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3)
신들의 구독자 363화
363화. 중요성
휘커스 영지로 돌아온 에단은 우선 엔트로사를 공방으로 보냈다.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당연히 골렘 제작이었다.
“우리가 만든 특수 골렘을 전문으로 팔아 주는 상인이 있어. 다비드 상단이라고, 그 상단의 상단주와 자주 만나게 될 거야.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있으면 전부 다비드 상단주한테 말하면 돼. 이름은 에트닝 헌트다.”
“아, 예. 알겠습니다.”
휘커스 영지에 도착한 엔트로사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여기가 백작님의 영지인 거지요?”
“그렇지.”
“수도도 아니고…… 백작령이 이렇게 클 수가 있습니까?”
에단의 영지는 현재 신성 제국 십이성의 영지 중에서도 꽤 큰 편에 속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영지를 늘려 나갔다. 무엇보다 전쟁이 아닌 원만한 대화와 거래를 통해 주변 영지를 흡수하면서 이룩한 결과였다.
마도 제국 출신인 엔트로사가 보기에 에단은 백작이라 한들 젊은이에 불과했다.
물론 이 영지를 다스리는 건 이 젊은 백작이 아니라 그 윗대의 휘커스 백작일 테지만, 그렇다고 한들 백작의 영지가 이렇게 크다는 건 건 말이 안 됐다.
거기에 더해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아니…… 영지가 큰 게 문제가 아니라. 규모가 엄청납니다만. 마도 제국엔 이런 대규모의 시장 자체가 없습니다.”
엔트로사는 골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 수도 근방에 터를 잡고 신성 제국의 여러 영지를 돌아다녔었다.
다양한 영지의 시장들을 찾아다니며 귀한 재료들을 구했기에 각 영지가 운영하는 시장 규모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엔트로사가 보기에 휘커스 영지의 시장은 여태껏 봐 온 시장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우선 규모가 컸다.
“와…… 이건 말도 안되는. 말도 안 되는 건데.”
위로 올라간 엔트로사의 입꼬리가 도무지 내려오질 않고 있었다.
“이제 1구역은 끝이고, 저기부터는 2구역이다.”
“예!? 1구역이요? 그리고 2구역이라는 건…….”
“이제 절반 봤다는 소리지.”
“맙소사.”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엔트로사는 더 놀라운 걸 하나 보게 되었다.
“저게…….”
“이번에 영입한 길잡이야. 워낙 영지가 넓어서 말이지”
“마도 제국에도 저런 건 없었습니다…….”
영지 내 시장을 둘러보는 엔트로사의 눈에 에단이 더욱더 대단하게 보였다.
그렇게 2구역을 안내하던 에단이 꽤나 큰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긴 어떤 곳입니까?”
“여기가 이제부터 네가 지내며 골렘 개발을 맡을 곳이다, 엔트로사. 에단 공방은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곳은 이제 골렘 공방이 될 거야.”
“……예?”
“네 골렘 공방이라고. 이름은 원하는 대로 짓도록. 네 이름을 따서 엔트로사 공방이라 지어도 되고,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해도 돼.”
“…….”
엔트로사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이제 막 에단과 함께 일하기로 한 엔트로사다.
능력은 있으나 둘 사이에 신뢰는 없다.
에단은 얼마든지 도망쳐도 상관없다곤 했지만 마도 제국에서 도망친 놈에게 이렇게까지 좋은 대우를 해 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에단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해 줄 땐 확실하게 해 줘야지.’
또한 믿어 줄 땐 배신할 거라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믿어 줘야 한다.
‘장인들에게서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데 이만한 방법이 또 없거든. 믿어 준다는 게 그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모를 거야.’
“제대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띠링-!
-두 번째 사도를 임명하셨습니다!
두 번째 사도 겸 골렘 공방의 주인인 엔트로사가 영입되었다.
* * *
“휴가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백작님.”
떠날 채비를 하려는 에단에게 슈들렌이 찾아왔다.
“영지 관련 일을 거의 안 하고 있잖아. 이게 쉬는 거지.”
“새롭게 영지 안내를 맡게 될 사람과 골렘 공방을 운영할 사람을 데리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정도면 일을 거의 안 한 거라고 볼 수 있지.”
“백작님께서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꽤 크게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걱정이 돼서 왔나? 하지만 걱정 말도록. 너도 알다시피 내 몸은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니까.”
“아,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슈들렌이 활짝 웃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에단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에단은 병을 안고 살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자기 몸을 잘 챙겼다.
“바쁠 텐데 가 보라고. 그러다 예리카한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어.”
“안 그래도 지금 듣고 있습니다. 백작님께서 다 허락하신 거라고 하던데.”
“나 간다, 슈들렌!”
에단은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사흘 뒤에 아카데미로 복귀한다.’
짧은 휴가였지만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게 되었다.
신도 5만 명이라니.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 덕분에 시간이 좀 남은 상태였다.
‘바로 아카데미로 돌아간다고 해도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울 테니…… 거기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거기다 에단은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3사도와의 싸움으로 알게 됐다. 과한 준비야말로 정답이라는 것을.”
최상위 사도는 미지수다. 그 때문에 에단은 그들과 싸울 것을 대비하여 과한 대비를 해 왔다.
그리고 이번 3사도와의 싸움을 통해 과한 대비가 정답이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또 하나 안 게 있지.’
이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것.
“안전함만 생각해선 내가 원하는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없어.”
이제부터 상대해야 할 대상은 1사도, 그리고 2사도였다.
‘그리고 새벽회주도 있고.’
마도 제국의 최강자들도 있다. 어디 그뿐일까. 에단의 명성이 퍼지고 있으니 은거 중이던 신성 제국의 강자들이 불쑥 에단을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강자만 꺾고 다니는 미치광이가 있으니까.’
동생인 나단이 있는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교장 또한 그런 미치광이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 현 상태에서는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강자들 중 프레이야의 교장이 가장 최약체라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에 생존 확률의 한계를 뚫었으니까. 0.1퍼센트라도 좋으니 생존 확률을 더 올려 둬야 해.”
강자들과 싸우면 생존 확률이 실시간으로 훅훅 떨어진다.
그리고 떨어진 생존 확률에 비례하여 절멸증의 영향력이 올라간다.
그러니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릴 필요가 있었다.
“사막에서 생존 확률의 한계를 깨면서 확실히 알게 됐지.”
에단이 현재 있는 곳은 동쪽의 끝이었다. 이곳은 에단이 문포스의 잊혀진 신전이 있을 거라 예상한 곳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스크가 너무 커서 얻지 않으려던 초인력이 있는 곳이야.”
지금까지 에단이 모아 온 능력들은 대개 방어 위주의 능력들이었다.
공격력 쪽은 신세계에서 능력을 배워 온다거나 직업을 성장시키는 쪽으로 보완하곤 했다.
서리검과 천뢰검.
이 두 가지가 공격의 기본이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3사도쯤 되면 방어력도 훌륭하단 말이지. 내 체력이 못 따라가.’
결국 이전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도를 많이 늘린 덕분에 체력도 올랐고, 공격력도 꽤 많이 올랐어.’
직업이 성장했기에 에단 검술의 위력 자체는 올랐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똑같아.’
“내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제아무리 공격력이 강하다 해도 회피하고 방어해 버리면 사실상 공격력은 0이 되는 거야.”
3사도의 공격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에단에게는 어땠는가?
에단이 3사도와의 싸움에서 공격을 허용한 건 몇 번 되지 않았다.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가진 3사도도 에단의 방어 기술에 상당히 애를 먹었었다.
‘만약 앞으로 만나게 될 강자들이 나처럼 뛰어난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래선 낭패다.
자칫 상성에서 밀리면 패배할 가능성도 있다.
에단은 절멸증 탓에 약해진 육체를 보완하기 위해 방어 기술들을 쌓아 왔지만 그들은 아닐 터.
‘의도적으로 몇 번 공격을 내어 주고 막아야 할 기술들은 방어 기술로 막아 버릴 테니까.’
“결국엔 심리 싸움이 될 수밖에 없지.”
때문에 에단에겐 확실한 공격 기술이 필요했다.
적을 확실하게 쓰러트릴 수 있는 그런 공격 기술이.
“정확히는.”
휘이이이이잉-.
에단은 어느새 동쪽 끝의 절벽에 도착한 상태였다.
“무조건 맞힐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거지.”
이 절벽 아래에 그 무조건 맞힐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
“필중의 초인력.”
그와 더불어 문포스의 잊혀진 신전도 이 근처에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핍박을 당했길래 여기까지 밀려난 거야?”
에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로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었다.
중간중간 안개가 껴 있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게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이런 곳에서 추격하던 놈이 떨어지면 죽었을 거라 확신하고 돌아갈 것 같은 높이잖아.”
그만큼이나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다.
“좀 고생하겠군.”
에단이 망설임 없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 * *
마도 제국 모처.
“3사도가 죽었다고.”
“예, 3사도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검은 야행복 차림의 신도가 이번 일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그의 앞에는 키가 큰 사내, 2사도가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는 위압감이 엄청나, 이 자리에서 거짓을 고한다면 저 눈빛에 그대로 꿰뚫려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성 제국으로 넘어간 3사도께서는 신성 제국의 신도를 전부 동원하여 에단 휘커스 공격을 준비하셨습니다. 3사도께선 그 과정에서 장미십자회를 궤멸시키고 에단 휘커스가 있는 이베카 아카데미를 곧장 습격하셨습니다.”
“신성 제국에 남겨 둔 퍼스트 오더들과 진사도들이 다 죽었다는 건가?”
“예, 화력을 이용해서 단숨에 일을 끝내려고 하셨기에.”
“보는 눈이 많으니 단숨에 끝내야 했겠지. 자칫하다간 성황이 손을 댈 수도 있었을 테니까.”
신성 제국의 황제인 성황이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3사도라고 한들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2사도가 계속 설명하라는 듯 손짓했다.
“하지만 3사도께선 에단 휘커스에게 패배…… 신도들은 기세를 탄 에단 휘커스와 이베카의 교사들에게 사로잡혔습니다.”
보고하던 신도가 이어 말했다.
“이 모든 정보는 저희가 심어 둔 이들에게서 나온 정보입니다. 저희 쪽 생존자가 거의 없고, 살아남은 이들은 전부 다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
2사도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설마 일이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하긴 했다.
1사도가 말했듯이 에단 휘커스는 우연을 계기로 회의 일을 가로막는 자가 아니다.
운명으로 엮여 있고 피할 수 없는 악연으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그런 에단 휘커스를 처리하는 데 3사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3사도는 새벽회에서 만들어 낸 선택받은 자였다.
문 마더께서 직접 축복을 내리셨고 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자로 태어나 강자로 길러진 새벽회의 비밀 병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강함으로 따지자면 위의 두 사도보다는 명백히 아래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잠재력이 충분했다.
문 마더께서 이 땅에 강림하신다면 가장 앞에 있어야 할 인재였을 텐데.
“에단 휘커스 혼자서 3사도를 죽였다는 거군. 그리고 모든 계획을 어그러뜨린 거나 다름없고.”
“예, 그렇습니다.”
꿀꺽.
보고하던 신도가 마른침을 삼켰다.
2사도에게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정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발하는 감정은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후우우우우우.”
오묘한 감정을 발하던 2사도가 긴 심호흡과 함께 모든 감정을 털어 냈다.
지금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1사도께 당장 회의를 해야 한다고 일러라.”
“예!”
어두운 방 안.
2사도의 연락을 받은 1사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고는 들으셨겠지요, 1사도.”
“판단 미스는 아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3사도는 이번 일을 정리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과한 인재였다.
에단 휘커스가 끝을 알 수 없는 저력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것까지 전부 다 짓눌러 삼켜 버릴 수 있는 것이 3사도였다.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군.”
1사도는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 신성 제국으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1사도.”
“알고 있다.”
지금 두 최상위 사도는 이곳에 발이 묶여 있다.
3사도를 신성 제국으로 보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계획을 변경한다. 성녀의 처분에서 성녀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으로.”
“1사도,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생각하십니까?”
1사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에단 휘커스 쪽이 더 중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