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1)
신들의 구독자 401화
401화. 약초 감별 교류
그 말에 나단은 순간 말을 잃었다. 하지만 금세 이해했다.
“그렇단 말이지.‘
유연성.
에단은 분명 모범을 보였지만 무작정 따라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에단의 애제자들은 이미 그걸 알고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나단에게 강한 의욕이 생겼다. 뭐가 어찌 됐든 저들을 꼭 이기고 점수를 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고는 못 살지.”
“나단, 딱 한 번이라도 좋아. 쟤들을 누르고 꼭 우승해 보자고.”
네 별의 말에 나단 또한 이를 악물었다.
“아직 기회는 많아.”
* * *
둘째 날 교류는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이베카 아카데미는 첫날 잡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각 교류마다 에이스를 중심으로 점수를 따냈고, 다른 아카데미 또한 그런 이베카에 대항해 강하게 맞섰다.
“이겼다!”
“드디어!”
그리고 그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등을 놓쳐 본 적 없는 이베카 아카데미가 준우승 혹은 3등을 하는 상황이 나온 것이다.
“후.”
이베카가 우승을 확정한 상태에서 3등이나 4등을 한 건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우승 자체를 다른 아카데미에 내준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베카의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첫날처럼 되진 않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각 아카데미에 교류에 특화되어 있는 학생은 분명 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이베카가 계속해서 우승을 가져가는 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점수는 쌓는 데 의미가 있어.”
“우리가 잃어도 괜찮아.”
이베카에는 대표 학생들이 있었으니까.
이베카의 대표 학생들은 싹 다 에단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었다. 실력은 물론이고 정신 무장도 대단했다.
비교적 밀리는 분야에서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가령 놓치더라도 준우승은 무조건 확보했다.
그 밑은 없었다.
“미친놈들.”
보그 아카데미 학생들은 혀를 내두르며 기가 질린 얼굴로 이베카의 대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특기 분야가 몇 가지나 된단 말인가.
“에단 휘커스 선생님은 도대체 쟤들을 어떻게 교육시킨 거야?”
“그 반대인가?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 저렇게 만든 건가?”
보그 아카데미 또한 거칠기로는 어디서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그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베카의 학생들만큼 정신 무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둘째 날 또한 이베카가 크게 앞서가는 가운데 프레이야와 보그가 엎치락뒤치락 2위 싸움을 했다.
“젠장, 새턴에게도 밀릴 순 없어.”
“점수라도 딴다!”
“들러리로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자리라고.”
이번 교류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큰 기회였다.
이런 기회의 장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끝낼 순 없기에 코빙턴, 구드, 새턴은 어떻게든 점수를 따려고 노력했다.
“변명거리라도 만들어야 해. 이런 상황에서 점수를 따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려 줘야 해.”
이전의 교류제와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에 우승했던 프레이야 아카데미는 이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교류제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하하하하-. 에단 군에게 전부 다 감화된 게로군.”
마신창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의욕 넘치는 모습에 즐거워했다.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이 한 번 더 기세가 꺾였더라면 그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재미도 없고, 제자로 삼을 만한 이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교류제의 분위기가 불타올랐고, 학생들과 교사들도 자신들의 한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총 아카데미 관리국장 또한 흐뭇했다.
“에단 선생 덕분에 교류제가 달아오르고 있어. 서로가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 주는 게지.”
학생들이 잠재력을 계속 끌어 올리고 있었다.
본래라면 깨지 못할 한계도 몇 번씩이나 깨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미 우승 아카데미가 정해진 것 같지만 말이야.”
이틀 차. 이베카의 점수는 이미 남은 학교를 다 합친 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에단 선생, 정말 이를 악물고 왔군.”
이대로 교류제가 끝난다면 에단에게 정말 그 칭호가 붙을 듯했다.
“최단기간 마스터 교사라.”
마스터 교사라는 칭호가.
* * *
이틀 차 교류제 종료.
그리고 교류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이틀째도 그랬지만 셋째 날의 분위기도 상당히 변한 상태였다.
이베카가 큰 점수를 얻어 놓았기에 역전은 힘들다고 판단해, 어떻게든 점수를 더 따 내고 경험을 쌓는 걸 목적으로 바꾼 것이다.
마지막 날로 가면 갈수록 경험이 필요하고 힘만으로는 우승하기 어려운 교류가 많았기에, 다들 그 교류에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 날의 첫 교류.
마법과 교류인 약초 감별 교류가 시작되었다.
약초 감별 교류에 참여한 교사들과 학생들은 무대에 가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에단 선생님이 계신데?”
어째선지 셋째 날의 첫 교류에도 에단이 있었다.
“이거 마법과 교류 아니야?”
“에단 선생님은 대표 교사라서 상관없으시잖아.”
“그렇긴 한데…….”
“설마 약초 감별 교류에 참여하실 줄은 몰랐는데.”
이 약초 감별 교류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과에 소속된 교사들 중에서도 베테랑 교사만이 참여했다.
이베카 쪽에서도 나디아와 이리스는 이 교류를 신청하지 않았다.
승리할 확률이 적을뿐더러 자신들의 분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교류에 에단이 참가하니 다들 상당히 의아해했다.
“그냥 모든 교류를 참가하겠다는 마음에 참가하신 건가?”
“이건 검술과 선생님이 신청할 만한 게 아닌데.”
“도대체 왜?”
다들 에단의 참가에 골똘히 생각하는 가운데.
“우습게 보시는 거군.”
“이틀간 봐 온 에단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무도 참가하시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참가하신 거 아닙니까?”
약초에 정통한 마법과의 베테랑 교사들은 상당히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그들은 베테랑 교사들인 만큼 서로 안면이 있어, 한데 모여 에단이 어째서 이 교류에 참여한 건지 의견을 나눴다.
“아무리 그래도 아예 지식이 없는 분야의 교류를 신청했다는 건 이상하잖나. 당연히 꼴찌를 할 텐데. 지금까지 에단 선생이 교류제에서 꼴찌를 한 교류가 있나?”
“없어요. 일단 나간 교류에서는 100퍼센트 우승했죠.”
그렇다는 건 꼴등을 각오하고 나온 교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이 교류를 상당히 가볍게 보고 나왔다는 것이다.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되지, 이건.”
“가볍게 교류를 나올 순 있지만…… 그렇게 나왔으면 저희가 보여 줘야겠군요.”
약초학, 그리고 포션학에 진심인 교사들을 위한 교류에 초보자가 낀 셈이었다.
이곳엔 이베카의 교사가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에단이 포션학 수업을 맡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 년을 종사해 온 베테랑 교사들이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맞습니다. 확실하게 여기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는 수밖에 없겠죠.”
베테랑 교사들이 에단을 응시했다.
에단은 이미 정신 집중을 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명상하듯 호흡하며 최대한 감각을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준비됐습니다.”
“준비됐습니다, 요원님.”
“그럼 바로 진행을 준비하겠습니다.”
진행 요원의 신호와 동시에 약초 감별 교류가 준비되었다.
약초 감별 교류는 이전의 던전 공략 교류처럼 심플했다.
수십 가지의 약초가 든 상자를 하나하나 열어 그 약초가 무엇인지 감별해 내는 것이었다.
각 교사마다 상자에 들어 있는 약초가 달랐고, 몇몇은 아예 실물을 보지 못하고 감별해 내야 하는 것도 있었다.
경험과 감각이 중요한, 그야말로 베테랑 교사들을 위한 교류였다.
이 교류에 진행되는 시간엔 마법과의 교류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때문에 마법과 학생들 중 약초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생들이 대거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에단 선생님, 진짜 우승할 생각으로 나오신 걸까?”
“생각이 있으시겠지. 설마 그냥 나오신 건 아니실 거야.”
“아마 순위권에는 못 드실 거야. 쟁쟁한 선생님들이 엄청 많은데?”
거기다 온몸을 새카맣게 덮은 보그 아카데미의 마법과 교사도 있었다.
손톱이 상당히 길고 눈 밑엔 퀭한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었다.
“……흑마법사이신 건 아니겠지?”
“설마.”
“아무리 보그 아카데미라고는 하지만…….”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순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슈카.
흑마법사처럼 보이는 외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건 마도 제국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외견이었다.
마도 제국의 마법사들은 이 편이 정상이고 밝은 편이 비정상이었다.
마도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몸이 피로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특히 약초학을 전공으로 하는 이들은 더욱더 다크서클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마도 제국의 약초들은 대개 사람이 먹을 게 못 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선 결국 먹어 봐야 하는데, 마도 제국의 약초들은 너무나도 독기가 세다.
일종의 부작용이었다. 물론 부작용을 없애는 것도 가능했지만 워낙 자주 먹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 다들 헛소리만 지껄이는군.”
제 아카데미의 선생님을 흑마법사 취급하는 모습을 보며 보그 아카데미 약초과 학생이 분노했다.
“저건 훈장이라고. 저렇게 되려면 수많은 약초를 먹어야하는데, 저 모습은 수많은 약초를 감별할 수 있다는 뜻이야.”
요컨대 엄청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웬만한 약초는 모두 다 감별해 낼 수 있는 신의 경지에 이르면 모습이 저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도대체 에단 선생님이…….”
보그 아카데미도 그렇고 다른 아카데미도 그렇고, 전부 다 에단의 교류 참여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무리 에단이라고 한들 한계가 있다.
약초 판별? 던전 공략이야 재능 하나로 씹어 먹을 수 있다고 하나 이쪽은 수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다들 앞으로 와 주십시오.”
무대 위.
각 교사 앞에 수십 가지의 약초 상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약초 상자는 각각 마법이 걸려 있는데 여는 것과 동시에 마법이 풀린다. 모습을 볼 수 있는 약초가 있고 냄새만 맡을 수 있는 약초가 있다.
약초 판별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고 그 점수의 총합으로 우승자가 정해진다.
“시작하십시오!”
진행 요원의 신호와 함께 약초 감별 교류가 시작되었다.
교사들은 신중히 상자를 열고 냄새를 맡았다.
각기 다른 상자였기에 운이 좋은 몇몇 교사들은 약초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다른 교사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 앞의 약초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베스트였다.
교류 무대에 여러 가지 약초 향기가 뒤섞였다.
“이렇게 냄새가 섞여 버리는데, 나중에 가서는 제대로 구별할 수 있긴 한 걸까?”
“그게 관건일 것 같아.”
초반부야 냄새가 섞이지 않으니 구별하기가 쉬울 테지만 중반부부터는 코가 상당히 지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후반부부터는 모습만으로 판별하거나 둔해진 후각으로 판별해야 하는 일이 생겨 버린다.
이에 대비해 코의 피로를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뭐야?”
가만히 뜸을 들이던 에단이 그 자리에서 눈을 뜨더니 이내 상자를 열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약초의 이름을 적었다.
쓱-. 쓱-. 쓱-.
맡고, 확인하고, 쓰고
맡고, 확인하고, 쓰고.
에단이 엄청난 속도로 상자를 열어 약초를 확인하고 그 이름을 적기를 반복했다.
“뭐, 뭐야?”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