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2)
신들의 구독자 402화
402화. 모든 약초를
쓱-. 쓱-.
쓱-. 쓱-. 쓱-.
앞에 있던 상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에단은 텅 빈 답안지를 하나하나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이 약초 감별 교류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슨 약초든 정체를 확실히 감별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기에, 실력의 우열을 명확히 가리고자 시간제한을 둔 것이다.
때문에 약초 하나하나를 감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가 없었다.
다른 베테랑 교사들 또한 약초를 감별하는 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에단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맡고 쓰고, 보고 쓰고.
에단이 그렇게 순식간에 열다섯 개의 약초를 감별해 냈을 때, 다른 교사들은 고작 다섯 개째를 판별해 가고 있었다.
세 번째 상자를 열어 막 약초를 확인하는 교사도 있었다.
“뭐, 뭐야?”
본래라면 약초에 집중해야 하니 옆의 교사가 뭘 하는지 신경도 안 썼을 텐데.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에단의 퍼포먼스가 유독 눈에 띄었다.
“뭐, 뭔데!”
교류에 참여한 교사들은 물론이거니와 관중석의 마법과 학생들 또한 크게 놀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막…… 쓰시나?”
“아니, 저렇게 빨리 할 수가 있어?”
“냄새를 스치듯 맡으셨다고.”
마법과 학생 중엔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아 첫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류를 다 본 학생이 있었다.
“…….”
그 학생의 눈은 이미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도대체 에단이 가진 능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던전 공략 교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대단한 교사라는 생각 정도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약초를 감별해 내는 저 압도적인 능력까지 보고 있자니, 혹시 자신의 상식이 잘못된 건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저게 뭐지……?”
그리고 곧 확신을 가졌다.
“나…… 전학 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베카로 전학을 가리라.
그래서 꼭 에단의 수업을 들으리라 다짐했다.
“연기 아니야?”
“저렇게 빨리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하지만 에단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계속해서 답안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30번째 약초에 도달했다.
“음.”
에단은 거기서 시간을 꽤 썼다.
냄새를 맡고 꽤나 고민하더니 이내 답을 적었다.
“다 작성했습니다.”
에단이 진행 요원에게 답안지를 제출했다.
“에단 휘커스 선생님, 답안지 받았습니다.”
진행 요원은 답안지를 평가원에게 넘겼다.
이번 약초 감별 교류의 평가원은 태양빛의 약초술사라고 불리는 아옌이었다.
아옌은 다른 교류를 제치고 이 약초 감별 교류에 참가한 에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에단은 첫날부터 평가원들의 상당한 경계 대상이자 주시 대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가원들의 예상대로, 에단은 참가한 모든 교류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평가원들은 다른 교사들에게 어째서 에단이 우승인 건지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만 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몇 평가원들은 에단에게 반감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몇몇 평가원들은 에단을 상당히 좋아하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질 만큼 실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약초 감별 교류도 신청하실 줄은 몰랐는데.”
신청한 것뿐만 아니다. 방금 보지 않았는가. 다른 교사들은 아직도 약초 감별 중이건만, 에단은 이미 30개의 약초 감별을 모두 끝낸 상태였다.
“음.”
아옌은 꽤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의 답안지를 보았다.
그리고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에단은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30개의 약초를 모두 감별하고 적어 냈다.
“이럴 수가 없는데.”
다시 한번 에단이 감별을 마친 시간을 체크하고 답안지를 확인했다.
“나올 수가 없는 기록인데…….”
아무리 봐도 이 시간 내에 모든 감별을 마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옌은 일단 다른 교사들이 감별을 마치길 기다렸다.
“올해에…… 수준이 높아진 건가?”
째깍째깍-.
이제 남은 제한 시간은 1분가량.
“다 했습니다!”
교사들이 다급하게 답안지를 내기 시작했다.
“시간 다 됐습니다. 지금부터 답안지 적으시면 안 됩니다.”
물론 전부 다 답지를 내진 못했다. 30개의 약초를 전부 다 감별하기엔 너무나도 촉박한 시간이었다.
“채점 시작하겠습니다.”
아옌은 그 자리에서 곧장 채점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짧게 숨을 내뱉었다.
“역시.”
30개의 약초.
30개를 다 맞힌 교사는 총 셋이었다.
에단과 프레이야의 교사 한 명, 그리고 보그 아카데미의 교사인 슈카였다.
하지만 시간제한이 있다 해도 선착순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아니었으니.
30개를 맞춘 사람이 셋이라면 셋 다 공동 1등으로 처리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30개의 약초를 모두 감별해 내신 선생님은 총 세 분이십니다.”
아옌이 세 교사를 차례로 호명했다.
“한 분은 보그 아카데미의 교사이신 슈카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에단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학생들은 아까 엄청난 속도로 답안지를 채워 가던 게 몰라서 찍은 게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심은 금방 풀렸다.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십니다.”
에단은 세 명의 만점자 중 한 명이었다.
“와…….”
“에단 선생님, 만점이시라는데?”
“아니,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적어 나가셨잖아. 거의 냄새는 스치듯 맡으시고, 보는 것도 엄청 대충 보셨다고.”
“그 정도로 충분하셨던 거야?”
그제야 감탄이 터져 나왔다.
다들 직접 봤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이거, 에단 선생님이 1등이야?”
“아니지, 시간 내로 답만 맞히면 되는 교류니까. 에단 선생님이 가장 먼저 답안지를 냈다 해도 일단 똑같은 만점이니까.”
“그럼 공동 1등이겠네.”
공동 1등이라 해도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에단 선생님, 지금까지 1등 내준 적 없지 않아?”
“공동 1등이긴 하지만…… 맞아. 이게 처음이실걸?”
에단이 참가한 교류에서 1등을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옌은 아직 1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저 만점자가 세 명이라 말해 주었을 뿐.
“1등을 발표하겠습니다.”
세 명의 만점자.
그러나 1등을 선정하는 건 몹시 쉬웠다.
“1등은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십니다.
아옌이 1등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평가엔 점수만이 반영될 텐데?
“……!”
“똑같이 30개를 맞히셨는데, 왜……?”
“속도까지 평가하신 건가?”
“하지만 약초 감별에 속도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잖아? 얼마나 정확한가가 더 중요한 거잖아?”
이 교류는 분명 약초 감별 교류였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대로 평가 기준에 속도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물론 감별이 빠르면 좋겠지요. 제가 에단 휘커스 선생님을 1등으로 선정한 건 다른 기준이었습니다. 무슨 약초인지 감별해 내는 건 기본 점수에 들어갑니다. 거기에 추가 점수를 준다면.”
평가원이 에단의 답안지를 모두에게 공개했다.
에단의 답안지에는 다른 교사들의 답안지와 다른 점이 있었다.
“약초의 등급입니다. 여기, 이 상자에 든 약초들은 각각의 등급이 다른 약초들입니다.”
아옌이 이어 설명했다.
“에단 선생님께서는 모든 약초를 감별해 내시고 그 등급까지 정확히 기입하셨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약초의 등급과 대조해 본 바, 전부 다 정답이었고요.”
“…….”
“…….”
무시무시할 정도로 침묵이 길었다.
약초를 맞히는 걸 넘어서 그 등급마저 맞히다니.
물론 이곳에 있는 교사들도 전원이 베테랑이니, 시간만 주어진다면 등급까지도 정확히 감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교류의 판단 기준은 한정된 시간 내에 약초를 감별해 내는 것.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약초가 무엇인지 감별해 내는 것뿐이다.
등급까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는 에단이 그 한정된 시간 동안 약초가 무엇인지, 등급이 어떤지 모두 다 감별해 냈다는 뜻이었다.
말로 하는 건 쉽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교사가 허탈함에 깊게 숨을 내뱉었다.
“우습게 본 건…… 우리였나?”
그들은 에단이 이 교류를 우습게 보고 참가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에단은 처음부터 이 교류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
우승할 자신감이 있기에 신청한 것이다.
그런 에단의 마음가짐을 우습게 본 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었다.
“이의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프레이야의 베테랑 교사는 거기서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인정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경험이 필요한 건데.”
“어떻게 한 겁니까! 어떻게 감별한 겁니까!”
“아니, 어떻게 등급까지…….”
특히 가장 흥분한 보그 아카데미의 교사, 슈카가 에단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만히 있어도 그 인상이 사나웠는데, 인상을 쓰며 다가가자 사신이 걷는 것처럼 새카매졌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약초의 등급까지 구별하신 거죠?”
그 말에 에단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오랜 지병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약초며 약이며 별의별 걸 다 먹어 봤죠.”
에단은 진실에 거짓을 섞었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니까.’
“독초 정도야 간식거리로 먹었습니다.”
“…….”
에단의 말에도 슈카는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제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느낄 수 있겠지. 그 편린이라도.’
에단이 손을 내밀자 슈카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좀 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슈카가 에단의 손목을 매만졌다. 그러곤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눈앞에 무저갱이 펼쳐졌다.
깊고 깊어서,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는 순간 그 무저갱에 빠져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망치려 들었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무저갱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쐐애애액-.
빠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챠르르르륵-.
그 무저갱에서 무저갱만큼 새카만 쇠사슬이 쏘아져 나왔다.
먹힌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너무 깊게 보셨군요.”
어느새 자신을 밀어낸 에단이 괜찮으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정말이군요. 도대체 그건, 그 무저갱은…….”
슈카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이건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다.
저주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깊고 두려웠다.
슈카의 몸은 아직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걸로 증명은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에단이 그런 슈카의 어깨를 쓰윽 매만졌다. 어느새 그녀의 어깨엔 침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슈카 선생님의 약초 감별 능력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 꼭 저희 휘커스 영지를 찾아 주시길.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군요.”
“아, 네…… 꼭 방문하겠습니다.”
‘인재야, 인재.’
이런 인재는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에단 공방에 취직시켜야지.’
에단은 이 교류제를 단순히 마스터가 될 기회만으로 여기지 않았다.
‘마스터는 당연히 될 수 있는 거야.’
애초에 마스터라는 칭호는 마도 제국에 원활하게 들어가기 위한 티켓 정도였다.
그러니 이 긴 시간을 마스터의 칭호만을 얻는 데 쓰는 건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
‘최대한 인재들을 모아야지.’
마신창이 제자를 찾기 위해 교류제에 찾아온 것처럼, 에단 또한 휘커스 영지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인재를 살폈다.
에단은 여러 교류를 통해 찾은 인재들에게 은근한 제안을 건넸다.
다재다능함을 뽐내는 에단이 생각지도 못하게 다가오면 그 어떤 교사라도 밀어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에단은 참가한 모든 교류에서 계속해서 우승을 했으니.
‘궁금해서라도 찾아올 수밖에 없지. 그게 아니라도 머리 한구석에 계속 내 생각이 날 테고 말이야.’
이제 셋째 날 남은 교류는 하나였다.
‘마지막 날엔 교사 교류가 없어.’
마지막 날에 있는 건 학생들을 위한 교류뿐이다.
셋째 날인 오늘이 교사 교류의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교류는…… 흠.”
일정표를 확인한 에단은 살짝 인상을 썼다.
“이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닌데.”
다재다능함의 끝.
수많은 경험을 한 에단도 경험해 본 바 없는 분야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마스터 칭호를 얻는 데 방점이 될 테니까 말이야.”
출전한 모든 교류에서 우승.
이 잊히지 않을 업적이 필요했다.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에단에게는 신세계가 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