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0)
신들의 구독자 410화
410화. 새로운 사업
“흐으으음.”
에단이 마스터 칭호를 받았다는 소식에, 예리카 말고도 꽤 많은 이들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중 가장 늦게 찾아온 건 에트닝 헌트였다.
에단이 이끄는 상행위 전반을 도맡아 관리하는 에트닝은 짧은 기간 사이에 대상인들을 이끄는 상단주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전에는 상당히 날카로운 분위기를 보였지만 이제는 그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부드러운 미소에 날카로운 칼을 감춰 둔 듯한 모습이었다.
“에단 백작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말, 매번 만날 때마다 제 상식을 깨 버리시는군요. 르기아 말체르 님께서 마스터 칭호를 받은 이후 수십 년이 지났고, 그 이후로도 여러 교사들이 마스터의 칭호를 받았죠. 하지만 1년 만에 마스터 칭호를 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스터 칭호에서 나오는 권위.
르기아 말체르라는 걸출한 인물에게 하사된 칭호인 만큼, 그 권위를 위해서라도 마스터라는 칭호는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황실에서 정식으로 하사하는 것이기에 기준이 상당히 엄격했고, 기준을 다 충족하더라도 한 번 더 그 자격을 확인할 정도로 그 가치가 대단했다.
마스터 칭호를 받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었고 누구에게든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교사가 닿을 수 있는 그 끝.
사실상 아카데미의 교장보다도 훨씬 더 대단한 게 바로 이 마스터 칭호였다.
그러한 마스터 칭호는 받는 것도 어렵건만.
에단은 단 1년 만에 그 칭호를 받아 버린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혹시나 깜짝 파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에트닝은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알았습니다. 정말 축제 분위기더군요.”
그제야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었다.
에단이 자신에게 맡긴 일들은 에단의 기준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들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어느 정도 에단 님의 뒤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저한테 힘겨운 목표를 주신 분다우시군요.”
에단이 설정해 준 목표들을 하나하나 이뤄 가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이나마 에단의 뒤를 따라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단은 그보다 수십 걸음은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를 좇으면서 꽤나 그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거리가 벌어진 것이다.
허망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만큼이나 높은 이상을 요구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비드 상단을 접수하고 특수 골렘들을 팔아 귀족들을 상대로 높은 신뢰와 인맥을 구축해 놓지 못했다면, 사업 파트너는커녕 차 한잔 함께 마시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제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그때 에단 님께서 해 주신 조언을 듣지 않았다면…….”
“저와 함께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함께하고 싶다 해도 말이죠, 에트닝.”
“다행이네요.”
에트닝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마스터 칭호를 얻으신 것,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때문에 저도 빈손으로 오진 않았답니다.”
마스터 칭호에 맞춰 선물을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타이밍이 마침 딱 맞았다.
“물질적인 건 사실 의미가 없으니까요.”
에트닝은 고가의 선물보다 이쪽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중앙의 모든 귀족 가문이 특수 골렘을 구매했습니다. 수많은 귀족들이 우리 다비드 상단의 특수 골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리카가 선물로 두 십이성 가문이 꽉 쥐고 있던 이권을 가지고 온 것처럼, 에트닝도 그와 비슷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
이제 다비드 상단은 모든 고위 귀족과 연을 맺었다.
다비드 상단은 휘커스 가문과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단이기에, 그들이 휘커스에 흑심을 품기라도 한다면 상단을 통해 직통으로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이제부터 그걸 해내야 된다고 하려 했는데. 벌써 다 했군요, 에트닝.”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에트닝이 편하게 미소 지었다.
“제가 드디어 한 건 했군요. 그리고 말입니다, 에단 님.”
에트닝은 소개받았던 엔트로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에트닝이 모든 고위 귀족들에게 연을 맺고 특수 골렘을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 엔트로사의 화술 덕분이었다.
사실 귀족가의 자제들을 상대로 한 특수 골렘 판매 이후로 특수 골렘 사업은 정체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에단이 소개해 준 엔트로사가 합류한 이후로 다양한 특수 골렘이 개발되었고, 사실상 그 정체가 단숨에 해소된 상태였다.
“소개해 주신 엔트로사 님은 상당히 유능하시더군요.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신제품을 만들어 내시는 것도 그렇고, 함께 귀족 가문을 돌아다녔는데 언변이, 와우.”
에트닝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상인으로 살아와 이 자리까지 이르렀다.
타고난 언변으로 설득하고 팔아 내는 능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엔트로사의 언변은 압도적이었다.
“상인도 아니신데 어찌 그리 말을 잘하시는지. 도움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분명 특수 골렘을 만드는 골렘술사라고 들었었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처럼 엔트로사는 특수 골렘을 만드는 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감한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해 내는 실력까지.
심지어 거기에 상인보다 더 상인 같은 언변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대체 그런 분을 어디서 데려오신 건가요?”
엔트로사는 남의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 정도 능력이라면 당장 자기 사업을 벌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의 능력은 진짜였으니까.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높은 확률로 벽에 막힙니다. 이전에 없던 걸 하면 사람들이 상당히 싫어하거든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세상에 없던 일을 하려 하면 초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비웃고 안 될 거라며 도전을 부정한다.
“제가 방황하는 사람을 잘 찾는 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개화시키는 건 아주 쉽거든요.”
에단의 말에 에트닝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 에단 공방에는 그런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다른 사람이 그들을 부하로 거두어 들였다면 과연 저만큼 큰 공방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걸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는 별개. 저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다 나가서 자신만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 일 없이 저 대단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은 온전히 에단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안목에 들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에단 님.”
“그래서 말인데, 이걸로 특수 골렘 사업은 사실상 안정화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단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끝났으니 다음 일을 해야지.’
“제가 인재를 또 구해 왔거든요.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네?”
에트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 어떤 인재를, 도대체 어디서요? 게다가 쉬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신다니요? 애초에 에단 님은 사업이 중심이 아니신 걸로 아는데.”
이 남자는 도대체 몸이 몇 개란 말인가.
“이번 아카데미 교류제 때 만난 분들입니다.”
에단이 새롭게 영입할 인재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약초학? 그리고 곤충학이요? 곤충학은 이미 사장된 분야 아니었나요? 저도 틈새시장을 노려 곤충학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들을 수배했었는데요. 사실상 상업성은 없더군요.”
에트닝이 말하는 상업성은 사업 소재의 생산성이었다.
엄청난 양은 필요 없다.
딱 특수 골렘만큼만 생산할 수 있으면 된다.
거기에 더해 균일한 품질만 유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곤충학을 통해 만든 마법사의 포션은 상당히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니.
“품질도 균일하지 않고…… 애초에 곤충학을 끝까지 미는 마법사들이라 그런지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에단 님이 데리고 오신 마탑의 마법사들이 특이한 거예요. 아니, 특이하다기보다는…….”
절로 날것이라 할 만한 표현들이 나와, 당황한 에트닝이 말을 얼버무렸다.
“마법사는 고고하니까요. 고고하기 때문에 마법사인 겁니다. 마법사들을 상대로 마법은 절대 사업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겐 마법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니까요.
“그게 가장 어려운 거죠.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당장 공방의 마법사들도 그렇게 설득했습니다만.”
에단의 대답에 에트닝은 입을 다물었다.
에트닝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게 마법사들이었으니.
당장 에단이 마법사들을 데리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이었으니.
“그런데…… 사업성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걸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이미 에단은 파브르의 곤충 연구를 배운 이후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린 상태였다.
“약초는 수급하기도 어렵고 품질도 제각각이라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키워도 문제죠. 약초는 너무 섬세한 면이 많아서, 물이 많아도 죽고 물이 적어도 죽습니다. 햇빛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정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대로 죽어 버리니까요.”
에단의 말에 에트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에 포션 전문 공방을 차려도 매해가 위기였다.
그 해에 약초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원하는 포션을 만들 수 없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공방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포션 전문 공방은 약초 재배에 특화 된 사업체와 협업한다.
또한 개인으로 약초를 취급하는 마법사들이나 연금술사들과도 계약을 맺어, 최대한 품질 관리를 하며 공방을 운영하고는 했다.
“그걸 해결할 방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직접 키운 약초와 곤충을 기반으로 포션 사업을 진행할 겁니다.”
에단이 말했다.
“기술력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
에단의 말에 에트닝이 잊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워낙 다재다능하다 보니 그에게 병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 병을 통제하기 위해 뛰어난 치료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황실의 에반젤린 황녀를 치료하기까지 했으니. 사실상 웬만한 공방의 마법사들보다 포션 만드는 기술이 뛰어날 터.
“에트닝이 해 줘야 하는 건 우리가 재배한 재료들을 우리 공방만이 독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이미 포션 시장은 대륙의 내로라하는 공방들이 꽉 잡고 있다.
포션으로 유명한 마탑도 있고 마법사들의 연합인 마도연도 있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건 마도연이었다.
이름 높은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고급 포션을 생산해 내는데 결코 아무에게나 팔지 않았다.
“파는 게 아니라 선택한다고 하죠. 말장난이긴 하지만, 마도연의 포션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
에단도 예전엔 마도연의 포션을 애용했었다.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는 게 또 소비 욕구를 촉진시키고요.”
고급 포션인 만큼 사용자도 그 포션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여야만 했다.
구매하는 데 여러모로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었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해서, 마도연의 고급 포션은 연합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무기였다.
그야말로 마도연이 포션 시장을 꽉 잡고 있기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고급 포션부터 저가 포션까지 다 취급할 겁니다.”
“네?”
마도연은 저가 포션은 취급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가 포션을 중점으로 운영한다면 힘들겠지만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단은 망설임 없이 고급 포션까지 범위를 넓힐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휘커스 영지를 만물상처럼 만들 겁니다. 규모를 더욱더 키울 예정이거든요.”
“여기서 더 키울 수가 있는 건가요?”
에단은 씨익 웃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에트닝.”
오