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91)
신들의 구독자 391화
391화. 카바크 아카데미 교류제 (4)
마신창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걸 이해한 에반젤린 황녀.
그제야 황녀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드락슬러 엑스의 표정이 들어왔다.
차분해 보이는 표정 속에서 짜증이 보였다.
“……드락슬러 선생은 그걸 이미 알고 있군요.”
“화가 나겠지요. 마음대로 되지 않을 테니. 르기아의 밑에서 배웠으니 절망도 겪었을 테고 좌절도 꽤 겪었을 테죠. 그래도 아마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마신창이 재밌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상대의 의도대로 컨트롤당한다는 건 참으로 기분이 더럽습니다, 황녀님.”
마신창의 예상대로 드락슬러는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다.
다들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드락슬러 또한 이 교류를 굉장히 기대했다.
이번 교사 교류 대련에서 세간에 소문난 에단 휘커스 선생을 제대로 겪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클라우디 하이드를 밀어내고 대표 교사가 된 신입 교사
거기에 더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나단 휘커스의 형이다.
엘리트 학생인 나단 휘커스가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 붙어 보기도 전에 포기한 상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수많은 업적을 이룩한 것이 드락슬러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사실상 마스터가 확정됐다는 소문마저 도는 에단 휘커스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얼마나 강하길래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까?
자신만 하더라도 마스터란 칭호를 얻기 위해 달려온 세월이 십수 년이 넘는다.
축복을 받았다 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마스터 교사인 르기아의 제자가 되었다.
르기아의 제자이기에 받았던 수많은 기대들을 그대로 소화해 냈다.
르기아의 제자라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랬기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십수 년이 걸렸으니 다른 이도 십수 년이 걸려야 한다곤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아직 이른 것 아닌가 의심하던 이들이 하나같이 에단을 고평가하는 걸 보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클라우디 하이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클라우디보다도 마스터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가받는 에단 휘커스가 어떤지.
들려오는 소문, 그리고 나단 휘커스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 말미암아 에단이란 인물의 성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자신이 예상한 이들은 대체적으로 생각했던 그대로였기에, 에단 또한 자신의 예상과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
에단 휘커스는 드락슬러의 모든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지금껏 드락슬러가 겪어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본래라면 고르지 않을 선택지를 선택하고 있다. 내 행동을 강요하고 있는 거다.’
중간부터 알아챘다. 에단은 정말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강제하고 있었다.
‘꼭두각시처럼.’
으득.
대련이 시작된 이래로 계속해서 에단의 의도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에단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다.
마스터에 근접한 교사가 아니다.
이 일련의 움직임.
상대를 컨트롤하는 이 실력.
만약 자신이 에단의 학생이었다면?
이 모든 것을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교육으로도 볼 수 있다.
“내 스승님이 르기아 님이신 건 알고 있었습니까, 에단 선생?”
“예, 저도 르기아 님께 교육을 받았으니, 어떻게 보면 동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드락슬러 선생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지는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턴 마음 놓고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
드락슬러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전력으로 오겠다니. 지금까지 간만 보고 있었다는 건가?
까앙-!
에단의 검과 드락슬러의 검이 다시 한번 맞부딪쳤다.
‘마스터란 칭호를 가진 교사들은 전부 다 이렇지.’
에단은 프레이야에서 드락슬러에게도 많이 배웠기에 그의 패턴을 모두 다 꿰뚫고 있다.
거기에 맞춰 휘두르고 있음에도 드락슬러는 계속해서 에단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뒤늦었지만 확실하게.
‘적응하고 있다. 이러니 봐줄 수가 없지. 대충했다가는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거든.’
에단은 방금 몇 합으로 드락슬러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해 낼 수 있었다.
‘충분해.’
에단이 자세를 잡고 검술을 펼쳐 내기 시작했다.
에단의 검술은 기본적으로 일격을 중심으로 한 검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검술들과는 달리 그 과정이 부실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전부 다 합쳐져 있다.
쐐액-.
그렇기에 풀었다.
생사를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간 교류를 위한 대련이다.
그러니 에단은 보여 줄 생각이었다.
‘내 교육 방식을 보여 주기 딱 좋은 자리거든.’
까앙-!
에단이 드락슬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움직임은 비슷했으나 속도가 빨라졌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드락슬러에게 강제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한정되었고, 그게 오히려 드락슬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강제됐던 선택지가 줄어드니 전보다는 자유롭게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택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드락슬러는 오히려 에단의 선택지 강요를 이용했다.
쐐애애애액-!
사선으로 베는 에단의 검을 맞받아침과 동시에 그 힘을 이용하여 빙글 돌아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다.
콰가각-!
힘과 힘의 싸움.
속도와 속도의 싸움.
드락슬러는 뛰어난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이면 어느새 드락슬러의 검이 따라붙어 공격을 막아 냈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몸.
반사 신경을 뒷받침해 줄 신체 능력이 있었기에 에단의 검을 따라갈 수 있었다.
쐐액-!
공격을 따라오는 걸 본 에단이 한층 더 속도를 높였다.
까앙-! 까앙-! 까앙-!
이제 포착할 수 있는 건 소리뿐.
대련을 지켜보는 절반 정도는 에단과 드락슬러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에단이 더 속도를 높였고 드락슬러는 어려움 없이 그 속도에 따라갔다.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작은 빛이 연속으로 터져 나와, 두 사람 사이에 마치 별자리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까앙-!
“…….”
“……꿀꺽.”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둘의 싸움에 깊이 빠져들었다.
에단의 검은 빨랐다. 그리고 친절했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어떤 식으로 따라와야 할지 보여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드락슬러가 또 다시 에단의 속도에 따라가자 에단이 이번에도 한층 더 속도를 높였다. 이제는 두 사람의 검을 볼 수 있는 건 각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 정도였다.
몇 번의 접전. 길고 깊은 숨을 내쉬는 드락슬러의 몸에서 흰 김이 뿜어져 나왔다.
초신속.
에단의 검에 대응하기 위해 드락슬러 또한 온몸에 강하게 마나를 퍼뜨렸다.
마스터의 칭호를 받기 전까진 매일 같이 온몸에 진이 빠지도록 훈련을 했었다.
스스로 강해지는 걸로 만족하지 않고 이 깨달음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을지 연구했다.
그러한 나날들이 이어져, 높은 경지에 이르고 마스터의 칭호를 얻은 이후엔 전력을 다하는 일이 줄었다.
이전보다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능력이 좋아지니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늘었다. 그러니 힘을 내는 일도 점차 줄어들었다.
약간의 힘만으로도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뒤로 드락슬러는 전력을 내 본 적이 없었다.
낼 필요가 없었으니 내지 않은 것이다.
마스터의 칭호를 얻고 만족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드락슬러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스스로 끌어 올리고자 해서 끌어 올린 게 아니었다.
‘저 남자가 날 끌어 올리고 있다!’
드락슬러는 본능적으로 에단의 공격에 따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하지만 온몸에 고양감이 넘치고 있었다.
‘지금 에단 휘커스 선생이 강제로 내 전력을 끌어내고 있다!’
드락슬러의 눈엔 점차 속도를 높이며 자신을 압박하는 에단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저 모든 움직임은 드락슬러의 전력을 끌어내기 위한 형식이었다.
“……하.”
드락슬러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게 아카데미 교류제의 대련이라는 것을.
에단은 지금 자신의 전력을 끌어내며 일종의 교육을 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에단에게 저만큼의 여유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여유 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이 교류제를 이해하고, 대련을 이해하고, 드락슬러보다 훨씬 더 멀리 봤을 뿐이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드락슬러에 비해 에단의 호흡은 평탄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리고 강하게 땅을 밟아 접어 달리듯 쇄도했다.
순식간에 드락슬러의 앞에 도달한 에단이 지금까지 펼쳐서 사용하던 검술을 한데 응축시켰다.
에단 검술 제1식
서리천뢰
한기와 번개가 휘몰아치며 그대로 드락슬러의 검을 강타했다.
“끄윽.”
드락슬러가 신음했다.
한기와 뇌기가 순간 드락슬러의 몸 안에 침투하려 했다. 그나마 내상을 입지 않은 건 마지막에 에단이 힘을 뺀 덕분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드락슬러가 한쪽 무릎을 꿇자 대련을 지켜보던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승자! 에단 휘커스 선생!”
승자가 결정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