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98)
신들의 구독자 398화
398화. 던전 공략 교류 (2)
“흐으으음, 던전의 난이도가 걱정이군. 높게 잡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까지 높게 잡은 적은 없지, 아마?”
“예, 상당히 높게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난이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국장님. 게다가 이번 교사들의 라인업이 상당히 훌륭하기에, 사고가 생기더라도 저희가 대처를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중간 난이도 설정이 참 까다로우니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총 관리국장은 혹여나 큰 사태가 벌어질까 염려했다.
교사는 학생의 모범이 되는 존재다.
교사에 의해 학생들은 엄청난 가능성을 찾아 크게 성장할 수도, 가능성 자체가 뭉개진 채 초라한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었다.
모범이자 롤 모델이 될 교사이기에, 그들의 역량을 보여 주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아카데미의 커리큘럼만으로는 교사의 역량을 명확하게 보여 주기 어려우니까 말이야.”
교사 또한 자기 능력의 100퍼센트를 학생에게 보이기를 꺼린다.
교사는 평가하는 존재지, 평가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나마 교사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자신이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게 교육을 받았다고 인지하는 게 참으로 중요했다.
열다섯의 교사들이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국장도 입을 다물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역시나 던전 공략에 전문가인 구드와 코빙턴 아카데미의 교사들이었다.
두 교사는 각자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 던전 안으로 차근차근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보그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인 위겐이 따랐다.
위겐은 조금 더 과감했지만 훨씬 더 안정감이 있었다. 위겐은 눈을 감고 마나를 퍼뜨려 자신의 앞에 함정이나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며 빠르게 나아갔다.
“뭘 보여 주려는지 알겠군.”
앞선 세 교사는 정석을 보여 주려 하고 있었다.
던전을 어떻게 전진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공략을 해야 하는지.
총 관리국장이 흐뭇하게 그들을 보았다.
“바로 저런 거지. 저런 모범을 보여야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정작 시작하자마자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던 에단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발을 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역시 에단에게는 던전 공략 경험이 없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움직이는군.”
하지만 에단은 무작정 앞으로 전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입 부분에서 다시 멈춰 땅에 손을 대고 벽에 귀를 기울이며 뭔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에단이 움직이자 다른 영상을 보고 있던 이들 또한 본능적으로 에단의 영상을 보았다.
하지만 에단이 초입 부분에서 미적거리자 다시 다른 교사들의 영상을 보았다.
“신중하시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류니까. 선생님도 달리 생각이 있으시겠지.”
에단은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교사들보다 꽤나 뒤처진 상태였다.
그때 다른 교사들이 첫 몬스터들과 조우했다.
“!”
“몬스터다.”
에단이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먼저 움직인 교사들이 각각 몬스터와 마주친 상태였다.
각각 다른 형태의 던전이었지만 내부의 형식만 다를 뿐, 나오는 몬스터들이나 그 타이밍은 비슷했다.
쿠웅-!
교사들은 몬스터와 조우하자마자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오오…….”
“역시 프로셔.”
코빙턴과 구드의 교사들은 몬스터의 공격을 막고 반격했다. 그리고 그 사이, 위겐은 이미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장난 아닌데? 위겐 선생님 좀 봐.”
“순식간에 처리했어.”
구드와 코빙턴의 프로페셔널한 교사들보다 위겐이 몬스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랐다.
이후 탄력을 받았는지 빠르게 전진한 위겐은 곧 두 번째 몬스터와 조우했다.
“외뿔 오우거다…….”
“우회도 못해. 골목에서 마주쳐 버렸다고.”
외뿔 오우거는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나였다.
그런 외뿔 오우거를 좁은 곳에서 맞닥뜨렸으니.
“일반 오우거보다 피부 가죽이 더 두껍다고 들었는데.”
그어어어-!
외뿔 오우거의 손에 강대한 힘이 모였다. 외뿔 오우거는 저 외뿔에 마나를 저장해 두고 적을 공격할 때 그 마나를 사용한다.
콰앙-!
그대로 주먹을 내리친 외뿔 오우거는 위겐을 짓뭉갤 작정으로 힘을 주었다.
그러나 위겐은 농락하듯 빙글 돌아 공격을 가볍게 쳐 내더니 이내 오우거의 어깻죽지 부분을 검으로 꿰뚫었다.
질겨 베거나 관통하는 것조차 어려운 외뿔 오우거의 가죽이 일격에 관통되자 다들 감탄했다.
“약점을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괜히 마이스터 선생님이 아니셨군.”
특히 교사들은 감탄하며 새삼 위겐을 다르게 보았다.
프레이야의 드락슬러처럼 위겐 또한 마도 제국에서 내려지는 마이스터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그 격으로만 따지자면 위겐은 드락슬러만큼이나 뛰어난 교사였다.
“어쩌면…… 어제 위겐 선생님이 에단 선생님을 만났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는데……?”
단숨에 몬스터를 처리하고 전진하는 위겐의 모습에 보그 아카데미 학생들은 만족한 듯 팔짱을 꼈다.
이 교류를 기점으로 보그는 제대로 인정을 받는다.
콰악-!
위겐은 어느새 세 번째 몬스터까지 쓰러트리고 던전의 중앙까지 도달했다.
던전의 중앙은 아주 넓은 공간이었다. 이곳저곳에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이 동시에 열리더니 순간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찌이이익-!
그중 박쥐형 몬스터가 흡사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그대로 위겐을 덮쳤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할 수도 있겠으나 위겐은 시종일관 침착했다.
어떤 상황에든 침착함을 유지할 것.
그게 바로 위겐이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
다들 영상 속에 빠져들 것처럼 위겐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때.
던전 초입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에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힘으로 클리어하시려고 하시나?”
“그래, 차라리 그게 낫지. 기본적으로 에단 선생님은 무력이 있으시잖아. 어떤 몬스터가 나오더라도 그냥 베어 버리면 되는 거 아냐?”
에단의 힘은 이미 증명이 됐다.
던전이 제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그 힘으로 던전을 공략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이 교류의 목적은 던전 공략 자체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던전을 공략하느냐’였다.
어떤 방식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는지 그 방법을 선보이는 것이 중점인 교류였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힘으로 클리어하는 방법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었다.
열다섯 명의 교사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은 실시간으로 채점되어, 이미 꽤나 점수 체크가 된 상태였다.
총 관리국에서 뽑은 평가원들이 눈을 부릅뜨며 에단을 보았다. 만약 힘으로 클리어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면 높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어?”
“뭔가 이상한데?”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비록 에단이 뒤늦게 움직이긴 했지만 분명 몬스터가 나올 타이밍이었건만.
에단은 계속해서 몬스터와 조우하지 않고 있었다.
“뭐지?”
몬스터와 조우하는 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에단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성큼성큼 마치 길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움직였다.
“설마.”
평가를 맡은 강철의 용병단의 단장 크렘튼이 인상을 썼다. 그는 던전 공략 경험이 상당히 많았다.
용병단을 이끌며 많은 던전을 공략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이 선봉을 섰었다.
던전 공략에 있어 선봉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다.
던전의 특성을 파악하고 몬스터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동시에 공략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용병단의 상태를 보고 몬스터들과 싸울지 회피할지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해야 했다.
“혹시 지금, 전부 다 피하고 있는 건가?”
에단의 기이한 움직임에 평가원들이 먼저 반응했고, 뒤늦게 관중석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왜 몬스터랑 안 만나는 거야?”
“다른 선생님들은 던전 중앙에 갈 때까지 두세 번은 몬스터와 만났었는데?”
“설마! 설마 에단 선생님이 다 회피하신 건가?”
“그 초반에 신중하게 살피던 게 던전을 읽고 계셨던 거였어?”
학생들의 말대로 에단은 계속해서 몬스터와 조우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몬스터와 만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피할 수 없는 곳에선 몬스터를 만날 수밖에 없다.
쿠웅-!
하지만 에단은 가볍게 발을 구르더니 몬스터를 두 동강을 내 버렸다. 정확하게 약점을 노린 일격이었다.
“와.”
다른 교사들이 다섯 마리 이상의 몬스터와 마주칠 때 에단이 마주친 몬스터는 딱 한 마리뿐이었다.
회피. 그게 에단의 컨셉으로 보였다.
“크렘튼 님.”
거침없이 에단에 대한 평가를 적어 가던 크렘튼에게 다른 평가원이 다가왔다.
“지금 에단 휘커스 선생님의 던전 공략 교류 점수는 어떻게 주는 게 좋겠습니까? 이번 평가의 메인은 크렘튼 님이시니, 그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게, 사실 완전히 회피한다는 걸 두고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질 않습니다.”
설마하니 에단이 저렇게 완벽하게 몬스터와의 조우를 회피하며 전진할 수 있을 거라곤 평가원 중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가 기준은 러프하게 두 가지였으니까.
말 그대로 신중하게 던전을 공략하면서 끝에 이르거나.
힘만을 이용해서 던전을 공략해 나가거나.
정답은 당연히 1번이었다. 이건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류였으니까.
그런데 에단이 하는 방식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신중하긴 했으나 너무 신중해서 몬스터들까지 피해 버렸으니.
참으로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그랬기에 평가원들은 이 던전 공략 교류 부분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크렘튼의 의견에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거겠죠. 던전 내부의 핵이나 숨겨진 보물 말입니다.”
대개 던전 공략의 목표는 두 가지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던전에 누군가가 숨겨 둔 보물을 찾는 것. 그리고 던전 내부의 몬스터를 처리하고 던전의 몬스터들에게 힘을 제공하는 던전의 핵을 찾아 처리하는 것.
던전 핵은 영약 또는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요컨대 던전에 들어가는 이유는 보물과 던전 핵, 이 두 가지뿐이라는 소리였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목표는 그러합니다. 전 그걸 기준으로 판단할 겁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열다섯 명의 선생님들을 평가한다면…….”
쓱쓱쓱-.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 1위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