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72)
신들의 구독자 372화
372화. 탑의 시련 (3)
구우우웅-.
철커덕-!
100개의 마법이 엮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마법이 다른 하나의 마법과 합쳐지고, 그 마법이 또 다른 마법의 덩어리와 합쳐진다.
예전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 영웅 후보자가 있었다. 그도 같은 방안을 채택해 10개씩 마법을 묶어 풀었다.
효율적으로 빨리 풀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양이 방대하니, 결국 모든 시간을 꽉 채워 간신히 클리어했었다.
덩어리로 묶는 만큼 파훼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후보자는 하나씩 마법을 파훼했지만 그 속도가 워낙 빨라서 가능했었고, 그 후보자 또한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하게 관문을 통과했었다.
이 2관문을 돌파한 이들은 꽤 많다.
하지만 모두가 다 시련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시간을 마법 파훼에 투자했기에 클리어할 수 있었다.
반면에 에단은 2회령에게 사정을 듣길 청하고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이제 파훼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짧은 시간뿐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에단은 모든 마법을 엮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의 후보자가 보였던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저 100개의 마법을.
“하나로 만든다고?”
하나로 만들고 있었다.
2회령마저도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애초에 마법을 10개씩 묶는 방법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여기에 펼쳐진 마법은 모두 다 고서클의 마법들이다.
쉬운 마법 100개를 한데 엮는 것도 힘이 들건만. 복잡한 고서클의 마법을 한데 묶는 건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세상엔 이론상 가능한 일이 많다. 지금 에단이 하는 일도 그렇다.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직접 해 보라고 하면 불가능한 그런 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에단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엮고, 엮고, 또 엮는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하나의 거대한 마법을 시전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
어느 순간 2회령은 더 이상 감탄하지도, 경악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저 순수하게 감상할 따름이었다.
에단이 마법과 마법을 엮는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강제로 합치게 되면 마법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이 공간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미 죽어 혼이 된 자신은 괜찮겠지만 에단은 크게 다치거나 그 자리에서 죽게 될 터.
그렇기 때문에 저 모든 공정은 섬세하게 다뤄야 했다.
에단의 손짓에는 그 섬세함이 상당했다.
처음 해 보는 작업일 텐데.
중간중간 멈추는 일도 없이, 자연스럽게 동작과 동작을 이어 가며 마법과 마법을 연결했다.
마법사라면 저 에단의 마법 엮기를 보고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50개의 마법이 하나가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절반인 50개.
이미 50개를 하나로 엮었기에 남은 50개를 엮는 건 훨씬 더 빨랐다.
에단의 손에 의해 100개의 마법은 거대한 두 개의 마법으로 변환되었다.
에단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재밌다는 듯이 거대한 두 마법을 하나로 엮기 시작했다.
마법을 엮는 과정은 마치 뜨개질을 하는 것과 같아서, 에단이 마치 피아노를 치듯 손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마법진들이 실처럼 풀리고 엮이기를 반복했다.
거대한 두 개의 마법이 하나가 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에단이 그리는 큰 그림이 2회령에게도 보였다.
-아…….
하나가 된 마법. 하지만 이건 시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파훼되기 위해 엮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로 합쳐진 마법은 무척이나 느슨했다. 1서클의 마법사가 온다 하더라도 간단히 풀 수 있을 정도로.
-마법진을 역순으로 구성해서 오히려 고서클의 마법을 간단하게 전환했어. 느슨하게, 불안정하게, 하지만 쉽게.
이 시련의 목표 자체가 파훼였으니까.
딱-.
에단이 손을 튕기자 언제 그 수많은 마법이 있었냐는 듯이, 거대한 마법이 그대로 사라졌다.
-훌륭해. 정말 훌륭해.
2회령이 박수를 쳤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에단을 보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파훼였다. 더불어 그 어떤 영웅 후보자도 보이지 못했던 여유로움까지 완벽히 갖췄다.
마도왕이라 불렸던 2회령이기에 에단의 재능을 완벽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설마하니 이런 방식으로 풀 줄은 몰랐다.
압도적인 재능.
만약 그때, 에단이 그 영웅 대신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모든 게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 재능, 찬란하고 반짝이는군요. 그래요, 내가 생각했던 영웅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자격이 있어요. 아니, 자격이 너무나도 충분합니다.
2회령이 미소 지었다.
-축하해요, 당신은 마지막 관문으로 갈 자격을 얻었어요. 그대가 보여 준 마법,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띠링-!
-2관문을 돌파했습니다!
-2관문 돌파 보상을 받았습니다!
에단의 손에 2관문 돌파 보상이 생겨났다.
1관문 돌파 보상은 힘의 알약이었는데, 2관문 돌파 보상은 그와 비슷한 마나 알약이었다.
-자그마한 보상이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에요. 그걸 가지고 저 계단 위로 올라가세요.
2회령이 위로 통하는 계단을 가리켰다.
“즐거웠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어쩌면, 어쩌면 오랜만에 새롭게 영웅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어요.
에단은 2회령을 뒤로하고 3층으로 올랐다.
3관문에 도전하기 전. 에단은 마나 알약을 이리저리 살폈다.
먹게 되면 고순도의 마나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절멸증에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직접 먹어 봤자 큰 의미가 없군.”
하지만 에단에게는 대신 먹어 줄 사람, 아니, 소환수가 있었다.
에단은 곧바로 뤼카를 소환했다.
“뺘앗!”
소환된 뤼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모처럼의 외출을 만끽했다.
에단은 뤼카를 안아 이리저리 쓰다듬어 주고는 알약을 보여 주었다.
“마나가 담긴 특식인데, 어때? 먹을래?”
“뺫!”
순간 뤼카의 눈이 손에 들린 알약에 고정되었다.
자신이 먹어 봐야 효율이 좋지 않겠지만 뤼카가 먹으면 최적의 효율로 마나를 흡수할 수가 있을 터.
‘눈이 돌아갔는데?’
얼마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건지.
에단은 곧장 뤼카의 입안에 마나 알약을 넣어 주었다.
그러자 뤼카가 알약을 아작아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듣기 좋은 소리군.’
꿀꺽.
순식간에 알약을 다 먹어치운 뤼카가 더 달라는 듯이 에단을 쳐다보았다.
“그거 하나밖에 없어.”
“뺘앗.”
아쉽다는 듯이 뤼카가 혀로 입을 낼름 닦았다.
샤아아아악-.
그리고 이내 마나 알약의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수한 마나는 곧 고순도의 마나로 변화해 에단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환되었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단 말이지.’
뤼카와 계약하지 않았으면 에단은 여기까지 절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뤼카는 그대로 에단의 어깨에 올라섰다.
그리고 고순도로 전환한 마나의 일부를 에단에게 전해 주었다.
“항상 고맙다, 뤼카.”
뤼카가 에단의 얼굴에 볼을 슥슥 비비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으으음.”
에단은 몸 안에서 순환하는 마나를 느꼈다.
“이제 남은 건 3관문뿐인가.”
1관문과 2관문은 확실히 난이도가 높았다.
‘쉽게 클리어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상 에단의 모든 경험을 그대로 부딪쳐 깬 거나 다름없다.
특히 2관문은 그 난이도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살짝 악의가 느껴질 정도였지.’
물론 에단은 메판의 악의를 굉장히 많이 느껴 보았다.
실제로 죽은 적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려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관문은 웬만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시련이었다.
‘메판을 미친 듯이 하면서 고인물 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절대 깰 수가 없겠지.’
이는 곧 3관문 또한 악랄한 난이도일 거라는 의미였다.
“겪어 보지 못한 게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게 있었다.
“큰 위험엔 큰 보상이 기다린다.”
에단은 영웅의 탑의 마지막 관문이 있는 3층 중앙으로 향했다.
1, 2층과 달리 3층은 상당히 어두웠는데, 천장에 반짝이는 등 하나가 회랑을 비추는 불빛의 전부였다.
그 불빛을 받지 못한 모든 곳이 어두웠으니, 마치 저 아래가 무대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단이 반짝이는 등 아래에 서자 주변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1관문에 이어 2관문까지 돌파한 영웅 후보자여. 3관문에 온 걸 환영한다.
난데없이 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인이 나타났다.
1, 2관문의 수호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색빛의 회령이었다.
-나는 3회령. 이 탑의 마지막 관문을 맡고 있지. 이 관문을 통과하면 자네는 이 탑의 정상에 오를 수 있네.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 탑을 만든 탑주가 마련해 둔 보상을 받을 수 있네.
에단은 3회령을 올려다보았다.
3회령은 이 거대한 회랑의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컸다.
-그대의 이름은 뭔가, 영웅 후보자?
“에단 휘커스입니다.”
-에단 휘커스라, 그래, 에단 휘커스. 1, 2관문은 3관문에 비하면 쉽네. 그러니 자네에게 기회를 주겠네. 우리는 맹약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나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거든.
그가 발을 살짝 구르자 에단의 손에 양피지 하나가 생겨났다.
-포기할 수 있네. 정확히는 3관문에 도전을 하지 않는 거지.
“포기…… 말입니까?”
-마지막 관문에 앞서 밖으로 나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그리고 그 휴식 시간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 자네는 영원히 휴식하게 되는 거야. 영웅의 탑에 제 발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말이야.
그 말대로 맹약에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달리 말하면 그 어려운 1, 2관문을 통과한 이들마저도 3관문은 도전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뜻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었네. 아까운 이들이었지.
3회령이 말했다.
-자네는 아주 쉽게 도전을 그만둘 수 있네. 그 양피지를 내게 돌려주기만 하면 돼. 그러면 자네에게 밖으로 나가 휴식할 시간을 주겠네. 자네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 영원히 영웅의 탑으로 돌아오지만 않으면 돼. 그걸로 끝이야. 1, 2관문을 통과한 자네는 이미 영웅이나 다름없다네.
“…….”
그 말에 에단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몇 명이나 돌아갔습니까?”
-알려 줄 수 없네.
몇 명인지는 몰라도 분명 돌아간 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이 동쪽 땅 근처로 돌아오지 않았을 테지. 1, 2관문을 통과했음에도 도망친 자신이 부끄러워 이곳의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꺼내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하나 알려 줄 수 있는 건 3관문에 도전했던 모든 이들이 예외 없이 모두 죽었다는 걸세. 강한 힘을 가진, 어쩌면 대륙의 위협에도 맞서 싸울 수 있었을 영웅 후보자들이 말이야.
3회령이 혀를 찼다.
잠시 고민하는 에단을 보며 3회령은 그가 돌아가기를 바랐다.
에단은 양피지를 쥐고는 3회령에게 건넸다.
-그래, 잘 생각했네.
건네려던 에단은 손을 멈췄다.
“얼마전의 저였다면 여기서 포기했을 겁니다.”
에단은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양피지를 찢었다.
-……후회하지 않겠지?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띠링-!
-3관문이 시작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