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88)
신들의 구독자 388화
388화. 카바크 아카데미 교류제 (1)
‘설마 여기서 마신창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삼신 중 하나인 마신창은 검탑의 주인으로, 에단이 게임 내에서 스승으로 모신 적이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게임 속에서도 그랬지만.’
새삼 이렇게 보니 마신창이 얼마나 강한지 십분 잘 느껴졌다.
에단은 여기까지 생존해 오면서 정말 많은 강함을 쌓았다.
직전에 3사도와 악신을 상대하며 느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필중의 힘까지 얻었다. 하지만 마신창과의 싸움은 머릿속에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바로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싸운다면 쉽게 지지도, 죽지도 않을 것 같지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확실히 알겠어. 지금은 못 이긴다.’
생사를 걸고 싸운다면 죽일 수는 있을 터. 하지만 자신이 무사할 거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굳이 싸우고 싶은 상대는 아니었다.
“정말 재밌어, 젊은 청년. 몇 명이나 될까? 지금 시대에 나를 그렇게 잴 수 있는 사람이.”
에단이 자신을 재 보는 게 그대로 느껴졌는지, 마신창이 웃으며 에단을 보았다. 물론 그 웃음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었다.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괜찮아, 내가 작정하고 발하는 오라에도 아무렇지 않은 자네니까. 대신 오늘 저녁에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나?”
용건을 말해 주지 않았으나 에단은 굳이 묻지 않았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게 좋겠지. 마냥 이상한 양반은 아니니까.’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안 싸울 겁니다. 교류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알고 있네, 알고 있어. 음!”
만족한 엠피르는 이내 다른 학생들을 보기 시작했다.
각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엠피르를 마주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내뿜는 압도적인 오라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엠피르가 살짝 발을 굴렀다.
쿠우우우웅-!
그러자 엄청난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엠피르의 기세도 한층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학생들도 엠피르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뒤늦게 엠피르를 확인한 학생들과 일반 교사들은 홀린 듯한 눈으로 엠피르를 바라보았다.
선명한 붉은색 머리칼, 그리고 붉은색 눈동자.
허리춤에는 낡은 검 한 자루, 등 뒤엔 꽤 기다란 창을 대충 메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설마하니 황녀께서 이곳에 오실 줄은 몰라서. 적당히 편한 복장으로 와 버렸다네.”
엠피르가 경쾌하게 웃었다.
“말 몇 마디보다는 이렇게 오라로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젊은 피들, 젊은 학생들! 내가 좀 무례했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학생들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헸다간 사지가 찢어질 수도 있으니 당연했다.
“다행이군.”
그렇게 말한 엠피르가 보그 아카데미 쪽을 보았다.
휘날리는 깃발.
엠피르는 그 깃발을 보고는 씩 웃었다.
“보그의 학생들은 알고 있겠지? 내가 보그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걸. 본인은 아카데미를 짧게 다녔지. 사실 아카데미를 다닐 무렵엔 말이야, 아카데미에서 배울 게 뭐가 있나 싶었어. 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바로 그만둘 생각을 했다네. 그런데 막상 다녀 보니 생각보다 재밌는 게 많더군. 배울 것도 많았고. 물론 그것도 금방 동나서 빠르게 졸업하게 됐지만 말이야. 아무튼 아카데미는 좋은 곳이지. 혼자 있을 땐 알 수 없는 걸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아카데미에 다닐 무렵엔 꼭 이 아카데미 교류제에 나가 보고 싶었다네. 아카데미 안에선 적이자 라이벌인 상대와 한 편이 돼서 다른 아카데미와 싸운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하하, 참. 그게 뭐라고 말이야. 그때는 뭔가 그런 게 좋았거든. 하나가 된다는 게. 지금에야 나는 삼신이라고 불리네만, 그 삼신도 못하는 걸 자네들이 하고 있는 거야. 교장에게 고맙다고 세 번씩은 말하도록. 아무튼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축사를 하러 왔다네.”
에반젤린 황녀와 달리 엠피르는 그다지 언변이 좋지 않았다. 여러모로 도움이 됐으나 듣고 있기엔 지루했다.
하지만 처음 보였던 그 압도적인 모습은 학생들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마 열 시간 내내 같은 이야기만 한다 해도 쉽사리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으로 말을 줄이겠네. 아! 그리고 단순히 축사만 하고 갈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말도록. 어린 별들을 위해서 몇 가지 교류의 평가를 맡았으니 즐겁게 참여하고 많은 걸 얻어 가게나.”
엠피르 또한 축사만 하고 갈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순간 지루해 보이던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에반젤린 황녀에 이어 삼신인 엠피르까지.
대륙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이번 교류제를 지켜본다.
이만한 기회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다른 기회들이야 가문의 힘을 빌린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에반젤린 황녀가 직접 뽑아 가는 인재와 엠피르가 확실하게 평가하는 인재는 그 가치부터가 다르다.
제아무리 대단한 가문이라 한들 황녀의 직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만들 만큼 입김이 강한 가문은 없다.
엠피르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삼신 중 한 사람인 엠피르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원하는 곳을 어디든지 골라서 갈 수 있을 터.
꿀꺽-.
특히 배경이 약한 가문의 학생들은 이번 기회에 의욕을 불태웠다.
“축사를 해 주신 두 귀빈분께 감사드립니다.”
총괄 팀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손짓했다.
“지금부터 아카데미 교류제를 시작하겠습니다.”
* * *
개막식 첫날에 준비된 교류는 상당히 많았다.
첫날의 교류를 통해 이 교류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실히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은 이미 모든 아카데미에 전달이 되었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참가할 교류에 전부 다 신청을 마친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자유 참가 교류가 있었다.
‘미리 신청한 교류에 더해 자유 참가 교류도 참여할 수 있는 거지.’
에단은 이 아카데미 교류제가 처음이 아니었다.
물론 이베카 아카데미를 통해 참가하는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베카 아카데미는 몰락이 예정된 아카데미였기에, 이 시기에는 이미 아카데미가 사라져 교류제에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에단은 프레이야 아카데미를 통해서 교류제를 세 번 참여했었고 모두 다 우승했다.
‘플랜만 잘 짜면 돼.’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학생으로 참가할 땐 참가할 수 있는 모든 교류에 다 참가해서 전부 다 우승하면 된다.
그렇게 점수를 끌어모으면 웬만해선 우승하게 된다. 물론 참가할 수 있는 교류에 모두 참가해서 우승하려면 다재다능함이 필요하다.
지금의 에단이 마법이든 검술이든 다재다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메판을 계속하며 최고점을 노리다 보면 다재다능함이 필요한 시점이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고, 에단은 그 최고점을 완벽하게 섭렵한 고인물이니까.
‘새로운 교류가 몇 개 생겼지만 상관없어.’
에단은 눈앞의 학생들을 보았다.
‘얘들은 날카로운 검이 됐거든.’
이들은 아카데미 교류제 전까지 에단을 통해서 극한까지 벼려졌다. 또한 교류제가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실전학개론 수업을 듣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교류제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교육 실습이 들어갔다.
아카데미 전체의 축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이번 아카데미 교류제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다 한 차례 이상 에단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
‘이 정도면 다들 훌륭하지.’
수준은 만족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교류에서 우승할 순 없을 것이다.
‘슬쩍 보니까 프레이야 아카데미 쪽도 교류제에 대비해서 엄청 훈련한 것 같던데.’
다른 아카데미들도 이번 교류제를 앞두고 상당히 노력한 듯했다.
그리고 그중 유독 보그 아카데미가 눈에 띄었다.
‘삼파전이 될 거야.’
사실상 이베카, 프레이야, 보그의 삼파전이 될 터.
특히 보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마신창을 보고 확실한 동기 부여를 받은 상태였다.
“첫날에 자유 참가가 가능한 교류는 총 다섯 개다. 겹치는 시간이 있으니 모든 교류를 신청할 순 없고, 아마 추가적으로 원하는 교류를 한두 개 정도 더 신청할 수 있을 거다.”
기존에 신청한 교류만 할지, 자유 참가가 가능한 교류에 참가할지는 학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물론 아카데미 입장에서도, 에단의 입장에서도 점수가 상당히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선택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학생들이 무리하지 않아도 돼. 학생만 교류에 나가는 게 아니니까.’
에단은 대표 교사이기에 그 어떤 교류든 나갈 수 있다.
‘내가 다 나갈 거거든.’
에단 본인이 직접 움직여 점수를 따면 그만이었다.
일정표에 적힌 교류 중엔 에단이 자신 없어 하는 교류 자체가 없었다. 죄다 에단이 잘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딱 하나는 빼야 했다.
‘이건 처음 보는 건데. 그래도 일단 신청은 해 놔야지. 이틀 차에 있는 거니까. 대비할 시간이 충분해.’
“원하는 교류가 있으면 저쪽에서 직접 신청하면 된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모든 교류에서 꼭 1위를 할 필요는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부담 없이 체험하도록.”
에단의 말에 학생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신청할 수 있는 자유 참가 교류는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인원을 받았다.
학생들이 모두 다 떠나고, 에단은 교사들과 함께 남게 되었다.
“에단 선생님, 전혀 긴장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
시론의 말에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연기를 잘하는 편입니다.”
“저는 지금 꽤 떨립니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여기에 모인 아카데미의 교사와 학생들만 해도 숫자가 엄청나니까요. 그리고 특히…….”
“황녀님과 마신창님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이베카의 교사로 왔지만 동시에 램스데일의 대표로 나온 거기도 하니까요.”
“저도 자신이 없어요.”
이리스의 말에 시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 자신이요.”
“허,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어차피 다들 같은 마음일 텐데요. 자신감을 가져야죠.”
시론과 이리스가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저 교류 참여하러 가요!”
그 둘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나디아가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저도 가요!”
이리스가 나디아의 뒤를 따랐다. 두 마법과 교사는 다른 교류에 참여해야 했다.
“가시죠, 에단 선생님.”
남은 두 검술과 교사는 같은 교류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 * *
첫날.
수많은 교류들이 이루어지지만 이 날의 메인은 바로 검술 교류였다.
학생들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아카데미의 자존심은 바로 교사들 간의 교류였다.
각 아카데미의 검술과를 대표하는 교사들이 모두 다 참여하기에, 사실상 첫날의 기싸움은 이 검술 교류에서 승부가 난다고 볼 수 있었다.
중앙에 거대한 원형의 교류 경연장이 있었고 이 교류 경연장을 중심으로 관중석이 둥그렇게 배치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교류 경연 무대였다.
관중석의 중앙에는 VIP석이 따로 존재했고, 그 자리엔 축사를 맡았던 에반젤린 황녀와 호위인 암검, 그리고 마신창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교장들의 좌석이었다.
“오호라, 여기에 클라우디 선생이 아니라 에단 선생이 참여하는 건가?”
교류는 개개인의 전력도 중요하지만 전략 역시 중요했다.
시간이 겹치는 교류가 있으니, 각 아카데미는 최대한 인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많은 교류에 참가하려 했다.
하지만 개막식 첫날의 첫 교류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그렇기에 광검은 프레이야의 대표 교사이자 검술과의 최고 교사인 드락슬러를 내보냈다.
같은 경력으로 따지자면 이베카에서는 클라우디가 나왔어야 했다.
이베카의 얼굴마담이고 반드시 우승을 챙길 수 있는 필승 카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온 건 클라우디가 아닌 에단이었다.
“클라우디 선생은 다른 교류에 갔지. 검술 파훼 쪽으로 말이야.”
“검술 파훼? 그 재미없는 교류에 보냈다고? 허, 그럼 에단 선생이 우리 드락슬러 선생을 상대한다는 건가?
광검의 말에 유령검이 어깨를 으쓱 올렸다.
“우리 드락슬러 선생은 마스터 교사인데?”
“보면 알겠지.”
유령검이 웃으며 말했다.
“대진표를 누가 짰는지. 첫 경기부터 좋군.”
이베카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 에단 휘커스.
그리고 그 상대는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 드락슬러 엑스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