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1)
신들의 구독자 361화
361화. 엔트로사
“엔트로사는 여기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루스 늪지대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북쪽, 가이스터에서 가까운 곳에 이루스 늪지대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본래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고 몬스터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그 특성을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엔트로사 또한 그런 부류였다.
가이스터를 떠나기 전.
홀로 남은 래시베드가 용병단과 에단을 마중했다.
“다음에 또 찾아 주시길.”
“래시베드.”
“네, 백작님.”
“여긴 더 이상 사막이 아니야. 그러니 길잡이는 필요 없어질 테지.”
“그때 이야기하셨던 게 이런 뜻일 줄이야! 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백작님과 이 가이스터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래시베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이나마 이해하고 있군.’
훌륭한 길잡이라 그런지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금세 파악한다.
‘여기 두고 가기엔 아까운 인재야.’
“래시베드, 길잡이 일을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할 생각이지?”
“길잡이가 필요한 곳은 여기 이 가이스터뿐만이 아니니까요. 사람들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곳을 찾아 길잡이 일을 계속하면 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길을 찾아 주는 게 제 천직이라서요.”
“그럼 우리 영지에 오는 건 어떤가?”
“……예?”
“우리 영지는 굉장히 크거든.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길을 잃기가 쉽지. 때문에 길잡이가 있었으면 하거든.”
그 말에 래시베드가 흥미를 보였다.
“휘커스 영지가 그만큼이나 큰 겁니까?”
“크지.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고. 어떤가.”
영지가 커지면서 에단은 효율성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휘커스 영지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찾는 곳이 항상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정보가 부실하다. 영지가 계속 커지다 보니 영지의 지리도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안정되겠지만 길을 찾지 못하는 이들은 분명 있을 터.
에단은 래시베드를 그들을 위한 길잡이로 삼을 생각이었다.
영지의 길잡이. 장차 영지를 찾는 방문객들이 더 늘어나면 길잡이 숫자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우리 휘커스 길잡이의 중심에 너를 세우고 싶다, 래시베드.”
“……제가 꼭 필요한 일이군요.”
래시베드가 미소 지었다.
“제안 감사드립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휘커스 영지의 길잡이로서 길을 잃는 영지 방문객들이 없도록 하죠! 자신은 있습니다!”
* * *
래시베드를 휘커스 영지로 보낸 후.
에단은 한터 용병단과 함께 이루스 늪지대로 향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에단 백작님. 혹시 엔트로사를 만나시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호기심이 많군?”
“한때 모험가를 꿈꾸기도 했었습니다만…… 제가 괜한 걸 여쭤봤군요. 아닙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야. 우리 영지에 필요한 인재들이 있거든.”
“그 엔트로사를 영입하려고 하시는 거군요. 허…… 그렇다면 조금 힘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이 괴팍해서?”
“예, 저희도 까딱하면 죽을 뻔했었습니다. 물론 백작님께서 위험할 일은 없으시겠지만…….”
무력으로 협박 혹은 회유를 한다고 해서 들어 먹을 놈이 아니었다.
“저도 꽤 사람들을 많이 만나 오다 보니 나름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본 엔트로사는 미친 자입니다.”
용병단장이 말했다.
“괜찮아.”
에단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미친놈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
* * *
늪지대 안쪽.
“제가 길을 압니다.”
한 번 와 봤던 곳이기에 한터 용병단장은 자신 있게 앞장섰다.
“저쪽에 통나무로 만든 집이 있습니다. 엔트로사는 거기서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에단과 용병단은 엔트로사의 통나무집 앞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응?”
엔트로사의 통나무집 근처에 마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 이런 건 없었는데?”
용병단장이 마법 쪽으로 걸어가자 순간 마법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에단은 당황한 용병단장의 목덜미를 잡아채서 뒤로 훅 던졌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 용병단장이 있던 곳에 뭔가가 쑤욱 튀어나왔다.
그건 검이었다.
“따, 땅에서 검이……?”
“검이 아니야.”
에단의 말과 동시에 검이 땅에서 뽑혀 나왔다.
“골렘이지.”
철컥-. 철커덩-.
검을 든 골렘이 튀어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근처에 숨어 있었던 골렘 수십 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부 확실하게 무장을 하고 있는 데다가 움직임도 남달랐다.
‘오호.’
기존의 골렘과는 역시 다르다.
‘특수 골렘이야.’
에단이 예리카와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낸 특수 골렘은 교육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저 골렘들은 대인 전투와 살상에 특화된 골렘들이었다.
‘움직임이 달라. 기존의 골렘처럼 툭툭 끊기는 움직임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야.’
에단이 특수 골렘에 도입한 것이 바로 저 움직임이었다.
‘훌륭하군. 오리지널은 확실히 달라.’
예리카의 마법도 훌륭하지만 엔트로사의 골렘 마법 또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아직 미완성이다.’
에단이 메판에서 엔트로사를 처음 만났을 때 본 그의 특수 골렘은 완벽에 가까운 경지였다. 하지만 지금 저 특수 골렘은 그때만큼 번뜩이는 움직임이 없었다.
에단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동력원을 끊으면 바로 멈춘다.’
파지직-.
스파크 튀는 소리와 함께 골렘이 그대로 멈췄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골렘을 정지시키자 숲 사이에서 누군가 튀어 나왔다.
“……누구지, 넌? 어떻게 정확하게 내 골렘의 약점을 파악하고 동력원을 끊은 거지? 아니, 애초에 당황하지도 않았어! 이거 골렘이라고!”
이윽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건 짙은 파란색 로브 차림에 까마귀 깃털이 달린 특이한 모자를 쓴 청년이었다.
흑마법사 엔트로사.
‘젊군.’
젊다 못해 어렸다.
“골렘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데 놀라지도 않는다고? 네놈들, 도대체 누굴 데리고 온 거냐?”
“엔트로사 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우리한테 정화의 방패를 가져오라 말해 놓고 이렇게 공격을 하다니!”
“모르는 놈을 데리고 왔잖냐. 사냥꾼이라도 데려왔을지 모를 일이지. 너희 같은 용병패들이 대개 그러잖아.”
“……허 참.”
한터 용병단장은 무어라 변명을 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대개 용병단은 돈을 쫓아 산다.
남을 팔아넘기는 일이야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우리는 그런 거 잘 안 하오!”
“해 본 적은 있다는 거네?”
“아무튼! 우리 애를 데리러 왔소!”
“오호라, 정화의 방패를 가지고 왔나 보네?”
“그게…… 사막왕의 보물은 못 찾았소.”
“그게 뭔 개소리야? 그럼 왜 왔어? 네 동료,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긴, 사막왕의 보물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럼 뭐 어쩔 수 없나.”
“주, 죽기 일보 직전이라니? 상태가 어떻단 말이오!”
“데려가라. 직접 보면 알겠지.”
엔트로사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에단을 보며 물었다.
“그럼 저자는 뭐지?”
“엔트로사, 마도 제국 출신, 골렘 제작에 조예가 있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귀족들에게 후원을 받았으나 그들이 원하는 걸 만들지 않아 모든 후원이 끊겼지.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도망을 쳤고. 맞지?”
에단의 말에 엔트로사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주변에서 골렘들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수백이 넘는 숫자였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 꺼냈던 골렘과는 움직임부터가 달랐다.
‘진짜를 숨겨 두고 있었군.’
너무나 많은 걸 아는 듯한 에단의 질문에 엔트로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구냐.”
“사업가.”
에단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엔트로사가 마치 지휘하듯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특수 골렘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취했다.
“됐어. 네가 누군지는 더 알 필요 없다. 내 골렘 연구의 제물이 되어라.”
엔트로사의 골렘들은 상당히 빨랐다. 순식간에 에단을 둘러싸 도망치지 못하도록 전방위를 포위했다.
당황한 용병단장이 소리쳤다.
“위험해……!”
“이미 늦었다!”
엔트로사가 히죽 웃으며 손을 펼쳤다.
하지만 엔트로사는 몰랐다.
용병단장은 에단에게 경고한 게 아니었다.
“엔트로사, 당신이 위험하다고!”
“……응?”
어느새 에단이 엔트로사의 눈앞에 들이닥쳐 있었다.
분명 수많은 골렘으로 포위했는데.
언제 여기로…….
뻐억-!
에단은 검을 뽑을 것도 없이 냅다 주먹을 휘둘렀다.
정확히 턱에 꽂힌 에단의 주먹이 엔트로사의 정신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털썩.
상황 종료.
하지만 엔트로사가 쓰러졌음에도 골렘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에단은 서리검을 꺼내 들고는 호루스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까다롭게 잘 해 놨어. 역시 엔트로사.’
장차 골렘의 아버지라 불리기에 충분한 실력이다.
에단마저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동력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골렘과 그 마법을 잘 만들어 뒀다.
에단은 마치 춤추듯 움직여 골렘 수백 기의 동력원을 그대로 끊어 냈다.
구우웅-.
골렘들이 동력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자 그제야 용병단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우.”
“설마하니 보자마자 공격할 줄은 몰랐습니다.”
“거기다 이 골렘들은 뭡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던 건데.”
“그보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롬이 지금 다 죽어 가고 있다고……!”
에단이 기절한 엔트로사의 허리춤을 잡아 들어 올렸다.
명색이 골렘의 아버지라 불릴 엔트로사의 통나무집이다.
역시나 그냥 들어갈 수 있게 해 뒀을 리가 없었다.
“덕지덕지 많이도 설치해 놨군.”
그러나 수만 많을 뿐 다른 이들에게나 통용될 수준의 마법들이었다. 에단의 눈에 저 통나무집은 문이 활짝 열린 거나 다름없었다.
매일 같이 사용해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호루스의 눈은 점차 에단의 지식에 맞춰 성장해 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신이야.’
에단은 문득 구독한 신들의 채널을 방문해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쌓인 메시지도 좀 보고 말이야.’
에단은 엔트로사가 설치해 둔 수많은 방어 마법들을 간단하게 해제하고는 곧장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섰다.
“으으으…….”
통나무집 안에는 침대에 누워 신음하고 있는 사내 하나가 있었다.
“!”
“제롬!”
용병단원들이 다급하게 신음하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는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데다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
“에, 에단 백작님!”
“젠장!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잖아!”
“엔트로사, 이 빌어먹을 놈. 우리가 조금이라도 늦게 왔으면 제롬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제롬! 제롬! 내 목소리 들리나!? 우리가 왔다! 우리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
에단은 잠시 제롬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 여기 오기 전에 어딜 갔었나?”
“그게…… 예전에 정보를 하나 샀었습니다. 숨겨진 던전이 있다 해서 찾아갔었습니다만,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주를 받은 거 같은데?”
“예!? 저주요?”
“치료사들을 찾아다녔다고 했지? 다들 모를 만해. 저주에 조예가 있는 치료사가 아니고서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할 거야. 아마 엔트로사는 이게 저주라는 걸 알았을 거야.”
“저, 저주라면…….”
“풀 수 있어.”
에단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값은 이미 치렀으니 걱정 마라. 덕분에 엔트로사를 만났으니.”
엔트로사를 바닥에 내던진 에단이 곧장 진 허류 침술을 사용했다. 이 경우엔 진 허류 침술이 더 잘 어울렸다.
샥-. 샥-.
머리와 복부를 중심으로 침을 꽂은 후 화타개복치료술을 사용했다.
샤아아아악-!
에단은 정확히 저주가 있는 위치를 찾아 열고는 그대로 손을 넣어 저주를 떼어 냈다.
-절멸증이 저주를 삼킵니다!
본래 저주는 섣불리 떼어 냈다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에단에게 있어 저주는 붙잡아 떼어 내면 해결되는 아주 쉬운 문제였다.
절멸증이 있는 이상 모든 저주는 에단의 발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윽!”
저주를 떼어 내자 제롬이 신음했다.
“안색이…….”
방금 전까진 허옇게 질린 얼굴이었건만. 어느새 제롬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흐윽.”
“이 자식, 걱정이나 끼치고.”
“다, 다 나은 겁니까? 저주는 해결된 겁니까?”
“그래.”
에단이 덤덤하게 말하자 용병단 전원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단 백작님!”
“그래, 절대 잊지 말도록. 나중에 날 도울 수 있을 만한 일이 생긴다면 꼭 돕도록.”
용병단은 저주에서 벗어난 제롬을 업고 떠났다.
그들은 떠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에단에게 인사를 했다.
“이제 둘만 남았군.”
에단은 쓰러진 엔트로사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는 곧장 뺨을 후려갈겼다.
짝-!
“윽!?”
화들짝 놀라 눈을 뜬 엔트로사가 에단을 빤히 쳐다보았다.
에단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얘기 좀 할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