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67)
신들의 구독자 367화
367화. 상식 밖
콰가가가강-!
“어차피 시간문제다. 최대한 피해 없이 뚫어라!”
“예!”
“감옥 쪽의 보고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만, 마지막 보고에선 그쪽도 시간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완벽하군.”
미고스족을 이끄는 엘프 고로드는 쓱, 미소 지었다.
미고스족은 오랜 세월 유고스족에 밀려 아스테리안의 군주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놈들이 지금껏 전통이라는 말로 우리를 홀려 차지해 온 그 왕좌를 이제야 우리가 가져오는 것이다! 미적지근하게 움직이면서 인간과 더불어 살자는 그런 이상적인 말로 도망만 치던 엘프 군주는 더 이상 없다!”
고로드의 말에 다크엘프들이 귀를 기울였다.
그들 앞에는 유고스족이 만들어 놓은 최후의 방어선이 있었다.
이곳만 뚫으면 어린 세계수를 빼앗을 수 있다. 세계수 나무가 없는 유고스족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유고스족을 전부 다 죽일 것이고 새로운 아스테리안으로 나아갈 것이다.
“역겨운 인간들과 손을 잡게 됐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다. 그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자들을 철저하게 이용해야 한다.”
인간과 손을 잡았으나 어차피 인간도 이쪽을 이용하려 한 거니 피차 비긴 거라고 볼 수 있다.
콰앙-!
화르르르륵-!
검은 불길이 방어선을 태우기 시작했다. 방어선을 막고 있던 유고스족 다크엘프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아스테리안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나갔던 엘프는 돌아오지 않았고 사라진 아레안 윈드레이커도 생사를 알 수 없다.
“끝인가…….”
콰앙-!
그때 굉음과 함께 방어선이 무너졌다.
“진입하라! 세계수를 확보해라!”
고로드가 소리치자 다크엘프들이 큰 소리로 화답했다.
그러나 진입하려는 그 순간.
쿠웅-!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뭐지? 지원군을 데려왔을 리가 없을 텐데.”
지원군을 보내러 간 유고스의 엘프에겐 진작 추격자를 붙였다.
고로드가 곧장 마법을 사용했다. 다크엘프 특유의 시야를 강화시켜 더불어 멀리 볼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이었다.
“……?”
저 멀리서 누군가가 오고 있었다.
두 명.
“허.”
한 명은 고로드가 아주 잘 아는 엘프였다.
“아레안, 네년이 어떻게?”
감옥에 가둬 둔 아레안이 어떻게 여기로 온 것인가?
만약 저게 진짜 아레안이라면, 감옥에서 온 보고는 뭐란 말인가.
고로드가 인상을 썼다.
“그 옆엔 뭐지? 인간인가? 하, 인간이군.”
아레안의 옆에 있는 건 인간이었다.
고로드의 머릿속에서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원군을 부르는 데 성공한 건가? 그게 저 인간 하나라고? 하지만 저년을 가둬 둔 감옥은 여기서 가까운 곳이 아니야. 제아무리 지원군을 불렀다 해도 이렇게 빨리 아레안을 구해 올 수가 없어.”
“고로드 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돌격해라!”
고로드가 명령을 내렸다.
“나는 잠시 저쪽에 볼일이 있다.”
“예! 알겠습니다!”
고로드는 진격 명령을 내려놓고 강하게 땅을 박찼다.
바람의 힘과 함께 그가 빠른 속도로 아레안과 인간에게 다가갔다.
“아레안 윈드레이커! 얌전히 감옥에 있을 것이지, 여길 다시 돌아올 줄이야! 봐라! 이미 모든 게 다 끝났다! 아스테리안은 이제 우리 미고스가 통치한다. 세계수도, 이 땅도 모두 우리의 것이다.”
고로드가 한껏 비웃으며 검을 쳐들었다. 그대로 꿰뚫어 죽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어떻게 감옥을 빠져나왔는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정통성이니 권력 이양이니 하는 것들이야 힘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레안은 고로드를 보고 있지 않았다.
샤아아아악-.
그녀는 고로드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곧 앞으로 내달렸다. 그 모습이 마치 스스로 죽으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 그 편이 더 편하겠지!”
고로드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은 아레안의 옷깃 하나 스치질 못했다.
챠아아앙-!
“너, 너!”
에단이 서리검을 뽑아 고로드의 검을 막은 것이다.
파악-!
고로드를 지나치는 아레안의 눈은 불타는 방어선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 넌 누구냐!”
“좋은 말씀 전하러 온 인간이다.”
에단이 그대로 서리검을 높이 들어 고로드를 사선으로 베었다.
“어딜 감히 문포스의 신도가 될 엘프들을 죽이려고.”
“꺽.”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고로드가 쓰러졌다.
에단은 천천히 아레안의 뒤를 따랐다. 우선은 아레안이 먼저 갈 필요가 있었다.
‘내 역할은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걸로 충분해. 그래야 전도하기 쉬워질 테니까.’
다급하게 방어선 앞으로 뛰어간 아레안이 크게 소리쳤다.
“제가 왔습니다! 그러니 다들 용기를 잃지 마세요!”
아레안이 큰 소리로 외치자 무력하게 당하고 있던 유고스족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아, 아레안 님……?”
“아레안 님이 살아 계신다!”
“아레안 님이 돌아오셨다!”
반면에 미고스족의 다크엘프들은 한껏 인상을 썼다.
“어떻게? 어떻게 아레안이 여기 있는 거지?”
“고로드 님……!”
뒤에서 합류하기로 한 고로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로드는 이미 죽었다! 같은 동족들을…… 이렇게 취급하다니.”
분노한 아레안이 검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하늘로 들어 올리니 검에 강력한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샤아아악-.
강력한 냉기의 힘이었다.
“달의 여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이상 너희들은…… 단 한 놈도 살아서 아스테리안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에단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역시. 이미 문포스를 믿고 있었군. 이름이 변하고 신전도 사라졌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더욱더 쉽다.
에단은 크게 도약해 방어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인간이 나타나자 다크엘프들이 놀라 경계했지만 에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한껏 속도를 올려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이거군.’
싹이 났다고 하더니, 성장한 세계수는 5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
에단은 그 앞에 미리 만들어 둔 문포스의 작은 동상을 꺼내 두었다.
“여기에 여신님의 신도들이 많습니다. 이름도 신전도 잊었지만 아직 여신님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단이 정식으로 교주가 된 이후로 문포스의 응답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여신 문포스가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샤아아아악-.
-아스테리안에 문포스의 신전이 개방됩니다.
쿠구구구구궁-!
냉기가 퍼져 나가더니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에인션트 신전이 개방되었습니다!
먼 옛날 이곳에 있었던 신전이 땅 위로 올라왔다. 절벽에 있던 신전보다 훨씬 더 제대로 되고 거대한 신전이었다.
“이건…….”
세계수 앞에 신전이 생겨나자 싸우던 미고스족과 유고스족이 잠시 싸움을 멈췄다.
“문포스 님께선 여러분들을 잊고 있지 않았습니다.”
“……문포스?”
모두가 문포스의 이름을 잊은 건 아니었다.
문포스의 이름을 기억하는 다크엘프 하나가 놀라 크게 소리쳤다.
“달의 여신님이……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
“우리의 문포스 님께서 우리를 도울 사자를 보내셨다!”
다크엘프 하나가 외치자 모든 다크엘프들이 신전과 에단을 번갈아 가면서 보았다.
오랜 세월 아스테리안을 지켜 준 달의 여신이 가진 위명은 그 영향력이 남달랐다.
“다, 달의 여신님께서 오셨다!”
“달의 여신님의 사자가 오셨다!”
한 명이 외치자 마치 전염되듯 다른 다크엘프도 미친 듯 그 말을 복창하기 시작했다.
“여신님께서 승리를 원하신다!”
그 뜻이 중간에 이르러서는 변질되었으나 떨어졌던 유고스족의 사기를 크게 올려 주기엔 충분했다.
반면에 미고스족은 기세가 크게 꺾였다.
그들은 이 아스테리안에서 달의 여신을 믿지 않는 유일한 일족이었다.
그게 큰 악수로 돌아왔다.
샤아아아악-.
-문포스가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문포스의 축복을 받은 유고스족은 지쳐 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엄청난 기세로 미고스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윽!”
“젠장!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고로드 님은? 고로드 님은 어디에 계시나!”
그들은 고로드의 명령에 따라 방어선을 공격하고 있던 터라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여기에…… 엘프 군주가…….”
분명 아레안 윈드레이커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자였다. 감옥에 갇혀 영원히 나오지 못해야 하건만.
서-걱!
아레안은 가장 앞에 서서 미고스족을 밀어내고 있었다.
미고스족 또한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전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문포스의 축복과 더불어 분노한 아레안의 지휘가 더해지니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레안은 어째선지 이전보다 훨씬 더 몸놀림이 날랬다.
아레안은 자신이 기세를 탔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니었다.
‘침술의 효과가 좋군.’
그녀의 독을 해독할 때 에단은 간단하게 침을 꽂았었다.
‘역시 허임어의침술.’
버프 용도로 제격이었다.
아레안이 앞장서서 휩쓸고 가면 그 뒤는 유고스족이 처리한다.
“더 이상의 자비는 필요 없습니다. 이제 저들은 우리와 같은 아스테리안의 일족이 아니에요.”
분노한 아레안이 거세게 검을 내리쳤다.
미고스족의 다크엘프 하나가 그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선대 엘프 군주께서 돌아가신 건 모두 다 저 미고스족의 계략입니다. 저들은 악독한 인간들과 손을 잡고 아버지를 살해한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세계수마저 넘기려고 했습니다.”
“단순히 세계수를 우리한테서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에게 넘기려고 했단 말입니까?”
“선대 엘프 군주를 인간들에게 넘겨 돌아가시게 만들고 아레안 님마저 납치하더니……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나무들의 양식이 되어야 할 놈들!”
유고스족이 아레안의 분노에 동참했다.
“젠장.”
“우선 후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너무 이상합니다.”
콰앙-!
그때 방어선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방어선을 뚫고 들어왔던 유고스족은 놀란 눈으로 입구를 보았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여기서 다 해결해야지?”
그곳에 에단이 있었다.
“인간……!”
에단이 퇴로를 막아서고는 아레안을 보았다. 아레안은 그런 에단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독에 중독되어 감옥에 갇힌 저를 구해 주시고 치료해 주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방금 보신 것처럼 달의 여신님의 심복이십니다!”
아레안은 에단이 문포스 아래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세계수 앞에 갑작스레 신전까지 나타난 걸로 보아 상당히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구원자께서 오셨다!”
“여신님께서 보내 주신 우리들의 구원자께서 퇴로를 막으셨다!”
“저희는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합시다!”
퇴로에는 에단이.
그리고 앞에는 유고스족이.
고로드라는 리더를 잃은 미고스족은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여신님을 위하여!”
아레안이 여신의 이름을 외치자 이 싸움은 순식간에 성전이 되었다.
-문포스의 신도가 늘어납니다!
쏟아지는 알림창에 에단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