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6)
신들의 구독자 406화
406화. 마스터
이베카 아카데미 우승.
정말 오랜만에 하는 우승에 이베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환호했다.
진행 요원이 잠시 그 환호를 막았다. 아직 순위 발표가 남아 있었다.
프레이야와 보그 아카데미가 숨죽이고 관리국장의 입에 집중했다.
“2등은 프레이야 아카데미!”
2등 결과 발표에 두 아카데미의 희비가 갈렸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건만.
결국 추가 점수는 없었고, 프레이야 아카데미의 2등이 확정되었다.
자동으로 3등은 보그 아카데미였다.
결과에 실망한 보그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이를 악물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첫 교류제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온 교류제였다.
자신들의 실력이라면 우승도 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승은커녕 그 다음 순위인 2등도 불가능했다.
3위.
이게 객관적인 보그 아카데미의 지표였다.
꺾인 자존심과 굴욕감이 그들의 고개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때.
쿠웅-!
위겐이 크게 발을 굴렀다.
“고개 숙이지 마라! 너희들은 충분히 잘했다. 그러니 고개 숙이지 마라. 그리고 오늘을 잊지 마라. 그거면 된다.”
위겐의 말에 보그 학생들이 꼿꼿하게 고개를 세웠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도 기회는 남아 있다.
굴욕감과 절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잘했다.”
위겐이 그들을 칭찬했다.
이어 최종 순위가 쭉 발표되었다.
최종 순위.
1위, 이베카 아카데미.
2위, 프레이야 아카데미.
3위, 보그 아카데미.
……
…….
발표가 끝나고 나서는 환호가 자유였다.
프레이야 아카데미는 미친 듯 환호를 내질렀고 보그 아카데미는 한층 이 결과를 곱씹었다.
그리고 이번 카바크 아카데미 교류제의 우승자인 이베카 아카데미는 프레이야보다 훨씬 더 큰 함성을 내질렀다.
“우승했다!”
“우리가 우승했다고!”
“에단 선생님 만세!”
“이베카 아카데미 만세!”
표정 변화가 그리 없는 클라우디 하이드 또한 꽤나 진하게 웃고 있었다.
작년의 그 굴욕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에단 선생.”
클라우디 하이드가 에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순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승의 고양감에 저도 모르게 에단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저희 둘이 해냈습니다, 클라우디 선생님.”
“…….”
에단이 내민 손을 클라우디가 잡았다.
“한 수 배웠어.”
그 말에 이번엔 에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클라우디가 한 수 배웠다고 이야기할 줄이야.
‘클라우디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에단이 경쾌하게 웃으며 목례했다.
“마지막 순서가 이어지겠습니다.”
순위 발표 이후는 본격적인 폐막식 차례였다.
“폐막식과 더불어 발표 하나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발표는 개막식의 축사를 맡아 주셨던 에반젤린 황녀님께서 해 주시겠습니다.”
먼저 돌아간다던 에반젤린 황녀가 단상에 섰다.
‘설마.’
에단은 황녀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지금 주려는 건가?’
황녀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만한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에반젤린 황녀님이다.”
“돌아가셔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마신창님은 이미 돌아가신 것 같은데.”
마신창은 이미 이곳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먼저 떠나야 한다던 에반젤린 황녀였으나, 어째선지 폐막식 때까지 남아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인상 깊으셨던 건가?”
“……왠지 뿌듯한데.”
어째서 에반젤린 황녀가 끝까지 남았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학생들은 자신들이 황녀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행복한 상상을 했다.
“본래라면 먼저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만, 이 교류제가 상당히 재미있어 끝까지 남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과 재능, 그리고 열정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축사 때 이야기했었지요? 이 교류제에서 제 신하가 될 이를 뽑을 생각이라고요. 교류제가 끝난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군요. 정말 만족했습니다.”
황녀가 말했다.
“교류제가 끝난 오늘, 저는 그 명단에 든 학생들에게 따로 편지를 남길 예정입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원한다면, 바란다면 그 편지를 들고 제 호위인 암검을 찾아오세요.”
그 말에 학생들이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황녀를 보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로 황녀의 밑에서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저마다 행복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황녀는 그런 학생들의 표정을 한번 돌아본 이후 폐막식 인사를 이어 나갔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카데미의 학생 여러분. 4일 동안 여러분이 보인 그 열정적인 모습, 지금까지 배워 온 모든 것들을 부딪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달려 나가는 그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신성 제국의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에반젤린 황녀의 폐막식 인사에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교류제, 정말 최선을 다했다.
교류제를 대비해 했던 훈련들이 너무 고됐지만 그 덕에 후회 없이 교류제를 마칠 수 있었다.
각 학년마다 느끼는 것이 달랐다.
가장 아쉬운 건 4학년 학생들이었으나, 4학년이기에 황녀의 제안을 받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물론 황녀가 누굴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희망은 언제나 좋은 것 아니겠는가.
“우승한 이베카 아카데미,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쉽게 2위를 한 프레이야 아카데미도 훌륭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훌륭했습니다.”
에반젤린 황녀는 꼴등인 새턴 아카데미까지 확실하게 칭찬했다.
고작 몇 마디 칭찬일 뿐인데, 학생들은 에반젤린 황녀가 불 속으로 들어가라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역시 황제가 되기에 충분해.’
저런 에반젤린 황녀가 병 때문에 후계자 레이스에서 탈락했으니.
‘에반젤린 대신 황제가 된 이도 훌륭했었지만 말이야.’
그는 제국을 이끌어 가기엔 조금 심약한 부분이 있었다.
뛰어난 전투 실력에 비해 내정을 다스리는 능력도 부족했었다.
‘그게 퀘스트로 엮여서 나왔고, 루트를 잘 타면 제국의 이인자가 돼서 황제와 함께 제국을 운영할 수도 있었지.’
하지만 에단이 에반젤린 황녀를 살린 덕분에 모든 게 변화했다.
‘본래라면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쳤을 테지만.’
“그리고 제가 폐막식 인사를 맡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에단 휘커스 백작은 앞으로.”
에반젤린 황녀가 에단을 호명하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에단 휘커스를 부르다니.
다들 에반젤린 황녀가 직접적으로 에단을 고용하기 위해서 부른 걸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
모두가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와중에,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짝-. 짝-.
클라우디 하이드였다. 클라우디는 에단이 단상에 올라가는 동안 박수를 쳤다.
이어 에단의 애제자들이 박수를 쳤고, 나아가 모여 있던 모두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클라우디 선생님, 황녀님이 왜 에단 선생님을 부르시는 겁니까? 혹시 자신의 밑으로 데리고 가시려는 걸까요? 그건 이베카에겐 엄청난 손해인데요.”
맥스 주로드의 물음에 클라우디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다, 맥스. 그저 나보다 먼저 달성했을 뿐이야.”
“달성했다니…… 서, 설마.”
그 말에 맥스가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떴다.
맥스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애제자들도 크게 놀랐다.
황녀가 단순히 에단에게 상을 내린다거나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마스터, 칭호를?”
클라우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애제자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확정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 바로 마스터의 칭호를 내려 줄 줄이야!
특히 메이슨은 잔뜩 흥분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였다.
“너, 울어?”
옆에 있던 유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메이슨을 보았다.
“나한테 진 게 분해서 우는 걸 수도 있어, 유나 후배.”
“선배 말이 맞을지도.”
“아, 아닙니다! 아니라고, 유나!”
메이슨이 창피한 듯 팔을 들어 자연스럽게 눈물을 닦았다.
“난 눈물이 없는 편이라.”
그 옆에서 론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쿵-! 쿵-! 쿵-!
“론 선배, 손에서 연기 나요.”
로안나가 박수를 치는 론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말했다.
“손 마찰로 파이어 볼을 쓰려는 애는 처음 봤네.”
유나가 가지가지 한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론을 보았다.
애제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에단의 마스터 칭호 달성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만큼이나 기뻐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이베카의 교장, 유령검은 그 이명답게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박수를 쳤다.
“아, 좀. 누가 박수 치는 데 검술의 묘를 살리나?”
옆에 있던 광검이 인상을 썼다.
“이렇게 기쁜 일인데. 질투하지 말게, 광검.”
짝-짝짝짝-!
성대한 축하와 함께 에단이 황녀의 앞에 섰다.
“이례적이고 또 이례적인 일이라. 황제 폐하께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만, 꼭 제 두 눈으로 보아야 하고, 황제 폐하의 눈이 되어 주실 마법사분도 봐야만 모든 게 증명될 수 있었습니다.”
황녀는 자신의 호위만 이끌고 온 게 아니었다.
황제의 기사단 중 한 명인 마법사와 함께 이 자리에 왔다.
아마 에반젤린 황녀는 처음부터 이 교류제에서 에단에게 마스터 칭호를 내려 주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리라.
본래라면 황녀가 직접 내릴 수 있는 칭호였으나, 아직 신입 교사 딱지를 떼지 못한 1년차 교사에게 마스터 칭호를 내리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었기에 황제의 허락을 구한 것이다.
“저는 황제 폐하께 권한을 위임받고 황제 폐하의 눈이 되어 백작의 활약을 확실히 지켜보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곳에 오기 전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정말 다르시더군요.”
뒤에 있던 황제의 마법사가 말했다.
“시기가 이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늦었더군요.”
그러고는 에단을 보며 미소 지었다.
“황녀 전하께선 정말 안목이 대단하신 듯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곤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서자 에반젤린 황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 폐하, 그리고 황녀인 저의 이름으로 신성 제국 휘커스 가문의 백작이자 이베카 아카데미의 교사인 에단 휘커스에게 마스터의 칭호를 내리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