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70)
신들의 구독자 370화
370화. 탑의 시련 (1)
대개 패턴은 이렇다.
1관문에 들어서는 영웅 후보자들은 대부분 자기 실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시련이든 자신감 넘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섯 번의 횟수 제한.
그걸 알려 주면 처음 한 번은 전력을 다해 휘두른다.
온 힘을 다해 딱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방어막을 부숴 버리려고 든다.
개중에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 이도 있을 정도다.
그렇게 한 번 때리고는 멀쩡한 방어막을 보고 힘이 부족했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휘두른다.
똑똑한 이들은 한 번 더 주먹을 휘둘러 보고는 힘으로 이 방어막을 부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두 번 만에 알아채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세 번까지 쳐 보는 이들도 있었다.
세 번까지 쳐 보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힘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 방어막을 부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남은 횟수가 상당히 적다는 것을 깨닫는다.
허투루 기회를 날리면 죽는다는 페널티가 있으니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그로 인해 상당히 신중해진다.
이 1관문의 제약은 오로지 횟수 제한뿐.
시간은 얼마든지 써도 상관없다.
하루를 꼬박 들여 방어막을 살펴보는 이들도 있었고 일주일 내내 눈을 감고 명상에 빠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새로웠다.
단 한 번의 두드린 것만으로 확신에 가득 찬 눈빛을 보인 도전자는 여태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묘한 부분이 있었다.
이 방어막의 실체는 아는 것 같기도 한데, 또 잘 보면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을 읽는 데엔 자신이 있었건만.
1회령은 계속해 보라는 듯이 에단에게 손짓했다.
-알 것 같다면 부수도록. 아직 네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러나 에단은 검을 잠시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뭡니까?”
-이름? 이 와중에 내 이름을 묻다니, 꽤나 여유롭구나. 알려 주지 못할 건 없지. 나는 1회령이다. 이 1관문을 맡은 시험관이지.
“그 이름은 아까 들었습니다. 진짜 이름은 뭡니까?
-알 것 같다고 하더니, 내 이름을 알 것 같다고 말한 거였나?
1회령의 말에 에단은 피식 웃어 보였다.
“어떤 이유로 여기 묶여 있는지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어차피 시간 제한은 없지 않습니까?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영웅의 탑을 만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말입니다.”
-묶여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자조 섞인 말일세. 정말 묶여 있는 건 아니야, 우린 자발적으로 이곳에 남아 있는 거거든. 약속을 했네. 음, 약속이라고 보기엔 거창한가.
제자리에 서 있던 1회령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직 네 번의 기회가 남았으니까. 죽기 전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최대한 대답해 주지. 그 여유로움이 마음에 들어 하는 말이다.
1회령은 알 수 있었다. 저건 여유로운 척을 한다고 해서 나오는 오라가 아니었다.
이자는 정말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더 무서운 것에 쫓기고 있었나 본데, 그래서 이 정도는 여유로울 수밖에 없는 거지?
“그때와 비교하면 여유로울 수밖에 없죠.”
그땐 재채기 한 번에 목숨이 갈릴 정도였다.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던 그때에 비하면 이 정도는 여유롭게 느껴질 수밖에.
-나는 피엔트로라고 한다. 이 영웅의 탑을 만든 자와 100년간 악연으로 엮였던 사이지. 놈과는 수없이 싸워 서로 승리했고 패배해 왔다. 악연도 연이라고, 금세 인연으로 변하더군.
1회령이 허심탄회하게 자기 이름과 사정을 밝혔다.
‘피엔트로?’
아는 이름일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르는 이름이었다.
-어느 날인가, 놈이 찾아와 재밌는 걸 하겠다고 했지. 영웅을 키워 보고 싶다고 하더군. 그것도 세상을 구할 영웅을. 그러면서 대뜸 함께하자고 권유했다네.
하지만 영웅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 영웅은 나타나는 거지, 키워 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놈의 생각은 달랐어. 일이 터지고 나서 나타나는 영웅은 의미가 없다고 하더군. 만일에 대비해서 영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요컨대 그는 대비를 하고 싶었다.
“뭘 대비하고 있었던 겁니까?”
-괴물, 지저에 살고 있던 태고의 악.
‘지저?’
에단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는 건가?
“자세히는 모릅니다.”
물론 아주 자세히 잘 알고 있었다.
대륙의 퀘스트 중 대륙을 아예 바꿔 놓는 퀘스트가 몇 개 있다.
대형 퀘스트라 부르는 그 퀘스트들은 그 구조부터 난이도까지 남다른 규모를 자랑했다.
‘태고의 악 퀘스트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이야.’
설마하니 그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 영웅을 만들려고 했던 거군. 다크 엘프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지저에 뭔가가 살고 있다는 걸.’
가이스터 사막에서 악신이 부활했던 것처럼, 순차적으로 대륙의 악들이 깨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에단은 우선 계속해서 1회령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영웅을 만든다는 그 계획 자체는 흥미로웠다네. 솔직히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그놈과 함께했지. 그 후로는 꽤 재밌는 나날이 이어졌어. 그놈은 나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이들을 모아 왔는데 하나같이 죽이 잘 맞았거든. 무엇보다 서로 추구하는 기준이 다 달랐어.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오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깊은 이야기들도 나누게 됐지. 정말 즐거웠어. 그런데…… 놈이 먼저 죽을 줄이야.
1회령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우리는 놈이 만든 이 유산을 영원토록 이 자리에 보존하기로 했다. 영웅을 만들기 위해선 시련이 필요하다는 게 놈의 지론이었으니까. 우리는 목숨을 바쳐…… 이 영웅의 탑을 완성했다.
스스로를 바쳐 만들어 낸 탑.
그게 바로 영웅의 탑이었다.
‘조금 변질이 된 거군.’
영웅을 만들기 위해 세워진 이 영웅의 탑은 역으로 수많은 영웅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분명 꽤나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탑인데.
정작 지금은 영웅이 되고 싶어 탑을 찾아온 이들을 시험하고, 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죽이는 죽음의 탑이 된 상태였다.
“영웅을 만들기 위해 세운 탑이라고 하셨는데, 실패하면 죽이는 건 좀 과한 처사 아닙니까?”
영웅의 탑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잔인한 점을 에단이 묻자 1회령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맹약의 조건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영웅의 탑을 보존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할 건 포기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과하다 생각하진 않는다. 영웅으로 살거나 범인으로 죽거나, 위대한 자의 삶이란 무릇 그런 거 아니겠나?
‘혼으로 남아 오랜 세월 이 영웅의 탑을 보존하려면 어중간한 대가로는 안 됐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도전자들을 죽여야 하나 본데.’
아마도 상위의 위대한 존재와 계약을 맺었고, 그 맹약을 통해 얻은 힘으로 영웅의 탑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
‘분명 신과 계약을 맺었겠군. 아마 영웅의 탑에 들어와 맹약의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의 영혼을 바치겠다 했겠지.’
에단은 혀를 찼다.
이 영웅의 탑에선 선도 악도 없다.
영웅과 영웅이 되지 못한 이만 있을 뿐이다.
‘이런 스토리가 있을 줄은 몰랐군.’
에단은 대략적으로 영웅의 탑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파악하게 되었다.
‘죽은 이의 의지를 잇기 위해 그와 함께했던 친구들이 제 목숨과 영면을 바쳐 완성한 탑.’
일종의 위령탑이라 봐도 무방했다.
‘대단한 영웅이 되거나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거나.’
이곳에 들어오는 이들은 어떤 의미에선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실패해도 살아 나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실패하면 무조건 죽겠는데? 지금까지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이 들어왔다가 한 명도 나가지 못했다는 걸 보면 말이야.’
분명 도전자들 중엔 에단처럼 신의 가호를 진하게 받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마저도 맹약에 따라 죽었다는 걸 보면 맹약은 그 어떤 힘보다 절대적일 터.
이걸로 확실해졌다.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극악의 난이도.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음.”
에단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1회령이 그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자네 같은 영웅 후보자도 꽤 있었어. 그들은 자네처럼 뭔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지. 1관문은 그저 거쳐 가는 곳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진짜는 위층에 있지. 이 위에 대한 정보를 나한테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더군. 그중에는 나도 감탄할 만큼 뛰어난 영웅의 면모를 지닌 이들도 많았어. 그런 이들과는 한 일주일 정도는 이야기했었지. 자네는 얼마나 쓸 텐가?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에단은 대답과 함께 자세를 잡았다.
아까처럼 천뢰검으로 방어막을 겨눈 뒤 그대로 검을 찔러 넣었다.
콰드드드득-!
정확하게 일점을 노려 찌른다.
에단 검술 3식의 묘가 가미된 강력한 일격이었다. 주변으로 번개가 퍼져 나가더니 방어막은 물론이고 벽과 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더해 에단의 온몸에 엄청난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방어막은 멀쩡했다.
분명 제대로 된 일격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였다.
-좋은 일격이군.
1회령이 피식 웃었다. 이 영웅 후보자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많은 역경을 헤쳐 온 듯하니, 아마도 이번 일격을 통해 힘으로는 저 방어막을 부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찌른 방어막 부분을 한 번 살피고는 빙 돌아 방어막을 전체적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이제 남은 횟수는 세 번이네. 여유를 가지라고. 기회는 아직 세 번이나 남았고 시간은 무한하니까. 물론 굶어 죽는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까진 그 누구도 굶어 죽지 않았으니 그 점은 걱정할 것 없어.
이젠 또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두 번의 일격에도 불구하고 방어막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하지만 에단은 다시 한 번 방어막을 쭉 둘러본 후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눈빛에 1회령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단순히 보기만 한다고 해서 단순히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확실하게 몸으로 겪어야 풀 수 있다.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방어막을 살피던 에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씩 웃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
질문과 함께 에단은 다른 한 손에 서리검까지 꺼내들었다.
“이 1관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영웅 후보자는 몇 번이나 기회를 사용했습니까?”
-……다섯 번을 꽉 채웠지. 예외는 없다네.
그렇게 말하면서 1회령은 살짝 인상을 썼다. 에단에게서 풍기는 오라가 심상치 않았다. 저런 강력한 힘이야 몇 번이고 겪었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에단은 뭔가 다른 걸 노리고 있었다.
강대한 힘을 사용하려는 게 아니다.
-자네…….
“그럼 제가 신기록이겠군요.”
에단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 번으로 끝낼 거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