다. 에단은 먼지를 후 불어 날리고는 책을 열었다.
샤아아악-!
책을 열자마자 책에 남겨진 기억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풍요로운 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비가 내렸으면 합니다.
그래서 비를 내려 주었다.
나의 땅에 사는 아이들아.
나를 믿는 아이들아.
너희들을 위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를 믿어다오. 내게 힘을 실어다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믿음은 이어지지 않았고.
경배는 사라졌으며.
신은 잊혀졌다.
신은 기다렸다.
땅을 풍요롭게 만들고 찬란한 시절을 가져다주었던 그 시절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걸 잊었다.
신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두 죽고, 남은 이들은 이 찬란함을 스스로 만들었다 생각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문포스는 잊혀지고 문포스를 섬기던 이들은 결국 무너졌다.”
그 문포스를 섬기던 민족이 바로 사막왕의 민족이었다.
“문포스의 저주 같은 게 아니야. 오히려 문포스는 기다리고 있었고.”
본래 사막에 있던 악신.
그 악신에게 당해 버린 것이다.
“문포스라는 방패막이 사라지자마자 악신한테 집어삼켜진 셈이네.”
문포스를 믿던 가장 크나큰 민족이 사라지니 결국 문포스는 그 힘을 잃게 되었고, 문포스를 믿던 다른 이들도 영향력이 사라진 문포스를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었군.’
문포스의 후예 직업이 어째서 성장형 직업인지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면 되찾을수록 문포스의 힘이 성장하니까.’
신도의 수에 따라 문포스의 힘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실상 뤼빈의 모든 사막 민족들은 문포스를 섬기던 이들의 후손이라는 거네?”
순간 에단의 눈이 빛났다.
“그 덕을 보고 태어난 이들이라는 거니까.”
분명 뤼빈에도 문포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큰 그림이 완성됐다.”
이번 일. 확실하게 성공시키면 3사도와 싸웠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에단은 일단 반토막이 난 동상을 치웠다.
그리고 새로운 동상을 세우려는 그 순간.
-어딜 감히 성스러운 문포스 님의 동상을 건드느냐!
동상에서 혼 하나가 튀어나와 에단에게 일갈했다.
‘뭐지?’
덥수룩한 수염. 퍼렇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로브를 입은 노인이었다.
‘엄청 투명한데.’
1층에서 본 그 어떤 혼보다도 투명했다.
“누구십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랜 세월 문포스 님을 모셔 온 문포스 님의 사도 레사르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마침 에단의 손에는 여기 오기 전에 만든 작은 크기의 문포스 동상이 있었는데, 레사르가 순간 그 동상을 보았다.
-오오오, 문포스 님의 동상. 내가 그릇된 판단을 한 것 같군. 우리 문포스 교단의 신도였다니. 미안하구나, 젊은 신도. 아니, 잠깐만.
레사르가 에단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 이상한데.
이내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문포스 님의 힘이 이렇게나 많이…….
문포스교는 사실상 잊혀진 종교다.
-분명 쇠락했을 텐데. 내가 죽기 전엔 문포스 님을 모시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았었으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문포스교는 레사르가 죽기 직전엔 완전히 사양길로 접어든 종교였다.
-이제는 사막 제국의 그 누구도 문포스 님을 알지 못하고…… 다 잊어버렸는데.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젊은 신도인 자네에게서 그만한 힘이 느껴지는 거지?
일견하기에 느껴지는 힘이 사도인 자신보다 훨씬 더 강대하다 싶을 정도였다.
‘확실히 느껴지긴 하네.’
에단 역시 그에게서 문포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이지, 아마?’
자신 말고 문포스를 믿는 신도는 처음이었다.
‘백호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신도보다는 파수꾼 느낌이었고.’
스스로 말했듯이 레사르는 문포스의 사도였다. 정식 신도라는 뜻이었다.
“사도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도 문포스 님을 믿는 신도입니다.”
-자네…… 한번 모든 힘을 개방해 볼 수 있겠나?
그 말에 에단이 한번 심호흡하고는 그대로 문포스의 힘을 개방했다.
새파란 냉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 바닥과 벽을 얼렸다. 심지어 높은 천장마저 얼릴 정도였다.
샤아아아악-!
그 압도적인 힘에 레사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후예시여! 후예셨군요. 문포스 님의 모든 걸 이어받은 후예셨군요……!
문포스의 사도 레사르가 넙죽 엎드렸다.
-오랜 세월 기다려 왔습니다. 부디 문포스 님이 영광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태 주십시오!
띠링-!
-새로운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추가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어?’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퀘스트는 에단의 생존확률이 한계치인 25퍼센트에 도달하면서 끝난 줄 알고 있었다.
‘추가 퀘스트?’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N]-당신은 생존 확률의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절멸증으로 인해 생존 확률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십시오. 그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
‘N이 붙었어.’
아마 새로운 퀘스트라는 뜻일 터.
‘기존의 방법으로 생존 확률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라는 거군.’
아마 이건 직업 퀘스트의 연장선인 동시에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가 확장된 것이리라.
‘어떻게 보면 좋다고도 볼 수 있지만.’
퀘스트로 만들어져 있다는 건 다른 의미가 있다.
‘어렵다는 거겠지.’
이후 에단의 앞에 수많은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뜻이리라. 그러니 이런 퀘스트를 통해서 최대한 도와주려는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군.’
“이러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막 후예가 됐습니다. 반면에 사도님께서는 오랜 세월 문포스 님을 지켜 오신 분 아니십니까.”
에단이 혼에게 다가갔다.
“저는 아는 게 많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에단의 말에 레사르가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저는 지금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거라면 모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물어보십시오, 후예시여.
“문포스 님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단은 레사르에게 현재 하고 있는 작업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아주 훌륭합니다. 문포스 님이 당신을 후예로 삼은 이유를 잘 알겠군요.
레사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에단을 대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돌려 말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게 부족한 게 어떤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레사르가 에단이 원하는 대로 직설적으로 말했다.
-문포스 교단에 후예이신 당신 한 사람뿐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
에단은 그 한마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문포스 교단에 교도라고는 나뿐이야. 문포스 교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거지.’
“우선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레사르 님. 제가 보니 여긴 한때 융성했던 문포스 님의 신전 같은데, 왜 이런 꼴이 된 겁니까? 그리고…… 사막왕과 그 후예들은 어째서 문포스 님을 저버리게 된 겁니까?”
-…….
그 말에 레사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전부 다 설명해 드리지요, 후예시여.
레사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 내용은 에단의 예상과 비슷했다. 한때 융성했던 이 땅을 지키던 것은 역시 문포스였다.
-그때는 사막이 아니었지요. 사막은 일부분으로, 이 지역의 특색에 불과했습니다. 본래 이 땅은 노란 유채꽃이 가득한 땅이었습니다. 매번 봄이 되면 대륙이 수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위해 찾던 곳이었습니다.
‘이 사막이 본래는 꽃이 가득한 땅이었다니. 믿기질 않아.’
그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할 것처럼 생겼건만.
-모두가 문포스 님 덕분이었습니다. 문포스 님을 믿고 따랐기에 문포스 님은 섬기는 이들에게 보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앙은 사라지고 신은 잊혀졌습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신에게 의존하는 시대가 끝나 신을 부정하는 시기가 왔고, 이내 신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인본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돌고 돌아 본연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걸 쟁취해 내는 시대가 왔다.
-좋은 일입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니. 신에게 의지하는 건 좋지만 의존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이들이 신을 부정하는 걸 넘어 필요 없는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신전을 부쉈습니다. 신을 믿는 이들을 탄압했습니다. 모든 걸 인간 위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신전 또한 탄압의 결과였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포스 님이 정확히 어떤 걸 해 주시고 있었는지.
레사르가 말했다.
-어떤 걸 막아 주고 있었는지 말입니다.
세월은 모든 걸 잊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맨 처음 문포스를 어째서 섬기고 모셨는지 잊고 말았다.
-악신. 모든 건 악신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이 땅의 악신은 산 제물을 원했습니다. 제물로 인간을 바쳤고 그 대가로 평온을 얻었습니다. 처음엔 한 명이었습니다. 다음 해엔 두 명, 그 다음 해엔 열 명으로 늘었습니다. 악신은 인간의 맛을 알게 됐고 종국엔 더 많은 걸 원하게 됐지요. 그와 동시에 땅이 황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악신이 인간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제물로 바치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문포스 님이 도우신 겁니다. 그 힘으로 악신을 봉인했지요. 사람들은 그때부터 여신 문포스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두 잊었고, 결국 문포스 님을 믿지 않게 된 거군요. 그 결과 봉인의 힘이 약해져 악신이 다시 나타난 거고.”
-예, 후예시여. 그렇게 모든 게 망가졌습니다. 모든 게 늦어 버렸고, 문포스 님을 믿는 이들은 이렇게 숨어야 했습니다.
이곳 또한 그 흔적 중 하나였다.
-결국 이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문포스 여신께서 지켜 주신 꽃의 땅은 악신이 봉인에서 풀려나며 사막이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이곳은 완전한 사막이 되었다.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모든 게 끝나진 않았습니다.
레사르가 말을 이었다.
-악이 태어나면 영웅도 태어납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지만 악신을 봉인한 이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사막왕이었습니다. 사막왕은 목숨을 바쳐 악신을 봉인하고 새로운 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때 문포스 님을 기리던 이 신전이 사막왕의 신전이 된 거지요.
이제야 모든 단서들이 맞아떨어졌다.
문포스의 신전은 사막왕의 신전이 되었다.
“거기까진 이해했습니다만, 왜 또 다시 방치가 된 겁니까?”
그리고 어째서 그 사막왕의 보물이 이곳에 묻혀 있는 것인가.
-봉인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악신의 힘은 날로 강해지지만 봉인의 힘은 날로 약해집니다.
결국 또 풀려난 악신에 의해 이곳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반복의 역사입니다. 악신을 봉인하고 봉인이 약해져 풀리고. 몇 대째일까요. 사막왕의 이름을 이어 받은 이가 악신의 영원한 봉인을 준비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이 신전에 악신을 봉하려 들었습니다.
‘이거군. 사막왕의 무덤이라는 건.’
작정하고 악신을 봉인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악신이 봉인에서 풀려난다면 이곳에 있는 여러 가지를 기반으로 다시금 악신에 대항하라는 뜻일 터.
‘그래서 진정한 사막왕이 되려면 이곳에 오라고 했던 거구만.’
그래야 악신에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영원한 봉인을 준비했다더니.’
결국 언젠가 봉인이 풀릴 가능성을 예상했다는 것 아닌가.
‘그만큼 악신이 강한 거겠지. 문포스도 결국엔 완전한 봉인을 하지 못해서 봉인이 풀리게 된 거니까.’
그렇다면 사실상 기한제 봉인이라는 소리였다.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적으로 풀리는 그런 봉인 말이다.
-아마 지금쯤 악신이 풀려났을 겁니다. 저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신전에 봉인되어 있던 악신이 풀려났고, 이 사막의 민족을 전부 다 삼키려 하고 있을 겁니다.
악신은 사막의 민족을 모두 죽이고 뤼빈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에단에겐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단은 마냥 곤란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기회가 될 수 있어. 단숨에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그 악신이라는 신, 죽일 수 없어 봉인해 둔 거겠죠?”
-예, 악신 또한 격을 가지고 있는 신. 그러니 죽일 수 없습니다.
신은 죽일 수 없다. 그게 정설이었다.
물론 죽은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당장 문포스만 해도 믿는 이들이 사라지자 그 힘을 잃고 초라하게 변했으니까. 사실상 죽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딱 맞겠군요. 문포스의 후예인 제가 악신을 소멸시킨다는 그림.”
에단이 말했다.
“뤼빈의 모든 민족을 다시 문포스 님의 신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딱 걸맞다고 생각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