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76)
신들의 구독자 376화
376화. 교류제에 대비하여
“영웅의 탑에서도 맛있는 걸 먹더니, 이베카에 오자마자 또 맛있는 걸 먹는구나.”
에단이 곧바로 뤼카를 소환했다. 이번에 받은 선물들은 모두 다 뤼카의 입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뺘앗!”
소환되자마자 냄새를 맡았는지, 신이 난 뤼카가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강아지야.”
에단은 뤼카에게 알약과 포션들을 순서대로 먹였다.
“다 먹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뺘앗!”
“할 수 있다고? 너라도 너무 많을걸, 뤼카?”
그러나 뤼카는 마나의 주인. 마나가 담긴 것이라면 이 정도 양은 큰 부담 없이 섭취가 가능했다.
챠릅-!
에단이 손에 든 하이드 가문의 특제 포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먹어 버린 뤼카가 에단의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특제 포션까지 내놓으라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괜히 뺏기는 기분이네.”
어차피 마나로 돌아올 텐데도 뭔가 뺏기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챱챱.
혀를 날름날름 내밀어 하이드 가문의 특제 포션까지 마셔 버린 뤼카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아악-.
“오!”
정령이라면 무릇 진화가 기본이다.
초급부터 상급, 그리고 그 이상으로.
지금 뤼카는 진화를 하고 있었다.
밝은 빛이 뤼카를 감싸더니 이내 뤼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그리고 곧 팟, 하고 빛이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뭐야?”
에단이 경악하며 뤼카를 보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빛이 휩싸였던 뤼카의 모습이…….
“그대론데?”
그대로였다. 전보다는 털이 윤기가 나는 것 같지만 전체적인 외형은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조금 다른가?”
털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
뤼카를 만져 보자 극한의 부드러움이라 할 만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거네, 이게 달라졌네. 털에 윤기가 흐르게 됐어. 원래는 에테르 모습이라 털이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젠 영락없는 여우야. 털이 풍성한 여우.”
에테르 같은 느낌이 사라짐과 동시에 털에 윤기가 생기고 좀 더 풍성해졌다.
“이게…… 진화?”
에단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뤼카를 보았다. 하지만 뤼카는 근엄한 자세로 풍성해진 털을 자랑하고 있었다.
확실히 에테르로 이루어진 것보다는 진짜 털이 만져지는 게 훨씬 더 느낌이 좋긴 했다.
“더 귀여워진 것 같긴 한데, 이것도 진화라면 진화겠지.”
에단은 뤼카의 털에 손을 집어넣고 그 감촉을 한껏 즐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화 맞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드러움이었다.
“진화 축하해, 뤼카.”
“뺫!”
뤼카가 머리 위에 올라오자 또 진화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하군.”
그것도 엄청나게 말이다.
* * *
이베카 아카데미는 언제 습격 사건이 일어났냐는 듯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업이 다시 시작됐고 훈련장도 다시 꽉 찼다.
그리고 다들 기대하던 에단의 실전학개론 수업도 재개 되었다.
“……어?”
“뭔가 다르신데……?”
꽉 찬 교실 안.
들어오는 에단을 보며 학생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에단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오라가 있었는데, 어째선지 오늘은 그 특유의 오라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평범해 보였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단에게서 풍기는 오라는 바늘처럼 따가웠었다.
“아직…… 아프신 건가?”
유령검이야 바로 에단이 벽을 깨고 상위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깨달았지만 학생들 중에 그걸 간파할 만한 실력의 학생은 없었다.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아직 제 상태는 아니시구나.”
“흑…… 그럼 우리를 위해서 바로 복귀하신 거야?”
“죽기 살기로 들어야지.”
평범해 보이는 에단을 보며 학생들이 의지를 다졌다.
더 열심히 들으리라.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
강단에 선 에단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있었어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목숨을 걸고 여러분들을 지켰기 때문이야.”
에단의 말에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침착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몸보다 학생들을 우선한 교사들이 있었기에 학생들 중 다친 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오즈는 제외하고서였다.
“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 그 일로 인해 멈춰 서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아카데미 교류제에서 겨루게 될 다른 아카데미들은 이 불미스러운 일을 기회 삼아 앞으로 달려 나갔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이 그것까지 배려할 의무는 없으니까 말이야.”
에단의 말에 학생들이 서서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맨 앞자리엔 에단의 애제자들인 오즈, 로안나, 메이슨, 유나, 론이 주르르 앉아 수업을 들었다.
복학 후 계속해서 겉돌던 오즈는 이젠 아카데미 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달의 추종자 습격 사건 때 목숨을 걸고 하급생들을 지켰다는 이야기가 쫙 퍼졌기 때문이었다.
하급생들에겐 존경받는 선배가 되었고 그 위의 학년들에겐 자신이 정말 변했다는 걸 확신시켜 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뒤쳐진 것만은 아니다.”
에단이 힘주어 말했다.
“여러분은 이번 습격 사건에서 다들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야.”
에단이 말했다.
“무력감. 결국 여러분이 학생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겠지. 진짜 위협 앞에선 결국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도 알았을 거야.”
그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에단의 말대로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
바깥에선 교사들이 싸우고 있었으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보호받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1위든 10위든 100위든, 성적과 관계 없이 모두가 똑같이 보호를 받는다.
한계를 느낀 이들이 다수였다.
“그게 여러분이 얻은 교훈이다. 여러분은 이제 그때의 감정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됐어. 그 압도적인 무력감을 말이야.”
에단이 씩 웃었다.
“여러분들은 꺾여 버린 자존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기다려야만 한다는 무력감.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동기 부여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야.”
에단은 그 끔찍한 경험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 여러분은 쉽게 한계를 깰 수 있게 되겠지. 한계를 깨지 못하면 습격 사건 때처럼 아무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그게 얼마만큼 정신을 후려치는지는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안다.
‘이런 건 가르치기가 상당히 어려운 건데 말이야.’
본의 아니게 달의 추종자들의 습격 사건이 아주 큰 경험이 되었다.
에단의 말에 다들 눈빛이 달라졌다.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이런 경험이 없어. 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아카데미 교류제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그와 같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여러분은 다르다. 달라질 수 있어.”
다른 아카데미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강점이 생겼다.
에단은 그 강점을 확실하게 살려 줄 생각이었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달라지고 싶나?”
“예!”
에단의 물음에 학생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내질렀다.
얼마 전과는 다른 기백이 그들에게서 느껴졌다.
“좋아,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군. 그럼…… 그에 걸맞는 교육을 해도 괜찮겠지?”
에단이 웃자 순간 학생들은 오싹함을 느꼈다.
“오즈 레이저스, 앞으로.”
“예, 선생님.”
이번 습격 사건에서 유일하게 실전을 겪은 오즈 레이저스가 앞에 섰다.
그는 죽음을 각오했었다. 아니,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건강을 회복한 지금. 그는 이 삶을 여분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더 살게 되었으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눈빛에 그 강렬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즈는 이번 습격 사건에서 유일하게 실전을 경험한 학생이다. 생생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지.”
에단이 말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과 실전이 어느 정도로 다른지 확실하게 교육시킬 수 있어.’
무력감을 경험하고 잠시지만 공포를 느꼈던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게 큰 강점으로 작용할 거다.’
아카데미 교류제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실전을 경험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실력이 엇비슷하다면 결국 경험과 마음가짐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수준 차이를 확 벌려 놓는다.’
“어땠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큼큼.”
두어 번 헛기침을 한 오즈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중간부터는 거의 무의식에 몸을 맡겼다. 오로지 거대한 산이라는 목표를 베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저를 죽이려고 들었습니다. 승리와 무관하게 제 목숨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실전과 교육을 판가름하는 것이었다.
“검술을 펼치고 성공시키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의 목숨을 효율적으로 빼앗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러니 화려하지 않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중히 여기는 건 얼마나 무기를 잘 사용하느냐였다.
그걸 잘 보여 주기 위해서는 화려함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
애초에 귀족가의 검술이나 창술 혹은 마법에는 화려함이 담겨 있다.
그것이 귀족과 평민이라는 신분을 나누는 또 하나의 차이가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달의 추종자들에겐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없어도 위력은 충분했다.
“들었다시피 항상 실전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오즈, 그 싸움에서 네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에 대해서 에단은 굳이 오즈와 말을 맞추지 않았다.
오즈가 스스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해 주길 바랐다.
“에단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씩-.
그리고 오즈는 예상한 것처럼 원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다이브. 에단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다이브와 실전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에단 선생님 앞이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즈가 학생들을 보았다. 자신이 경험한 걸 그대로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온실 안에 계속 있고 싶다면 몰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도 저마다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위협과 계속 마주하게 되겠지요. 밖에 나가면 다 똑같습니다. 우리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라고 해도 그들은 봐주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선 잡아먹기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그 누구도 배려를 해 주지 않는다.
에단이 오즈의 말을 이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심화 교육을 가르칠 거야. 예방약을 먹는다고 봐도 되겠지.”
에단이 말했다.
“죽는 것보단 조금 괴로운 게 낫잖아?”
진정한 실전학개론이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