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6)
신들의 구독자 366화
366화. 얼마나
아스테리안은 동쪽 끝에 위치한 다크엘프들의 도시였다.
한때 다크엘프들은 이 동쪽 끝에 크게 도시를 세워 살았으나 지금에 와서는 거의 숨어 살듯이 동쪽 끝에 군락을 이루어 사는 중이었다.
“절 도와주셨는데…… 처음부터 무례를 저지른 점 죄송해요. 그리도 토한 것도 죄송해요…….”
“…….”
둘은 아스테리안으로 들어가는 숲의 입구까지 온 이후로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괜찮아. 옷엔 안 묻었어.”
“……사실 근래에 나쁜 일이 있었거든요.”
아레안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 일의 전말에 대해서 설명했다.
“저희 다크엘프들에게는 특별한 특성이 있어요. 인간들은 그 특별한 특성 때문에 저희 다크엘프들의 목숨을 노리죠. 사실 얼마 전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역시나 또 인간이 문제로군.’
이러니 이종족들이 인간을 좋아할 리가 있나.
일단 만나면 경계하는 것은 예사고 말없이 바로 공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지 않으면 역으로 공격을 당하게 되니까 말이다.
“알고 있어요. 인간이라고 모두 그런 인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하지만 지금까지 겪어 온 인간들은 죄다 그런 놈들뿐이었어요. 저희 다크엘프들의 몸속엔 특별한 보석이 자라나거든요. 놈들은 그 보석을 노리고 저희를 공격해 왔어요.”
“흑요석.”
다크엘프들이 오랜 세월 마나를 단련하면 몸 안에 보석이 생긴다.
마나석과 비슷한 물건이지만 다크엘프의 몸속에서 자란 이 흑요석은 다른 마나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품질의 마나를 품고 있었다.
“알고 계시는군요. 흑요석은 오랜 세월 체내에 뭉친 마나의 결정체 같은 보석이라, 다크엘프가 죽으면 그 힘을 후대에 전하고는 했어요. 하지만 흑요석을 노리는 인간들의 목적은 마나가 아니에요.”
흑요석은 여타 보석과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기본이 되는 색깔은 검정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수많은 색들이 섞여 있다. 빛에 비춰 보면 그 특성이 도드라지게 잘 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수집가들은 이 흑요석을 보석 중에서도 특상등품으로 쳤다.
많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치를 위해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는 거예요. 단순히 흑요석을 얻기 위해서요.”
이번 일도 흑요석과 관련되어 있었다.
“제 아버지는…… 흑요석을 노린 사냥꾼의 손에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단순히 사냥꾼에게 당해서 돌아가신 게 아니에요.”
“사냥꾼을 부른 거군.”
에단은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미고스족이 사냥꾼들한테 정보를 흘렸겠군. 아마 거액의 돈을 받았을 테고. 거기에 더해 본래 엘프 군주 자리도 노리고 있었을 테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속셈이었을 거야.”
에단의 말에 아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거기에 하나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얼마 전에 세계수의 씨앗에서 싹이 텄거든요. 천 년 전에 선조께서 심어 놓은 거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싹이 튼 거예요.
세계수는 강력한 생명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목표는 그 세계수 아래로 모든 엘프 종족들을 모으는 것이었어요. 지금 현존하는 엘프들의 숲에는 세계수가 없으니까요.”
심지어 아스테리안은 절벽 근처라 초목이 부족한 곳이었기에 더더욱 세계수가 필요했다.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싹이 튼 이후로 세계수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거든요. 여기에 세계수가 자라나고 있다는 걸 알면 다양한 엘프들이 이곳에 올 거고, 그들은 곧 우리 아스테리안을 구성하는 엘프들이 되어 줬을 테죠.”
그렇게 되면 권력 구도는 사실상 종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만한 업적을 달성한 엘프 군주를 어떻게 몰아낼 수 있겠는가.
“결국 미고스족 놈들이 선을 넘었어요. 사냥꾼들에게 정보를 풀었죠. 아버지가 생명의 샘에 가신 틈을 노려 사냥꾼들이 공격해 왔고…… 그 후로 모든 게 잘못됐어요. 어린 저는 당장 군주가 될 자격이 없었지만 급하게 군주가 됐어요. 아마 놈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군주 자리가 그대로 미고스족에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으니, 그대로 새롭게 엘프 군주가 된 아레안을 납치해 버린 것이다.
“저를 납치함과 동시에 저희 유고스족을 공격했을 거예요. 이제 남은 건 세계수뿐이니까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새롭게 엘프 군주가 된 저는 납치당해서 없으니 사실상 유고스족은 모든 걸 잃은 상태예요. 이런 상황에서 세계수를 빼앗으면…… 미고스족이 그대로 아스테리안을 삼키게 되는 거죠!”
아레안의 말대로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에단은 아레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문포스의 오라를 관찰했다.
‘감정 변화에 따라 문포스의 오라가 더 많이 나온다. 미고스족이 먹인 독에 어느 정도 버티는 것도 문포스의 힘 때문인 것 같은데.’
그녀가 문포스의 오라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다크엘프들이 과거 문포스를 믿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 힘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믿음의 형태가 변형된 걸 수도 있지.’
예를 들면 그 세계수.
선조가 씨앗을 심었다고 하는데, 그 씨앗 자체를 문포스가 줬을 가능성도 있다.
“도착했어요!”
콰앙-! 콰앙-!
역시나 상황은 심각했다. 비명 소리와 함께 숲 주변이 불타고 있었다.
“빨리 안으로.”
다급하게 안으로 뛰어가려던 아레안이 입구에 쓰러진 다크엘프 하나를 발견했다.
“아, 아레안 님…….”
“쉬즈, 어떻게 된 거야!”
“살아 계셔서…… 다행입니다. 저흰 아레안 님마저 잃은 줄 알고…….”
엘프의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미고스족이 결국 일을 냈습니다…… 세계수를 뽑기 직전에…… 간신히 막았습니다만…… 지금 그 전선이 뚫리고 있습니다. 저는 도움을 요청하려고 왔다가…….”
“우리한테 잡혔지.”
쐐애애애액-!
그때 화살이 날아왔다.
정확히 아레안과 에단의 뒤통수를 노린 화살이었다. 그대로 맞으면 절명할 정도로 빠르고 위력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 아레안은 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때문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에 대처할 수 없었다.
“안…… 돼.”
순간 눈앞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어렸을 적의 모습…….
하지만 곧바로 주마등이 그대로 찢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
에단이 가볍게 화살을 손으로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해 보는 건데. 역시 잘 되는군.’
메판에선 자주 하던 기예 중 하나였지만 기본적으로 몸이 튼튼해야 했기에 에단의 몸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이것도 신도가 늘어난 덕분이야.’
사실상 신체 각성을 한 번 더 한 거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화살 잡기 스킬이 추가 됩니다!
-스킬 추가 : 화살 잡기 (B+)
완벽하게 화살을 붙잡아서 그런지 스킬이 추가되었다.
“에단 백작님……!”
“그러게 내가 말하지 않았나. 방해만 될 거라고.”
“하지만…… 지금 저는 아스테리안을 책임져야 하는 군주의 자리에 있습니다.”
“재밌구만, 재밌어. 우리가 인간과 손을 잡았다고 너도 흉내를 내는 거냐, 어린 엘프야? 의회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너처럼 어린 엘프를 군주로 뽑은 거지? 네 아비가 죽었으면 그 다음 차례는 당연히 네 무능한 아비를 보좌했던 능력 있는 우리 유고스족의 엘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화살을 쏜 엘프가 폭언을 쏟아 냈다.
상당한 모욕이었다.
아레안은 그 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발을 꽤 할 줄 아는군?”
분명 아레안의 앞에 있던 에단이 어느새 화살을 쏜 다크엘프의 앞에 와 있었다.
“!”
놀란 다크엘프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동시에 화살을 잡았다. 하지만 그의 손엔 활이 없었다.
쑤욱-.
이윽고 다크엘프의 시야 가득 에단의 주먹이 보였다.
뻐억-!
“뭐…….”
야, 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반대편에 있던 다크엘프 또한 그대로 고꾸라졌다.
“적응하기 참 힘들군.”
에단은 이번엔 초가속을 가미해서 움직였다.
두 다크엘프가 에단에 의해 순식간에 쓰러지자 아레안의 표정에 놀람과 의아함이 가득 찼다.
눈 한 번 깜빡인 사이에 화살을 쏜 다크엘프 둘을 쓰러트린 에단은 언제 움직였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무, 무슨 일이…….”
“보는 그대로.”
에단은 감옥에서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했다.
“에단 백작님께서…… 처리하신 건가요? 보이지도 않았는데요!”
아레안은 기절해 있었던 탓에 감옥에서 에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몰랐다. 그가 수많은 적들을 혼자 제압했다는 결과만을 봤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실력을 직접 보고 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소문들이 다 진짜였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불안했던 아레안은 순간 긴장이 팍 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거짓말처럼 안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얼마나 든든한 아군을 얻었는지 실감이 되었다.
“안으로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군.”.
에단이 아레안을 보았다.
“우선 치료부터 하고 들어가지.”
“……치료요?”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된다니요? 그…… 이 독을 치료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모처럼 에단 백작님께서 호의를 베풀어 도와주시는데,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바로 죽는 것도 아니니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이상 지체할 수가 없는…….”
에단은 아레안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움직였다.
화타개복치료술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아레안의 몸통 부분을 열고는 그녀의 몸을 중독시키는 핵심 부분을 떼어 냈다.
-절멸증이 독을 불태웁니다.
“끝.”
“……네?”
“치료 끝났다고.”
“……진짜 잠깐이네.”
아레안이 심히 당황했다.
“마나를 한 번 끌어 올려 보도록.”
에단의 말에 따라 아레안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샤아아악-.
언제 그랬냐는 듯 몸속에 세차게 마나가 돌기 시작했다.
“다 나았어요.”
정말 깔끔하게 해독되어 버렸다.
“혹시…… 이렇게 도와주시는 것에 대한 대가는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요……?”
“그거야.”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고마운 만큼이지, 엘프 군주.”
“…….”
모처럼 든 안정감이 아주 조금은 불안감으로 변화했다.
그런 그녀에게 에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스테리안이 위험해. 빨리 가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