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95)
신들의 구독자 395화
395화. 근접
“자네가 앓고 있는 그 절멸증은 병이 아니야. 그러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걸세. 아마 가장 확실한 해결법은 성녀를 만나는 거겠지. 흠, 혹시 이미 다 알고 있는 걸 말했나? 적어도 절멸증이 병이 아닌 의식이라는 건 에단 휘커스 선생도 모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모르고 있었습니다. 설마하니 이게 병이 아닐 줄이야.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물론 알고 있었으나 에단은 예의를 표했다.
“흠, 자네 같은 인재가 절멸증 때문에 죽게 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니까 말이야.”
‘마신창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걸 알게 됐다.’
특히 생각보다 메인 퀘스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전반적으로 다 빨라졌어.’
시나리오며 퀘스트며 메판보다 훨씬 이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만약 성녀가 마도 제국에서 죽는 거라면, 그 타이밍도 너무나도 빠르다.’
지금은 따지고 보면 메판의 후반부가 아니다. 이제 겨우 초반부라 할 수 있는 시점이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보답은 제가 확실히 하겠습니다. 좋은 아이들을 추려서 마신창 님께 알려 드리는 걸로.”
“흠흠, 에단 선생이 추천해 주는 아이들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지. 고맙네, 기대하고 있겠네. 그럼 남은 교류제도 고생하게나.”
에단은 마신창의 천막에서 나와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했다.
“성녀는 문 마더의 재림 의식에 절멸증이 쓰인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그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마도 제국에 1, 2사도들이 넘어갔다는 것도 알게 된 거야.”
그들을 막으러 마신창과 동행했다가 실패했고, 이후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위해 천공 도시로 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뭔가를 알아냈다. 확실하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근본을 파고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성녀가 생각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성녀가 생각한 해결법이 뭘까. 1, 2사도의 계획을 방해하고 상황을 완벽히 뒤집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란 게.”
지금 성녀의 행보는 목숨을 걸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제물을 부쉈다고 했었지?”
순간 에단의 머릿속에 그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고. 성녀의 입장에선 한계가 있다 느껴졌겠지. 제물을 부숴도 달의 추종자들이 계속해서 그 제물을 늘릴 거야. 그래야 달의 추종자이 계속해서 절멸증을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성녀가 생각한 절멸증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예 문 마더를 재림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문 마더를 이 땅에 소환한다. 그리고 직접 소멸시킨다.”
에단은 바로 직전에 신세계를 통해 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물론 이는 북부의 악신이 대륙을 위협할 만큼 엄청난 신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다.
“봉인 같은 것보다는 아예 소멸시키는 게 확실한 방법이지. 하지만 문 마더를 그리 쉽게 소멸시킬 수 있나?”
달의 추종자들이 섬기는 문 마더는 메판의 절대적인 신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능한 신 그 자체거든. 북부의 악신처럼 신격이 낮지가 않아.’
때문에 악신처럼 현세에 영향을 쉽사리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절멸증도 상당히 말도 안 되는 수준인 거고 말이야.’
그런 강대한 신은 이 땅에 재림시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가령 문 마더를 재림시킨다 하더라도 쉽사리 처리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근데 그 방법을 쓰려면 절멸증을 버틸 수 있는 육체가 필요할 텐데?”
현재 절멸증을 버티고 있는 건 에단밖에 없다.
“인간의 몸으로 버티는 건 나뿐이긴 한데. 아니지, 잠깐만.”
천공 도시. 그 안에 있는 신들의 도시.
이 두 가지가 엮이니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신들의 도시에서 신의 육체를 얻는다면…… 그 몸에 절멸증을 엮어 완벽한 신의 육체로 다듬는다면? 문 마더를 재림시키는 게 가능해지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야기가 맞아떨어진다.
신의 육체라면 절멸증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이는 곧 재림 의식의 성공으로 이어질 테고, 문 마더의 재림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두 사도가 신의 육체를 찾았고, 성녀가 그걸 저지하고 있다면? 아니, 성녀가 신의 육체를 빼돌려 다른 방식으로 문 마더를 재림시켜 소멸시킬 계획이라면?”
그런 상황이라면 두 사도가 에단 휘커스를 뒤로하고 3사도만 보낸 것이 이해가 간다.
거기에 더해 메판에서도 알 수 없었던 성녀의 행보와 목적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 추론일 뿐.”
나름대로 가설은 세웠지만 결국 직접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가 보는 수밖에. 절멸증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성녀라면 분명 내 절멸증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 거다.”
씨익-.
에단은 미소 지었다.
“가까워지는군. 절멸증의 치료에.”
이제 그 마지막 장이다.
* * *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첫날 밤 저녁.
첫날 교류제 상황을 파악한 학생들과 교사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특히 구드, 코빙턴, 새턴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들은 거의 점수를 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점수를 딴 건 구드 아카데미였고, 코빙턴과 새턴은 말 그대로 0점이었다. 아예 점수를 딸 수 있는 순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점수를 따기 어려울 거라고는 예상했다.
이들은 언더 독. 애초에 우승 확률이 적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런 대참사가 날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 점수와 교사 점수에서 0점이라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표정은 프레이야 아카데미와 보그 아카데미가 짓고 있었다.
보그 아카데미는 이 교류제를 꽤나 만만히 보고 있었다.
이베카와 프레이야를 제외하면 나머지 아카데미는 사실상 수준 이하고, 이베카와 프레이야는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도 제국의 거친 아카데미들 사이에서도 보그 아카데미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었다.
그랬기에 자신감이 있었건만.
정작 결과물은 참혹했다.
“우리가 지금 3위라고?”
“그럼, 지금 우승한 종목이 하나도 없는 겁니까?”
“선생님이 우승한 종목은 있어. 우리들이 우승한 건 없고.”
“선배님, 선배님께서도…….”
“졌다.”
보그 아카데미의 일반 학생들은 아예 이베카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대표 학생쯤이나 되어야 점수를 딸 수 있는 순위권에 간신히 들었다.
첫날은 거의 대련 위주였다.
그나마 대련이 아닌 교류도 대체적으로 검술을 보여 주거나 마법을 보여 주는 등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부류의 교류가 많았다. 그랬기에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말 그대로 실력에서 패배한 것이었다.
“1등은…….”
“압도적인 차이로 이베카 아카데미입니다. 나간 교류에선 거의 다 우승하고 있습니다. 결승에서는 이베카끼리 싸우는 경우도 많고, 학생 교류뿐만이 아니라 교사 교류에서도 상당히 높은 성적을 냈습니다. 우승을 못하면 준우승, 아니면 3등이죠. 어떤 교류는 아예 싹 다 이베카가 해 먹는 교류도 있었습니다.”
이베카는 학생 교류는 물론이거니와 교사 교류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대표 교사인 에단 휘커스가 선두에 서고 그 뒤로 클라우디 하이드와 마법과 교사인 듀티가 우승을 차지한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순위권 내에 든다.
심지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검성의 손자 시론 램스데일도 준우승을 차지한 상태였다.
“이베카의 파티군. 어딜 봐도 이베카가 점수를 가지고 가고 있어.”
“2위가 프레이야인데 1위인 이베카와 한참 차이가 납니다.”
첫날 성적은 사실상 이베카가 압도적이었다.
무어라 불평불만도 할 수 없는 게, 평가하는 평가원들이 완벽했다.
무엇보다 그 마신창이 직접 보고 있었으니, 일말의 의심조차 할 수 없었다.
보그 아카데미는 그나마 앓는 소리가 나왔지만 프레이야 아카데미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레이야 아카데미는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표 교사이자 마스터 교사인 드락슬러가 에단에게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대단하더군, 에단 휘커스 군은.”
프레이야의 교장, 광검은 침울한 교사들을 모았다.
“하지만 자네들은 학생들을 이끌고 이 교류제에 참가했어. 그렇다면 자네들이 모범이 되어야 하네. 이렇게 침울해 있을 시간이 어디 있나?”
광검의 일갈에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검의 말이 맞다. 자신들은 학생들 앞에서 모범이 되어야 했다.
“대련은 졌네. 단지 그뿐이야. 교류제에선 힘이 얼마나 강한지만 측정하나? 아니지,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교류해. 대련에선 졌지만 다른 분야에선 얼마든지 에단 휘커스 군을 이길 수 있다.”
“맞습니다, 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너무 침울해져 있었습니다.”
대표 교사인 드락슬러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가 잘 책임졌어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해 주신 대로 교류제가 끝난 건 아니니까요.”
드락슬러가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사실 제일 속이 쓰린 건 드락슬러였다. 처음엔 에단 휘커스의 강함을 인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자존심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자신 때문에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분위기가 축 처지고 있다.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드락슬러의 패배에 영향을 받고 있었으니, 이 상황을 빠르게 타파해야 했다.
그저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교류제는 아직도 3일이나 남았다.
“믿겠네, 드락슬러 선생. 나야 뭐, 말은 쉽게 할 수 있으니 말일세.”
광검이 웃으며 드락슬러를 위로했다.
“내일은 다를 걸세. 안 그런가? 고작 하루 패배했을 뿐이야.”
* * *
교류제 이틀 차의 아침이 밝았다.
이틀 차는 첫날과는 달리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오늘 이틀 차부터 마지막 날까지.
대련을 통한 교류는 이제 그리 많지가 않다.
하지만 첫날 대련 교류에서 얻은 이베카의 점수가 워낙 높았기에, 프레이야 아카데미와 보그 아카데미는 상당히 긴장했다.
특히 보그 아카데미는 지금 상당히 분노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신감 넘치게 교류제에 참여했건만. 결과는 3위였다.
구드나 코빙턴 새턴 아카데미는 어차피 바닥일 거라 생각했기에 상관없었지만 설마하니 프레이야와 이베카에 이렇게까지 밀릴 줄이야.
쉽게 1위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3위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다를 거다.”
첫날 유일하게 성과를 냈던 교사가 있었다.
보그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인 위겐 화이트였다.
“걱정 말도록. 오늘 나와 에단 휘커스 선생이 같이 참여하는 교류가 있다.”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한 위겐은 자신감이 넘쳤다.
“역전의 날이 될 테니. 너희들은 걱정할 것 없이 모든 걸 내보여라.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부수고 부수고 전진해라!”
“예!”
“예, 선생님!”
위겐의 말에 다시금 보그 아카데미 학생들이 의욕을 가졌다.
그리고 그 뒤로 이베카 아카데미 학생들이 나왔다.
푹 잔 이베카의 학생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오늘도 우리가 가져간다.”
에단의 말과 함께 교류제 이틀 차가 시작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